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소중한 서재입니다.

곤륜파 제자가 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전역함
작품등록일 :
2022.07.15 10:49
최근연재일 :
2022.08.04 12:21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9,528
추천수 :
209
글자수 :
110,994

작성
22.07.27 15:00
조회
391
추천
8
글자
12쪽

첫 복수 (1)

DUMMY

- 쓱, 쓱


빗자루를 잠시 내려두고 허리를 쫙 폈다.

철환을 차고 청소를 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곳은 사천당가.

독룡이 머물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 믿고 이곳의 하인으로 잠입한 지 벌써 보름이나 되었다.


다만 이곳에서 맨날 청소만 한 것은 아니다.

유령공을 사용하여 주변 사람들의 말을 엿들은 결과.


독룡의 하루 일상을 알 수 있었다.

녀석은 아침부터 종일 사냥이나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사천당가로 돌아온다.


그렇기에 자시(子時).

가장 어두울 그때가 녀석이 혼자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바로 암살하기 좋은 시간.

잠시 숨을 돌리며 계획을 정리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어이, 청소 안 하고 뭐 해?”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에게 명령하는 녀석.

이곳을 관리하는 총 감독관이다.


“청소 열심히 하면 내가 무공 알려준다니깐? 나 이래 봬도 이류 고수야.”

“아, 네...”


말만 많고 실속은 없는 놈.

허구한 날 여자에게 치근대기나 하고 일은 하지 않는다.

무공을 배웠다면서 배는 어떻게 저리 나왔는지.


오늘 암살에 성공하면 다시 볼 일 없는 녀석이라 보름 동안 최대한 참고 버텼다.

만약 그냥 길에서 만났다면 참교육을 시켜주었을 것이다.


“어쭈? 왜 눈을 그렇게 떠?”

“아닙니다.”

“무공 보여줘?”

“그럼, 한 번 보여주시죠.”


오늘로 마지막.

항상 입만 나불거리는 녀석의 본 실력을 알고 싶었다.

과연 정말 이류 고수 수준은 될까?


“잘 봐.”


녀석은 사천당가의 연습용 허수아비에게 다가갔다.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된 허수아비.

부숴버려도 얼마든지 창고에서 보충하면 된다.


“합!”


녀석은 주먹을 꽉 쥐고 허수아비에게 주먹을 날렸다.


- 퍽


그러나, 허수아비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지푸라기 한 올도 날리지 않았다.

녀석은 머쓱한지 어색하게 웃으면서 내 머리를 툭 쳤다.


“일부러 힘 뺐어. 임마.”

“네네...”


이류도 안되어 보이는 실력.

오히려 내가 힘 조절을 잘못하면 바로 죽을 수 있는 녀석이었다.

그러나, 소심한 척 연기하는 나를 보고 녀석은 무용담을 내뱉기 시작했다.


“넌 모르겠지만, 사실 난 사천당가의 비밀 병기야. 막 강시도 잡고 사람도 죽인다니깐.”

“대단하네요.”

“아쉽네. 우리 신입에게 이런 내 무술을 보여주지 못해서...”


녀석은 말을 하면서 서둘러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이 말을 사천당가의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비웃음을 살 것이 분명해보였다.


녀석이 마당 밖으로 나간 후 주변을 살펴보았다.

역시나 이곳은 중앙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에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깨를 풀고 아주 살짝만 힘을 줘서 허수아비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 쾅


허수아비가 주먹에 닿는 순간.

굉음과 함께 허수아비가 먼지로 변해버렸다.

심지어 그 뒤에 벽이 살짝 금이 갔다.

내공을 넣어서 주먹을 날렸다면 일이 커질 뻔했다.


“뭐야?”


소리를 듣고 아까 나간 그 녀석이 돌아왔다.

바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 쓱, 쓱


주변을 빗자루를 쓸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 왜요?”

“아니야... 잘 못 들었나?”


공중에서 지푸라기가 조금씩 휘날렸지만, 녀석이 못 볼 빠른 속도로 하나하나 낚아챘다.

보름 동안 정체를 숨긴 게 물거품이 될 뻔했다.


“근데? 여기 허수아비 있지 않았어?”

“아, 바로 치웠습니다.”


녀석은 고개를 기웃거리면서 다시 마당 밖으로 나갔다.


“분명 소리가 들렸는데...”


녀석이 멀어지자 빗자루를 내려놨다.

이제 슬슬 독룡이 돌아올 시간이 되었다.


#


지금 몸 상태는 매우 좋았다.

아마 같은 절정 고수인 독룡도 이길 수 있을 상태.


심지어 오늘은 구름이 유독 많기에 밤에도 매우 어두울 것이다.

하늘도 내 복수를 도와주지만, 단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사천당가의 후기지수 독룡.

유력한 장문인 후보이기에 형제들 관에 권력 다툼이 심했다.


따라서 독룡은 형제들 얼굴을 보기 싫은지 별채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게다가 그곳은 다른 곳보다 경비가 삼엄하여 유령공으로도 몰래 들어가기 힘들었다.

아무래도 자객들이 자주 고용된 모양이었다.


다만 방법은 있었다.

불을 태워서 주의를 끌거나 아니면 그곳에 청소 담당이 되는 것이다.


음식에 독을 타는 것도 생각했지만, 사천당가에서 독을 쓰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었다.


다만 불을 이용하는 건 너무 흔적이 남으니 독룡의 별채 청소를 담당하기 위해 잠깐 수를 썼다.


“까아악!”


근처 창고에서 여자 비명이 들렸다.

당장 그곳으로 달려가 미리 파둔 벽 문틈으로 안을 바라봤다.


안에서 놀라고 있는 여자애.

별채를 청소를 담당하는 녀석이다.

아마 이렇게 약해 보이는 녀석은 독룡이 이길 수 있다고 고용한 것 같았다.


여자애가 창고로 들어가면 함정을 파서 기절시키고 대신 내가 청소를 하러 갈 속셈이었다.

다만, 뭔가 이상한 놈이 안에 있었다.


“해치지 않아... 이리와...”


아까 나에게 명령했던 감독관이 바지를 내리고 여자애에게 가까이 가고 있었다.

아무리 성격이 더러워도 저렇게까지 극단적이지 않았는데...


“저기.. 괜찮으신 거죠?”

“미..약... 때문에..”


녀석의 눈이 완전히 뒤집혔다.

창고에서 뭘 했는지 몰라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설마?

바지를 내리고 있는 녀석의 뒤쪽을 바라봤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금화.

여자애를 기절시키기 위한 수단이었다.

내 얼굴을 볼 수도 있으니 일부러 설치한 함정인데 거기에 저 감독관이 빠지다니.


게다가 저 금화에 분명 잠이 드는 미혼산(迷魂散)을 발라놓았는데, 녀석은 마치 미약에 취한 듯 보였다.


분명 감독관 저 녀석에게 피곤한 척하면서 잠이 드는 독 종류를 물어봤었다.

그러나, 나를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다른 걸 알려준 모양이다.


잠깐 실수했지만, 결과만 같으면 된다.

어찌 되었든 독룡에 복수만 할 수 있으면...

다만 내 눈앞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건 차마 볼 수 없었다.


“오지마!”

“가지마. 이리와...”


저기에 들어가서 직접 구해주는 전개도 나름 괜찮지만, 얼굴을 남기는 건 싫었다.

계속 모두의 기억에 남지 않게 조용히 있었는데, 이런 곳에서 저 여자를 구해주면 무조건 내가 이곳에 있었다는 것이 알려진다.


“겁내지 마...”


정말 극소량의 독만 발라서 아무리 미약에 취해도 저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워낙 방탕한 생활을 하는 놈이라서 더 적극적인 것 같았다.

일단 다음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았다.


- 팍


문틈 사이로 날린 비수가 정확히 녀석의 요추에 맞았다.

무영대에서 열심히 훈련한 보람이 있었다.

암기도 제법 잘 던질 수 있었다.


“어...”


이미 제정신이 아닌 녀석은 공격을 맞고 앞으로 쓰러졌다.

다만, 녀석의 덩치가 워낙 커서 근처에 있던 여자애 위로 쓰러졌다.


“까악.”


여자애는 너무 놀랐는지 그대로 기절한 것 같았다.


여자애에게는 미안하지만, 저 상태 그대로 발견된다면 사천당가가 한동안 소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천마 신교로 돌아가는 동안 편하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저 녀석들이 기절한 동안 별채에 잠입하면 된다.

과정은 조금 이상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드디어 독룡이 머무는 별채로 들어갈 수 있었다.


#


밤이 되자 바로 몸을 움직였다.

검을 등 쪽에 넣어 보이지 않게 하고 두껍게 옷을 입었다.

그리고, 천천히 독룡이 머무는 별채로 걸어갔다.


“잠깐. 넌 누구지?”


별채 앞을 지키고 있는 독룡이 고용한 문지기들.

침착하자.

자연스럽게 행동하면 넘어갈 수 있다.


“아, 여기 청소 담당이 다쳐서 제가 대신 왔습니다.”


여전히 녀석들은 나를 못 믿는 표정이었다.

이미 이럴 때를 대비하여 준비한 것이 있다.

주머니에서 자루 하나를 꺼냈다.


“여기 일할 때 배고프지 말라고 주먹밥입니다.”


집안일 6년 경력.

오랜만에 사천 당가의 식당까지 들어가서 실력 발휘를 했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주먹밥을 한입 먹은 녀석은 눈이 커지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들어가라. 소리 내지 말고. 도련님 예민하시니깐.”

“감사합니다.”


우물에 독을 푼 녀석을 잡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만약 곤륜의 생존자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배신자가 모습을 감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복수를 위해 이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빗자루를 들고 별채 안으로 들어갔다.

달조차 구름에 가려 빛이 없는 밤.

증거를 남기지 않고 조용히 처리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다.


별채는 총 3층.

꼭대기에 독룡이 있을 것이다.




- 끼익


바람에 의해 창문이 저절로 열렸다.

형제 싸움에 지친 독룡은 굉장히 예민한 듯 보였다.


“누구냐?”


독룡은 검을 집어 들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녀석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기에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넌 누구지? 자객인가?”

“질문은 내가 한다.”


검을 들고 녀석을 위협했다.

어두운 방 안.

내 검이 촛불에 의해 살짝 빛났다.


“뭐, 말하는 자객도 나쁘지 않군. 그래 뭐가 궁금하지?”

“곤륜파 사람들을 죽이는 독을 만든 게 너냐?”


어차피 죽일 거 단도직입으로 말했다.

아니라고 극구 부인할 것 같은 내 생각과 다르게 녀석은 자객 앞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맞아. 내가 그 독을 만들었지. 높으신 분들이 부탁해서 특별히 만들었지.”

“왜 그렇게 당당하지?”


독룡은 의자에 앉아서 등을 벽에 기대고 말했다.


“생각해봐. 어차피 곤륜파가 멸망한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생존자가 있을 리 없어.”


역시 제대로 찾았다.

그동안 하인 노릇을 하며 청소한 보람이 있었다.

내 앞에 있는 녀석이 우리 아버지를 죽인 독을 만든 놈이다.

그때와 다르게 이제는 복수할 힘이 있다.


“무림맹은 내가 독황의 제자로 몇 년을 희생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지. 사실상 무림에서 나를 죽일 녀석 사연을 가진 놈은 아무도 없다는 거야.”


독룡은 썩은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말했다.

녀석의 얼굴에 바로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네놈은 아마 나에게 자격지심을 느끼는 형제들이 고용한 자객이겠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당연하지.”


형제들 간의 싸움이 오히려 내게는 득이 되었다.

이대로 독룡을 죽이면 천마 신교로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 한 번 덤벼라. 우리 형제들이 나를 죽이기 위해 얼마나 돈을 썼는지 내 눈으로 봐야겠다.”


- 팍


녀석이 나에게 날린 날카로운 비수가 벽에 박혔다.

생사관에서도 피해 본 경험이 있었고 암살을 위해 암기를 날려본 입장으로 이런 건 애들 장난이다.

녀석이 날린 비수를 가볍게 모두 피하고 천천히 녀석에게 다가갔다.


“그렇지. 독룡을 잡으려면 이정도 실력자는 고용해야지.”

“그래. 이정도는 해야지. 복수하려면...”


바로 검에서 붉은 검기를 방출했다.

그 모습을 본 녀석은 당황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 꽤 큰돈을 쓴 것 같네... 마교 녀석을 데려오고.”


녀석이 한 말의 반 정도만 맞았다.

큰돈 대신에 8년이라는 시간을 썼다.

오직 복수 하나를 위해.

그리고 그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안 되겠군. 내가 왜 독룡인지 알려주지.”


녀석은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무림맹의 후기지수 중 한 명인 독룡.

그의 실력이 궁금해졌다.


“내 편을 선택하지 않을 걸 후회하게 해주겠다. 젊은 자객이여.”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우면서 속이 메슥거렸다.

독을 쓰는 모습 따위 보이지 않았는데?


“무형독이야. 이런 특이한 독은 만독불침인 사람에게도 통하지. 내게 독 면역을 가진 자객들이 얼마나 많이 왔을 지 생각해봐.”


젠장.

무형독은 살면서 처음 겪어봤다.

우선 유령공으로 숨을 쉬지 않으니 독이 최대한 늦게 퍼지기 시작했다.

이거 잘못하면 복수도 하기 전에 죽게 생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곤륜파 제자가 천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입니다. +4 22.08.05 59 0 -
공지 제목 변경 공지 +3 22.07.28 253 0 -
21 소교주 (2) 22.08.04 221 8 12쪽
20 소교주 (1) 22.08.03 206 10 11쪽
19 천마제 (3) 22.08.02 241 9 12쪽
18 천마제 (2) 22.08.01 253 8 12쪽
17 천마제 (1) 22.07.31 295 10 12쪽
16 수련 (2) 22.07.30 321 10 12쪽
15 수련 (1) 22.07.29 347 8 12쪽
14 첫 복수 (2) 22.07.28 361 9 12쪽
» 첫 복수 (1) 22.07.27 392 8 12쪽
12 무영대 (3) 22.07.26 398 9 12쪽
11 무영대 (2) 22.07.25 431 10 12쪽
10 무영대 (1) 22.07.24 501 8 12쪽
9 생사관의 괴물 (4) 22.07.23 503 8 12쪽
8 생사관의 괴물 (3) 22.07.23 479 11 12쪽
7 생사관의 괴물 (2) 22.07.22 495 10 12쪽
6 생사관의 괴물 (1) 22.07.21 535 9 12쪽
5 5년후 (2) 22.07.20 582 10 12쪽
4 5년후 (1) 22.07.19 630 12 12쪽
3 마교와 손을 잡다 (3) +2 22.07.18 637 12 12쪽
2 마교와 손을 잡다 (2) 22.07.17 710 12 12쪽
1 마교와 손을 잡다 (1) +1 22.07.16 977 1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