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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서재입니다.

곤륜파 제자가 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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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7.15 10:49
최근연재일 :
2022.08.04 12:21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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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31
추천수 :
209
글자수 :
110,994

작성
22.07.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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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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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5년후 (2)

DUMMY

“스승님 저는 복수를 위해 천마도 이용할 겁니다.”

“그래. 근데 쉽지 않을 거다.”


스승님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천마 그 자식이 정말 게을러도 재능 하나는 천하제일 급이거든.”


내가 복수해야 할 대상은 배신자뿐만 아니라 무림맹도 포함된다.

단체를 상대하려면 그만한 힘을 키우거나 나도 단체를 이용해야 한다.

물론 배신자는 내 손으로 직접 죽일 거다.


“그럼, 제가 소교주가 될 가능성은 없나요?”

“전혀 없지.”


스승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시고 이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농이다. 이 녀석아.”

“예?”

“보통 녀석은 불가능하지. 근데 스승이 이 몸이니깐 가능하다.”


스승님의 농담도 정말 재미없었다.


“천마 그 녀석에게 한 대 먹이고 와라. 아니면 천마 자리를 뺏어도 좋고.”

“재능이 그렇게 뛰어난데 제가 이길 수 있어요?”


스승님은 내 명치를 쿡쿡 누르면서 말씀하셨다.


“그놈은 너처럼 독기가 없다. 재능은 네가 한 수 아래지만, 결국은 네가 이긴다고 본다.”

“네?”

“그놈 정신 차리게 한 방 먹여라. 나의 단 한 가지 소원이다.”


스승님이 쓰러지기 전 마지막으로 했던 대화였다.

그 이후 바로 천마 신교 한가운데로 이동했었다.


#


- 휘이잉


신궁(神宮)이 있는 봉우리로 가는 길을 매우 험난했었다.

눈이 소복이 쌓여있는 산.

차가운 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하아...”


뽀얀 입김이 계속 새어 나왔다.

천마는 왜 이런 험한 곳에 살고 있는지.


“다 왔다.”


눈 덮인 산에 박혀있는 거대한 문.

거대한 신궁의 문을 여니 생각보다 내부는 훨씬 어두웠다.

어두운 복도를 천천히 걸어갔다.

곤륜의 제자였던 내가 천마가 있는 이곳에 오다니.

역시 사람 일은 알 수 없었다.


“책사 왔나.”


패도적인 음성.

높은 단상 위에 앉아있는 천마지만,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책사는 어느새 군기가 꽉 잡힌 모습으로 천마가 있는 단상 옆으로 갔다.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천마를 바라보니 놀라고 말았다.


보통 높은 경지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무림에서 손에 꼽히는 고수들은 매우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천마의 모습은 매우 젊었다.

머리가 흰색이었지만, 얼굴을 유심히 살펴봐도 도저히 서른을 넘을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높은 콧대에 날카로운 턱선.

잘생기기까지 했다.

천마라고 하지 않았다면 기루에서 일하는 녀석인 줄 알 정도의 외모다.


“왜 그러지?”


말 한마디에 담긴 엄청난 중압감.

그저 천마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만으로 몸에 소름이 돋았다.

마치 눈앞에 거대한 산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할 말은 했다.


“생각보다 젊으셔서 놀랐네요.”

“교주님 앞이다. 말조심해라.”


금노인은 군기가 팍 들어간 모습으로 정색하면서 말했다.

그러나, 천마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왜? 짐이 반로환동(返路環童)이라도 한 것 같은가?”

“그렇게 보입니다.”


중압감 때문인가.

나도 모르게 존댓말이 나오고 있었다.


“하하. 재밌군. 짐은 반로환동 따위 하지 않았다. 오직 실력으로 전대 천마를 꺾고 여길 올라왔지.”


역시 재능 하나는 천하제일이라고 했던 스승님의 말이 맞았다.

저 나이에 천마라니.


“그 영감님의 제자라고?”

“네. 맞습니다.”


스승님은 천마를 가르쳤다고 했었다.

그럼, 천마랑 나는 사제 관계인가?


“흠, 이상하군.”

“뭐가 이상하죠?”

“영감님은 짐보다 뛰어난 놈을 제자로 삼겠다고 했는데, 영 그래 보이지 않아서...”


도발인가?

아직은 천마를 이길 수 없기에 애써 웃어넘겼다.


“그 영감은 은퇴하고 잘살고 있나?”

“예전에 중독된 극독으로 최근에는 계속 운기조식 중입니다.”


항상 밝게 웃고 있던 천마의 표정이 약간 찌푸려졌다.

스승님의 극독에 걸렸던 사건과 관련이 있는 건가?

천마는 말을 돌리려고 책사를 바라봤다.


“책사. 생사관이 얼마나 진행되었지?”

“대략 5년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괜찮군. 이 녀석을 생사관으로 보내라.”


생사관?

마교의 특별 훈련소라고 스승님께 들은 적이 있다.


“아, 그리고 넌 오늘부터 마두다.”

“감사합니다.”


마교의 계급에 대해 스승님께 들은 적 있었다.

낮은 순서대로 마졸.

마두.

마병.

마장.

마군.

그 위에 5명의 장로와 천마가 있다.


내가 노리는 건 장로급인 소교주 자리다.

아마 그 정도는 돼야지 천마 신교의 군대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5년 동안 수소문한 결과.

무림 맹주가 곤륜파에 흑풍대를 보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놀라운 것은 구대 문파 장문인 모두가 이 사실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배신자는 자신의 문파를 불태우는 것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마 생사관이라는 곳으로 가면 몇 년 동안 천마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소교주가 되는데 한참이 걸릴 것이다.

그 늙고 사악한 영감들이 죽기 전에 복수를 해야한다.

천마 앞에서 입을 열 때마다 입술이 마르는 느낌이었지만, 용기를 내었다.


“교주. 제가 약관이 되기 전에 마군에 올라간다면 소교주 자리를 약속해주십시오.”


금노인은 당황한 듯했다.

갑자기 튀어나온 녀석이 소교주를 달라고 하는 건 정말 무례한 일이라는 건 알았다.

어쩌면 천마의 심기를 건드려서 지금 당장 내 목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 꿀꺽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이 넘어갔다.

하지만, 최대한 빠른 복수를 위해 이정도 도박은 걸어야 한다.


“거만하군. 전서에도 네놈이 강해지면 한 번 싸워보라는 글이 적혀있다.”


어쩐지 그래서 금노인이 다짜고짜 공격하더라.

아무리 제자를 강하게 키운다고 하지만, 천마에게 이런 식으로 전서를 쓰다니.

역시 천마 신교의 대호법답다.


“그리고, 소교주가 되면 저랑 싸워주시죠.”

“확실히 패기 넘치는군. 좋다. 어디 한번 본교의 소교주 자리를 노려봐라. 그리고 나를 꺾어봐라.”


역시 분석한 게 맞았다.

천마는 게으르고 나태한 성격.

갑자기 튀어나온 녀석이 스승님의 제자에다가 자기 자리를 노린다고 하면 오히려 좋아할 것이 정확히 맞았다.


“교주님!”

“왜. 그 재수 없는 영감님의 제자랑 한번 싸워봐야지. 짐은 걸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는다.”


금노인이 어린애 같은 천마를 섬기고 있는 것이 약간 불쌍해 보였다.


“우선 아직은 싸울 맛도 안 나게 약하니. 네놈이 약관이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

“감사합니다.”


나 또한 승부욕이 생겼다.

지금은 무조건 백전백패지만, 강해진 이후 스승님이 그렇게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 천재와 직접 겨루어 보고 싶었다.

사실 사제 간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래, 일단은 그 영감이 말한 대로 해주지.”


- 화르륵


천마 손에 있던 전서가 순식간에 불타기 시작했다.

삼매진화(三昧瞋火).


기를 이용해 불을 일으키는 까마득한 경지.

아직은 천마와 나 사이에 절대 이길 수 없는 격차가 있었다.


- 탁


천마가 손가락을 치니 어둠 속에서 검은 옷을 입고 있는 한 녀석이 나타났다.

녀석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놈이 너를 생사관까지 인도할 거다. 그럼 다음에 볼 때는 부디 상대할 맛이 나길...”


검은 옷 녀석을 따라서 신궁을 빠져나왔다.

다음에 볼 때는 천마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것이다.


#


검정 옷을 입은 놈은 나의 눈을 가리고 깊은 동굴로 데려갔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동굴 가득 울렸다.

이렇게 대략 2각 동안 동굴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 심심해서 말을 걸었다.


“근데, 생사관이 대체 뭡니까?”

“신교의 고수를 배출하는 기관이지.”

“만약 그곳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면...”

“높은 지위와 신교의 인정을 받게 되는 거지. 다만 아마 살아남기조차 버거울 거다.”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됐다. 눈을 떠라.”


살며시 눈을 뜨니 거대한 공간이 펼쳐졌다.

동굴 안에 이런 공간이 있다니.

인공적으로 만든 건가?


“여기가 생사관이다. 모든 훈련을 통과할 때까지 이곳에서 나갈 수 없다.”

“뭐?”

“아, 죽으면 시체를 밖으로 버리니 나갈 수 있나?”


말을 마치자마자 검정 옷은 사라졌다.

거대한 공간에서 무엇을 할지 방황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누군가가 걸어왔다.


“반갑다. 난 이곳의 교관이다. 스스로 생사관에 지원해서 들어온 놈은 처음이군.”


자신을 교관이라고 칭하는 중년의 남성과 악수를 했다.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손에 굳은살이 가득했다.

교관은 기선제압을 하려는 지 손아귀에 힘을 가득 주면서 말했다.


“몇 살이지?”

“13살입니다.”

“어린 나이인데 손이 굵군.”


나 역시 수천 번 아니 수만 번 검을 휘둘렀으니 순순한 악력 싸움에서 밀리고 싶지 않았다.

밀리지 않게 오른손에 힘을 가득 담았다.


“으음...”


교관은 약간 당황한 듯 보였다.

그리고 이내 악수한 손을 놓았다.


“아무래도 괴물이 들어온 것 같군. 그러나, 이곳은 괴물도 죽을 수 있는 생사관이다. 따라와.”


오히려 기선 제압당한 교관은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기 시작했다.

다시 어두운 통로를 지나가니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 찌직


그 와중에 쥐가 교관 앞으로 지나갔다.

교관은 아무렇지 않은 듯 바로 발밑에 있는 쥐를 밟고 나를 보며 웃었다.


“왜, 이곳이 무서운가? 어린아이들은 데려다가 고수로 만드는 곳이지.”

“딱히.”


별로 놀라진 않았다.

다만 이런 곳에서 어릴 때부터 수련한 녀석들의 실력이 궁금했다.

어쩌면 좋은 수련 상대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설마 단체로 미쳐있지는 않겠지?


계속 계단을 내려가다가 교관이 발걸음을 멈췄다.

나무문으로 막혀있는 공간.

그 안에 대략 10명 정도 되는 인원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긴 10조다. 그리고 이곳은 네가 머물 곳이지.”


교관은 아까 기 싸움에서 진 것이 남아있는지 퉁명스러운 말투로 나를 감옥 같은 곳으로 인도했다.

방 안에는 다양한 나이대의 아이들이 온갖 똥폼을 잡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 신입이다. 이런 곳에 제 발로 찾아온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지. 모두 격하게 환영해줘라.”


- 끼익


교관은 말을 마치자마자 문을 닫았다.

그리고, 수감자 같은 녀석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어이, 신입 이리 와봐.”


덩치가 매우 큰 녀석이 나를 불렀다.

녀석의 모습은 마치 돼지가 인간이 된 것처럼 생겼다.

이런 곳은 밥도 잘 안 나올 것 같은데, 뭘 먹고 이렇게 쪘는지.


“10조의 대장에게 인사해라. 죽고 싶지 않으면...”

“저놈이 대장이야?”

“입 조심해. 이 방에서 유일한 마두. 이류 고수라고.”


옆에 있던 삐쩍 마른 녀석이 나를 걱정하면서 말했다.

이곳을 그냥 나갈까?

스승님이 알려준 곳치고 너무 애들이 약했다.

이런 곳에서 과연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인가.


게다가 천마 녀석이 나를 과소평가했는지 고작 저놈과 같은 직급인 마두를 주었다.

당장 약관이 넘기 전에 마군에 들어가야 하는데...


“마졸이면 얼른 무릎 꿇어.”

“싫다.”


방 안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모두 상대적으로 몸짓이 작은 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돼지 녀석이 사람을 많이 죽인 모양이다.


“저러다가 또 방장에게 죽겠네.”

“그니깐, 이런 곳에 제 발로 찾아오다니.”

“시체 치우기 귀찮은데.”


돼지 녀석은 화를 내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니 더욱 돼지 같아 보였다.


“지금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하면 목숨은 살려주지.”


이런 놈에게 철환을 푸는 것 자체가 수치다.

이곳을 나갈지 말지 우선 돼지 멱따는 소리를 하는 이놈부터 쓰러뜨리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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