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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빗 님의 서재입니다.

망겜 속 주술사 생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완결

솔빗
그림/삽화
솔빗
작품등록일 :
2023.05.15 00:15
최근연재일 :
2023.10.04 01:22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5,446
추천수 :
119
글자수 :
716,143

작성
23.10.04 01:19
조회
21
추천
1
글자
9쪽

128. 물병자리의 밤 【완】

DUMMY

한편, 이번 승천 실패의 과정에서 떨어져 나와 그 결과를 미리 접한 것도 있었으니.


그것을 구현수의 혼이라고 불러도 좋았고, 독자들이나 플레이어들의 정신으로 여겨도 좋았으며.


현자의 돌, 혹은 당신이나 나로 정의해도 좋았다.


그리고 그런 혼이 구현수의 형체로서 승천 결과에 해당되는 한 장소에 발을 디뎠고.


그곳은 우둔한 혼돈의 옥좌도, 옥좌 주변의 이계들도 아닌 몽환시 오염 지역의 한 변방.


승천의 탑과 그 매듭은 그런 꿈으로 이어진 함정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함정을 준비한 존재는 이번에 함정이 제 역할을 못한 일에 실망했지만.


동시에 한 영혼이 그곳에 도달한 일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곧 그 영혼의 앞에 한 누비아인 파라오가, 혼돈의 화신이 그 함정의 주인으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어째서 그대는 승천의 끝까지 가지 않았나?


운이 좋다면 내가 준비한 것들을 뚫고 나서, 이곳에 떨어지는 게 아니라 진정한 불멸을 얻을 수도 있었을 텐데.


창조주의 파편으로서 그 혼돈과 합일했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파라오의 그런 말에 대꾸하듯 가냘픈 비명이 뒤따랐다.


그리고 영혼은 그제야 꿈의 모습을 좀 더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었으니.


승천 함정에 빠진 존재들.


그 젊은 신들이 원시 제의의 춤을 펼치는 중심에서,


금우궁의 시몬 마구스가 산 채로 불타는 걸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영혼이 시몬과 파라오 양쪽을 살피자 곧 그 파라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저러고 구워 먹혀도 다음날 멀쩡히 되살아나, 다시 저 구성원들 중의 하나가 되니 두려워하진 마라.


음, 미개하다고? 과거의 일부 앞에서 굳이 현대의 상식을 들먹이지 마라.


게다가 우리가 인류 종을 유지시키는 이유 중 하나가 인신공양이라고.


부족장 겸 산 제물에, 수장되거나 불타죽는 마을 처녀에, 속죄양에, 마녀사냥에.


심지어 고대 이집트에서마저 순장이 있었다지?


죽음에 큰 의미를 부여해 독자적으로 번성한 것. 그 자체를 혼돈이 얼마나 사랑하는데.」



영혼은 이제 반투명해진 손가락으로 혼돈의 화신을 가리켰다.


「이 모습에 이런 말을 해서 인종차별적이라고? PC하지 않다고?


난 근엄한 한 파라오와 까다로운 조건들 하에 계약해 이 환생체로 태어난 거란다.


대신 인류 역사에서 지워졌지만.


그래도 계약을 거부했던 누비아인 파라오들은 인류사에 그대로 남았잖아?


그리고 겉이 이래도 알맹이는 인류 신화들과 영향을 좀 주고받았다고.


태곳적 암굴에 봉인되거나 거기서 용을 죽이는 죄수들. 신의 불을 훔친 도둑들.


그 영웅신들이 곧 내 분체들이다.」



혼돈의 화신은 그렇게 다소 가벼운 어조로 자기 자랑을 한 뒤 젊은 신들의 제의를 응시했다.


그리고 그 시점에 하늘은 옅은 금빛, 탁한 푸른색으로 물들며, 현실에 있을 법한 몽환적인 하늘로 화했다.


이제 그 너머에선 태양이 현자의 돌처럼 주홍색으로 빛나고, 달도 흐릿했던 자신을 뚜렷하게 변화시킨다.


혼돈이 차지한 드림랜드 영지에 밤이 오는 것이다.



다만 혼돈의 꿈이 밤에 완전히 물들기도 전에 그 꿈 풍경이 멈추는 속도가 더 빨랐으며.


그런 정지 상황에서 자유로운 존재들은 지금 불청객들로서 꿈 시간을 멈춘 자들,


그리고 구현수의 영혼, 혼돈의 파라오 화신이니.


현수가 승천 매듭에서 만났던 암살자들.


그들이 황색 목신의 전령으로서, 자신들의 모습을 그 장소에서 와서야 제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그 암살자들 겸 전령들은 그 꿈에서 그리 행동한 시점에서 화신의 권능 때문에 정신을 잃고.


뒤이어 그 둘은 각자 혼돈에 홀린 채 땅속에 파고들면서, 그 안쪽에서 핏빛 주목 두 그루로 자라났다.


「뭐, 미끼 역할은 제대로 해냈으니까 승천을 포기한 일에 대해 더 꾸짖진 않겠다.」



곧 꿈속에 발굽들로 땅 두들기는 소리가 울리고.


마녀 나하브의 주인이, 사탄 가죽을 뒤집어쓴 그 이계인이 히죽대며, 파라오 화신의 부름에 이끌렸다.


그리고 혼돈의 그 이계 화신은 그렇게 꿈에 소환되자마자 제 입을 귓가까지 길게 찢어 보인다.


다만 이계 화신이 현수의 영혼 쪽에 직접 말을 하는 일은 없었는데.


화신들이 격의 차이로 그 영혼이 무의미하게 파괴되는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신격도, 승천도, 현실의 한 파편에서 주인이 되는 것도 포기한 영혼아.


네게 보여줄 것들은 모두 보여줬다. 신으로서의 네가, 인간인 네게 남긴 유산을 충분히 즐기길 바란다.」



동시에 이계 화신이 제 손톱 하나를 뽑아 땅바닥에 흘리니.


증식하는 그 마귀 손톱이 이방의 그 영혼을 집어삼키고.


화신의 마귀 손톱 속엔 거시세계들, 미시세계들로 이어진 우주들이, 그리고 승천의 함정보다 더 고약한 것들이 기다린다.


따라서 영혼은 자신에게 남은 시몬 영육을 제물로 현 뱀신에게 탄원하며 그 안에 몸을 던졌다.


그 이후로 이방의 영혼이 현수의 육신에서 깨어난 때는 보병궁의 시대.


히피 문화, 뉴에이지 운동 등이 미국에 퍼진 1960~70년대였다.



**



귀환해야 할 쌍어궁 현실, 빙의자로서 살던 인마궁 정령계.


그리고 그런 세상 둘에 얽힌 세상들에, 멸망 중이던 금우궁 세계들까지.


적어도 현수가 인마궁의 지구와 합일한 세상들 중 확인 가능한 것들은 그런 이름들을 갖고 있었고.


그로 인해 미스캐토닉 강 북서쪽 부근엔 마귀들이 교접하는 듯한 기이한 고목.


어딘가 주목을 닮은 그런 나무가 잿빛 땅을 뚫고 위로 솟아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고목이 흉물이라고 함부로 베이거나 하진 않았는데.


그 가지를 꺾어 붉은 수액이라도 나온다면, 그 가해자가 인스머스에서나 겪을 공포에 시달린다는 소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뿐만 아니라 현실의 사람들이면서 지구의 음지를 접한 자들.


그들 중 미국 중앙정보국 소속의 요원들이 그 나무에의 접근을 막은 영향이야말로,


나무가 멀쩡할 수 있는, 더 큰 이유일 것임은 확실했다.



그러더라도 그 고목과 주인의 평판은 나쁘지 않았으니.


현실에 겹친 꿈에 대해 아는 자들 사이에서 특히 그러했지만.


사실 고목의 주인은 그런 일들이 있더라도 거기에 관심 없이, 그 나무 안쪽 너머의 정령계,


발티아의 그 중심에서 구현수였던 것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던 것이다.


인마궁의 주인을 놓고 벌어진 전쟁.


그 긴 파괴 끝에 현수가 주술로써 적들과 합일한 채 여태 깨어나지 않았던 까닭이다.



게다가 그 전후 처리 과정에서 발티아 시정부를 포함, 많은 자들이 잠든 현수를 마석 광산 정도로 여기려는 상황.


그런 위기에서 현수의 편이 된 지성체들은 그 탐욕스러운 자들을 꾸준히 처리해 왔으며.


1970년이 된 지금.


그 자리에 끝까지 남은 존재는 인마궁 신격체라 고통, 생명의 걱정이 없는 그녀뿐이었다.



그렇다고 그녀 외의 그 지성체들이 거기서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었는데.


루아흐 측 지성체들은 발티아의 폐허에서 그 시정부 측 지성체들을 제압 후 협상해,


재건될 발티아 안에 새로운 마탑을 세우고.


샤루르의 일부였던 그 마탑을 현수가 돌아올 만한 곳으로 꾸미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쯤 샤루르 마탑의 새 전령이 올피를 향해 날아왔다.


소피아의 근원이 회귀한 아스타르테와 함께 만들어 세상에 내보낸 새 소피아.


샤루르 마탑 측은 브리짓을 기반으로 만든 바로 그 전령을 발티아의 예전 중심으로 보냈던 것이다.



그렇게 제미니가 새 소피아이자 전령으로서, 날다람쥐 모습으로 올피의 뒤통수에 착 달라붙었다.


그러더니 마치 주인 좋아하는 새처럼 그 머리카락들을 목욕 수단으로 쓰려 했고.


따라서 곧 제미니는 올피에게 목덜미를 잡힌 채 허우적댔다.


「안 그런 척하셨으면서 순애물 여주인공이 되고 싶으셨어요?」


「헛소리하지 마. 그리고 예언에 따르면 어제 깨어난다고 하지 않았어?」


「안타깝지만 예언도 이젠 완전히 미신이 됐다고 제가 인공정령들로 말씀드렸을 텐데요.


검강과 기의 쇠락처럼 예언을 예측과 교차 검증할 수 있는 그런 사례들은 점점 사라질 거랍니다.」



그때쯤 발티아의 예전 중심.


그 마석 광산 닮은 곳에서 시몬 마구스의 형체가 위로 솟았다가 뒤늦게 뱀신의 제물이 되어 사라지고.


황색 목신의 그릇 대신 독사들의 군체 같은 게 광산 같은 형상을 전부 흡수하며, 현수의 모습을 내보였다.


「귀환도 나름 고민하고 하셨군요. 황색 상징과 그 자비를 지우고 그 자리에 환생자의 격을 새겨 넣었다니···」



날다람쥐 정령이 하늘 위로 내팽겨 치며 그리 말하는 동안, 인마궁의 여신이 제 반려의 귀환을 기뻐했다.


그리고 그 순간, 쌍어궁의 말세가 자신의 최후를 알리며 미래의 고통과 혼란을 예고했지만.


여신과 그 반려인 환생자는 옛 남매 신과 달리, 인간들로서 소박한 행복에 닿은 채 현실의 아픔들을 쉬이 이겨낼 것이 분명했다.


***

【완】


작가의말

지금까지 이런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D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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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8. 물병자리의 밤 【완】 23.10.04 22 1 9쪽
127 127. 알레샤의 탑 (5) 23.10.03 10 1 10쪽
126 126. 알레샤의 탑 (4) 23.10.02 12 1 11쪽
125 125. 알레샤의 탑 (3) 23.09.30 10 1 10쪽
124 124. 알레샤의 탑 (2) 23.09.29 12 1 11쪽
123 123. 알레샤의 탑 (1) 23.09.28 13 1 12쪽
122 122. 기둥들의 도시 (5) 23.09.27 12 1 11쪽
121 121. 기둥들의 도시 (4) 23.09.26 16 1 12쪽
120 120. 기둥들의 도시 (3) +2 23.09.25 16 1 11쪽
119 119. 기둥들의 도시 (2) 23.09.23 14 1 12쪽
118 118. 기둥들의 도시 (1) 23.09.22 14 1 12쪽
117 117. 대전사들 (4) 23.09.21 12 1 12쪽
116 116. 대전사들 (3) 23.09.20 10 1 11쪽
115 115. 대전사들 (2) +2 23.09.19 18 1 11쪽
114 114. 대전사들 (1) 23.09.18 12 1 13쪽
113 113. 귀환할 주인공을 위한 미래는 없다 (5) 23.09.16 13 1 10쪽
112 112. 귀환할 주인공을 위한 미래는 없다 (4) +2 23.09.15 20 1 12쪽
111 111. 귀환할 주인공을 위한 미래는 없다 (3) 23.09.14 17 1 12쪽
110 110. 귀환할 주인공을 위한 미래는 없다 (2) 23.09.13 14 1 12쪽
109 109. 귀환할 주인공을 위한 미래는 없다 (1) +2 23.09.12 18 1 11쪽
108 108. 백일몽의 자손들 (2) 23.09.11 12 1 12쪽
107 107. 백일몽의 자손들 (1) +2 23.09.09 17 1 12쪽
106 106. 권속화 (6) 23.09.08 16 1 11쪽
105 105. 권속화 (5) 23.09.07 13 1 11쪽
104 104. 권속화 (4) +2 23.09.06 16 1 12쪽
103 103. 권속화 (3) 23.09.05 15 1 12쪽
102 102. 권속화 (2) 23.09.04 16 1 12쪽
101 101. 권속화 (1) +2 23.09.02 18 1 12쪽
100 100. 노쇠한 조상신들 (7) 23.09.01 14 1 12쪽
99 99. 노쇠한 조상신들 (6) +2 23.08.31 15 1 12쪽
98 98. 노쇠한 조상신들 (5) 23.08.30 12 1 11쪽
97 97. 노쇠한 조상신들 (4) 23.08.29 14 1 12쪽
96 96. 노쇠한 조상신들 (3) +2 23.08.28 17 1 13쪽
95 95. 노쇠한 조상신들 (2) 23.08.26 15 1 12쪽
94 94. 노쇠한 조상신들 (1) 23.08.25 17 1 11쪽
93 93. 구더기들의 돌 (5) 23.08.24 15 1 12쪽
92 92. 구더기들의 돌 (4) +2 23.08.23 20 1 12쪽
91 91. 구더기들의 돌 (3) 23.08.22 14 1 11쪽
90 90. 구더기들의 돌 (2) 23.08.21 17 1 12쪽
89 89. 구더기들의 돌 (1) 23.08.19 13 1 12쪽
88 88. 인조 습합신 (7) 23.08.18 15 1 12쪽
87 87. 인조 습합신 (6) 23.08.17 15 1 13쪽
86 86. 인조 습합신 (5) 23.08.16 15 1 11쪽
85 85. 인조 습합신 (4) +2 23.08.15 21 1 12쪽
84 84. 인조 습합신 (3) 23.08.14 14 1 12쪽
83 83. 인조 습합신 (2) 23.08.12 14 1 11쪽
82 82. 인조 습합신 (1) 23.08.11 1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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