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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님의 서재입니다.

요정 공주는 현대시대에서 평온하게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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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작품등록일 :
2023.06.01 08:44
최근연재일 :
2023.06.1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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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34

작성
23.06.0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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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요정과 청년의 외출 (1)

DUMMY

“...”


토요일 아침 8시 30분. 식사를 마친 에리아는 서지우의 책상과 마주한 벽에 기대어 앉은 채로 TV의 화면을 주시하고 있다.


"따분해 보이는데?“

"우응... 굳이 말하자면.“


옆에서 PC의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던 서지우의 질문에 에리아는 입을 삐죽 내밀면서 긍정하는 대답을 꺼낸다. TV에서 나오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으로 심심함을 해소하고 있긴 하지만, 따분하다는 느낌도 완전히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도 바쁘잖아? 과제, 다 안 끝난 거 아니야?“

"어제 다 끝냈지.“

"에!?“


금요일인 어제 하루 종일 도면을 그리고 문서를 작성하느라 바쁘게 지내는 서지우의 모습을 통해 오늘도 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 에리아에게 서지우의 대답은 흡사 속아버린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아니면 내가 어제 왜 그렇게 바쁘게 했겠냐?“

"그렇구나... 그러면 밖에 나가자. 계속 여기에서만 있었더니 갑갑해.“

"어제도 말했을 텐데? 정 밖에 나가고 싶으면 혼자 가도 상관없다고.“


자신이 부탁하는 말에 대한 서지우의 대답에 에리아는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이왕 함께 지내고 있으니 같이 나가고 싶은 거지.'라고 생각하며 불만 섞인 표정으로 서지우와 마주본다.


"... 하지만, 그렇게 보고 있는 표정을 보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대충 알겠군.“

"알면 같이 나가자. 나 혼자서만 나가는 건 조금 위험할지도 모른다구.“

"인간계를 몇 달이나 관찰해왔다는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볼멘소리로 부탁하는 에리아를 빤히 바라보던 서지우는 '별 수 없지.'라고 생각하며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선다. 그 행동에 에리아는 반색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날아올라 서지우의 어깨 위에 앉는다.


"그런데, 어디 가는 거야? 내가 나가자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나가는 건 아니지?“

"식자재 마트. 내일 아침 식사에 쓸 찬거리를 사 둬야 해서. 오전에 나가는 것이 오후에 가는 것보다 여러모로 편할 거야.“


서지우의 대답에 에리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내일 아침에 쓸 것이지만, 오늘 미리 사 두는 거구나.'라고 이해하면서. 요정 소녀가 자신의 어깨 앉아있는 것을 흘끗 보던 서지우는 '조금 불편하겠지만, 스스로 앉은 것인 이상 내가 신경 써주지 않아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책상 위에 놓아 둔 스마트폰 및 지갑을 입고 있는 면바지의 양쪽 주머니에 나눠서 담는다. 별로 멀지 않은 위치에 있기에, 현재 입고 있는 티셔츠 및 면바지를 그대로 입은 채 나가도 별일 없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외출을 위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


"봄의 비는 생명을 일깨우는 전조라고 하던데, 서지우는 어떻게 생각해?“

"... 틀린 말은 아니지."


말끔하게 개어있는 하늘 아래 걷고 있던 서지우는 바닥에 고여있는 빗물을 보며 묻는 에리아의 질문에 다소나마 긍정하는 의미를 전달한다. 실제로 봄에 내리는 비는 온갖 식물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여름의 장마나 가을의 늦은 비보다는, 생명의 성장에 도움이 될 테니까.“

"응~ 맞아.“


서지우의 부연설명에 에리아가 수긍하는 반응을 보인다. 인간 남성의 어깨에 앉은 채 주변을 둘러보는 것은 처음 해 보는 경험이기에 뭔가 신기하다는 생각을 품으면서도, 인간계의 풍경을 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노파심에 묻는 건데, 다른 인간은 너를 볼 수 없는 거, 맞지?“

"응. 그저께 서지우에게 보였던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어. 지금은 은신술을 제대로 걸어두었으니 서지우 외 다른 인간에게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을 거야.“


'별로 상관은 없지만.'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걱정하는 투로 묻는 서지우의 질문에 에리아는 '오늘은 딱히 자신을 방해했을 만한 요정과 만난 것도 아니니까.'라고 생각하며 대답한다. 그러나 그 덕분에 신뢰할 수 있는 협력자를 만난 것임을 알기에 조금은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 생각해보니 이상한데, 그 은신술이라는 요정술을 썼는데 왜 나는 네가 잘 보이는 거야?“

"서지우가 나하고 접촉해 있는 동안에 사용했으니까. 접촉해 있는 대상에게는 소용없거든.“


에리아의 대답에 서지우는 '그렇군.'이라고 생각하며 수긍한다. 제한이 있다는 면에서 다소 나사가 빠진 마법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제한사항도 사용하기에 따라 유용하게 활용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던 도중, 맞은편에서 두 명의 인간이 걸어오는 것을 포착한다.


"저 둘이 나를 보고 그냥 지나치면 은신술이 제대로 걸려있다고 봐도 될 거야.“

"그렇겠군.“


성인 남성과 성인 여성이라고 예측되는 두 인간의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게 살짝 오른쪽으로 치우친 채 걸어가는 서지우는 남성과 여성이 자신을 지나치는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잘 걸려있나 보네.“

"응. 그래도, 보는 시선이 있을 때는 대화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서지우가 혼잣말하는 것으로 보일 테니까.“


에리아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공감하는 반응을 보인 서지우는 '사실 혼자 생각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 별 상관은 없지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괜히 이상하게, 혹은 수상하게 보일 필요는 없기에, 에리아와의 대화는 보는 시선이 없을 때만을 잘 골라서 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다.


"아, 맞아. 서지우의 집의 2층에는 뭐가 있는 거야?“

"... 그냥 창고야. 내가 지내는 공간은 1층으로 한정해 두어서, 2층은 별로 오갈 일도 없어. 가끔 청소는 하고 있지만.“

"아항...“


갑작스레 떠오른 의문을 묻는 에리아에게 서지우는 약간 줄어든 목소리로, 하지만 명확하게 들을 수 있게끔 대답한다. 그리고 그 대답에 에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의문을 느낀다. 더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왜 사용하지 않는가에 대해서.


"2층에는 왜 안 가는 거야?“

"갈 필요가 없으니까. 작업실도, 책상과 PC 및 스피커도. 식사를 위한 주방도 1층에 다 있는 이상, 굳이 2층까지 갈 필요가 없거든.“

"... 내가 관찰해 온 바로는, 인간은- 아아... 맞아. 서지우는 혼자서 지내니까 그런 거구나...“


'자신이 아는 바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라고 말하려던 에리아는 보통의 인간과 자신이 관찰한 인간의 가장 큰 차이를 파악한다.


"맞아. 혼자서 지내는 이상, 굳이 많은 공간을 활용할 필요는 없는 거지. 정말, 아버지가 괜히 2층짜리 주택에서 자취하라고 하셔서...“

"...“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는 서지우의 얼굴로 시선을 돌린 에리아는 '원망할 일은 아니라고 봐.'라고 생각한다. 자신 역시 아버지가 있는 만큼, 서지우의 아버지가 서지우에게 최대한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한 결정을 내렸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어떻게든 사용하라는 의미였을 거야.“

"쓸 건덕지가 없어. ... 굳이 쓰려면, 목공예품을 보관하는 장소로는 쓸 수 있겠지만 그렇게 많이 만들 생각도 없고.“


투덜대는 서지우의 반응을 보며 에리아는 '진짜 없으려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도중, 한 가지 수단을 떠올린다.


"정 사용할 일이 없으면, 나 외의 다른 요정이 서지우의 집에 왔을 때 지낼 수 있는 공간으로 써도 돼?“

"... 너 외의 다른 요정이 또 온다고?“

"어, 그게...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 인간의 명언 중에 그런 것도 있잖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였나? 그런 말.“


어이없다는 투로 묻는 서지우에게 에리아는 상당히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되도 않는 말을 꺼낸다. 그나마 에리아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서 꺼낸 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 서지우는 그럭저럭 파악해 낸다.


"그 말은 이런 상황에 쓰는 말은 아니야. 어쨌거나,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일이지만 미리 대비해 두자, 그런 말이지?“

"응. 응. 맞아."


자신의 전달이 잘못되었음에도 어떻게든 이해해 주는 서지우를 에리아는 '역시 협력자를 잘 만났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품는 에리아를 서지우는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두어 번 고개를 끄덕이는 반응을 보인다.


"어차피 난 쓸 일 없을 테니, 그렇게라도 쓰던지. 마음대로 해.“

"... 미래는 모르는 거라구.“

"그것도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쓸 일 없어. 그건 확실해.“


서지우의 허락을 받았음에도, 에리아는 뭔가 석연치 않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서지우가 앞으로 계속 목공예품을 만든다면 서지우의 집의 2층을 활용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그 전에, 자신 외의 다른 요정이 과연 인간계로 넘어올 지에 대해서도 섣불리 결론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자신이 봐 온 바에 따르면 자신 이상으로 인간계에 흥미를 가진 요정은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으니까.


#


"우와... 이게 다 인간이 사용하는 식자재야?“

"난 거의 안 쓰는 것도 있지만, 누군가는 사용하는 식자재겠지.“


식자재 마트 내부. 8시 50분을 조금 넘어 도착한 서지우와 에리아의 시야에는 수많은 식자재 및 그 식자재를 구입하려는 소수의 손님, 그리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식자재 마트의 직원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에리아 너, 고기가 좋냐? 채소가 좋냐?“

"어느 쪽도 안 가리고 먹어. 쓴맛만 아니면."


함께 식사했던 경험이 없지는 않지만, 명확하게 알아두자는 생각에 질문하는 서지우에게 에리아는 다소 논점이 빗나간 대답을 꺼낸다.


"쓴맛은 나도 별로라서 상관없는데, 그럼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말고 적당하게 사야겠군.“

"응. 균형 잡힌 식사가 중요하니까.“


'고기만 사라고 고집부리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니어서 다행이군.'이라고 생각하며 서지우는 채소가 진열된 매대 쪽으로 걸어간다.


"그런데 아무거나 사는 거야?“

"내가 주로 구입하는 채소는 정해져 있어. 그리고 대개 그 채소를 벗어나지 않아.“

"음... 뭔가 다른 의미의 편식 같기도 하네...“


서지우의 대답에 에리아는 '그것도 일종의 편식 아니야?'라고 생각하지만, 서지우는 고기와 채소를 함께 먹는 선을 유지한다면 편식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 뭐, 됐어. 내가 구입하는 것도 아닌 이상, 서지우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맞는 거겠지. 난 얹혀 사는 입장이기도 하고.“

"뭔가 자책하듯이 말하는 것 같은데...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응. 그냥 내 생각일 뿐이야.“


중얼대듯이 말하는 에리아의 모습에 서지우는 미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포석을 까는 말을 꺼낸다. 그러나 에리아는 그저 자신의 생각이었음을 확실하게 전달함으로써 서지우가 오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끔 조치한다. 그 덕분에 서로에게 어떠한 악감정도 품지 않게 된 두 명은 채소가 진열되어있는 매대를 주시하며 계속 걸음을 옮겨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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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 공주는 현대시대에서 평온하게 지내고 싶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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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 세 번째 요정 (3) 23.06.13 11 0 12쪽
23 23화 – 세 번째 요정 (2) 23.06.13 10 0 12쪽
22 22화 – 세 번째 요정 (1) 23.06.11 13 0 12쪽
21 21화 – 두 번째 놀이기구를 만들자 (4) 23.06.11 11 0 11쪽
20 20화 – 두 번째 놀이기구를 만들자 (3) 23.06.10 15 0 12쪽
19 19화 – 두 번째 놀이기구를 만들자 (2) 23.06.10 10 0 12쪽
18 18화 – 두 번째 놀이기구를 만들자 (1) 23.06.09 18 0 12쪽
17 17화 – 요정과 인간의 산책 (2) 23.06.09 9 0 12쪽
16 16화 – 요정과 인간의 산책 (1) 23.06.08 12 0 11쪽
15 15화 – 붉은 머리카락의 요정 (3) 23.06.08 14 0 12쪽
14 14화 – 붉은 머리카락의 요정 (2) 23.06.07 12 0 12쪽
13 13화 – 붉은 머리카락의 요정 (1) 23.06.07 17 0 12쪽
12 12화 – 요정의 놀이터 (3) 23.06.06 15 0 11쪽
11 11화 – 요정의 놀이터 (2) 23.06.06 16 0 12쪽
10 10화 – 요정의 놀이터 (1) +2 23.06.05 21 0 12쪽
9 9화 - 최고위 메이드 요정의 방문 (2) 23.06.05 14 0 12쪽
8 8화 – 최고위 메이드 요정의 방문 (1) 23.06.04 17 0 12쪽
7 7화 - 요정의 인간 대학 탐방 (2) 23.06.04 15 0 12쪽
6 6화 – 요정의 인간 대학 탐방 (1) 23.06.03 25 0 12쪽
5 5화 - 요정과 청년의 외출 (2) 23.06.03 19 0 13쪽
» 4화 – 요정과 청년의 외출 (1) 23.06.02 26 0 11쪽
3 3화 – 요정과 인간 (3) 23.06.02 22 0 13쪽
2 2화 – 요정과 인간 (2) 23.06.01 25 0 13쪽
1 1화 – 요정과 인간 (1) 23.06.01 5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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