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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쥐 님의 서재입니다.

내 살림살이가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적자생
작품등록일 :
2021.07.26 21:39
최근연재일 :
2021.08.26 19:0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3,506
추천수 :
121
글자수 :
188,122

작성
21.08.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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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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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0.

DUMMY

“주인.”

흔들.

“···왜.”

흔들흔들.

“일어나봐.”

“나 어제 늦게 잔거 알잖아.”

아니, 오늘인가.

눈을 감고 다림판에게 대강 대답하니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임씨?”

‘뭐지.’

저런 호칭으로 말할만한 사람은 차재명인데.

하지만 목소리가 달랐다.

‘차재명 요새 바쁘다더니 태국 갔다온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지.

벌떡!

“우왓!”

곧바로 일어나니 놀라 뒷걸음질치는 다림판과 신유진이 보였다.

‘아니, 신유진?’

“···왜 여기 계세요?”

“아, 그냥 인사차 왔는데 자고 계실줄은 몰랐네요. 벌써 1시가 넘었는데···”

“하하하.”

“S급 헌터 되셨다고 파티라도 하신건가요?”

파티···파티라···

피터지게 맞긴 했는데.

‘이런걸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아뇨. 그냥 뭐···그런데 인사차라니요?”

“아, 그거 말인데요. 앞으로 볼일이 많이 없을 것 같아서요.”

“아, 짤리셨어요?”

월차내고 길드전 보러갔다고 짤린건가?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물으니 그녀가 호다닥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가요! 저도 나름 고급 인력이라고요.”

‘그러고보니 B급 헌터였지.’

방송만 좀 탔으면 스타헌터가 됐을텐데 아까운 인재긴 하다.

“근데 왜 볼일이 없는거죠?”

“원래는 제가 이 구역을 담당했는데 수임씨가 공인 S급 헌터가 되셨잖아요?”

“아 그렇구나.”

S급 헌터가 거주하는 근처는 별도의 감시 인력을 두지 않는다.

‘S급 헌터의 의무였지.’

사실 별로 신경쓸 건 없었다.

어떤 간 큰 빌런이 S급 헌터가 관리하는 구역에서 범죄를 저지르겠는가.

‘애초에 이 근처는 아저씨가 청소하고 다니기도 하니까.’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런 이유로 저희 [청]은 이 구역의 인력을 빼기로 했어요.”

그런가.

“저 때문에 괜히 일자리 잃으신 것 같아서 미안하네요.”

“아, 아뇨! 그런 의도로 말한건 아니에요. 그냥···앞으로 볼 일이 없을 것 같아서요.”

“뭐, 그럴수도 있죠.”

“멍청아.”

“응?”

“뒤지는 것도 아닌데 그냥 연락을 하고 지내면 되잖아.”

가스레인지의 퉁명스러운 말에 신유진이 활짝 웃으며 손뼉을 쳤다.

“아! 그럼 그럴까요?”

“물론 우리 S급 헌터님은 바빠서 연락을 못 받을 것 같지만 말이지.”

뭔데.

갑자기 왜 팔짱을 끼는데.

그걸 본 신유진도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하긴 S급 헌터시니까···”

“아뇨. 오히려 안바쁠 것 같은데···”

애초에 들어갈 게이트도 없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요.”

다시 고개를 들고 활짝 웃어보인 그녀가 쪽지를 내밀었다.

“쯧.”

탁!

“가스레인지?”

어제 화난게 아직도 안 풀린건가?

“그러고보니 수임씨, 가스레인지씨나 냉장고에게는 이름 안 붙여주시나요?”

“이름이요?”

“임판다씨는 신분증까지 있는데 다른 분들에게도 이름 정도는 붙여주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이름이라···”

스윽.

슬쩍 가스레인지를 쳐다보니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왜 갑자기 욕을 하고 그래.”

“이름 그거 지어봤자 가스레인지라고 부를거잖아.”

“음···”

맞는 말이긴 하다.

당장 다림판만 해도 다림판이라고 부르고 있으니까.

“사실 제가 냉장고 이름은 생각해봤거든요.”

“아, 이름까지 생각해보셨어요?”

“하하. 너무 과몰입했나요?”

신유진이 머쓱하게 웃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냉장고도 아마 좋아할거에요.”

어느새 인간형으로 누워있는 냉장고를 보며 말했다.

뭐 하나를 해줄 때마다 좋아하는 냉장고니까 좋아하지 않을까.

“뭐. 이름 지어준다고 하면 냉장고는 좋아하겠네.”

“그렇지?”

“하지만 내가 허락해야해.”

가스레인지가 팔짱을 끼며 경고했다.

“네.”

‘갑자기 너무 비장해지는데?’

신유진의 기세가 변했다.

양 주먹을 꽉 쥔 그녀가 조심스레 입을 떼었다.

“프리지아 어때요?”

“프리지아?”

예쁜 이름이다.

슬쩍 가스레인지를 바라보니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고 았었다.

“너무 문화사대주의적인 이름이긴 하지만···괜찮네.”

가스레인지가 이 정도의 반응을 보인다?

‘극찬인데?’

사실 냉장고의 취향을 제일 잘 아는 건 가스레인지였다.

‘둘이 계속 옆에 붙어있었으니까.’

스윽.

“냉장고.”

침대에 곱게 누워있는 냉장고를 불렀다.

“우응?”

“어머, 귀여워라.”

“너무 가까이 가지마, 외부인.”

“이름까지 지었는데 외부인인가요?”

“나도 생각할 수 았는 이름이었어.”

뒤에서 태격거리는 소리를 무시하곤 눈을 비비는 냉장고를 향해 말했다.

“냉장고.”

“왜애?”

“냉장고 말고 다른 이름을 지어줘도 될까?”

“우음···”

반 정도 감긴 눈을 완전히 감아버린 냉장고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싫은걸까요?”

“아니, 기다려.”

뒤에서 들려오는 두 사람의 대화가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지?’

꿀꺽.

그 순간.

냉장고의 눈이 띄였다.

“좋아!”

냉장고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 좋아?”

“응!”

“냉장고는 싫었어?”

“아···아니. 그건 아닌데···으음···”

냉장고가 곤란한듯 웅얼거렸다.

‘귀여워라.’

냉기를 뿜어대며 사람들을 얼리고 다녔다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해맑다.

“장난이야, 장난.”

“우응.”

노려보는 것도 귀엽다.

“냉장고. 네 이름은 이제 프리지아야.”

“프리지아?”

“마음에 안 들어?”

“아니, 맘에 들어!”

그렇게 말한 냉장고. 아니, 프리지아가 미소지었다.

“좋아하는데요?”

“다행이네요.”

“이 분은 누구야?”

“그러고보니 전에도 자느라 못 봤지.”

냉장고가 유난히 잠이 많았다.

‘성장기인건가?’

그럴리가.

이상한 생각이다.

대충 웃어넘기니 신유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전 슬슬 가볼게요. 내일 있을 임명식 힘내시고 S급 헌터 돠신거 축하드려요.”

“네, 감사합니다.”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은데···이게 여러모로 문제가 될 수 있어서 하하.”

“주기 싫어서 그런거 아니고?”

“가스레인지?”

“하하, 설마요. 저야 뭐든지 드리고 싶은 마음이죠.”

“그럼 말고.”

신발을 신던 신유진이 문에 손을 댄 채로 말했다.

“그러고보니 수임씨의 능력은 가구 같은걸 소환하는거죠?”

“네? 네.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럼 언젠가 제가 준 그것도 소환될 수 있겠네요.”

그렇게 말한 신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쿵.

“아니.”

그게 뭔데?

***

어두컴컴한 골방 속, 누군가 중얼거렸다.

“백수임. 새로운 S급 헌터.”

톡. 톡. 톡. 톡. 톡. 뚜둑.

손가락으로 책상을 치던 그가 고개를 꺾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번쩍.

그를 둘러싼 벽. 아니, 수많은 모니터가 한 순간에 켜졌다

“유진이랑 만났다는거다.”

백수임과 신유진이 함깨 찍힌 모든 순간이 화면으로 떠올랐다.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지.”

끼익.

그 남자.

[청]의 실질적 지배자이자 레인보우 얼라이언스의 간부가 마침내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

신유진이 나간 직후, 가스레인지가 따지듯이 물었다.

“그거라니, 뭘 말하는거야?”

그녀는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는 아내처럼 쏘아붙였지만.

“나도 모른다니까?”

정말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뭐라도 있으니까 저 불여시같은 년이 꼬리를 치지.”

“아니, 불여시라니.”

그냥 지인일 뿐이다.

“뭐 받은 거 있는거 아냐? 너 혹시 제비야?”

“계속 봐왔으면서 제비라니. 너무한거 아냐?”

“이 좁쌀만한 집구석에서 까먹을 게 뭐가 있다고.”

가스레인지의 말이 일리가 있긴 하다.

‘뭘 구석에 박아놨어도 금방 찾을 수 있을텐데.’

“저기 주인. 이거 아냐?”

“응?”

다림판이 뭔가를 들어보였다.

“아! 그거였구나!”

정말이지 완전히 잊고 있었다.

“신유진씨랑 처음 만났을 때 받은 사은품.”

그 상자를 집에 들고 온 다음 다림판을 소환했었다.

“이거였네.”

“뭐야. 고작 이런거였어?”

가스레인지가 김이 빠졌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게 뭐 없다고 했잖아.”

“난 또 둘이 막 뭐 있나했네.”

“애초에 네가 계속 집에 있었는데 있긴 뭐가 있어.”

“흥.”

“뭔지 까보기나 할까?”

궁금하네.

화륵!

우왁.

“집에서 불을 쓰면 어떡해!”

“내 컨트롤 못믿어?”

“컨트롤이 중요한게 아니잖아.”

사춘긴가?

가스레인지를 흘겨보고 있으니 어느새 내용물을 확인한 다림판이 말했다.

“주인, 이거···”

스윽.

아, 이래서 신유진이 그렇개 말한거구나.

“에어프라이어.”

두달만에 밝혀진 사은품의 정체였다.

대충 전자레인지 위에 올려놓고선 생각했다.

‘얘는 어지간하면 소환하지 말아야겠다.’

띵동.

“뭐야.”

또 누구야?

딱히 올만한 사람이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기에 올만한 사람은···

“시안가?”

한 사람 있구나.

“시아?”

가스레인지가 중얼거렸다.

“아, 그러고보니까 넌 시아도 모르는구나.”

심지어 시아는 집에 온 적도 없으니까.

“여자야?”

“여자지?”

성별이 여자인건 맞으니까.

꽈악.

“으아아악! 갑자기 왜 이래?”

“이익···밖에서 여자를 얼마나 만나고 다닌거야!”

"오해! 오해야!"

"오해는 무슨!"

"애초에 내가 뭘 하든 네가 신경 쓸 필요없잖아?"

"뭐라고?"

이런. 잘못 건드렸다.

"불은 쓰면 안..."

띵동. 띵동.

아 맞다.

“다림판, 일단 문 좀 열어줘봐.”

"좋아. 다시 시작하자고."

"으아아악!"

"...둘 다 참. 사이가 좋다니까."

가스레인지와 엉켜 있는 모습을 한심하게 쳐다본 다림판이 고개를 저으며 현관으로 향했다.

철컥.

“응?”

뭐야. 매시아가 아니잖아?

“뭐야, 여자라며. 아, 여잔가?”

“아니. 얜 여자 아니야.”

그건 그렇고 진짜 무슨일이지?

‘손건후.’

문 앞에 서 있던 건 손건후였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조심해.”

그러고선 등을 돌려 사라졌다.

“뭐지?”

아니, 고작 세 음절 말하려고 여기까지 왔어?

“벨튀하려다 실패한건가?”

오, 꽤 신빙성 있는 추측...은 무슨.

“그럴리가 없잖아.”

'손건후...미디어에서도 아무 소식을 못 들었는데?"

보통의 유망주라면 타 지역으로 가서 시험을 보고 온다.

‘빠르게 헌터가 되는게 중요하니까.’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헌터 등록 시험이 열렸음에도 손건후와 민수아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거랑 뭔가 연관이 있는건가?”

나 때문에 헌터의 꿈을 버렸다거나?

'근데 왜 이렇게 늦게 내려가?'

마치 잡아달라는듯 꾸물럭거리며 돌아가고 있었다.

'잡아야 되나?'

별로 잡고 싶진 않은데.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손건후의 등을 보고 있을 때, 다림판이 입을 뗐다.

“주인.”

“어?”

“저 녀석···강해졌어.”

얜 갑자기 무슨 이상한 소리야?

'겨우 두 달만에 강해졌을 리가...없...는데?'

정말이다.

‘마나량이 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다.’

물론 나와 비교될 정도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어마어마한 성장속도였다.

‘그런데 왜 아무 이야기도 없는거지?’

대형 길드의 헌터는 관심을 받고 자라난다.

저 정도라면 어느정도 주목이 됐을텐데 어째서 나타나지 않았던걸까.

“모르겠는데.”

손현범이랑 연관이 있는건가?

그렇다면 협회에서?

‘그럼 여기 온 이유는 뭐지?’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렇게 손건후는 의문만 남기고 사라졌다.

***

“하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헌데 한가지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뭐지?”

“약속은···지켜주시는거죠?”

“크흐흐. 그런게 불안했던거냐?”

“아닙니다. 제가 주제넘는 소리를···”

“당연히 들어주마.”

“···! 감사합니다!”

“아니. 감사할 필요 없어.”

씨익.

어딘가 뒤틀린 미소를 지은 손현범은 자신의 ‘아들'을 내려다봤다.

“넌 내 유일한 결실이니까.”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가보도록.”

“예!.”

꾸벅.

과할 정도로 허리를 숙인 그, 손건후가 의원실을 나가며 말했다.

“안녕히 계십시오, ‘의원님’.”

끼익.

쿵.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손현범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역시 자식 교육을 잘 시킨것 같아. 안 그렇나?"

손현범의 말 한마디에 바닥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예."

"그래도 네 동생인데 말이지."

"예."

"쌀쌀맞기는."

가볍게 기지개를 핀 손현범이 중얼거렸다.

"저놈이 누굴 위해 저러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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