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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루파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한 리치는 보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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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루파루파
작품등록일 :
2020.03.28 18:38
최근연재일 :
2020.04.25 18:2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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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9,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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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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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 보육원장 이스마엘 (2)

DUMMY

수염 거한은 불청객의 정체를 확인하고 피식 웃었다.

"스켈레톤. 타락의 대지 주변에선 흔하지."

백골은 앙상한 몸을 기이하게 뒤틀며 천천히 걸어왔다.

흉터 거한이 이죽거렸다.

"아무것도 들지 않은 스켈레톤은 흔하지 않은데."

스켈레톤은 전장에서 죽은 시체가 판데모니엄의 마기를 받아 일어난 언데드 몬스터였다.

고통스럽게 죽은 병사들의 시체인 만큼 보통은 녹이 슨 갑옷을 걸치고 부러진 무기를 들고 있다.

눈 앞의 스켈레톤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으니 그보다도 약한 일반인의 시체로 보였다.

"히익! 몬스터···."

이스마엘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공포에 질렸다. 수염 거한이 주먹을 풀며 물었다.

"너, 성 아랫마을에서 보육원장을 하고 있는 주제에 몬스터를 본 적이 없나?"

"본 적은 있지만···."

수염 거한은 침착한 미리암과 벌벌 떠는 이스마엘을 번갈아 쳐다보고는 말했다.

"사내가 되어서 계집아이보다 못하군. 별 것 아니다. 무기를 뽑을 필요도 없어."

수염 거한은 가벼운 걸음으로 스켈레톤에게 다가갔다. 자신이라면 주먹으로도 머리를 부술 수 있었다.

"두 방에 끝내는 걸 보여주지."

수염 거한이 팔을 붕붕 휘두르며 허세를 부리자 다른 거한들은 익숙한 듯 웃으며 야유를 보냈다.

"빨리 처리해."

"다쳐도 모른다."

수염 거한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스켈레톤의 목뼈를 틀어쥐고 주먹을 들어올렸다.

"잘 가라. 이번에는 영면하라구, 하하하."

스켈레톤이 수염 거한의 머리에 양 손을 올린 것은 그때였다.

[너도 영면했으면 좋겠군.]

녹슨 쇠를 양 손에 들고 힘껏 긁어내는 듯 한 목소리.

깜짝 놀란 거한이 반사적으로 팔을 휘둘렀지만 이미 캐스팅을 마친 리치의 주문이 더 빨랐다.

"뭐야?"

리치의 손에서 검은 기운이 스물스물 흘러내렸다. 붉은 안광은 더욱 짙게 빛났다.

[드레인.]

"끄아아악!"

끔찍한 비명이 울렸다.

수염 거한의 두꺼운 팔이 순식간에 바싹 말라갔다. 거한이 휘두른 팔은 리치의 두개골을 툭 치고는 힘없이 늘어졌다.

"뭐··· 뭐야?"

만약 스켈레톤이 예상보다 강해서 도움이 필요했다거나 보통 그렇듯 수 마리가 떼를 지어 나타났다면 거한들은 바로 병기를 뽑아들고 도왔을 것이다.

"···."

하지만 생명력을 뽑아가는 스켈레톤이라니? 거한들은 그런 괴물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었다. 낯설음이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리치가 수염 거한에게서 마나를 흡수하는 동안 나머지 두 거한은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툭.

비쩍 마른 미라가 되어버린 수염 거한이 황무지 위로 쓰러졌다.

리치는 흡수한 마나를 재어보고 예상보다 적은 양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싱싱하길래 조금 기대했는데, 얼마 안 되는군.]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민눈썹 거한이 소리쳤다.

"정신 차려! 스켈레톤 메이지다."

민눈썹 거한이 허리춤에서 모닝스타를 꺼내들었다 흉터 거한도 등에 짊어진 배틀액스를 꼬나쥐었다.

두 거한이 흉흉한 살기를 뿜어댔지만 리치는 긴장조차 하지 않았다.

[스켈레톤 메이지? 과소평가도 어지간히 해야지. 내 연기가 너무 탁월했나 보군.]

흉터 거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스켈레톤이 말을 해?"

거한들에게 말을 하는 스켈레톤에 대한 지식은 없었다. 하물며 18년 전에 모습을 감춘 리치가 지금 자신들의 앞에 나타났다고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알 바 아니지."

그래서 겁 없이 달려들 수 있었다.

"죽어라!"

두 거한이 각자의 무기를 리치의 양 옆으로 휘둘렀다. 익숙한 듯 절묘한 협공이었다.

리치가 뒤로 두 걸음을 걸으며 앙상한 양 손을 뻗어 짧은 수인을 그렸다.

[윈드 커터.]

작은 바람의 칼날을 만들어내는 간단한 마법이었지만 효과는 탁월했다.

"크악!"

"아악!"

날카롭던 배틀액스와 모닝스타의 궤적이 비명소리와 함께 틀어졌다. 두 병기는 리치가 서있던 허공을 갈랐다.

동시에 두 거한이 무기를 떨어트리고 얼굴을 부여잡았다. 가로로 갈라진 양 눈에서 피가 울컥울컥 흘렀다.

"으아아아악!"

"눈··· 내 눈이!"

마나를 조절했기에 위력은 대단치 않았지만 놀라운 정확성이었다. 캐스팅도 없이 짧은 수인만으로 만들어낸 마법임을 감안하면 어떤 마법사라도 혀를 내두를 만큼 완벽한 마법이었다.

하지만 리치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수인이 조금 늦었어. 몸이 아직 덜 풀렸군.]

리치가 두 거한에게로 천천히 걸어갔다.

"살려줘···."

보이지 않는 눈을 감싸쥔 채 열심히 바닥을 기는 민머리 거한은 슬프게도 리치를 향해 똑바로 다가가고 있었다.

리치는 쪼그려 앉아 민머리 거한의 이마를 손으로 짚어 멈춰세웠다.

민머리 거한이 발악하듯 주먹을 휘둘렀다.

물론 맞을 리가 없었다. 눈 먼 주먹을 가볍게 피한 리치가 민머리 거한에게 말했다.

[부활한지 한 달 만에 만난 첫 인간이 너희같은 쓰레기들이라 다행이다.]

리치는 오들오들 떨고 있는 민머리 거한의 머리를 양 손으로 잡았다.

[아무런 부채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까.]

리치가 캐스팅을 시작했다.



---



이스마엘은 거한들의 다음은 자신의 차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수염 거한이 미이라가 되는 것을 보자마자 마차를 향해 천천히 뒷걸음질쳤다.

'멍청한 새끼들···. 마신교의 똘마니라는 놈들이 저 괴물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이스마엘은 속으로 욕을 뱉으며 백골의 모습을 한 악마가 자신에게 신경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손에는 50실버가 든 주머니를 꽉 쥔 채였다.

'인간의 형상을 한 것 중에서··· 말을 할 수 있는 언데드는 단 두 종류 뿐이다.'

그 중에 마법을 사용하는 해골이라면 답은 하나였다.

'리치···.'

용사에게 토벌당한 리치가 어떻게 18년이나 지나서 제국의 땅 바로 근처에 나타났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리치의 등장이 좋은 징조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리치는 민머리 거한을 미이라로 만들고 흉터 거한에게로 걸어가고 있었다.

[도찐개찐이군.]

저 괴물이 거한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이스마엘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리치가 거한들과 미리암을 죽이는 동안 도망쳐야 했다.

'모아둔 돈을 챙긴 다음 레온을 뜬다. 제국에서 수배되더라도 잡힐 일은 없겠지.'

이스마엘은 대륙 최남단의 작은 왕국 파니치로 도망칠 생각이었다. 모은 돈은 많지는 않았지만 편히 여생을 보낼 정도는 되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이스마엘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챘다.

'···?'

뻗은 손에 닿는 것이 없었다.

마차가 사라져있었다. 비명을 들은 마부가 재빨리 마차를 몰아 도망친 것이다.

"이런··· 젠장···."

이스마엘이 고개를 돌렸다. 리치는 마침 쪼그라든 번데기처럼 변한 흉터 거한을 무심히 내버리고 있었다.

우연히, 이스마엘은 리치와 눈이 마주쳤다.

텅 빈 안와 중앙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붉은 빛이 물었다.

[도망가려는 것이냐?]

그 목소리는 참을 수 없이 무서웠다.

"흐아아악!"

공포에 질린 이스마엘이 등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물론 오래 달리지는 못했다.

[매직 미사일.]

퍽.

"아악!"

등을 얻어맞은 이스마엘이 엎어져 바닥을 뒹굴었다. 이스마엘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아쉽게 됐군.]

리치가 바로 앞에 있었다.

이스마엘이 오줌을 지렸다.

그가 바지를 적시는 동안 리치는 이스마엘의 몸을 찬찬히 훑었다.

[팔이 조금 짧지만··· 나머지는 대충 맞는 것 같구나.]

이스마엘은 리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나이는?]

"예···?"

넋이 나간 이스마엘이 멍청히 되물었다. 리치는 천천히 질문을 반복했다.

[네 나이를 묻고 있다.]

"3···34세 입니다···."

[이름은?]

"이스마엘··· 이스마엘 엔파시아스입니다."

[성을 가지고 있군. 귀족인가?]

"예··· 예. 그렇습니다."

[엔파시아스. 들어본 적 없는 성이다. 제국인인가?]

"아, 아닙니다. 마디올 왕국 출신입니다."

이스마엘은 살아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마디올···. 동부대사막 옆의 소왕국이 맞나?]

"그렇습니다."

[네 가문은 유명한가?]

"예···?"

[엔파시아스라는 성이 어느 정도의 이름값을 가졌는지를 묻는거다.]

"저희 가문은 시골의 작은 영지를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만···?"

해골에는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스마엘은 리치가 웃고 있다 확신할 수 있었다.

[다행이군.]

리치가 양 손을 들어올렸다.



---



리치는 이스마엘의 생명력을 흡수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이스마엘의 육체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시간을 들여 그의 정신을 파괴했다.

뒤이어 이스마엘의 팔을 그어 낸 피로 바닥에 8자 모양의 마법진을 그렸다. 한 쪽 원 위에는 영혼이 사라진 이스마엘의 시체를 눕혔다.

[살아있는 거냐?]

[몸뚱아리만. 영혼이 죽었으니 그마저도 곧 죽을 테지.]

마법진의 나머지 한 쪽은 비어있었다. 리치가 정교하고 복잡한 마법진을 그리는 데에만 한 시간이 걸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고르가 물었다.

[어쩔 생각이냐?]

[녀석의 몸을 빌릴 거다. 해골 몸뚱이로는 황제와 성왕의 영토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힘들어.]

[신체전이? 그런 마법은 없다.]

[불가능하지.]

기나긴 마법의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마법사들이 영생을 꿈꾸었다. 호문쿨루스, 리치술 등의 대안이 제시되기는 했지만 그 어느것도 진정한 영생이라고 할 수 없었다.

신체전이는 그러한 시도 중에서도 특히나 파격적이고 정신나간 시도였다.

'늙어죽는게 문제라면 어린 몸으로 정신을 옮기면 된다.'

이런 단순한 사고로 시작된 연구는 시전자와 피시전자, 두 구의 시체와 함께 인간의 정신은 너무나 복잡해 옮길 수 없다는 결과만을 내놓았다.

[마법진은 복잡하지만 마나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 마법이다. 신체전이에 필요한 마나량의 발끝에도 못 미쳐.]

사실 리치도 자신이 사용하려는 마법의 모든 걸 알고 있지는 않았다.

[이건 마왕이 만든 마법이야.]

[마왕이?]

[빌어먹을 천재가 직접 만든 마법이지. 인간 세상에 갈 일이 있으면 도움이 될 거라더군.

아마 껍데기만 빌려서 걸치는 마법인 것 같다. 이스마엘의 시체가 썩기 전에 다른 껍데기를 찾아야 하겠지.]

리치는 마법진의 반대쪽 원에 올라서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파스스스···

한 시간이 지나자 이스마엘의 몸이 손가락 끝부터 조금씩 부서져나가기 시작했다.

파직, 파지직.

리치의 뼈 위로 강렬한 스파크가 튀었다.

이스마엘의 몸이 부서져갈수록 스파크가 지나간 리치의 뼈 위에는 내장, 근육, 혈관, 신경계, 그리고 피부가 조금씩 자라났다.

마법은 어둠이 내려서도 계속되었다. 12시간에 걸친 의식이 끝나고, 마법진 위에는 육신을 가진 이와 백골만 남은 이의 위치가 뒤바뀌어 있었다.

[아, 아. 크흠. 이런 목소리였나."

목소리를 맞춘 알몸의 이스마엘, 아니 이스마엘의 가죽을 두른 리치가 손을 내려다보고는 감탄했다.

"놀라운걸. 창백하지만 꽤 자연스러워.

세 명분의 마나로 이런 마법이 가능하다니. 마왕 놈··· 무슨 수를 쓴거지?"

[호오.]

이고르가 공중에서 날개를 파닥거리며 리치의 몸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느낌이 있나?]

리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시체를 뒤집어쓴 것 뿐이야. 느껴질 리가 없지."

[살아있는 것 같다.]

이고르는 한참동안 이스마엘의 몸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신기해했다.

움찔.

[···?]

"왜?"

[방금 몸이 움직였다.]

"그럴 리가 없잖느냐."

가랑이 사이에서 달랑거리는 물건이 부끄러웠던 리치는 이스마엘의 백골에서 옷을 벗겨 입었다.

[지린내가 난다.]

"난 못 맡으니 상관없다."

[구리다.]

그 때였다.

"저기···."

갑자기 들려온 앳된 목소리에 놀란 리치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혹시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피곤한 얼굴의 미리암이 리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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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외전. 이고르 +4 20.04.25 165 6 7쪽
25 9. 승화 (2) + 에필로그 +2 20.04.25 186 4 18쪽
24 9. 승화 (1) +2 20.04.24 140 5 12쪽
23 8. 습격 (2) +2 20.04.23 135 5 13쪽
22 8. 습격 (1) +2 20.04.22 151 5 14쪽
21 7. 때 아닌 던전탐험 (3) +4 20.04.19 177 7 12쪽
20 7. 때 아닌 던전탐험 (2) +2 20.04.18 173 5 12쪽
19 7. 때 아닌 던전탐험 (1) +2 20.04.17 200 6 12쪽
18 6. 수도사 아리타. (4) +2 20.04.16 217 3 13쪽
17 6. 수도사 아리타. (3) +2 20.04.15 207 5 12쪽
16 6. 수도사 아리타. (2) +2 20.04.12 229 4 12쪽
15 6. 수도사 아리타. (1) +1 20.04.11 231 7 13쪽
14 5. 사람처럼 사는게 너무 힘들다. (3) +2 20.04.10 259 5 12쪽
13 5. 사람처럼 사는게 너무 힘들다. (2) +2 20.04.09 236 5 12쪽
12 5. 사람처럼 사는게 너무 힘들다. (1) +2 20.04.08 289 5 12쪽
11 4. 미리암은 결심했다. (2) +2 20.04.05 304 9 12쪽
10 4. 미리암은 결심했다. (1) +2 20.04.04 319 6 12쪽
9 3. 마신교도 피니언 (2) +5 20.04.03 321 11 12쪽
8 3. 마신교도 피니언 (1) +2 20.04.02 363 7 12쪽
7 2. 리치는 이스마엘 (3) +1 20.04.01 390 8 12쪽
6 2. 리치는 이스마엘 (2) +1 20.03.31 426 11 12쪽
5 2. 리치는 이스마엘 (1) +1 20.03.30 498 12 12쪽
4 1. 보육원장 이스마엘 (3) +1 20.03.29 608 11 13쪽
» 1. 보육원장 이스마엘 (2) +1 20.03.28 673 13 12쪽
2 1. 보육원장 이스마엘 (1) +1 20.03.28 876 15 12쪽
1 프롤로그 +1 20.03.28 973 18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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