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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님의 서재입니다.

요정 공주는 현대시대에서 평온하게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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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작품등록일 :
2023.06.01 08:44
최근연재일 :
2023.06.1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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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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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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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 최고위 메이드 요정의 방문 (2)

DUMMY

"어디에나 쓰이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요정술도 필요한 곳은 있었군요.“


거실의 책상 위. 작게 만든 서지우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동영상을 보는 에리아의 행동에 레스는 놀랍다는 표정을 한 채 빤히 바라보고 있다.


"인간계에서 지내려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서 배운 거야. 애초에.“

"즉, 요정술을 배울 때부터 인간계에서 지낼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의미인가요?“

"그래. 언젠가는 그러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 덕분에 지금 서지우와 함께 지내고 있는 거고.'라고 생각하며 스마트폰의 화면을 주시하고 있는 에리아를 PC의 모니터를 주시하던 서지우가 흘끗 시선을 돌려서 바라본다.


"... 에리아. TV는 안 볼 거지?“

"응. 별로. 이게 더 재미있어.“


에리아의 대답에 서지우는 '그럼 TV는 레스 씨가 보게 하면 되려나?'라고 생각한다. 체격이 작은 요정이라고는 해도 나이로 치면 자신보다 많기에 존중하는 의미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TV의 리모컨을 레스에게 내보인다.


"이것은 뭔가요?“

"TV 리모컨. 전원이라고 써 있는 버튼 누르면 TV를 켤 수 있는 거야.“


건넨 것은 서지우지만, 설명하며 전원 버튼을 누르는 것은 에리아다. 그리고 곧 TV가 켜지고 사막여우가 움직이는 모습이 TV의 화면에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동물에 관한 프로그램이니 당연하다.


"여우... 로군요.“

"응. 내가 아침에 잠깐 동물 프로그램을 보다가 껐거든. 다른 거 보고 싶으면 채널을 바꾸는 버튼을 누르면 돼.“


지극히 대충 설명하는 에리아의 행동에 서지우는 '그 정도로 설명한다고 이해하시겠냐?'라고 생각하면서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레스가 직접 묻기 전에는 딱히 가르쳐 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납득하기는 어렵지만... 그러니까 이것을 누르면 된다는 것이죠?“

"응~“


책상 위에 놓인 리모컨의 채널 버튼 근처로 걸어간 레스는 TV의 화면을 주시한다. '생각해 보니 굳이 다른 것을 볼 필요는 없겠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른 거 안 보게?“

"예. 굳이... 일단은 조금 더 지켜볼게요.“

"응. 그래도 되고.“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동물에 관한 프로그램을 잠시 레스와 함께 지켜보던 에리아는 이내 다시 스마트폰의 화면으로 시선을 돌린다. TV에서 방영 중인 프로그램과 비슷한 부류의 영상이 재생되고 있지만, TV에서 보이는 여우보다는,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펭귄 쪽에 조금 더 흥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요정이 각각 TV와 스마트폰에 시선이 집중되어있는 것을 확인한 서지우는 '당분간은 이대로 둬도 되겠군.'이라고 생각하며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한다.


#


2시간을 약간 넘은 시간이 지난 후. 오후 4시 30분이 조금 넘어간 시각의 주방.


"남자가 식사를 준비한다라... 궁성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군요.“

"그렇지만, 안 될 건 없다고 봐. 평소에도 그렇게 생각했었어. 누가 만들던지 무슨 상관이야? 맛만 있으면 되지.“


뒤에서 들려오는 레스와 에리아의 말에 '꽤나 고전적인 시각이군.'이라고 생각하는 서지우지만, 그것을 입 밖에 내는 일 없이 무를 써는 작업에 집중한다.


"그건 그렇죠. 다만 귀족들과 집사 모두, 여성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바뀌기 어려울 것 같아서 유감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언제나 생각이 바뀔는지.“


두 요정의 대화가 흡사 푸념하는 수준이 되어버리는 현 상황을 서지우는 납득한다. '에리아도 레스 씨도 모두 여성이니만큼, 이런 쪽으로는 불만이 많겠지.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성별에 따른 차별은 잔존하고 있기도 하고.'라고 생각하면서.


"서지우는 어떻게 생각해? 여성만이 요리를 하는 것에 대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자신의 의견에 동의해 달라는 에리아의 말에 서지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행동에서 중요한 것은 그 효율이지, 성별에 따른 차이를 두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본다.“

"그러니까. 그런데 요정의 숲의 궁성 내에서는 남자는 하면 안 되는 일이랑 여자는 하면 안 되는 일이 딱 나뉘어 있어.“


'성별의 따른 차이를 두는 것은 좋지 못하다.'라는 서지우의 대답에 에리아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 옆에서 레스 역시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는 의미를 전한다.


"하지만 기득권층이라 볼 수 있는 귀족층에서 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면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거다.“

"알아. 말을 해도 알아먹지를 않으니까. 아마 내가 여왕이 되어도 안 바뀔 것 같아.“


에리아가 투덜대는 말을 들은 레스는 '여왕이 될 생각은 있었군요.'라고 생각하며 에리아를 흘겨본다. 그 시선에 에리아는 서지우를 빤히 보는 것으로 대응한다.


"여왕이라... 너, 공주였냐?“

"응. 아차, 말 안 했구나... 그래도 뭐, 이쪽에서는 내가 공주건 아니건 상관없지?“


서지우의 질문에 에리아는 새삼 자신의 정체를 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을 떠올리지만 곧 '여기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묻는다.


"그렇기는 하지. 어차피 나 외의 인간이 널 볼 일도 없을 거고.“

"응. 그러니까.“


'서지우 외의 인간이 자신을 볼 일은 없다.'라는 생각과 함께 안도감을 담은 한숨을 쉬는 에리아지만, 그 옆에서 레스가 한심하다는 시선으로 자신을 보는 것을 파악하고 다시 서지우에게로 시선을 고정한다.


"... ... 아, 맞아. 레스. 나 질문 하나 있어.“

"말씀하시죠.“


레스의 눈치를 보며 살짝 시선을 돌리던 에리아는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질문을 떠올린다.


"혹시 은신술이 제멋대로 풀리는 일, 있을 수 있는 거야?“

"예. 마력이 완전히 소진되었다거나, 은신술을 풀어내는 요정술의 영향을 받으면 풀리는 경우도 있어요.“


서지우의 가방 안에서 처음 서지우를 만났던 것을 떠올리며 묻는 에리아에게 레스는 자신이 아는, 하지만 원론적인 대답을 전달한다.


"... 마력이 완전히 소진되었을 리는 없고... 은신술을 풀어내는 요정술이라면... 사크라가 그런 요정술을 사용할 수 있었나?“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의아함을 담아 고개를 갸웃거리는 에리아에게 레스는 지금 에리아의 의문의 근원이 무엇인지 묻는 말을 꺼낸다.


"응. 서지우가 다니는 대학 안에 있는 교실의 창문에 몸을 기댄 채 잠깐 졸았었는데, 눈을 떴더니 서지우의 가방에 들어가 있더라구. 그래서 어떻게 내가 보였는지 물어봤더니, 그냥 보였대. 그걸 보면 은신술이 스스로 풀린 것 같은데 그 이유를 모르겠어.“

"... 단순히 수면을 취한 것으로 은신술이 풀릴 일은 없습니다만. 어떤 요정이 은신술을 풀었거나, 요정술의 지속력을 깎아버린 것 같군요.“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말하는 에리아에게 레스는 '누구인지는 몰라도, 일부러 은신술을 풀었을 가능성이 있어.'라고 생각하며 대답한다. 이미 후자 쪽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뭐, 당황스러웠기는 해도, 덕분에 서지우하고 만나서 함께 잘 지낼 수 있게 되었으니 불만은 없어.“

"결과가 좋으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할지 모르는 만큼 주의는 해 둘 필요가 있어요.“

"앞으로는 서지우하고 최대한 같이 지낼 거니까 괜찮아.“


너무도 속 편하게 말하는 에리아에게 레스는 주의를 요구하는 의미를 담은 째려보는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에리아는 다시 한번, 시선을 피하는 것으로 응할 뿐이다.


#


저녁 7시. 서지우, 에리아와 함께 식사를 마친 레스는 공중에 떠 있는 채로 거실의 장식장에 있는 물건을 빤히 바라본다.


"공주님. 이 물건들은 뭔가요?“

"목공예품이야. 서지우가 취미로 만든 거래.“


장식장 안의 물건의 주인은 서지우지만, 그것을 알리는 것은 에리아다. 당연하게도 지금 서지우는 식사의 뒤처리를 위해 설거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공예품이라...“

"서지우의 가족이 목공소를 하고 있어서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더라구.“


의아한 시선으로 장식장 내의 목공예품을 바라보는 레스는 '목재를 허비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하지만, 여긴 인간계이니, 요정의 숲에서의 생각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되겠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서지우가 내가 쓸 침대도 만들어 줬어.“

"침대를... 요?“

"응. 따라와 봐.“


자랑이라도 하듯이 말하며 먼저 날아가는 에리아의 뒤를 레스가 따라서 날아간다. 그리고 에리아가 도달한 위치는 책상에 달려있는 3단 서랍 중 가장 아래에 위치한 서랍이다.


"이 안에 보관해 두고 있어. 자, 봐.“


에리아가 서랍의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아 당기자 서서히 서랍이 열리고, 그 안에 보관되어있는 물건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에리아와 레스의 시야에 목재를 가공해서 만든 침대가 들어온다.


"... 저걸 서지우 씨 혼자서 만들었다는 건가요?“

"응.“


단순하게 사각형을 이어붙인 형태가 아닌, 곡선과 원형을 섞어서 만든 침대의 형태에 레스는 감탄하는 표정을 짓는다. 자신이 봐 온 경험에 따르면 저 정도의 침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감각과 실력이 요구되어왔기 때문이다.


"상당한 실력이 있는 인간인 모양이군요.“

"가족이 목공소를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다고 하니까.“


서랍 내의 침대를 보고 있던 두 여성 요정은 계속 들려오던 물소리가 멎은 것을 통해 서지우의 설거지가 마무리되었음을 파악한다.


"... 뭘 보시고 있는 건가요?"

"서지우가 만들어 준 침대.“

"아, 그거...“


책상의 서랍 안을 빤히 보고 있는 두 여성 요정의 행동을 보고 의아함을 품던 서지우지만, 그 이유를 파악하고 '별일 아니네.'라고 생각하며 책상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실력이 상당히 뛰어난 것 같군요.“

"어깨 너머로 보고 듣고 배우면서 실습해 봤을 뿐이에요.“


책상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들려오는 레스의 칭찬에 서지우는 '뭘 이 정도로.'라고 생각하며 레스의 의견을 부정하는 말을 건넨다.


"레스 씨. 설거지 하는 동안 한 가지 의문이 들었는데, 혹시 에리아 외의 다른 요정도 제 집에 오게 될 일이 있나요?“

"!"


서지우의 질문에 에리아가 즉시 고개를 끄덕이지만, 서지우의 시선은 레스에게로 고정된다. 지금은 에리아의 대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니 당연하다.


"인간계에 흥미를 가지게 될 계기가 발생한다면, 그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군요. ... 즉,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이해해도 되는 거죠?“

"예. 언제든지... 그렇게 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레스의 대답을 듣고 서지우는 '시간이 날 때마다 침대를 몇 개 정도 추가로 만들어 두는 게 좋겠군.'이라는 결정을 내린다. 비록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른 요정이 자신의 집에서 지내겠다는 말이 나왔을 때 에리아는 어떻게든 그 요정에게 도움을 주고 싶을 것이기에, 그때가 되어서 서둘러 만드는 추태를 보이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왕 함께 지낸다면, 사소한 도움 정도는 언제든지 줄 수 있게끔 대비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서지우의 생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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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 세 번째 요정 (3) 23.06.13 10 0 12쪽
23 23화 – 세 번째 요정 (2) 23.06.13 10 0 12쪽
22 22화 – 세 번째 요정 (1) 23.06.11 13 0 12쪽
21 21화 – 두 번째 놀이기구를 만들자 (4) 23.06.11 11 0 11쪽
20 20화 – 두 번째 놀이기구를 만들자 (3) 23.06.10 14 0 12쪽
19 19화 – 두 번째 놀이기구를 만들자 (2) 23.06.10 10 0 12쪽
18 18화 – 두 번째 놀이기구를 만들자 (1) 23.06.09 17 0 12쪽
17 17화 – 요정과 인간의 산책 (2) 23.06.09 9 0 12쪽
16 16화 – 요정과 인간의 산책 (1) 23.06.08 12 0 11쪽
15 15화 – 붉은 머리카락의 요정 (3) 23.06.08 14 0 12쪽
14 14화 – 붉은 머리카락의 요정 (2) 23.06.07 12 0 12쪽
13 13화 – 붉은 머리카락의 요정 (1) 23.06.07 17 0 12쪽
12 12화 – 요정의 놀이터 (3) 23.06.06 15 0 11쪽
11 11화 – 요정의 놀이터 (2) 23.06.06 16 0 12쪽
10 10화 – 요정의 놀이터 (1) +2 23.06.05 21 0 12쪽
» 9화 - 최고위 메이드 요정의 방문 (2) 23.06.05 14 0 12쪽
8 8화 – 최고위 메이드 요정의 방문 (1) 23.06.04 17 0 12쪽
7 7화 - 요정의 인간 대학 탐방 (2) 23.06.04 15 0 12쪽
6 6화 – 요정의 인간 대학 탐방 (1) 23.06.03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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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 요정과 청년의 외출 (1) 23.06.02 25 0 11쪽
3 3화 – 요정과 인간 (3) 23.06.02 21 0 13쪽
2 2화 – 요정과 인간 (2) 23.06.01 24 0 13쪽
1 1화 – 요정과 인간 (1) 23.06.01 5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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