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소중한 서재입니다.

곤륜파 제자가 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전역함
작품등록일 :
2022.07.15 10:49
최근연재일 :
2022.08.04 12:21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9,534
추천수 :
209
글자수 :
110,994

작성
22.07.19 15:00
조회
630
추천
12
글자
12쪽

5년후 (1)

DUMMY

“저기 뭐로 드릴까요?”

“그냥 국수 하나.”


시끄러운 객잔의 구석진 곳에 앉아서 주문했다.

수많은 거친 무인들이 모여 밥을 먹고 담소를 나누는 이곳.


여긴 천마 신교의 중심지.

십만대산(十萬大山)의 가장 높은 봉우리로 올라가면 천마가 거주하고 있는 신궁(神宮)이 있다.

그리고 여긴 산 아래에 만들어진 거대한 마을이다.


지난 5년 동안 피가 나도록 열심히 훈련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최근 스승님 상태가 급속도로 안 좋아지셨기 때문이다.


예전에 중독된 극독을 내공으로 막고 있었는데, 내 단전을 치료하기 위해 무리하게 내공 운용을 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그러고도 스승님은 5년이나 아픈 티를 내지 않고 내게 가르침을 주셨다.


물론 신교의 대호법까지 된 스승님이라 운기조식을 하시면서 극독을 버텼지만, 나를 가르칠 정도로 몸이 회복되지 않았다.

스승님은 당분간 해독에만 전념하겠다고 말씀하시고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셨다.


스승님이 없어도 계속 멈추지 말고 강해지기 위해서 스승님께 이야기를 꺼낸 결과. 결국, 이곳에 오게 되었다.


“아니, 그래서 내가 그놈을...”

“형님 이번에...”

“여기 술 한 명 더!”


술을 먹으며 신나게 이야기하는 무인들.

내가 찾아야 하는 사람은 금노인이다.


물을 한잔 마시면서 주위를 살폈다.

2층은 없는 작은 객잔 안에서 금노인으로 짐작 가는 사람은 2명.


먼저 구석진 곳에서 삿갓을 쓴 채로 조용히 국수를 먹고 있는 노인.

뭔가 우리 스승님처럼 은거고수의 분위기를 풍겼다.


다른 한 명은 한가운데 식탁에서 젊은이들과 어울려서 술을 먹고 있었다.

외간으로 봤을 때, 수염이 길다는 것을 제외하면 딱히 특이한 점은 없었다.


이럴 때 좋은 방법이 있다.

목소리에 내공을 담아 크게 외쳤다.


“금노인 나와!”


순식간에 시끄러운 객잔이 조용해지면서 모두가 나를 바라봤다.


“나를 왜 찾지?”


예상외로 삿갓을 쓴 노인이 아니라 젊은이들과 술을 마시던 노인이 말을 걸었다.

일단 무작정 합석해서 노인을 바라보고 말했다.


“금노인. 맞나?”

“그래.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무슨 일로 왔지?”


우선 스승님이 금노인에게 전하라는 전서를 꺼냈다.

전서 내용이 궁금했지만, 절대로 읽지 말라는 스승님의 말씀에 꾹 참고 금노인에게 전해주었다.


“흠...”


금노인은 수염을 만지면서 내가 준 전서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나를 한 번 바라보았다.

아직 13살이기에 나를 무시하는 듯했다.


- 탁


금노인은 갑자기 책상을 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꼬마야 스승을 잘못 둔 죄라고 생각해라.”


금노인은 고개를 좌우로 살짝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본 주변에 있는 무인들이 무기를 꺼내고 내게 점점 다가왔다.


“하아...”


분명 스승님이 단기간에 강해지는 길을 알려주겠다고 전서를 써주셨는데...

옆구리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 들었다.

무인들은 섣불리 공격하지 않았다.


- 끼익


금노인이 문을 열고 객잔을 나가려는 순간.

무인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쳐라!”


10명이나 되는 무기든 무인과 싸우는 건 처음이었지만,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순식간에 사방에서 공격이 날아왔다.


- 쾅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내공을 담은 검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객잔 안에 뿌연 먼지가 가득 차기 시작했다.


“뭐야?”

“아무것도 안 보여.”


혼란에 빠진 무인들.

이렇게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도 이미 몇 차례 훈련한 적이 있었기에 난 상관없었다.

눈감고 스승님에게 목검으로 맞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커억.”


먼지 속에서 검을 들고 멀뚱거리는 녀석을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반응하지 못하고 그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여기다!”

“아니야! 나야.”


아직도 혼란스러운 상황.

이곳은 천마 신교 한복판이기에 힘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

다시 먼지 속에 있는 무인에게 달려들었다.


- 챙


어라?

이걸 반응한다고?

그 순간.


- 휘이잉


누군가 창문을 열었는지 먼지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어떻게 먼지 속에서 검격에 반응할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장님인가?”

“그렇다. 생각보다 목소리가 젊군. 아니 어리다고 해야 할까?”


눈을 감고 있는 중년의 남자.

얼굴에 난 자상을 보니 상당히 오랜 시간 검을 쓴 고수 같았다.


“까아악!”

“도..도망쳐!”


다른 무인과 손님들은 도륙 난 시체와 피를 보고 객잔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 와중에 금노인은 입이 딱 벌어진 채로 문 앞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장님 검객은 검을 내 쪽으로 향하면서 말을 걸었다.


“이름이 뭐지 소년?”

“진홍이라고 합니다.”

“아쉽구나. 고용되지 않았다면 피를 볼 필요가 없을 텐데...”

“앞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피를 봅니까.”


나의 회심의 농담에도 검객은 웃지 않았다.

역시 스승님이 어디 가서 농담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유가 있던 것 같다.

분명 재밌는 농담인데...


“그럼, 간다.”


장님 검객은 정색하며 오히려 화가 났는지 검을 들고 내게 달려왔다.

엄청난 속도.

눈이 안 보이는데, 대체 어떻게 이런 속도로 정확히 공격하는지.


- 챙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객잔 가득 울렸다.

장님 검객의 검술은 쉴 틈 없이 매우 빠르고 날카로웠다.

예전에 스승님과 대련하지 않았다면 진작 저 검에 몸 일부분이 날아갔을 것이다.


“젊은 나이에 대단하군. 일류 고수와 대등하다니.”


13살에 일류 고수와 대등.

물론 지금까지 유례없는 매우 빠른 속도였지만, 화경의 경지인 곤륜파 배신자를 잡기 위해서는 이정도 상대는 이겨내야 한다.


하지만, 잘못해서 팔이라도 날아가면 끝장이다.

오른팔이 날아가도 왼팔로 복수를 하겠지만, 그러면 복수하는데 오래 걸린다.

힘을 최대한 아끼고 싶었지만, 조금은 진지해져야겠다.


- 쾅


“무슨 소리지?”

“그냥 철환이지.”


스승님이 장식용이라고 선물해준 철환을 풀고 바닥에 던졌다.

철환이 워낙 무거워서 그런가?

객잔의 나무 바닥에 박혀버렸다.

수리비 없는데...


일단은 다리 쪽에 있는 철환은 풀지 않고 양팔의 철환만 풀었다.


“철환을 찬 상태로 내 속도에 반응했다고?”


검객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각각 4관이나 되는 철환.

양팔에 달린 철환만 빼도 확실히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후우...”


심호흡하고 내공을 검에 모으기 시작했다.

혈룡신공을 대성했기에 순식간에 많은 양의 내공을 모을 수 있었다.

내공이 검에 모여서 검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토록 뚜렷한 검기라니. 조만간 절정고수가 되겠군.”


저 정도면 앞이 보이는 게 아닐까?

장님 검객도 나를 따라서 검에 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나 또한 최선을 다하지.”


장님 검객 역시 검기를 사용하여 빠르게 끝내려는 듯했다.

잠깐의 침묵을 깨고 검객이 먼저 말했다.


“그럼 내가 먼저 가지.”

“와라.”

“젊은 녀석이 말이 짧군.”


많은 잡배와 싸운 결과.

나를 공격하는 적에게 굳이 높임말을 할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 쾅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는 녀석의 일격을 정면에서 받아냈다.

엄청난 굉음이 객잔 안에 울려 퍼졌다.

검기를 담은 서로의 검이 맞댄 상태.

강한 충격이 밀려와서 뒤로 넘어질 것 같았다.


“쳇.”


충격 때문에 뒤로 밀린 검객은 아주 잠깐 불안정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손가락이 부서질 것 같은 충격에도 검을 놓지 않고 빠르게 반격을 시도하여 녀석의 복부 쪽을 노렸다.


“흡!”


장님은 급한 대로 검을 자기 가슴 쪽으로 올려서 검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내공을 가득 실은 검은 불안정한 자세로 막을 수 없다.


- 쨍강


검기가 없는 검객의 검이 부서졌지만, 그럼에도 나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 콰직


검객의 갈비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그리고 그대로 검객의 몸은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확실히 철환을 빼면 몸이 훨씬 강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커억. 내가 졌다.”


장님은 피를 토하면서 겨우 말했다.

아마 부서진 갈비뼈가 폐를 찌르면서 점점 숨쉬기 힘들 것이다.


“이제 이런 낭인 생활도 끝이군. 검기에는 그 사람에 인생이 보인가는 소문이 있던데...”


처음 들어본 이야기다.

스승님도 이런 이야기를 꺼낸 적 없다.

고작 검기 색으로 인생을 판단하다니.

별로 믿을 만한 정보는 아니었다.


“앞이 보이지 않아서 그런데, 자네의 검기는 무슨 색이지?”

“붉은색.”


보통 마교의 검기 색은 묵색이 많다,

그런데 혈룡신공 심법을 배워서 그런가?

특이하게도 내 검기는 피처럼 붉은색이었다.


“혈룡인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면서 어디까지 올라가려고 하는 건가...”

“딱히 높이 올라갈 생각은 없는데, 단지 복수를 하기 위해 높이 올라가야 한다면...”

“어린놈이 어떤 사연이 있는지 궁금하긴 하군.”


- 퉤


장님 검객은 바닥에 피를 뱉으며 어느새 코 앞까지 다가온 금노인을 바라봤다.

분명 앞이 보는 것이 분명했다.


“어이 금씨.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됐어. 그런 눈으로 고생했다.”


갑자기 무슨 신파극인가.

어떤 사연이 있는지 별로 궁금하지 않았기에 바닥에 떨어진 철환이나 다시 착용했다.


장님 검객과 작별인사를 한 금노인은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검을 빼 들고 복수할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그는 가만히 서 있었다.


“내가 졌네. 아무래도 책사 직에서 은퇴해야겠군. 과소평가해서 좋은 낭인을 죽게 만들다니.”


소름이 돋았다.

자신이 측근이 죽은 상황에서 냉정하게 자신의 잘못을 판단하고 있었다.

이 사람은 심장이 뛰지 않는 건가?


“그 어린 나이에 이런 무술이라니.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짐작하기도 힘들군.”

“과찬입니다.”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는지 기대가 되네. 그놈이 어디서 이런 괴물을 주웠는지.”


금노인은 궁시렁거리면서 아까 준 전서를 꺼내 들었다.


“그 재수 없는 녀석의 전서대로 하지. 잠시 여기서 기다려라.”

“어... 잠깐만요.”

“왜지?”


완전히 망가진 객잔.

내겐 이곳을 수리할 돈 따위 없다.

게다가 금노인 측이 먼저 달려든 건 아닌가.


아무 말 하지 않고 팔을 벌린 채 가만히 서 있으니 눈치 빠른 금노인이 미간을 만지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알았다. 여기 수리비는 내가 전담하도록 하지. 어차피 돈은 차고 넘치니.”


노인은 금 두 덩이를 내게 던졌다.

영감님의 씀씀이가 아주 시원시원했다.


“저기...”


금노인이 사라지니 망소이가 말을 걸었다.


“왜죠?”

“저 금노인이라는 분은 신교의 유일한 책사라서 저희가 감히 그분의 돈을 받을 수 없습니다. ”


높은 직위의 사람이 주는 돈은 받을 수 없다?

참 피곤하게 산다.


“그냥 받아.”

“안됩니다. 만약 돈을 받은 게 퍼지면 이곳은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을 것입니다.”


무슨 단체로 금노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객잔에서 패싸움이 열리기라도 하나?

금자 두 덩이를 망소이에게 쥐여주면서 주방에 있는 주인장을 바라봤다.


“여기 맛좋은 고기를 넣은 국수랑 만두 추가요. 대략 금자 두 덩이 정도의 양으로 잔뜩 주세요.”


잠시 후.

웃고있는 주인장이 새로 만든 푸짐한 진수성찬을 망가진 식탁에서 신나게 먹고 있을 때, 금노인이 객잔 안으로 들어왔다.

희한하게도 그토록 당당하던 기세는 어디 가고 각이 잡힌 모습으로 내게 걸어왔다.

그리곤, 진지한 표정과 중저음으로 말했다.


“교주께서 공자를 부르십니다.”


천마 신교의 교주라고 하면 천마.

강해지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대체 스승님이 전서에 뭐라고 쓰셨기에 천마가 나를 왜 찾는 거지?


작가의말

4관은 15kg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곤륜파 제자가 천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입니다. +4 22.08.05 59 0 -
공지 제목 변경 공지 +3 22.07.28 253 0 -
21 소교주 (2) 22.08.04 222 8 12쪽
20 소교주 (1) 22.08.03 206 10 11쪽
19 천마제 (3) 22.08.02 241 9 12쪽
18 천마제 (2) 22.08.01 253 8 12쪽
17 천마제 (1) 22.07.31 295 10 12쪽
16 수련 (2) 22.07.30 321 10 12쪽
15 수련 (1) 22.07.29 347 8 12쪽
14 첫 복수 (2) 22.07.28 361 9 12쪽
13 첫 복수 (1) 22.07.27 392 8 12쪽
12 무영대 (3) 22.07.26 399 9 12쪽
11 무영대 (2) 22.07.25 431 10 12쪽
10 무영대 (1) 22.07.24 501 8 12쪽
9 생사관의 괴물 (4) 22.07.23 504 8 12쪽
8 생사관의 괴물 (3) 22.07.23 479 11 12쪽
7 생사관의 괴물 (2) 22.07.22 495 10 12쪽
6 생사관의 괴물 (1) 22.07.21 535 9 12쪽
5 5년후 (2) 22.07.20 583 10 12쪽
» 5년후 (1) 22.07.19 631 12 12쪽
3 마교와 손을 잡다 (3) +2 22.07.18 637 12 12쪽
2 마교와 손을 잡다 (2) 22.07.17 710 12 12쪽
1 마교와 손을 잡다 (1) +1 22.07.16 978 1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