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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루파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한 리치는 보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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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루파루파
작품등록일 :
2020.03.28 18:38
최근연재일 :
2020.04.25 18:2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8,611
추천수 :
198
글자수 :
139,600

작성
20.04.25 18:20
조회
156
추천
6
글자
7쪽

외전. 이고르

DUMMY

70년 전.

[희귀금속이다.]

[드문 아이다.]

[무리에 넣자.]

[동의한다.]

갓 깨어난 푸른 가고일은 인간의 주먹보다 살짝 작았다.

작은 가고일을 둘러싸고 선 수십마리의 가고일은 3미터에서 시작해 가장 큰 가고일은 5미터나 되었다.

단단한 강철로 된 4미터짜리 가고일이 앞으로 나섰다.

[무리에 받아들인다.]

가고일들은 각자의 몸을 이루는 광물을 먹고 성장한다.

따라서 같은 재질로 이루어진 가고일끼리는 경쟁이 붙을 수 밖에 없고 한 무리에 둘 이상이 끼어있는 경우는 광맥을 점거한 무리가 아니라면 많지 않았다.

[까웅?]

아마르타의 청광석. 가고일들은 이름조차 모르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푸른 가고일은 별 이견 없이 떠돌이 무리의 일원이 되었다.

푸른 가고일은 무리 사이에 섞여 날았다.

무리와 함께 눈을 맞았고 비를 피했다.

녹슨 부위를 핥아 반짝거리게 만드는 법도 배웠다.

[까아악!]

[말을 가르친다.]

[알아서 배울 거다.]

[내버려 둔다.]

[까악!]

푸른 가고일은 무리 사이에서 즐거웠다.



---



10년이 지났다.

가고일은 10년이면 거의 최대치로 성장하며 그때부터는 섭취한 광물의 효율이 극도로 낮아진다.

5미터 이상의 가고일은 그 자체로 희귀했으며 오래되어 깎여나간 자국이 있는 가고일이라면 무리의 존경을 받는다.

푸른 가고일도 언젠가는 커다란 가고일이 되어 무리를 이끌고 싶었다.

하지만 푸른 가고일은 태어났을 때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아마르타의 청광석은 희귀해도 너무나 희귀한 광물이었기 때문이다.

[너는 느리다.]

무리의 리더, 현명한 강철 가고일이 푸른 가고일에게 소리쳤다.

[너는 성장도 할 수 없다.]

푸른 가고일은 커다란 강철 가고일의 앞에서 조약돌만도 못했다.

10년 전과 똑같은 크기.

[먹은게 없어서 그렇다.]

[앞으로도 없을 거다. 너는 작고 느리고 약하다.

가고일은 크고 강하고 빨라야 한다. 너는 무리를 따라오지도 못하고 무리에 도움이 되지도 못한다.]

[어쩌겠다는 거냐?]

강철 가고일은 매몰찼다.

[너는 추방이다.]

푸른 가고일은 혼자가 되었다.

푸른 가고일은 날개가 닿는 대로 타락의 대지를 날아다녔다.

작은 가고일에게는 고기가 없었기에 큰 몬스터들이 노릴 일도 없었다.

위협이 될 크기가 아니었기에 어떤 몬스터도 굳이 푸른 가고일을 신경쓰지 않았다.

[···.]

가고일은 괜찮았다.

가고일은 혼자 자고 혼자 날았다.

혼자 눈을 맞았고 혼자 비를 털어냈다. 혼자 녹슨 부위를 핥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어느 날 가고일은 자신을 강력하게 이끄는 냄새를 맡았다.

[냄새!]

그것이 아마르타의 청광석이 내는 냄새,

자신만이 맡을 수 있는 음식의 냄새라는 것을 알아차린 건 10년동안 굶주려온 가고일의 본능 덕분이었다.

가고일은 그때까지 내본 적이 없는 속도로 날았다.

그리고 발견했다.

모래알처럼 조그만 아마르타의 청광석!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의 손에 들려있었다.

[인간!]

낡았지만 확실히 인간의 냄새였다.

몬스터로서의 본능에 충실한 가고일은 이빨을 세웠다.

으르릉대며 인간을 위협했다.

[손에 든 걸 내놔라!]

인간 주변을 빠르게 선회한 가고일이 인간에게 날아들었다.

[하앗!]

퍽.

[악!]

푸른 가고일은 알지 못할 힘에 맞아 땅을 나뒹굴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충격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가고일에게 인간이 다가왔다.

[뭐야 이건? 박쥐?]

[나는 가고일이다!]

가고일은 일어나려 했지만 날개가 꺾여 움직일 수 없었다.

[이런 조그만 가고일은 본 적이 없는데.]

가고일은 항상 괜찮았지만 조그맣다는 말에는 화가 났다.

[나는 조그맣지 않다. 그걸 내놔라. 그걸 먹고 커질거다.]

인간은 손에 든 모래알만한 청광석을 내밀었다.

[이것 말이냐?]

[그래, 인간!]

가고일이 손을 뻗었지만 인간은 손가락만 살짝 움직여 피했다.

[어차피 이 크기로는 쓸 데도 없으니 상관은 없다만, 나는 인간이 아니다.]

[무슨 소리냐? 인간 냄새가 난다.]

가고일은 그제서야 인간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뼈다귀?]

인간은 그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 나는 인간이 아냐.]

[뼈만 남은 인간은 인간이 아니냐?]

[글쎄? 일단 나는 아니다.]

[상관없다. 그걸 내놔!]

뼈만 남은 인간은 가고일을 한참동안 들여다보더니 혼잣말을 시작했다.

[청광석 가고일이라.

이렇게 큰 청광석 덩어리는 본 적이 없는데.

어딘가에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너는 나를 공격했으니 죽어도 불만은 없겠지?]

뼈만 남은 인간은 가고일을 죽일 생각인 것 같았다.

가고일은 바닥에 엎어진 채 악악 소리쳤다.

어차피 이제 잃을 것도 없었다.

[그걸 내놔라. 그걸 먹고 커져서 무리로 돌아갈 거다. 내가 커지면 다시 받아줄 거다. 무리를 따라잡을 만큼 빨라지면 받아줄 거다.]

뼈만 남은 인간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무리에서 버려졌느냐?]

[그래!]

[흠.]

[···.]

가고일을 내려다보던 리치가 손가락 끝에 청광석 조각을 내밀었다.

[주도록 하지. 다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뭐냐?]

[내 패밀리어가 되어라.]

[패밀리어?]

[나의 무리로 들어오라는 말이다.]

[뼈만 남은 인간과 무리가 되라는 말이냐?]

[그래.]

가고일은 흰 뼈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아마르타의 청광석을 뚫어질 듯 바라봤다.

[어쩌겠느냐?]

가고일은 갈등했지만 본능을 이길 수는 없었다. 인간의 손 위에 올려진 조그만 알갱이를 황급히 잡아 허겁지겁 먹었다.

뼈만 남은 인간이 흡족하게 말했다.

[계약 성립이군.]

가고일은 뼈만 남은 인간에게 물었다.

[뼈만 남은 인간도 내가 안 커지면 날 떠날 거냐?]

[내가 왜?]

[가고일들은 그랬다.]

[아니. 그럴 일은 없다.]

뼈만 남은 인간이 가고일에게 물었다.

[넌 이름이 뭐냐?]

[가고일에게 이름은 없다. 그냥 가고일이다.]

[오늘부터 이고르라고 부르마.]

[흥!]

[마음에 안 드나?]

[마음대로 불러라.]

뼈만 남은 인간은 뼈를 달그락대며 웃더니 가고일을 주워들었다.

[가고일이니 곧 회복하겠지?]

[그래, 뼈만 남은 인간.]

[뼈만 남은 인간은 너무 기니 그냥 리치라고 불러라.]

[리치?]

[그래, 리치.]

[리치.]

이고르는 다시 무리의 일원이 되었다.

이고르는 즐거웠다.


작가의말

외전을 의도하고 쓴 건 아니고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보려고 처음에 썼던 건데
그냥 제가 아쉬워서 올렸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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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9. 승화 (2) + 에필로그 +2 20.04.25 181 4 18쪽
24 9. 승화 (1) +2 20.04.24 137 5 12쪽
23 8. 습격 (2) +2 20.04.23 130 5 13쪽
22 8. 습격 (1) +2 20.04.22 149 5 14쪽
21 7. 때 아닌 던전탐험 (3) +4 20.04.19 172 7 12쪽
20 7. 때 아닌 던전탐험 (2) +2 20.04.18 169 5 12쪽
19 7. 때 아닌 던전탐험 (1) +2 20.04.17 194 6 12쪽
18 6. 수도사 아리타. (4) +2 20.04.16 210 3 13쪽
17 6. 수도사 아리타. (3) +2 20.04.15 204 5 12쪽
16 6. 수도사 아리타. (2) +2 20.04.12 224 4 12쪽
15 6. 수도사 아리타. (1) +1 20.04.11 227 7 13쪽
14 5. 사람처럼 사는게 너무 힘들다. (3) +2 20.04.10 254 5 12쪽
13 5. 사람처럼 사는게 너무 힘들다. (2) +2 20.04.09 231 5 12쪽
12 5. 사람처럼 사는게 너무 힘들다. (1) +2 20.04.08 284 5 12쪽
11 4. 미리암은 결심했다. (2) +2 20.04.05 301 9 12쪽
10 4. 미리암은 결심했다. (1) +2 20.04.04 314 6 12쪽
9 3. 마신교도 피니언 (2) +5 20.04.03 315 11 12쪽
8 3. 마신교도 피니언 (1) +2 20.04.02 362 7 12쪽
7 2. 리치는 이스마엘 (3) +1 20.04.01 386 8 12쪽
6 2. 리치는 이스마엘 (2) +1 20.03.31 419 11 12쪽
5 2. 리치는 이스마엘 (1) +1 20.03.30 494 12 12쪽
4 1. 보육원장 이스마엘 (3) +1 20.03.29 602 11 13쪽
3 1. 보육원장 이스마엘 (2) +1 20.03.28 664 13 12쪽
2 1. 보육원장 이스마엘 (1) +1 20.03.28 869 15 12쪽
1 프롤로그 +1 20.03.28 963 18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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