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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쥐 님의 서재입니다.

내 살림살이가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적자생
작품등록일 :
2021.07.26 21:39
최근연재일 :
2021.08.26 19:00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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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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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8,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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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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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

DUMMY

마침내 교류전의 아침이 밝았다.

“···준비됐지, 판?”

“물론이지, 임.”

준비야 일주일 전에 다 했다.

‘걸리는 게 좀 있긴하지만···’

이제부턴 오롯이 다림판의 몫이다.

‘다림판을 믿을 수 밖에.’

“갑옷은 정말 필요없어?”

“그따위 방어구는 거추장스러울 뿐이야.”

철컥!

다림판이 주먹을 쥐어보이며 웃었다.

“가자고.”

“아아. 그래.”

집 앞으로 리무진이 도착해있었다.

“뭘 또 이렇게까지 챙겨주나.”

안 왔어도 욕을 했겠지만 뭐.

‘욕 먹어도 싸지.’

미리 동행 신청을 했기에 함께 타고 갈 수 있었다.

‘아저씨는 바쁘다고 했었지.’

운전기사가 딸린 리무진이란 호화로운 기회를 날리시다니.

“차 안에 냉장고가 있네.”

“봐라, 음료수도 들어있다.”

솔직히 이런 차가 올 줄은 몰랐는데.

‘원래 교류전에서 이렇게까지 하는 경우는 없던데 말이지.’

그만큼 이번 대결이 주목받는다는 뜻이었다.

중국의 최연소 퇴물 대 한국의 초신성. 타이틀만 본다면 간간히 있을법하지만 퇴물 뒤에 어그로꾼이 붙으면 다르니까.

“후우···”

부담스러울 정도로 고급스러운 리무진 뒷자리에서 창문 밖을 보니 심란해졌다.

‘다림판이 말도 안되게 강해졌다지만 류화곤도 마찬가지겠지.’

류화곤과 싸워서 그의 수준을 알았다지만 그건 류화곤도 마찬가지.

더군다나 그의 뒤에는 협회와 중국이 있다.

‘그들이 얼마나 관여할지는 몰라도···그리 만만하진 않겠지.’

대결이 정정당당할거란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물론 조작을 심하게 하진 않았겠지.’

수준차가 너무 심하다면 그림이 보기 안좋으니까.

그런 상대의 생각을 완전히 뛰어넘는 게 우리가 노리는거고.

“아, 여기서 내려주시죠.”

“하지만 아직···”

“포토존이나 기자회견 같은 놀음에 동의한 적은 없습니다. 이 정도면 저희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리고.”

꽈득.

“이런 유치한 수나 쓰는데 어떻게 거기까지 믿고 가겠습니까?”

차에 있던 음료수.

그 속에는 독이 들어있었다.

아마 마나융해제 같은, 흔히 쓰이는 가벼운 독일 것이다.

“즈···증거 있습니까?”

증거? 있고 말고.

[‘다림판'이 독에 저항합니다.]

금강불괴이기에 이런 건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협회에 공식적으로 항의하겠습니다.”

별 다른 조치가 없을 게 뻔했지만 그렇게 말하고 내렸다.

“주인, 이제 어떡하지?”

척.

“넌 일단 대기실이나 가있어.”

“주인은?”

“난 관중석으로 가야지. 뭐 요구하면 알아서 판단하고.”

탁!

“꼭 이겨. 봐주지 말고.”

“···물론.”

다림판을 보낸뒤, 곧장 관중석으로 향했다.

‘역시 사람은 이 정도인가.’

화제성에 비해 관객이 적었다.

‘죄다 인터넷으로 보니까 당연한가.’

물론 평범한 교류전보다야 훨씬 많았다.

친구들과 온 사람, 애인과 온 사람, 가족들과 온 사람까지.

‘이런걸 어린 애들이 봐도 되나?’

음? 잠깐.

“저 사람들은 뭐지.”

얼핏 일반인 같지만 사뭇 긴장한 얼굴로 앉아있는 사람들.

추산하면 열댓명 정도가 사람들 곳곳에 숨어있었다.

“심상치 않은데?”

“뭐가?”

“응?”

“뭘 말하는거지?”

“너 왜 여깄어.”

“있으면 안되냐?”

싸가지 없게 툭툭 뱉는 말.

이런걸 일상에서도 입나 싶은 무복.

여전히 거친 기세를 자랑하는 손건후가 옆자리에 있었다.

“아니···넌 귀빈석에 앉으면 되는거 아냐?”

당장 귀빈석 한쪽에 손현범이 앉아있는데.

“···.그딴건 됐고. 왜 연락 안했지?”

“뭐가.”

“임판다. 너와 그가 함께 산다는건 이미 파악한 사실이다.”

“···왜 나는 너냐.”

“나이차이도 별로 안나더만.”

“···.그래. 뭐. 알아서 해라.”

“아무튼. 어째서.”

“필요성을 못 느껴서?”

사실 손건후에게 연락한다는 선택지는 미리 배제해뒀다.

왜냐하면.

“내가 손현범의 아들이라서? 그가 협회의 의원이라서?”

잘 아네. 그래도 이대로 말하면 상처받지 않을까.

“네 도움이 필요없었으니까?”

대충 우리끼리 충분했다는 식으로 말한건데 손건후는 입술을 깨물며 분한 표정을 지었다.

‘얘 왜 이래?’

“···정말 그럴까?”

“뭐가.”

“난 쓸모없지 않아.”

“내가 언제 그렇게까지···”

“지금 이곳에는 20명의 중국헌터가 있다.”

“뭐?”

“그들은 모두 버프 능력자. 그것도 ‘전달' 능력자지.”

그런가. 류화곤의 전투력이 낮은 이유는 모두 마나량 때문.

‘마나를 전달해서 전성기의 힘을 내겠다?’

심지어 이 방식이라면 어느정도 힘조절도 가능하다.

간단하지만 확실한 방법이다.

‘머리 좀 썼네.’

고개를 끄덕였다.

손건후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따져봤자야. 심판도 모두 협회 쪽 사람. 임판다는 그냥 이용당할 뿐이라고.”

“그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포기한거야?”

“아니, 뭐. 볼건 다 본거 같아서.”

“그렇다고 벌써 포기하면···”

“아니 화장실 가려고.”

“···”

“왜. 친구 없냐?”

까득.

“아, 미안. 민수아는?”

“나도 모른다. 벌을 받는다고만 들었어.”

“친한거 아니었어?”

“안 친하다. 그냥 길드 쪽에서 붙여둔 것 뿐.

“아···”

진짜 친구 없구나.라고 말할 뻔했다.

찌릿.

“무슨 생각하는지 알 것 같은데.”

“눈치 빠른 놈.”

도망치듯 관중석을 나와 복도를 걸었다.

사실 화장실이 어딘지는 모른다.

알 필요도 없고.

‘아무도 없네.’

“아지트.”

눈 앞이 일변했다.

“아이고. 림판아···”

허름한 대기실에 홀로 앉아있는걸 보니 가슴이 아팠다.

‘보이는 것만 꾸며놓도 안보이는건 개판이네.’

“다림판과 연결.”

[연결되었습니다.]

“다림판?”

“응? 왔나?”

“감시중일수도 있으니까 천장보고 입모양으로만 말해.”

“알겠다.”

“류화곤한테 20명이 마나를 전달할거라는데 자신있어?”

“그럼 어느정도 수준이지?”

“글쎄, 그릇의 한계가 있으니까 다 때려박으면 한 B급?”

씨익.

다림판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좆밥이네.”

그 순간 문이 열렸다.

“이제 가셔야 합니다.”

저벅. 저벅.

화악!

““와아아아아아!!!””

“”임판다! 임판다! 임판다!””

‘위에서 볼 때랑은 다르네.’

여기서 보니 관중이 굉장히 많아보였다.

정면에는 류화곤이 있었다.

‘잔뜩 싸매고 왔네.’

긴고아에 화안금정. 류화곤까지.

처음부터 풀세팅을 하고 왔다.

‘거기에 저 옷은···’

‘방어의 파도'.

전에 민수아가 사용한 ‘휴식의 파도'와 연동되는 세트였다.

신발까지 ‘신속의 파도’로 맞춘걸 보니 단단히 준비한 모양이다.

‘타격을 반감하는 파도 시리즈라...저격조합이네.’

아이템을 대충 파악하니 류화곤이 입을 열었다.

“왔나, 애송이.”

다짜고짜 날리는 트래시 토크. 하지만 이것도 예상해뒀다.

“그래, 퇴물.”

“오오. 확실히 좋은 아이템을 가져온것 같긴하네. 근데 갑옷 맞출 돈이 없었나봐?”

“아프지도 않은 공격에 갑옷을 둘러서야 되겠나. 넌 좀 아팠나보다? 부모님한테 말해서 아이템도 맞춰오고.”

“···하.”

류화곤이 다림판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씩.

‘제법 아가리를 놀릴 수 있게 됐네.’

다림판은 몰랐겠지만 류화곤은 고아 출신이다.

‘재능이 있다니까.’

“자자, 떨어지세요.”

둘을 가른 뒤, 심판이 외쳤다.

“양 선수 준비하시고-“

삐익-!

후웅!

곧장 찔러오는 봉.

검은 불꽃으로 만들어져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챙!

불꽃과 금속이 부딪혔는데 저런 소리가 났다.

챙! 챙챙챙!

순식간에 5합이 오갔다.

“···이 정도인가.”

화륵.

화르르르륵!

검은 불꽃이 류화곤의 팔을 감쌌다.

“후우우···”

류화곤의 눈동자가 안광을 내뿜고, 긴고아가 빛을 냈다.

‘방금 전까지는 가벼운 견제.’

마나를 끌어쓰기 시작한 지금부터가 진짜다.

후웅!

화르륵!

불꽃은 다림판에게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야가 가려졌다.

그 틈을 타 류화곤이 신발의 스킬을 사용했다.

“파도타기.”

촤악! 캉!

순식간에 돌아 들어오는 일격.

‘타격은 없다.’

하지만 페이스가 말렸다.

화륵!

검은 불꽃이 날아올때마다 뚫고 나왔지만 어느새 주변이 불바다가 됐다.

앞도 안보일 정도의 검은 불바다가.

‘류화곤에겐 화안금정이 있다.’

하지만 다림판은 탐색계 능력이 전무.

심지어 기동력마저 류화곤에게 밀린다.

캉! 깡! 챙! 퉁!

결국 허수아비가 된 것처럼 두들겨맞을 수 밖에 없었다.

반면 류화곤은 신나게 날아다녔다.

다림판도 팔을 휘저어 칼바람을 날려댔지만 대부분 닿지 않거나 닿더라도 방어구를 뚫지 못하고 사그라질 뿐이었다.

“긴고아.”

긴고아가 빛나며 5개의 고리가 날아들었다.

‘이건 못피한다.’

속도고 뭐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긴고아는 피할 수 없는 속박 스킬이니까.

철컥!

바닥에 묶인 다림판이 발버둥쳤으나 소용없었다.

“생각보다 훨씬 시시하네.”

후우웅!

흑염이 압축되었다.

뭉치고 뭉치고 뭉쳐 완선된 것은 거대한 봉.

과거 류화곤은 이 기술로 B급 상위의 헌터를 패퇴했다.

즉.

콰직!

[조건 충족.]

[흡수율: 100%]

이걸 버텨내면 A급 수준이라.봐도 괜찮지 않을까?

[‘다림판'이 ‘빨래판'을 완전히 흡수했습니다!]

[특성: 금강불괴가 대폭 강화됩니다!]

[특성: 열기를 탐하는 자가 강화됩니다!]

[스킬: 정화가 생성되었습니다!]

[!지원군은 지휘관의 레벨을 넘을 수 없습니다!]

[경험치 카드로 전환됩니다.]

[인벤토리에 저장됩니다.]

“···됐나.”

다림판이 흡수한 것은 도깨비가 되지 못한 빨래판이었다.

‘흡수율이 99%에서 멈춰서 걱정됐는데 다행이네.’

다림판의 배가 상아빛으로 물들었다.

스륵.

때마침 긴고아의 스킬 시간이 끝났다.

저벅. 저벅. 씨익.

“이제 네가 나한테 데미지를 못 준다는 게 증명됐네.”

끝이 다가왔다.

아까 받은 수많은 공격.

사실 그 중 유효타는 없었다.

“···말도 안돼.”

“뭐가.”

“왜···왜? 왜? 어째서? 어째서 강한거야? 왜!”

“글쎄. 태생부터 다른게 아닐까.”

“넌 그렇게 쉽게 강해지는데! 왜 나는!”

“뭐라는거아.”

“내가! 내가 제일 강해야되는거잖아! 난! 난···.난.”

주륵.

“난···.난 열심히 했어. 난···국가에 충성을 다했는데···왜. 왜···”

“뭐라는거야.”

“나도 이렇게 되고 싶지 않았는데···부모님도 없이..”

쩌억!

“감성팔이 금지.”

류화곤은 텅빈 눈으로 계속해서 웅얼거렸다

“스승님···을···”

빠악!

“안 궁금해.”

“정ㅂ..”

콰작!

결국 대짜로 날아간 류화곤이 눈물흘렸다.

“언제부터 잘못된거냐고.”

“시합 종료 아닌가?”

다림판이 심판을 돌아본 순간 .

스윽···

류화곤이 다시 일어섰다.

“백목련···백목련!!! 다 너 때문이야!!!”

'...백목련...이라고?'

어째서인지 그 이름을 외치며, 류화곤이 발광했다.

치이이이익.

새까만봉.

고도로 압축된 불꽃의 열기가 공간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잡는 것만으로 손이 익는 초고온의 흑봉.

그가 한손을 포기하고 휘두른 최후의 발악은.

턱.

다림판의 손이 허무하게 막혔다.

“정화.”

화륵.

검은 불꽃이 붉게 변함과 동시에 다림판에게 빨려들어갔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계속해서.

떨그렁!

곤이 분해되어 땅에 떨어진 뒤에도.

다림판은 흡수를 멈추지 않았다.

불꽃의 정화와 흡수의 반복.

다림판은 어쩐지 불편해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모든 불꽃을 빨아들였다.

그 직후.

털썩! 털썩! 털썩!

관중석이 소란스러워졌다.

'뭐지?'

다림판이 심판을 노려보며 말했다.

"시합 종료해. 당장."

"하지만..."

이대로 승리를 선언할수는 없다. 그런 눈빛이 보였다.

"빨리!"

"네? 아. 네. 시합..."

콰작!

종료를 선언하려던 심판이 무언가에 의해 날아갔다.

"젠장."

변화한 류화곤의 모습은 한 마리의 돌원숭이와도 같았다.

긴고아도. 봉도 없다.

걸친 장비가 전부 사라지고 털이 돋아났다.

수보리조사를 만나기 전의 손오공의 모습.

도술을 쓰지 못하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형태.

그럼에도.

"큰일인데."

위압감은 더욱 커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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