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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쥐 님의 서재입니다.

내 살림살이가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적자생
작품등록일 :
2021.07.26 21:39
최근연재일 :
2021.08.26 1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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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8,122

작성
21.08.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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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9.

DUMMY

결과적으로, 바로 S급 헌터가 되지는 못했다.

“오, 또 니 얘기 나온다.”

아저씨네 가게에서 나오는 TV.

그 속에는 이상한 전문가가 입을 놀리고 있었다.

-그래서 백수임 헌터의 자격을 두고선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았습니다.

“또또또 개소리한다.”

“그러게요.”

많은 사람들은 무슨.

“협회랑 길드 쪽에서 뻐팅기고 있다면서요.”

“그러게 말이다. 하긴 오랫동안 굳어진 관행이니까.”

“그럼 전 어떻게 되는거죠?”

“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돼? 별 문제 없을걸?”

“불법 게이트 이용 어쩌고 하면서 도덕적 결함 때문에 안된다고 하지 않았어요?”

“개소리지. 장복덕 사례도 있는데.”

“그래요?”

하긴.

-협회에 민원 넣고 옴.

-이 시키들 지네 소속 아니라고 승급 안시켜주는거임?

ㄴㄹㅇ개추함

-아예 빌런으로 등록으로 등록한다던데 ㄹㅇ ㅈㄹ인듯

ㄴㅋㅋ장복덕 어디갔냐

-근데 소환물을 헌터로 등록한건 선넘은거 아님? 이거 중국이랑 외교 문제도(이하 생략)

ㄴㄹ

ㄴ좆선족 ㅎㅇ

ㄴ류화곤 개팬거 씹사이단데 뭔 개소리냐

-이 새끼들 파이 나누기 싫어서 이러는거임?

-협회의 추악한 거짓말

-협회 신뢰도 역대 최하 달성. 편파적 승급 심사가 주된 원인?

-국민 청원 최단 기간 50만 돌파

민심은 이쪽에 있었다.

‘이대로면 뭐.’

사실 끝까지 S급 헌터가 되지 못해도 상관은 없었다.

‘발할라 길드에서 온 메세지.’

외국의 헌터 협회에서 S급 헌터 자격을 취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그 메세지가 있었으니까.

‘발할라 길드 정도면 믿을만하지.’

고개를 끄덕이고 았으니.

톡톡.

누군가 팔뚝을 쳤다.

‘냉장고?’

하얀 원피스를 입은 냉장고가 눈을 빛내고 있었다.

“주인님!”

잠깐. 안돼.

“주인님이 아니라 뭐라고?”

그렇게 물은 후에야 잠시 머리를 갸우뚱거린 냉장고가 손뼉을 치며 웃었다.

“아, 오빠!”

“그렇지.”

쓰담쓰담.

아저씨 가게가 망해가는 중이 아니었으면 큰 오해가 있을 뻔 했다.

“그래서 왜 불렀어?”

“놀자.”

“다림판은?”

냉장고랑 좀 놀아주라고 했는데 어디로 갔는가.

“큰 오빠는 조오기.”

냉장고가 가리킨 소파에는 진이 빠진 듯 추욱 늘어진 다림판이 있었다.

“이거 엄살 아니야?”

기본 상태에서도 A급 헌터는 될텐데 애 하나 몰아주는 걸로 저렇게 됐다고?

“주인···그 체력이 그 체력이 아니야. 놀아준 적도 없으면서 말은···”

그러고보니 다림판에게 시키기만 했지 직접 놀아준 적이 없는 것 같네.

“좋아!”

번쩍!

“꺄하하!”

“재밌어?!”

“응!”

이런걸로도 좋아하는구만. 뭐 그리 어렵다고.

그렇게 냉장고를 들고 뱅글뱅글 돌때의.

“크흐흐흐···”

그 순간 들려온 다림판의 웃음소리를 놓치면 안됐다.

***

“너희 언제 돌아갈거냐?”

아저씨가 매끈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더! 더!”

냉장고는 신나게 팔을 휘저었으며.

“흐르어어어···”

그 모든 장면이 돌아가고 있었다.

탁!

“후우···냉장고. 이제 그만···집으로···”

“···돌아가?”

누가 들어도 명백히 아쉽다는 어조.

냉장고가 초롱초롱한 눈빛을 발사했다.

‘안돼.’

이 이상 가면 죽는다.

“가스레인지···가스레인지는 어딨냐!”

아침에 나오면서 다른곳으로 향한 가스레인지를 부르짖었다.

“오늘 하루는 찾지 말라던데.”

“그런게 어딨어!”

나는 정신이 나갈거 같은데 혼자 편하겠다고?

‘어림도 없지!’

“소환-가스레인지!”

“어...안하는게 좋을거 같은데?,

다림판이 그렇게 말했지만 이미 늦었다.

작은 빛이 반짝이고.

“···으으.”

가스레인지가 소환됐으니까.

“어라?”

얼굴을 붉힌 가스레인지가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내가···찾지 말라고...흤을튼드···”

부끄러움과 분노가 섞인 미묘한 어투.

“아 미안.”

설마 수영복을 사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그래도 속옷을 사던건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음, 그래.

“···”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았는데?’

무슨 말이라도 해야한다.

그렇게 판단한 난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근데 그거 계산은···”

쫙!

‘이거 아닌가.’

가스레인지 이녀석. 진심으로 때렸다.

욱씬대는 볼을 매만지니 가스레인지가 소리쳤다.

“하고 올거니까 찾지마!”

순식간에 옷을 갖춰입은 그녀가 씩씩거리며 나갔다.

“···이거 내 잘못이야?”

아니, 갑자기 찾지 말라고만 하면 소환 좀 할 수 있는거 아닌가.

억울한 눈빛으로 뒤를 돌아봤으나.

“주인···”

“내가 키웠지만...참.”

아저씨도 다림판도 고개를 저을 뿐.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스윽. 텁.

‘그래, 냉장고 너는 날 위로해주는거지?’

그런거지?

그런 기대를 담아 냉장고를 쳐다봤으나.

“오빠도 참.”

싱긋.

그녀는 냉정했다.

***

[미르]길드의 최심부.

짙은 녹림이 우거진 그 정원 중앙에는 남자와 여자가 마주보고 있었다.

전과의 차이가 있다면 남자가 바뀌었다는 것 뿐.

“초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아닙니다. 협회의 의원님께서 와주시니 저희가 영광이죠.”

서로가 미소지으며 주고 받는 인사.

화기애애한 겉치레가 끝나기 무섭게 남자, 손현범이 입을 열었다.

“소식 들었습니다.”

명백히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였다.

“네.”

“이번 길드전. 처참하게 패배하셨다고···”

“그렇습니다.”

비웃는 듯한 말에도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그 모습에 손현범이 미소지으며 잔을 들었다.

“그런데 왜 이리 멀쩡해보이시죠?”

호록.

“제가 아는 당신이라면 이미.”

엄지손가락을 목에 갖다댄 그가 목을 긋는 시늉을 냈다.

“꽥. 했을텐데?”

“의원님에겐 어울리지 않는 품위없는 말이군요.”

“품위라···제가 품위 있는 이미지였나요?”

“계속 밀고 있던 이미지 아니었나요? 제가 착각을 했나?”

“뭐, 품위···품위 좋지요. 그런데.”

스륵.

어느새 주변의 풀줄기들이 여성을 감싸안았다.

“우리가 그런거 따질 사인가?”

“그건 맞지.”

“내 출신을 가지고 길바닥 태생이라며 무시할 땐 언제고 이제와서 말이지.”

“그래도 난 누구들처럼 뒷담화는 안했잖아?”

스륵.

“그래서 살아있는거지.”

그녀의 목에 걸려있던 나무줄기가 치워졌다.

“이것도 치워주면 좋을텐데.”

여전히 주위를 맴도는 줄기를 톡 친 그녀가 말했다.

“글쎄. 용의 무희님 앞에서 틈을 보이는건 위험해서.”

“나는 싸우려고 부른게 아닌데 말이지.”

“그럼 왜 불렀지?”

손현범의 날카로운 눈빛에 그녀는 나른하게 말했다.

“백수임.”

“백수임이 뭐.”

“어떻게 할거지?”

“하, 고작 그런 이야기였나. 이미 약속된 사안이었잖아? ‘다른곳'에서 S급 헌터가 나온다면 처리해야한다고.”

그 말에 그녀는 입꼬리를 올렸다.

“시대가 바뀌었어. 처리는 불가능해. 장복덕도 없고 말이지.”

장복덕. 그 이름이 나오자 손현범의 눈썹 끝이 올라갔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는거지? 나만 따로 불러 할 이야기가 있는거 아니었나? 이번 승급에 대한 이야기를 할거라면 단체 회의에서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건 맞지. 근데 내 이야기는 승급에 관한 게 아니라···”

“뜸 들이지 말고 말해.”

“백목련이 한국에 들어온 건 알지?”

“아주 잘 알지.”

“왜 지금 한국에 들어왔다고 생각하지?”

“네 말은 백수임 때문에 백목련아 나타났다는건가?”

“뭐, 그게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찾아가지 않겠어? 눈물겹게 아끼던 동생인데 말이지.”

“그렇긴 하겠지.”

그걸 위해서 백수임을 노린것 아닌가.

“그러니까.”

그녀가 손가락을 펼쳤다.

“백목련은 네가, 백수임은 우리가 데려가는걸로.”

“흐음.”

“딱 맞지 않아?”

그녀의 말에도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하돈 손현범이 이내 입을 열었다.

“왜 하필 나지?”

“백목련에게 환장한게 너니까.”

“그런거라면 정부측에 접촉하는 게 낫지 않나?”

“그 새끼들이 이런 일에 열정적으로 나설것 같아? 분명히 또 인력이 없다면서 우리쪽에 다 떠넘길게 뻔하지.”

“그건 맞는 말이네.”

“뭐, 나설 인력이 없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마. 이미 알고 있으니까. 네가 키우는 ‘아이들'.”

“인력? 걔네가? 하, 제대로 영글지도 못한 풋내기들이야. 기대는 말아.”

손현범의 신랄한 말에도 그녀는 웃음 지었다.

“오히려 그게 낫지 않아? 이쪽도 마찬가지거든.”

그 소름끼치는 미소를 본 손현범이 중얼거렸다.

“그때부터 머릿속에 들어있었구나?”

씨익.

“당연하지. 고쳐쓰냐 만들어쓰냐. 뭐가 나은지는 나도 궁금하거든.”

“뭐, 알았어.”

처억.

손현범이 손을 내밀었고.

척.

그녀는 그 손을 맞잡았다.

“잘해보자고, 미친 아줌마.”

“그래, 사기꾼아.”

세간에는 [야생]과 [미르]의 극적인 협약 체결이라 불리울 임시 동맹의 탄생이었다.

***

“미안해.”

“됐어.”

“미안하다니까?”

“사과할 필요 없다고 했잖아.”

가스레인지가 이렇게 나오니까 오히려 무서웠다.

“차라리 화를 내.”

“싫어.”

“화내라니까?”

“나는 맨날 화만 내는줄 알아?”

가스레인지의 눈빛은 싸늘했다.

털털털털털-

낡은 선풍기 한 대만 돌아가는 집 안.

다림판과 냉장고는 진작이 사물로 변해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 제대로 사과하는 법을 이용해서 사과하자.’

1단계.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정확히 언급하라.

“네가 옷가게에 가서 수영복을 입어보고 있을 때 네 말을 안 듣고 소환해버려서 네가 수영벅 도둑으로 오해 받게 한···”

뻐억!

“아오!”

콰직!

“듣다보니까 또 열받네!”

푸욱!

“커헉!”

“수영복!”

뻐억!

“이야기!”

콱!

“하지 말라고!”

퍽!

“너는 눈치도 없냐!”

“···아. 알았어.”

“알겠어?”

완전하 이해했다.

“그러니까 너는 몰래 수영복을 사러 갔다는 걸 들킨 점에서 쪽팔렸던거구나?”

이거다.

이것이야말로 골-든 정답이다.

“응!”

보라. 가스레인지도 해맑게 웃지 않는가.

“근데 왜 방망이를 꺼내는거야?”

“그러게. 나도 날 모르겠네?”

휘익!

“링크!”

카앙!

앵간하면 스킬은 안쓰려고 했는데 이건 앵간하지가 않다.

콱콱콱!

최선을 다해 가스레인지의 공격을 디펜스하고 있을 때.

“수임아! 떴다!”

아랫집에서 아저씨가 찾아왔다.

“너무 시끄러웠어요?”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그럼 뭐가 중요한데?

“너 이제 S급 헌터라고!”

아, 그걸 말하는 거였구나.

“난 또.”

카앙!

지금은 이게 더 중요하다.

"에휴, 아주 평생 가겠구만."

실랑이하는 우릴 잠시 지켜보던 아저씨는 고개를 저으며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하아...하아...야."

"뭐, 왜 뭐."

"너 솔직히 화 별로 안났지?"

이제 다 가라앉았을 것 같은데?

움찔!

"아니. 화 났는데? 화 났는데?"

"아닌데? 방금 움찔거렸는데?"

"빡쳐서 움찔거린건데?"

"거짓말."

이런 소모전이 계속되어선 안된다.

나는 이제 S급 헌터. 품위를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당장 임명식도 열릴텐데. 이러다간 사흘밤낮을 싸우다가 참석도 못하게 생겼잖아.'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입을 열었다.

"우선 내가 잘못한 것도 조금은 있는 것 같으니까."

"조금? 조오금?"

"소원 하나 들어줄게."

"...소원?"

"어. 지금 쓰던가 나중애 쓰던가 알아서 하고."

"그럼 일단 넘어가는걸로 하고 소원권?"

"어."

"오케이."

후우.

극적인 타협을 이뤄냈다.

지금 시각은 새벽 3시.

마침내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가스레인지도 기분이 좋아보이고.'

이 정도면 나름 해피엔딩 아닐까?

"아, 맞다."

그래서 진짜 궁금한건데.

"수영복은 왜 산거야?"

...소원권 2장을 뜯긴 나는 아침 6시가 돼서야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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