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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서재입니다.

곤륜파 제자가 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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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7.15 10:49
최근연재일 :
2022.08.0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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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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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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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무영대 (2)

DUMMY

다만, 설아와 절정고수를 연속으로 싸운 몸에 피로가 많이 쌓여있었다.

분명 제 실력을 보여줄 수 없는 상태였다.

그렇지만, 순순히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몸이 안좋아서 그런데 결투말고 다른 거로 승부를 겨루시죠.”


무영대주를 바라보며 한가지 꾀를 생각해냈다.

무영대주는 내가 가리킨 것에 당황하면서 말했다.


“정말, 그걸로 승부를 보겠다고?”

"네."

“고작 장작 패기?”


내가 무영대주에게 제안한 것은 고작 장작 패기였다.

누가 더 많이 장작을 패는 단순한 내기.

거절할 것이 뻔했기에 바로 말을 이어갔다.


“대주님은 초절정 고수. 그냥 제가 싸우면 지기에 이기기 위해 한가지 꾀를 쓴 겁니다.”


제발 넘어가라.

웃으면서 무인에게는 힘이 중요하다며 흔쾌히 수락해라.


“그래, 무인에게는 힘이 중요하지. 좋다. 신입 덤벼라.”


무영대주는 당장 도끼를 들고 장작을 쪼개버릴 준비를 했다.

우선 무영대주를 말리면서 말했다.


“잠깐만요. 내기하시죠.”

“무슨 내기?”


그냥 장작만 쪼개는 건 재미가 없기에 일단 내기를 하자고 말했지만, 막상 떠오는 것이 없었다.


“그 내기. 내가 정해도 되나?”


갑자기 뒤에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눈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남자.

누님처럼 역시나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아, 이 사람은 우리 무영대 2위. 별호는...”


누님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남자는 머리를 만지면서 나랑 악수하였다.


“별호는 말하기 부끄러우니 그냥 형이라고 해.”

“네?”


대체 별호가 뭐길래 부끄러워하는 건가.

색목혈마라도 되는 건가?


“그건...”


웃으며 말하려는 누님의 입을 형님이 손으로 막았다.

형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걸 보니 별로 자랑스러운 별호는 아닌 것 같았다.

그나저나 서로 사이가 아주 가까워 보였다.


“말하지 마. 제발.”

“혈목마창(血木魔槍)이야.”


혈목마창?

생각보다 별로 부끄러운 별호는 아니었다.


“워낙 말라서 적을 죽이고 피 묻는 모습이 나무 같다고 해서 지어졌어.”

“아니야. 신입 오해하지마. 저 녀석 말 아니야.”

“그럼 뭐죠?”


나의 말에 형님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창으로 적을 죽이면 주변 나무가 붉게 물든다고 해서 그런 별호가 붙은 거야.”

“아.. 네.”


너무 진지해서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이 상황에서 대체 어떤 반응을 해줘야 할지.


“야, 너 때문에 신입이 굳었잖아.”

“그게 왜 내 탓이야.”


무영대는 천마 직속으로 암살을 담당하기에 굉장히 분위기가 어두운 줄 알았다.

그러나, 인원이 적어서 그런지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 크흠


무영대주가 헛기침하니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무영대주는 도끼를 내게 건네면서 말했다.


“내기 내용이 뭐지?”

“더 많은 장작을 패는 사람에게 오늘 저녁에 제일 좋은 고기를 구워드리겠습니다.”


누님은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저 녀석이 저래 보여도 우리 무영대 요리 전문이야.”


항상 생사관에서 벽곡단이나 풀떼기만 먹다가 고기라니.

당장 철환을 풀었다.

이건 이겨야 한다.


“평소에 철환을 차고 있다니 독특하군.”

“저만의 비밀 훈련법입니다.”

“그래, 내가 지면 더 무거운 철환을 선물하지. 덤벼라.”


무영대주 바로 옆에 서서 도끼를 들었다.

고기를 위해 질 수 없었다.

무조건 이긴다.


“그럼, 시작!”


누님의 시작 소리에 맞춰 둘 다 요란하게 장작을 패기 시작했다.


#


- 치이익


노릇한 고기가 선명한 육즙을 내며 구워지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군침이 흘러나왔다.

형님이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이는 고기를 내게 주셨다.


“자, 맛있게 먹어. 근데, 대주님은?”

“저기...”


무영대주는 내기에서 져서 그런지 벽에 가서 쭈그리고 있었다.

다 큰 어른이 고작 내기에 져서 궁하고 있다니.

저 사람이 마교에서 100명 안에 드는 실력자라니.


“아, 그냥 둬. 원래 승부욕이 강해서 그래.”

“아...”


곤륜파에 있을 때는 천마 신교의 사람들은 죄다 힘에 눈이 먼 광인들인 줄 알았는데,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근데 아직 약관을 넘지 않은 거로 보이는데 대주님을 이기네.”

“그러네.”


형님과 누님은 밥을 먹으며 계속 나와 대화를 했다.


“철환 덕분이죠.”

“그런가?”


사실 스승님의 집에서 6년 동안 집안일만 했었다.

장작 패기 정도야 식은 죽 먹기다.


“대주님, 우리 막내에게 철환도 맞춰줘야 하는 약속 아시죠?”


누님의 말에 대주님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먹고 있는 고기를 바라봤다.


“알았다. 내가 조만간 부탁하지. 대신 한 입만...”




다음날.

무영대주의 부름으로 넓은 공터로 나왔다.


“훈련은 돌아가면서 진행한다. 오늘은 내가 가르친다.”

“넵.”


평소에 사람 좋은 미소를 짓던 무영대주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이제부터 훈련을 진행하겠다. 우리는 은밀하게 암살을 진행해야 하기에 잠입 술은 필수다.”


무영대에 적응해서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하려면 모든 걸 배워야 한다.


무영대주가 책 한 권을 건넸다.

오래된 무공서.

유령공(幽靈功).


“앞으로 잠입을 위해 유령처럼 걷고 조그마한 어둠 속에도 숨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살면서 처음 보는 무공이지만, 익혀야 한다.

검을 내려놓고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이건 임무와 완전 관련이 깊기에 봐주지 않는다.”


- 뿌드득


무영대주는 아주 굴리길 작정했는지 온몸을 풀기 시작했다.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스승님과 훈련했던 그 시절들이 떠올랐다.


“일단 그 철환을 모두 풀어라. 걸을 때도 소리가 나지 않기 위해 자기의 무게를 느껴야 한다.”


일단 철환을 풀었다.

아직 더 무거운 철환을 주지도 않았는데, 이건 언제 주는지.


“나중에 유령공에 익숙해지면 다시 착용해도 좋다. 일단 잘 봐라.”

“어?”


주위는 숨을 곳이 없는 넓은 공터뿐인데 무영대주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눈을 비비고 다시 찾아봤지만, 전혀 보이지 않았다.


“흠, 난 도망친 게 아니다. 어둠 속에 숨은 거지.”


무영대주의 말은 분명히 들렸지만, 아직도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한번 찾아봐라. 우리 신입 실력 좀 제대로 보자. 장작 패기 말고.”

“그러죠.”


바로 눈을 감았다.

사람은 누구나 숨을 쉰다.

귀에 내공을 모으면 심장 소리와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


“눈을 감다니. 과감하군.”


찾아보라면서 말하는 사람이 더 과감하다.

목소리와 작은 모든 소리에 집중했다.


- 휘이잉


조금씩 부르는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

그러나, 숨소리와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유령공은 숨소리 줄이고 심장 박동을 늦춘다. 뒤를 기울인다고 찾는 수 없...”


- 팍


소리 나는 곳을 무작정 검으로 베어봤지만, 베는 맛이 없었다.

눈앞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자객이라니.

무영대가 왜 암살을 담당하는지 알 수 있었다.


“못 찾겠지?”

“잠시만요.”


검을 머리 위로 들었다.

나한테 안 보이면 보이게 만들면 되는 거다.


“잠깐만!”


- 쾅


무영대주의 말을 무시한 채로 힘차게 바닥을 내리쳤다.

온 먼지를 뒤집어쓴 무형 대주는 기침을 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무식한 방법은 처음이군.”

“어쨌든 찾았으니 상관없죠.”

“네 녀석은 어떤 상황에서든 꾸역꾸역 살아남을 것 같군.”

“감사합니다.”


약간 놀란 점은 먼지를 뒤집어쓴 무영 대주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정말 바로 앞에 있어도 사람의 기척을 느낄 수 없는 무공.

유령공이라는 이름에 겉 맞는 무공이다.


“우선 심법이다. 눈을 감고 편하게 숨을 내뱉어라.”


혈룡신공은 심법을 운용할 때마다 온몸의 근육이 아팠다.

그러나, 이건 그런 고통 따위 전혀 없는 편안한 심법이었다.


“그래, 그렇게 편하게 숨을 쉬면서 자기가 바람이라고 생각해라.”


바람?

심호흡하면서 살짝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다.

자연과 하나가 된다.

그 속에 나도 동화된다.


자기 암시를 하며 숨을 쉬니 점점 심장 박동이 느려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소질이 있군. 그대로 한 번 휴식을 취해라. 다만 자면 안 된다.”


이렇게 정적이고 편한 훈련이라니.

그동안 피나도록 뛰고 땀나도록 운동했던 것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이렇게 편해도 되나?


“내가 보니 너의 몸은 완전히 무리하고 있다. 아무리 무인이라지만, 그 나이에 6관이나 되는 철환을 매일 차고 있다니.”


상관없다.

빠르게 강해질 수 있다면 그래서 복수할 수 있다면 기꺼이 더 강한 고통을 받을 것이다.


“너에게 필요한 건 휴식이다. 이 시간만 잠깐 휴식을 청하면 네 몸은 평소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다.”


휴식.

그동안 단 한 번도 쉰 적이 없었다.

그저 멈추지 않고 훈련하고 살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렇기에 자연을 느끼며 명상하는 건 오히려 몸의 감각을 더 예민하게 만들어 주었다.


“좋다. 이대로 계속 연습해라.”


엄청나게 나를 굴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다만 누님과 형님의 훈련은 엄청나게 어려웠다.


“몸을 더 가볍게!”

“머리에 있는 그릇에서 물 떨어진다. 다시!”


균형과 순발력.

지금까지 힘을 주는 법만 배웠지만, 이제는 몸에 힘을 빼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


대략 보름 정도 지났다.

대주가 약속을 지켜서 하나에 10관짜리 철환을 선물해주었다.

이걸로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유령공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무렵.

누군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막내 대주님의 소집이다. 대주님 집으로 와.”


무영대주가 무영대 모두를 소집했다.

드디어 첫 임무인가?

집으로 가니 무영대주는 나무 책상에 지도를 펼치고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설마 임무인가요?”

“그래. 교주님께서 암살 대상을 말씀하셨다.”


대주님은 임무가 적힌 종이를 보여줬다.

종이에 크게 적혀있는 건 독황(毒皇) 두 글자였다.


“독황?”

“일단 이 근처에서 멀지 않은 곳이야. 아마도 독을 쓰는 고수인 것 같다.”


독을 쓰는 고수면 그렇게까지 걱정되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교주님이 찾던 사람이야. 거주지를 발견해도 일단 대기하라고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실눈을 뜨고 있는 형님은 나를 보며 말을 하다가 멈칫했다.

설마?

나랑 관련 있는 사람인가?

무영대주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특이하게 자료를 태우지 말고 들고 오라고 하네. 해독제라도 만들 생각인가?”

“그건 희한하네요.”


원래 무영대에 임무가 내려올 때는 암살을 해야 하는 이유, 추가 설명이 내려오지 않는다.

그저 천마를 위한 무기.

그게 암살을 담당하는 자객의 기본 요소였다.


천마가 몇 년 동안 찾던 독을 쓰는 노인.

내가 무영대에 오니 내려진 임무.

모든 증거가 암살 대상이 우리 스승님을 중독되게 한 녀석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무영대 첫 임무가 스승님을 극독에 중독시킨 녀석이라니 잘됐다.


“진홍. 넌 아직 유령공을 대성하지 않았으니 임무에 안 나가도 된다. 어떻게 할 거냐?”


모두가 나를 바라봤다.

스승님을 중독시킨 경지.

약간 걱정되었지만, 내게 많은 사랑을 주신 스승님에 조금이나 도움이 되기 위해 결정했다.


“가겠습니다.”

“그리고, 녀석은 독황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한 녀석이야. 신중하게 생각해.”

“그러면 오히려 제가 가야 합니다. 전 독에 강합니다.”


무영대주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내가 가는 걸 허락했다.


“그럼 일단 준비를 1각 후에 이곳 앞에서 집합한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무영대 특유의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썼다.

곤륜파의 제자였던 내가 천마를 위한 자객이 되다니.


물론 이대로의 생활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더 높이 올라가고 천마가 될 것이다.

배신자의 위치를 계속 찾을 것이고 끝내 무림맹의 위선자들을 암살할 것이다.

아직 내 복수는 시작되지도 않았다.


첫 임무.

긴장하며 검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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