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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님의 서재입니다.

요정 공주는 현대시대에서 평온하게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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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작품등록일 :
2023.06.01 08:44
최근연재일 :
2023.06.1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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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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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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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 요정의 놀이터 (3)

DUMMY

저녁 7시. 식사를 마친 에리아는 거실의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완성된 그네를 빤히 바라본다.


"여기에 놓여있는 것을 보니 왠지 좀... 황량한 느낌이 들어.“

"임시로 놓은 것일 뿐이야. 너무 신경 쓰지 마. 다른 놀이기구 몇 개 더 만든 다음에는 적당한 위치에 모아서 배치하면 그런대로 놀이터처럼 보일 거야.“


아무것도 없는 거실의 한가운데에 놓아둔 그네를 보고 투덜대듯이 말하는 에리아의 말을 들은 서지우는 '여기 한가운데는 좀 그렇군.'이라고 생각하며 그네의 네 기둥에 걸쳐 있는 중심 기둥을 살며시 잡아 들어 올린 후 벽 쪽으로 걸어간다.


"책상에 놓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흠... 좀 거슬리긴 하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해 둘까...“


에리아가 다소 우회적으로 요구하는 말을 꺼내자 서지우는 책상을 한번 둘러본 후 수락하는 의사를 전달한다. 시야에 거슬릴 것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그네 하나에 한해서는 안 될 것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그네는 책상 위의 PC와 모니터와 약간의 거리를 둔 장소에 놓여지게 되었다.


"응~ 좋아. 지금 타 봐도 돼?“

"... 어. 타 봐.“


'설마 에리아 혼자 타는데 무너지거나 흔들리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하며 허락하는 서지우의 말에 에리아는 즉시 목재를 가공해서 만든 그네 위에 올라탄다. 양쪽에 연결되어있는 운동화 끈이 상단의 기둥에 단단히 고정되어있는 형태의 그네 위에 올라탄 에리아는 즉시 놀이터에서 자신이 봤던 기억을 회상하며 다리를 책상 위에 댄 후 신체를 뒤로 뻗어 흉내 내기 시작한다.


"이렇게... 맞지?“

"응.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때는 앞으로 몸을 기울이고 뒤로 나갈 때는 뒤로 기울이는 것을 반복하면 스스로 더 멀리 나가게 할 수 있어.“


자그마한 요정 소녀가 자신이 만든 그네를 타는 모습을 보며 서지우는 '나름 고생해서 만든 보람이 있네.'라는 생각이 담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재미있네. 만들어달라고 하길 잘했어.“

"아마 같은 것만 타다 보면 그 재미도 점차 줄어들 거야. 그러니 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다른 놀이기구도 천천히 만들어 나가야지.“

"무리하지는 말라구. 어디까지나 시간이 있을 때 하는 정도만 해. 당신이 지치는 것은 나도 사양이야.“


자신을 걱정하는 말을 꺼내는 에리아에게 서지우는 미소 짓는 표정을 유지한 채 고개를 끄덕인다. '얘가 내 걱정을 다 하네.'라는 생각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서지우를 보던 에리아는 피식 웃으면서 앞뒤로 움직이는 그네에서 느껴지는 재미를 즐기기 시작한다.


#


7시 23분경. 잠시 화장실에 갔다 온 서지우는 두 눈을 끔뻑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마주했다.


"이거, 꽤 재미있네요.“

"... 레스 씨. 언제 오셨나요?“ "방금 왔어. 인간계로의 출구를 아예 거실 안으로 설정하고 왔다더라구.“


책상 위에 놓아둔 그네를 타고 있는 진한 갈색 머리카락의 메이드 요정의 모습에 어이없음을 느끼는 서지우였지만, 순식간에 평정심을 되찾는 것과 동시에 인사말을 전달한다. 어떤 징조도 없이 방문한 것에 대해 설명하는 에리아의 말을 듣고서야 서지우는 그나마 납득이 가는 것을 느낀다.


"공주님께 들었어요. 이거, 서지우 씨 혼자서 만드셨다면서요? 손재주가 좋으신 것 같네요.“

"오히려 침대보다 쉬운 편이었습니다. 침대보다 크기만 컸지, 세세한 가공은 원형으로 다듬는 것 외에는 없었거든요.“


앞뒤로 오가는 그네 위에 타고 있는 레스의 질문에 서지우는 과찬이라는 의미를 담아 대답한다. 앞뒤로 오가는 그네 옆에서 레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에리아 역시 '별로 어려운 것은 아니었을 거야.'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레스. 요정의 숲에는 왜 이런게 없는 거야? 서지우가 만드는 것을 보니 별로 어려울 것 같지는 않던데. 기술자만 좀 동원하면 금방 만들 수 있지 않아?“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기에, 저에게 물으셔도 대답할 수 없어요. 놀이기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요정의 숲에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저도 지금 여기서 처음 보는 걸요.“


레스의 대답에 서지우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변경한다. '유년기에는 노는 시간도 중요하다는 것을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놀이기구라는 개념이 없을 뿐이었군.'이라는 생각으로. 그리고 생각한 것보다 큰일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다.


"즉, 놀이기구라고 하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군요.“

"예. 그렇죠.“

"그러면 서지우가 만든 놀이기구를 요정의 숲에서 지내는 다른 요정들이 보고 비슷하게, 아니면 똑같이 만들면 그걸로 노는 것은 괜찮다는 거지?“


자신이 아는 것이 정확하지는 않았음을 파악한 에리아는 레스를 보며 질문한다. 어떻게든 다른 요정에게 보여주기만 한다면, 요정의 숲에도 놀이기구라는 것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품으며.


"흠, 확신은 어렵지만, 흥미를 갖게 할 수는 있겠군요. 하지만 그렇게 되는 과정에서 요정 중 일부가 인간계에 흥미를 갖게 되겠죠.“

"에... 서지우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는 의미지?“

"거의 그렇게 될 거라고 봐요.“


'요정의 숲에 놀이기구가 만들어지게 하는 과정에서 서지우의 인간계에 흥미를 품은 요정이 서지우의 집에서 지내려고 할 수도 있다.'라는 의미가 담긴 레스의 말에 에리아는 서지우에게 시선을 돌리는 행동을 취한다.


"그래도 돼? 서지우?“

"뭐, 언젠가 벌어질 일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으니 상관은 없는데... 당장은 보여주려고 하지 마. 아직 침대도 준비 안 되었는데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잖아?“


요정의 숲에 놀이기구가 생기길 바라는 에리아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서지우이기에 거절의 의사는 밝히지는 않는다. 그저 천천히, 신중하게 생각하자는 의사를 전달할 뿐이다.


"당장에라도 보여주고 싶은데...“

"섣부른 행동에 따른 부작용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신중히 행동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저 역시 요정의 숲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면, 서지우 씨의 의견에 동의하겠어요.“

"파장?“


그네를 통해 재미를 느끼면서도 진지하게 말하는 레스의 모습에 에리아는 도무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내보이며 질문한다. 놀이기구를 보여주는 것을 통해 요정의 숲에 미칠 파장이 있는지조차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물은 항상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어요. 본디 요정술이 별로 발전하지 않았을 때 급격한 요정술의 발전 역시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 모두를 가져왔죠. 인간계의 놀이기구라는 것이 요정의 숲에 알려지는 것 역시 새로운 문물이 전달되는 것과 다르지 않은 만큼,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를 모두 다 불러일으킬 거라고 봐요.“

"일리 있는 말입니다. 지나치게 놀이기구를 즐기는 요정이 있을 수 있죠. 해야 할 일을 망각한 채 그저 재미있는 시간만을 추구하는 케이스는 인간에게서도 흔하게 보이니까요.“

"... 요정술이나 체력 단련 같은 것을 하지 않고 놀이기구만 즐길 수 있다는 말이구나.“


레스의 의견에 서지우가 수긍하고, 그 말을 통해 간략하게 정리를 마친 에리아의 말에 레스 및 서지우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정확하게 핵심을 꿰뚫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질문드립니다만, 공주님. 체력 및 요정술의 단련은 하고 계시나요?“

"...“


레스의 질문에 에리아는 입을 꾹 다문 채 벽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할 말이 없는 상황에서 에리아가 자주 사용하는 상황 모면 방법임을 레스와 서지우 모두 잘 알고 있다.


"... 인간계에 흥미를 보이시고, 요정의 숲과 인간계의 가교 역할을 해 주시는 것은 의미있는 행동이라고 판단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체력의 단련은 잊지 말아주세요. 요정술의 단련까지는 안 바랄 테니까요.“

"알았다구... 서지우. 체력 단련할 때 도움이 되는 것도 만들어 줘.“

"...“


너무도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부탁하는 말을 꺼내는 에리아의 모습에 서지우는 '런닝머신이라도 만들어주면 도움이 되려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직접 만들기 위해서는 찾아야 할 정보 및 수집해야 할 재료가 적지 않겠기에, 진짜로 만들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 이전에 만들어야 할 것이 이미 쌓이고 쌓였으니 당연하다.


"지나치게 서지우 씨에게 의지하기보다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체력 단련 방법을 생각하고 실천하도록 하세요.“

"... 알았어.“


서지우에게 부탁하는 에리아의 말에 레스는 타이르는 투로 스스로 하라는 의미를 전달한다. 두 요정의 대화에 서지우는 피식 웃으면서 자신의 의자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서지우 씨. 공주님께 들은 말대로면, 다른 놀이기구도 더 만들 생각인가요?“

"예.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에리아 외 다른 요정도 여기에서 지낼 생각인 것 같으니, 미리 필요한 준비는 해두려고 합니다.“

"... 송구한 마음이지만, 알겠습니다. 모쪼록 부탁드리겠습니다. 별다르게 보상해 드릴 것은 없긴 하지만, 혹시 원하시는 것이 있으시면 알려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보상'이라는 단어가 담긴 레스의 말에 서지우는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단 한 번도 보상을 바란 적은 없기 때문이다.


"전 그저 목공예품을 만드는 연습의 일환으로 만들고 있을 뿐이에요. 보상이나 대가 같은 것은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어요.“

"... 일종의 수양의 일환... 인 건가요?“

"넓게 보자면 그렇지만... 글쎄요, 수양까지 생각할 정도인지는 모르겠네요.“


'그저 연습이라고 했을 뿐인데.'라고 생각하며 난해하다는 의미를 담아 대답하는 서지우에게 레스는 자신이 실언을 했음을 파악한다.


"죄송합니다. 다소, 맞지 않는 어휘를 사용했습니다.“ "괜찮아요.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어디까지나 제가 원하는 것을 위주로 만들 생각이에요. 아무리 에리아가 만들어 달라고 해도 만들면 안 되겠다 싶은 것은 만들지 않을 생각이니, 안심하셔도 되요.“

"엑...“


사죄하는 의미를 전달하는 레스에게 서지우는 에리아를 흘겨보며 선언조의 말을 꺼낸다. 그 말에 에리아는 화들짝 놀라 당황하고, 레스는 씨익 웃는 표정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반응을 보인다.


"그렇군요. 그래도, 모쪼록 놀이기구는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이미 공주님과 약속이 되었으니 무르지는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예. 그건 약속했으니, 만들어야죠.“


레스의 부탁에 서지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에리아 역시 서지우의 반응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적어도 놀이기구는 꼭 만들어 주겠다는 대답을 들은 셈이기에, 그쪽에 한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다만, 체력 단련에 도움이 될 물건은 만들 생각이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스스로 체력을 단련할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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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 변화의 전조 23.06.14 9 0 11쪽
24 24화 – 세 번째 요정 (3) 23.06.13 10 0 12쪽
23 23화 – 세 번째 요정 (2) 23.06.13 10 0 12쪽
22 22화 – 세 번째 요정 (1) 23.06.11 13 0 12쪽
21 21화 – 두 번째 놀이기구를 만들자 (4) 23.06.11 10 0 11쪽
20 20화 – 두 번째 놀이기구를 만들자 (3) 23.06.10 14 0 12쪽
19 19화 – 두 번째 놀이기구를 만들자 (2) 23.06.10 10 0 12쪽
18 18화 – 두 번째 놀이기구를 만들자 (1) 23.06.09 17 0 12쪽
17 17화 – 요정과 인간의 산책 (2) 23.06.09 9 0 12쪽
16 16화 – 요정과 인간의 산책 (1) 23.06.08 12 0 11쪽
15 15화 – 붉은 머리카락의 요정 (3) 23.06.08 13 0 12쪽
14 14화 – 붉은 머리카락의 요정 (2) 23.06.07 11 0 12쪽
13 13화 – 붉은 머리카락의 요정 (1) 23.06.07 15 0 12쪽
» 12화 – 요정의 놀이터 (3) 23.06.06 15 0 11쪽
11 11화 – 요정의 놀이터 (2) 23.06.06 15 0 12쪽
10 10화 – 요정의 놀이터 (1) +2 23.06.05 18 0 12쪽
9 9화 - 최고위 메이드 요정의 방문 (2) 23.06.05 13 0 12쪽
8 8화 – 최고위 메이드 요정의 방문 (1) 23.06.04 16 0 12쪽
7 7화 - 요정의 인간 대학 탐방 (2) 23.06.04 15 0 12쪽
6 6화 – 요정의 인간 대학 탐방 (1) 23.06.03 24 0 12쪽
5 5화 - 요정과 청년의 외출 (2) 23.06.03 18 0 13쪽
4 4화 – 요정과 청년의 외출 (1) 23.06.02 24 0 11쪽
3 3화 – 요정과 인간 (3) 23.06.02 21 0 13쪽
2 2화 – 요정과 인간 (2) 23.06.01 24 0 13쪽
1 1화 – 요정과 인간 (1) 23.06.01 5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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