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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쥐 님의 서재입니다.

내 살림살이가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적자생
작품등록일 :
2021.07.26 21:39
최근연재일 :
2021.08.26 19:00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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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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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DUMMY

물감옥의 속에서 모든 것을 지켜본 다림판은 망설이지 않고 민수아를 죽이려 들었고.

민수아도 망설이지 않았다.

위잉-

뭔가를 빠르게 캐스팅함과 동시에 마지막 메모라이즈를 사용했다.

챙강! 우우우웅!

세 번째 보석이 빛을 잃음과 동시에 지팡이가 진동했다.

그것이 발동되는 것보다 다림판이 빨랐지만.

뻐억!

단 한 방에 민수아는 탈락한 민수아는 미동도 없었다.

‘일부러 방어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민수아는 탈락했지만 주문은 멈추지 않았다.

“다 끝났어요. 다···”

텅 빈 눈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민수아는 망가진 미소를 지었다.

“종말의 업화여.”

다림판은 어떻게든 그것을 막아보려 했으나.

캉! 캉! 캉!

시험용 베리어는 뚫리지 않았다.

진동하던 지팡이가 하늘로 솟아올라 쏟아낸 마법.

“···모습을 드러내라. 헬파이어.”

그건 헬파이어였다.

화르르르륵!!!!

압도적인 열기와 거대한 크기.

“완전 미친 새끼 아니야, 이거?”

어떤 또라이가 광역 상위마법을, 그것도 최상의 살상력을 지닌 화염계통을 메모라이즈해온단 말인가.

심지어 이곳은 숲 속.

저거 떨어지면 전부 죽는다.

“얼른 기권을···”

[Error]

뭐?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에러가···”

잠깐···

“설마!”

“어차피 전 이곳에서 끝났어요. 그러니···함께 가시기를.”

“미친년···”

방어계통 마법을 사용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차단계 마법을 사용했다.

물론 장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마법은 규정상 금지되어있으나 민수아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기권? 못한다.

베리어? 아마 작동하지 않을거다.

주마등이 스친다.

‘설마 헌터 등록 시험에서 죽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아니, 다칠지언정 죽는 일은 없다면서.

타다다다닥!

발소리가 들려왔다.

‘진행위원?’

살 수 있는건가?

“감속 완료!”

“약화 완료!”

“압축 완료!”

거대하던 헬파이어가 순식간에 커다란 파이어볼 크기가 되었다.

‘과연···협회가 이렇게 허술할 리 없지.’

검은 정장을 갖춰 입은 여러명의 대마법 특화 진행위원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됐다.

그 순간.

가장 고참으로 보이는 사람이 외쳤다.

“대마법 베리어 생성완료!”

응? 잠깐만.

베리어가 왜 나랑 헬파이어를 감싸는건데?

“거기 안쪽에 계신 분들 기권하세요!”

뭐?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 사람들. 차단 마법이 발동한 걸 모른다.’

우선 불이 번지지 않게 가두고 안쪽에 남은 사람들은 탈락시 생성되는 베리어로 견디게 한다.

괜찮은 생각이었다.

베리어만 있었다면 말이지.

“씨발.”

감속이 걸린 불꽃 폭탄이 서서히 다가왔다.

“기권하시라니까요?!”

속도 모르고 재촉하는 젊은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그럴 기운이 없었다.

유언이나 멋들어진걸로 남겨야지.

“아저씨···건강하세요.”

아. 별로 안 멋지네.

그래도 보험금은 두둑하게 나올겁니다. 아마.

구슬땀을 흘리며 양팔을 올리고 있던 고참 직원은 그제서야 깨달았는지 소리쳤다.

“잠깐···차단 마법이다···!”

아, 이제 아셨나보네.

“하지만 이제와서 없앨 순 없어! 강행한다!”

저 씹새끼들. 내가 그럴줄 알았다.

‘어우 뜨거워.’

감속이 걸린 헬파이어가 다가오는 모습이 마치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런데 이 영화.

턱.

히어로 영환가보다.

“주인. 숙여.”

그렇게 말한 다림판이 금강불괴를 발현하고선 양팔을 벌렸다.

[‘다림판'이 특성: ???????를 강제 개방합니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개방에 실패했습니다!]

[개방에 실패했습니다!]

[개방에 실패했습니다!]

“크아아아아아!!!!!”

[개방에 실패했습니다!]

‘안돼. 이미 코앞이다.’

“나의 본분.”

[개방에 실패했습니다!]

“나의 근원···”

[개방에 실패했습니다!]

“지킨다. 그 뿐.”

[‘다림판'의 ??: ????가 발현됩니다!]

[근원력이 소모됩니다.]

구웅.

마침내, 헬파이어가 닿았다.

[‘다림판'의 특성이 강제 개화되었습니다!!!]

치이이이이이익!

“뭐···뭐야...!”

“말도 안돼.”

‘이건···’

[특성: 열기를 탐하는 자]

“그으으으···”

불꽃에 휩싸인 다림판에게 닿은 화염이 사그라든다.

‘아니···사라지는게 아니야.’

다림판의 검은 몸이 붉게 달아올랐다.

“헬파이어를 흡수했다고?”

[‘다림판'이 거대한 열기를 온전히 흡수했습니다!]

[신체능력이 비약적으로 강화됩니다!]

“주인이···죽을 뻔했다.”

텅 빈 눈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다림판이 한 쪽 발을 뒤로 뺐다.

슥.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엄청난 속도.

이후 사라졌던 다림판은.

슈슉.

어느새 민수아에게 다가가있었다.

휘릭! 파창!

다림판의 내려찍기 한 방에 베리어가 파괴됐다.

‘안돼.’

진짜 죽는다.

직원들도 느꼈는지 곧비로 스킬을 난사했다.

“막아!”

“감속!”

“약화!”

전혀 먹히지 않았다.

다림판은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은 채로 주먹을 들어올렸다.

“아아···”

민수아 또한 텅빈 눈빛으로 다림판을 주시할 뿐,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

안된다. 이대로 죽여도, 죽어도.

안된다.

‘뭐라고···뭐라고 해야하지?’

아아. 그래.

“멈춰!”

움찔.

내가 그렇게 외치고 나서야 다림판은 휘두르던 주먹을 멈췄다.

까득.

“젠장!”

퍼억. 콰앙!

분이 안 풀렸는지 이를 악 문 다림판은 민수아의 얼굴 바로 옆에 주먹을 꽂았다.

저벅. 저벅. 슈웅.

다림판이 등을 돌리고 나서야 베리어가 사라졌다.

직원들은 앞다투어 흙먼지 안으로 달려들었다.

“죽은건 아니지?”

“사상자 있나 확인해!”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던 다림판은 어느새 돌아온 어깨의 장치를 조작했다.

슉.

“어···다리..아니 임판다?”

뭐지? 화난건가?

띠링!

-점수가 정산되었습니다.

[레벨업!]

[‘퀘스트' 시스템이 개방되었습니다!]

[‘명성' 시스템이 개방되었습니다!]

[명성이 올랐습니다!]

[명성이 올랐습니다!]

[명성이 올랐습니다!]

“시끄러워.”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알림을 날려버린 뒤 바로 밖으로 향했다.

‘다림판이 화가 난거···설마 민수아를 죽이지 못한 것 때문인가?’

그런 생각이 들자 순간 다림판을 처음 본 순간이 떠올랐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던 악마를 찢어죽인 그 모습이.

꿀꺽.

‘아니. 내가 다림판한테 쫄면 안되지.’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키고 다시 움직였다.

다림판은 내 능력의 일부이다.

능력을 통제하는 것은 각성자의 의무이다.

‘우선은 다림판부터 찾아야 한다.’

멀리는 못 갔을 것이다.

다림판 정도의 퍼포먼스라면 분명 스카우터들이 찍었을테니까.

예상대로 넓찍한 로비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거렸다.

“응?”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사람들로 이뤄진 벽은 한없이 조용했다.

‘뭐지? 스카우터들이 이렇게 조용하다고?’

“잠시만요. 지나가깄습니다.”

“아..아.”

“밀지 마···어.”

내 얼굴을 본 스카우터들은 군말없이 길을 비켜줬다.

“응?”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그 곳의 중심.

‘다림판이랑···’

손건후.

“안돼.”

누구라도 한 대 칠 것 같이 빡친 다림판과 예민하기로 유명한 손건후.

심지어 손건후는 다림판에게 맞은 것으로 인해 붕대를 두르고 있었다.

이대로 싸움이라도 나면 손건후는 문자 그대로 찢겨 죽는다.

스윽.

마침내 손건후의 손이 들어올려지고.

다림판을 향해 뻗어나갔다.

“죄송합니다.”

사과와 함께.

“수아가 큰 사고를 쳤다고 들었습니다.”

‘사과를 했어?’

그 뒤, 다림판의 몸을 한 번 훑어본 손건후는 다시 말을 이었다.

“겉으로는 이상이 없어보이지만 혹시 문제가 생기신다면 언제든지 연락하셔도 됩니다.”

그 말에 다림판은 손바닥을 펼치며 내밀었다.

“아, 여기···연락처입니다.”

손건후가 종이 한 장을 건넨 순간, 곳곳에서 놀라움이 섞인 외침이 터져나왔다.

“손건후가 연락처를 줬어?”

“말도 안돼.”

“아니, 그것보다도 손건후가 존댓말을 쓴다고?”

“처음 들어보는데.”

“그야 이번이 처음이니까.”

그 중에는 익숙한 목소리도 있었다.

“놀랍긴 하네요.”

“어?”

옆을 바라보니 금태 안경을 치켜올리는 정장의 남성이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수임씨.”

“아 그···차재명씨?”

“기억해주시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군요.”

“아, 아닙니다. 그것보단 그렇게나 놀랄 일인가요?”

아무리 인성이 파탄난 손건후라도 대형길드의 유망주다.

깝치면 안될 위치에 있는 사람도 많이 만났을텐데?

“음···수임씨 정말 손건후씨에게 관심이 없었나보네요.”

“네?”

“손건후씨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상대를 존대한 적이 없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강한 헌터인지 상관없이 말입니다.”

“예?”

그럼 업계에서 묻힐 수준 아닌가?

그런 의문을 떠올리니 차재명은 피식 웃었다.

“뭐, 그 손현범의 아들이니 말입니다.”

“아···그랬죠.”

확실히 그렇게 생각한다면 납득할 수 있었다.

손현범은 그 자신이 A급 헌터이자 스타 헌터이기도 했지만 협회의 의원직을 겸임하고 있었으니까.

‘[야생]의 공략대장이고 [미르]의 지문위원이기도 하지.’

“확실히 손현범 헌터의 비호라면 가능했겠군요.”

그렇게 말하자 차재명은 입술을 살짝 들썩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쪽도 뭔가 나름의 사정이 있어보이긴 하지만요.”

“예?”

“하하. 방금 건 잊어주시죠. 그것보다도 커피나 한 잔 하시지 않겠습니까?”

뭔가를 마시는듯한 손모양을 취한 차재명이 말했다.

아, 맞아. 슬슬 그럴 타이밍이었지.

‘영입.’

확실히 길드에 들어간다고 하면 이 이상의 조건은 없었다.

길드에 들어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계약 조건이지만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길드의 커리큘럼, 적합도, 성장 환경이었다.

‘아니, 이 쪽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

그 부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길드의 이름이며 그 이름이 가장 높은 것이 [월영]이었고.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스카우터의 재량이나 관심도지만···’

슥.

슬쩍 차재명을 바라보니 반짝거리는 눈으로 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관심도는 왠지는 모르겠지만 최고고.’

능력적 측면에서도 지금까지 보여준 바로는 썩 괜찮았다.

‘얘기나 들어볼까.’

대충 생각해둔 바가 있기는 했으나 가능성은 많이 열어둘수록 좋다.

슬쩍 다림판을 보니 손건후와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생각보다 괜찮아보이네.’

계약에 관해서는 다림판에게 해둔 말이 있으니 잠시 혼자 둬도 괜찮을 것이다.

판단을 마친 뒤 차재명에게 말했다.

“그럼 가시죠.”

“예! 모시겠습니다!”

카페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니 별안간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형언하기도 힘들 정도의, 시장통은 애교로 만드는 소음이.

손건후가 빠져나가고 다림판의 영입이 시작된 것 모양이다.

“저쪽도 이제 시작된 것 같네요.”

“하하, 정말 매너가 없지 않습니까? 미리미리 접근을 하던가 해야지 참. 저처럼 말이죠? 하하하!”

웃으면서 스카우터를 욕한 차재명은 생글거리며 종이 몇 장을 꺼냈다.

“우선 조건부터 읽어보시죠. 이쪽 건 대형길드의 평균 계약서입니다. 그리고 이 계약서는···신경쓰실 필요는 없지만 준비한 성의 생각해서 봐주시기만 하시죠.”

“흐음···”

대형 길드의 평균 계약 조건은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나는 몰라도 다림판에게는 어느정도 제의가 올 게 뻔했으니.

그런 이유로 평균 계약서를 대충 훑고 [월영]의 계약서를 읽고 있으니 주변이 갑작스레 소란스러워졌다.

“응?”

뭐, 별거 아니겠지.

다림판에겐 당부해뒀으니 큰 문제가 일어나진 않을거다.

그렇게 일축하고 다시 계약서의 항목을 읽었다.

스윽.

“뭐야.”

그러다가 갑자기 생긴 그림자에 위를 올려다보니.

“임판다?”

종이 뭉텅이를 든 다림판이 그곳에 서있었다.

‘아니, 지금 나한테 오면···’

안되는데. 라는 생각조차 하기 전에 다림판이 입을 열었다.

“수임. 네가 말한대로 계약서를 들고 왔다.”

‘좆됐네.’

시끄러워지게 생겼다.

안타깝게도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

“뭐야.”

“저쪽이 실세였어?”

다림판을 따라온 스카우터들이 일제히 술렁거렸다.

‘나만 잘 꼬드기면 다림판이 딸려온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딱히 틀린 생각이 아니긴 하다. 다만.

휴우···

‘피곤해지겠구만.’

계약 제의를 받으면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계약서만 받아오라고 했더니만···

‘설마 나한테 바로 올 줄이야.’

다림판의 몸상태가 멀쩡하다고 생각한 게 패착이었다.

가까이서 본 다림판은 어딘가 불안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

‘평소였다면 눈치껏 행동했을텐데···’

설마 그 근원력 어쩌구랑 관련이 있는건가?

‘자아가 깎인다거나?’

이건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는데.

다림판의 몸상태야말로 가장 중요한 요소니까.

생각을 마치고 어디부터 수습해야 하나 고민을 시작한 순간.

불쑥!

누군가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백수임씨! 저희는 [신라]길드입니다!”

“아니.”

뭐 이런 예의없는 사람이 다 있지?

인상을 찡그리며 그 스카우터의 얼굴을 쳐다봤다.

“어 뭐야.”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예?”

“저희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요?”

“아···아뇨.”

“아.”

이 사람 그 사람이네.

‘면접관.’

“[화랑] 지원팀 면접에서 본 것 같은데?”

“아···아아! 예, 기억납니다!”

“뻥치시네.”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해.

“예?”

“됐고 꺼지세요. 상도덕도 없습니까?”

“무슨···”

근엄한 척 앉아있던 면접관이 당황하는걸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아니···”

“그만.”

그 스카우터는 뭐라 항변하려 했지만 때마침 일어난 차재명이 저지했다.

“수임씨 말이 맞습니다. 여러분은 상도덕도 없습니까?”

“넌 뭔데 그런 말을 하냐!”

스카우터의 틈바구니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다시 시끄러워지려던 찰나.

냉소를 지은 차재명이 쏘아붙였다.

“하. 아주 길드에 인재가 넘치시나봅니다? 당장 잘보여도 모자랄 판에 싸우시게요?”

“윽.”

‘오, 말싸움 좀 해본 놈인가?’

차재명의 옷차림과 말투, 목소리와 행동. 그 모든 것에서 묘한 아우라가 흘러나왔다.

“우선 제 소개를 하죠.”

그렇게 말한 차재명이 계약서를 들어올렸다.

[월영]의 문양이 찍힌 계약서를.

“전 [월영] 길드의 스카우터 차재명입니다.”

끝났다.

[월영]. 그 한 마디에 그 많던 스카우터들이 썰물 때가 된듯 빠져버렸다.

“됐습니다. 이야기 계속 하시죠.”

씨익.

승리자의 미소를 지은 그가 커피를 한모금 머금었다.

“내가 쭈욱 봤는데.”

“응?”

“거 임시 스카우터도 스카우턴가?”

고개를 돌린 차재명은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크흡! 컽!”

임시 스카우터?

뭔 소리야.

연신 기침을 하는 차재명을 놔두고선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봤다.

“저···무슨 말을 하시는거죠?”

“아, 못 들으셨나보네요?”

새로 나타난, 4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명함을 꺼내들었다.

「월영 길드 인재영입 2팀장 안록관」

“우선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꿀꺽.

“안록관 스카우터님?”

안록관.

통칭 신의 눈.

얼굴은 몰라도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의 가장 대표적인 업적은 아직까지도 회자되니까.

“설마 그···손현범 헌터를 발굴하신?”

“하하, 뭐 그랬던 적도 있었죠. 그땐 [월영]에 없었지만 말입니다.”

“여···여기는 어쩐 일로?”

“아니 뭐. 친구 아들녀석 좀 보러왔다가 우연히?”

“아.”

손건후를 보러 온거구나.

“혹시 이 명함은···”

“느낌이 온다고나 해야하나? 사실 난 임판다 저 친구보다 자네가 더 눈에 띄었거든.”

능청스레 웃는 그에게 차재명이 한껏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안록관 팀장님.”

“어? 왜 그래?”

“제가 먼저 접촉했습니다.”

“아 맞지. 우선 협상권은 네게 있었지. 하지만 그런건 어차피 헌터분이 정하는 것 아니겠나? 뭐 대애충 보니까 임시 스카우터인 것도 안말해준것 같고.”

“권한은 차이가 없었기에 설명할 필요를 못 느낀 것 뿐입니다.”

“아 내가 뭐래? 어차피 다 헌터분이 정하는거.”

안록관 스카우터는 여전히 서글서글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거북하다. 왜지?’

묘하게 거부감이 들었다.

단순히 ‘유명한 사람이기에 긴장이 된다.’를 넘어선, 명백한 거부감이.

“저···전.”

텁.

어깨 위로 다림판의 손이 얹어졌다.

달궈진 쇠 같은 따뜻함에 안심이 들었다.

후우...

“차재명씨와 얘기하겠습니다.”

“흐음···.흐으으으으으음···?”

눈을 크게 뜨고선 고개를 아주, 아아주 천천히 까딱거린 그는 이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하하!!! 그래요! 헌터분 원하시는 대로 하셔야지!”

뚝.

“그럼 나중에 보자고.”

그 말을 남긴채로 그는 떠나갔다.

안록관이 떠난 뒤, 차재명을 보니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수임씨···”

차재명 또한 감동한 표정으로 이쪽을 응시했다.

“그리고 차재명씨?”

“네!”

근데 이걸 어쩌나.

“길드는 안들어가는 걸로 하겠습니다.”

[월영] 안들어갈건데.

“······예?”

안들어간다고. [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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