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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루파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한 리치는 보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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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루파루파
작품등록일 :
2020.03.28 18:38
최근연재일 :
2020.04.2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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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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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600

작성
20.04.2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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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 습격 (2)

DUMMY

콰쾅!

멀리서 들리는 폭발음에 파비안은 잠에서 깨어났다.

"제기랄! 농담이 아니었어?"

어젯밤, 파비안과 미리암을 불러모은 이스마엘은 두 사람에게 새벽에 마신교의 습격이 있을 것 같으니 해야 할 것들을 일러주었다.

미리암은 심각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지만 파비안은 오만상을 찌푸렸다.

'이건 또 무슨 장난이야?'

'장난이 아니다.'

'마신교가 습격한다고? 진짜로?'

'진짜로.'

곧이곧대로 믿고 밤을 꼴딱 새운 자신을 놀리려는 이스마엘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제발 그러길 바랐다.

하지만 이스마엘은 마법사였고, 파비안은 마법사의 충고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콰앙!

폭발음이 조금 더 가까워졌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파비안은 화살처럼 침대에서 튕겨져나왔다.

"제길!"

이미 반쯤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던 파비안은 서둘러 각반을 차고 검을 둘러멨다. 몸에 익은 동작으로 방패까지 팔에 동여맨 파비안이 아이들을 깨웠다.

"일어나."

깊이 잠들었던 어린아이들이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우웅···."

"미카, 제이미, 틸러! 일어나!"

"뭐야···."

"루첸! 빨리 일어나서 식당으로 가자."

"···몬스터라도 나타난 거야?"

"그러니까··· 비슷해."

웅얼대는 아이들을 흔들어 깨운 파비안은 카인을 들쳐메고 다른 아이들의 등을 떠밀어 식당으로 모았다.

몬스터의 습격이 있을 때의 기본적인 지침이었다.

식당에는 미리암과 아나이스가 나머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탁자에 앉히고 빠진 사람이 없는지 재차 확인하고 있었다.

"미리암!"

"파비안. 원장님 말을 믿어줬구나?"

밤을 새웠는지 피곤한 표정으로 살며시 웃는 미리암을 보던 파비안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니··· 사실 자고 있었어. 혹시 몰라서 장비는 챙겨놨지만."

나지막이 들리는 폭발음에 놀라 깨어날 정도로 선잠을 자고 있기는 했지만, 이스마엘의 말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반신반의한 것도 사실이다.

마신교가 마을을 습격한다는 말은 솔직히 허무맹랑했으니까.

"이게 무슨 일이야!"

엠마 사제의 비명과 함께 2층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 엠마 사제가 양손에 세 명의 갓난아기를 전부 껴안고 계단을 단 두 걸음 만에 뛰어 내려왔다.

"모두 무사하니? 베르나? 길리먼? 세냐? 에밀리? 루첸? 미카? 카인? 제이미?"

잠옷 그대로인 엠마 사제와는 반대로 사제복을 챙겨입은 코리 사제도 어느샌가 나타나 아이들의 머릿수를 확인했다.

"아이들은 다 있어요, 엠마 자매님. 새벽에 피곤하고 놀랐을 텐데 기특해. 파비안, 미리암, 아나이스도 고맙구나."

"원장님은?"

"안 계세요."

어떤 상황인지 전혀 모르는 아나이스가 불안한 표정으로 코리 사제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에요? 몬스터?"

"폭발음을 내는 몬스터는 들어본 적이 없구나."

콰앙!

다시 폭발음이 울렸다. 두 사제는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르는 아이들을 감싸 안았다.

"사제님!"

"무서워요···."

코리 사제는 창 밖을 내다보고는 폭발의 진원지까지의 거리를 대충 가늠했다.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야. 안심하렴. 빛의 집에는 보호 마법이 있으니 아무도 다치는 일은 없을 거란다."

"···."

파비안이 입술을 깨물었다.

보육원의 보호 마법은 몬스터는 식별할 수 있지만, 악의를 가진 인간은 식별할 수 없었다.

이스마엘이 일러 준 대로라면 곧 이스마엘의 함정을 벗어난 마신교도들이 보육원으로 몰려들 것이었다.

'첫 번째로 할 일을 알려주마.'

'뭔데?'

'사제들을 보육원에서 떼어놓아라.'

'사제님들을?'

'그래. 보육원은 확실히 지킬 수 있지만, 사제들이 있으면 조금 곤란하다. 어린아이들의 말은 웃어넘겨도 어른들의 말은 심각하게 듣는 법이지.'

'보육원을 어떻게 지킨다는 건데?'

'그걸 알려주면 재미가 없지.'

"···."

시간이 없었다.

어떻게든 이스마엘이 시킨 대로 사제들을 보육원에서 떼어놓아야 했다.

"이건 몬스터가 아니에요."

파비안의 말을 들은 코리 사제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뭔가 아는 게 있니?"

"이건 마신교의 습격이에요."

파비안이 심각하게 말했지만 코리 사제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상식에 의하면 마신교도들은 대규모로 마을을 습격하거나 하지 않는다.

성기사들로 이루어진 신성 교단의 추적대가 파견되기라도 하면 마신교 지부 하나쯤은 우스운 상대였다.

물론 레온에 바글바글하게 모여있는 모험가들과 군대를 두려워하는 탓도 있었다.

"그럴 리는 없단다."

파비안이 소리쳤다.

"설명해 드릴 시간이 없어요! 원··· 아니, 어떤 마법사가 말해줬어요. 혹시 마신교가 침입할 수 있으니 마법 함정을 깔아 두겠다고."

"마법사···?"

코리 사제는 얼굴을 찌푸렸다.

코리 사제는 마신교라는 말보다도 마법사라는 말이 더 허무맹랑하다고 느꼈다. 마탑이 자유마법사들을 사냥하고 나선 이후로 유랑하는 마법사는 사라졌으니까.

코리 사제가 의심하자 미리암이 파비안을 거들었다.

"마법사님은 서둘러서 백사자성과 모험가 길드에 도움을 청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코리 사제는 고민했다.

파비안이 불같은 성격이긴 했지만, 거짓말을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게다가 미리암은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우기거나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만약 사실이라면?

성 아랫마을에는 시장이 열리고 있다.

치안군이나 모험가 길드, 자경단 할 것 없이 그쪽에만 신경이 쏠려 있으니 아무런 예고도 없는 상황에서 도시가 습격당하게 되면 민간인, 특히 빈민가 사람들의 피해가 막중할 것이 분명했다.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아이들을 지킬 사람이 없잖니?"

파비안이 방패를 들어 보였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지킬게요. 마신교도들도 설마 이 조그만 보육원을 공격하려고 하지는 않을 거에요."

"···."

지금 성에 알리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이 죽는다.

아이들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코리 사제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조심하렴."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절대 밖에 나와서는 안 돼."

코리 사제는 말을 타고, 엠마 사제는 뛰어서 각각 백사자성과 모험가 길드로 사태를 알리러 떠났다.

이제 보육원에는 아이들만이 남아 있었다.

"···."

"···."

미리암과 아나이스는 불안감에 칭얼대는 아이들을 달래느라 여념이 없었고, 파비안은 검을 꺼내든 채 문 앞을 지키고 서서 어둠 속을 노려보고 있었다.

쿠우웅!

간간히 터지는 마법 함정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놈들은 반드시 보육원을 노린다. 너에게는 미안하지만 잠시 동안은 네가 그들을 막아야 해.'

'싸움이라면 맡겨둬.'

'정말 잠깐이면 된다.'

'괜찮다니까.'

'죽지 마라.'

'알았어.'

콰앙!

이번 폭발은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웠다.

비명 소리가 아스라이 들릴 정도의 근거리.

소란스러운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뛰어!' '보육원으로 가라!' '다 죽여버려!' 등의 말들을 소리치며 보육원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스르릉.

파비안이 검을 들었다.

이스마엘이 어떤 마법을 준비해두었는지 파비안은 알 수 없었다.

아니, 어떤 마법을 준비해두었어도 상관없었다.

어쨌거나 파비안은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칠 테니까.

"와라."

파비안의 검 끝은 흔들리지 않았다.

"빌어먹을··· 전부 죽여버려라!"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곧 마신교도들이 상스러운 욕을 지껄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집행자는··· 없군.'

이스마엘이 일러준 외형을 가진 집행자는 없었다. 파비안의 실력으로는 숙련된 암살자를 상대할 수 없었기에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이스마엘의 함정에 꽤나 고생했는지, 스무 명이 조금 넘는 하급 마신교도들의 상태는 만신창이였다.

누군가는 얼어서 괴사한 팔을 감싸 쥐고 신음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화염에 털이 홀랑 타버리고 물집이 가득 잡힌 얼굴을 고통으로 구기고 있었다.

저마다의 부상을 입은 마신교도들의 공통점이라면 맹목적인 분노와 적개심을 엉뚱한 보육원에 돌리고 있다는 것 정도였다.

쐐애액!

하급 교도들이 눈치채기 전, 파비안은 땅을 강하게 박차고 마신교도들 사이로 뛰어 들어갔다.

'내가 죽기 전에 수를 써줘. 제발.'

동시에 휘두른 아밍 소드가 눈 하나가 짓이겨져 파비안을 볼 수 없었던 하급 교도의 다리 힘줄을 끊었다.

"크아아악!"

그제서야 하급 교도들이 파비안을 발견했다.

"저 꼬맹이는 뭐야?"

"죽여!"

파비안이 다시 아밍 소드를 찔러 들어갔다.

채앵!

하지만 마신교도들은 고블린과는 달랐다.

불의의 기습에도 순식간에 정신을 차리고 무기를 든 하급 교도는 파비안의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제길.'

기습은 실패였다.

파비안은 한 바퀴를 굴러 하급 교도들 사이를 빠져나와 방패를 들고 수세로 전환했다.

"너 혼자 우리를 막으려고?"

"용감하군. 곱게는 죽지 못할 거다."

사납게 낄낄대는 마신교도들을 바라보며, 파비안은 각오를 다졌다.

그때였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

파비안은 흠칫 놀라 세 걸음을 물러서며 방패를 높이 들고 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문을 열고 나타난 것은 미리암이었다.

"미리암! 안으로 들어가!"

파비안이 방패를 들어 하급 교도의 칼을 막아내며 외쳤다.

하지만 미리암은 파비안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품속에서 푸른색의 무언가를 꺼내 하늘로 날렸다.

푸드드득.

파란색의 강아지, 아니 박쥐 같은 생물이었다. 파비안이 생물의 정체를 추측하기도 전에 조그만 생물이 외쳤다.

[마나석!]

"여기!"

뒤이어 미리암이 던진 주머니를 낚아챈 생물은 주머니를 열어 안에 든 것을 빠드득빠드득 씹어먹었다.

우우우우웅.

그리고 금속 공명음을 내며 커지기 시작했다.

"저건 또 뭐야?"

"몬스터?"

마신교도들마저도 멍청히 하늘을 올려다보게 만드는 광경.

아마르타의 청광석.

금속 중에서 마나를 가장 게걸스럽게 흡수하는 이 광물의 두 번째 특성은 분열이다.

한계 이상으로 마나를 흡수한 청광석은 순간적으로 최대 15만 배까지 분열한다.

주먹만 한 크기의 이고르라면 가고일의 한계 크기인 5미터를 넘길 정도로 거대해질 수 있었다.

"원장님··· 설마?"

이스마엘의 두 번째 명령.

'두 번째, 절대로 보호 마법을 발동시키지 말아라.'

'보호 마법은 왜?'

'보호 마법이 발동되는 순간 내가 준비한 도우미는 무용지물이 될 테니까.'

'보호 마법은 몬스터가 아니면 밀어내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내 말이 그 말이다.'

'···?'

파비안은 이제서야 이스마엘이 왜 보호 마법을 발동시키면 안 된다 했는지 알게 되었다.

"···가고일?"

쿠웅.

순식간에 4미터의 크기로 거대해진 푸른 가고일이 지상에 내려앉았다. 순수한 금속의 폭력적인 중량이 지축을 울렸다.

낮의 하늘처럼 푸른 털이 금속광을 내며 반짝였다. 거대한 날개를 접고서도 위압적인 크기의 가고일은 하급 교도들을 향해 웅혼한 목소리로 외쳤다.

[덤벼!]

그리고 쿵쾅거리는 소리를 내며, 가고일이 마신교도들에게로 달려들어 거대한 팔뚝을 휘둘렀다.

못 볼 꼴이 벌어질 것을 직감한 파비안은 미리암에게 뛰어가 눈을 가리고 보육원 안으로 밀어 넣었다.

곧 가죽 주머니가 절벽에 부딪혀 터지는 듯한 소리와 공포에 찬 비명이 보육원의 하늘을 뒤덮었다.

전투에 익숙한 파비안조차도 벌린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였다.

5분도 지나지 않아 마신교도들은 몸의 한두 군데가 짓이겨지거나 함몰된 상태의 시체로 변해버렸다.

[흥, 별것도 아닌 놈들이군.]

다시 주먹 크기로 조그맣게 변한 이고르는 콧방귀를 끼었다.

그 모습을 의미심장한 눈으로 쳐다보던 파비안에게 이고르가 말했다.

[어이, 꼬맹이.]

흠칫 놀란 파비안이 내심 칼을 빼 들 준비를 했다.

"뭐··· 뭐야?"

[이거 치워라.]

근엄한 얼굴로 파비안에게 뒤처리를 시킨 가고일은 뽈뽈 날아 2층, 이스마엘의 방의 창문으로 쏘옥 들어갔다.

"···허."

파비안은 멍청한 표정으로 기막힌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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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외전. 이고르 +4 20.04.25 156 6 7쪽
25 9. 승화 (2) + 에필로그 +2 20.04.25 181 4 18쪽
24 9. 승화 (1) +2 20.04.24 137 5 12쪽
» 8. 습격 (2) +2 20.04.23 130 5 13쪽
22 8. 습격 (1) +2 20.04.22 148 5 14쪽
21 7. 때 아닌 던전탐험 (3) +4 20.04.19 172 7 12쪽
20 7. 때 아닌 던전탐험 (2) +2 20.04.18 169 5 12쪽
19 7. 때 아닌 던전탐험 (1) +2 20.04.17 194 6 12쪽
18 6. 수도사 아리타. (4) +2 20.04.16 210 3 13쪽
17 6. 수도사 아리타. (3) +2 20.04.15 204 5 12쪽
16 6. 수도사 아리타. (2) +2 20.04.12 224 4 12쪽
15 6. 수도사 아리타. (1) +1 20.04.11 227 7 13쪽
14 5. 사람처럼 사는게 너무 힘들다. (3) +2 20.04.10 254 5 12쪽
13 5. 사람처럼 사는게 너무 힘들다. (2) +2 20.04.09 231 5 12쪽
12 5. 사람처럼 사는게 너무 힘들다. (1) +2 20.04.08 284 5 12쪽
11 4. 미리암은 결심했다. (2) +2 20.04.05 300 9 12쪽
10 4. 미리암은 결심했다. (1) +2 20.04.04 314 6 12쪽
9 3. 마신교도 피니언 (2) +5 20.04.03 315 11 12쪽
8 3. 마신교도 피니언 (1) +2 20.04.02 362 7 12쪽
7 2. 리치는 이스마엘 (3) +1 20.04.01 386 8 12쪽
6 2. 리치는 이스마엘 (2) +1 20.03.31 419 11 12쪽
5 2. 리치는 이스마엘 (1) +1 20.03.30 494 12 12쪽
4 1. 보육원장 이스마엘 (3) +1 20.03.29 602 11 13쪽
3 1. 보육원장 이스마엘 (2) +1 20.03.28 664 13 12쪽
2 1. 보육원장 이스마엘 (1) +1 20.03.28 869 15 12쪽
1 프롤로그 +1 20.03.28 963 18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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