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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쥐 님의 서재입니다.

내 살림살이가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적자생
작품등록일 :
2021.07.26 21:39
최근연재일 :
2021.08.26 19:00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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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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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글자수 :
188,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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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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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5.

DUMMY

뜨겁다.

용암을 삼키기라도 한듯 온몸이 달아올랐다.

“후우···”

입에서 나오는 연기가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열기.

‘싱크로율 99%.’

확실히 달랐다.

“쥐새끼 주제에!”

정면으로 짓쳐들어오는 고도로 압축된 물의 창.

“학습능력이 없는거야?”

피할 생각 따윈 없었다.

치이이이이익!

마주해 주먹을 날리자 물의 창은 한순간 수증기로 변해 사라졌다.

‘지금 이곳에서의 물 정도로는 타격을 줄 수 없다.’

장복덕이 현재 동원할 수 있는 물의 양은 한계가 있다.

촤악!

물로 변한 장복덕이 다시 뒤로 왔으나.

화륵! 치이이이익!

“크윽···!”

그런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속전속결.’

스윽.

뒷걸음질치는 장복덕을 향해 팔을 뻗었다.

화륵!

커다란 불꽃이 고리 모양으로 떠오르다가 한껏 압축되었다.

“딱 대.”

초고열의 작은 청염이 주변을 밝혔다.

“이놈이?!”

촤악!

장복덕은 재빨리 방패를 만들었으나.

[특성: 열기를 탐하는 자]

단순한 발사로 끝나진 않았다.

“으아아아아!”

한껏 달궈진 팔을 크게 휘둘렀다.

치이이이이이익!

방패는 속절없이 관통되었고.

톡.

손 끝이 장복덕의 몸에 닿았다.

“후우···”

타올라라.

[특성: 고리 불꽃]

치이이이이익!

더.

화륵.

‘더!’

콰르르르륵!

물 속, 불꽃이 빛났다.

치이이이이익!

“끄아아아아아아악!”

이내 장복덕의 몸은 뿌연 증기로 화했다.

“드디어 찾았다.”

장복덕이 최대한 몸으로 퍼뜨린 마나 덩어리.

그 덩어리만이 둥실거리며 떠오르고 있었다.

‘아마 이게 핵의 역할을 하고 있겠지.’

어떻게 이것마저 형태를 변화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스륵.

마나덩어리가 구의 형태로 뭉쳐 떠올랐다.

“응?”

“끝이다.”

마나덩어리에서 장복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끝이라고? 맞는 말이다.

“그래, 네가 끝이지.”

치이이이이이익!

마나덩어리가 증기로 변해 흩어졌다.

“···이대로 끝인가?”

핵까지 수증기로 만들어 날렸으니 돌아오지 못할거다.

‘그런대 왜 이렇게 찝찝하지?’

정말?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라고?

‘아니, 끝이다. 살아돌아올 수 있을 리가 없어.’

바람에 흩날리는 뿌연 증기를 보며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있으니 가스레인지가 살며시 다가왔다.

“···수고했어.”

뭔가 할 말이 많은 것 같지만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야.”

가스레인지는 조금 다른 모양이었지만.

“내가 도망치라고 했는데 그렇게 무모하게···”

이대로면 말이 길어질 것 같다.

“미안.”

빠른 사과를 하니 더 이상 가스레인지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뭐지?’

뒤를 돌아보니 그제서야 가스레인지의 표정이 보였다.

고개를 숙인 가스레인지는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화났어?”

“···아니.”

툭.

“화난건 아닌데···”

투두둑.

“그냥···”

가스레인지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바닷물이 아직도 있네.”

그러면서 얼굴을 매만지던 가스레인지는 고개를 들고 웃었다.

“고맙다고. 그냥 그게 다야.”

그런가.

[‘가스레인지'의 근원을 일부 이해했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그 뒤로 떠오른 알림창을 밀어버리고 말했다.

“그런 말할 필요없어.”

텁.

가스레인지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어..어어?!”

“가족이니까.”

씨익.

“이제 아저씨를 구하러가자.”

링크 풀리기 전에.

탁!

“응?”

얼굴이 붉게 물든 가스레인지가 갑자기 손을 쳐냈다.

“왜 그래?”

그렇게 묻자 가스레인지는 눈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아저씨 구하러 가야지.”

맞는 말이긴 한데···

“화난거 아니지?”

“아냐.”

‘화난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니 차재명이 다가와 말했다.

“수임씨.”

“왜 그러시죠?”

차재명은 입을 몇 번 벙긋거리더니 그냥 허허롭게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원중씨 만나러 가시죠.”

‘뭐지 저 표정은?’

의문을 뒤로 한채 차재명의 뒤를 따라갔다.

‘도망칠 때도 느낀거지만···상당히 복잡하다.’

이리저리 꼬여있는 길에 잘못 빠지면 다신 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다른곳으로 빠지면 큰일 날 수 있으니 뒤로 꼭 붙으세요.”

차재명도 그런 경고를 했고.

삐이이이이익!

“응? 뭐지?”

침입자 알림 같은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차재명을 바라보니 그 또한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게 뭡니까?”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번쩍.

그의 눈이 금빛으로 물들었다.

“뭔가가 오고 있습니다. 마치 연기같은 느낌의···”

연기? 연기라면···

“설마?”

“달리세요.”

“네?”

“빨리!”

철커덩!

천장이 닫혔다.

‘아니, 컨테이너만 쌓아둔게 아니었어?’

단순히 복잡한 길이 아니라 이 자체가 하나의 함정이었다니..

‘그래도 차재명이 장치를 파악한 것 같으니까 따라가기만 하면 되겠지.’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한 순간.

찰칵! 콰가가가가각!

“잠깐만···차재명씨!!!”

갑자기 철벽이 세워졌다.

차재명과 가스레인지가 벽의 너머에 있었다.

“들립니까?!”

까아-아—아—?

공허한 메아리만이 공간을 울렸다.

“젠장.”

철컥! 철컥! 찰칵!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기기기기기기긱!

“으앗!”

‘용의 안식처' 때와 같이 바닥이 엄청난 속도로 꺼졌다.

“크윽···”

아래의 공간은 마치 아쿠아리움처럼 되어있었다.

사방이 투명한 유리로 둘러쌓여 바다의 푸른 빛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그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지만.

“말했잖아. 끝이라고.”

내게는 아니었다.

***

“야! 야야야!”

쾅쾅쾅!

가스레인지가 철벽을 두드렸으나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걸 뚫으면···!”

처억.

“안됩니다.”

“왜? 왜 안되는데!”

“이 장치···고도의 반사마법이 인챈트 되어 있습니다.”

“그것까지 버티면 되는거 아냐!”

“···죄송하지만.”

차재명이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제가 못 견뎌서···”

“으아아아! 어떻게···어떻게 해야하지? 응? 야! 소환해 소환!! 빨리!”

“수임씨 성격이라면 소환하지 않을겁니다. 사지로 불러낸다고민 생각하실 게···”

“나도 알아!”

움찔!

가스레인지의 외침에 움찔거린 차재명은 살짝 눈을 감았으나 예상한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아는데···”

털썩!

누군가가 주저앉는 소리만이 들려왔을 뿐.

“···흐윽.”

급기야 눈물을 보이는 가스레인지를 달래려 했지만.

“저기···진정하시고···”

“왜. 왜 안되는데. 왜. 자꾸 혼자서.”

이미 반정도 정신이 나간 가스레인지에겐 들려오지 않았다.

“내가 더 강했으면.”

스윽.

“바다까지 태울 정도로 강했으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나는 그저 함께 있고 싶었을 뿐인데···”

금빛으로 치장된 방망이를 바라봤다.

상처투성이인 몸을 보고, 그가 준 모든것을 떠올렸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스윽.

“죽더라도 함께 갈테니까.”

[스스로의 근원을 자각했습니다.]

[당신의 근원은 ‘영원의 동반자'입니다.]

[선행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특성: 기사회생]

다시 타오르는 뜨거운 열기.

그 열기를 느낀 가스레인지는 차재명에게 말했다.

“갔다올게.”

“어떻게 간다는거죠? 혹시 이동 스킬 같은?”

“아니.”

가스레인지가 방망이를 들었다.

“이렇게.”

콰앙!

***

아쿠아리움 같은 풍경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그극—

투명한 유리가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으니까.

촤아아아아아악!

바닷물이 쏟아지자 지긋지긋한 목소리가 울려왔다.

“여긴 진짜 바다와 연결되어 있지. 네가 아무리 발악을 해봤자 대자연 앞에선 무너질 뿐이다!”

“젠장할 새끼.”

토억질이 나올 정도로 끈질긴 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중 링크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

‘하지만 소용없다.’

바다에 화염방사기를 아무리 갈겨봐야 뭐하나. 바다는 그냥 바다인 것을.

이대로 끝인가.

“이봐 장복덕! 난 상품 아닌가?! 이대로 죽여도 되는거냐?”

하다못해 목숨구걸도 해봤으나.

“내가 그 새끼들 따까리로 보이냐?”

싸늘한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젠장···’

아지트로 빠져나가는 것도 시도했으나 교대할 전투원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동료 하나를 버리면 난 나갈 수 있다.’

어차피 내가 죽으면 녀석들도 사라지는 것 아닐까.

비겁한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 순간, 더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여자친구는 내가 잘 사용해주마. 큭큭큭!

분노와 음욕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도리어 마음을 가라앉혔다.

“고맙다.”

“뭐?”

“내가 포기하지 않게 해줘서 고맙다고.”

도박수에 가까운 방법이다.

증명된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생각하는 능력이 맞는지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입을 열었다.

“소환-냉장고.”

내 능력을 믿으니까.

스륵.

허공에서 작은 빛이 반짝였다.

“드디어 절 소환해주셨네요.”

사지에서 소환했음에도 잔뜩 들뜬 듯한 목소리.

“감사해요 주인님! 열심히 할게요!”

생각보다도 훨씬 작은 그녀가 손을 치켜들자.

쉬잉—!

냉기가 휘몰아쳤다.

“이게 무슨···!”

쩍.

쩌저저저적.

탐욕스레 범람하던 바닷물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얼어붙는다.’

새로 소환되는 소환체가 지휘관 레벨에 맞춰서 소환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처음부터 엄청난 화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고개를 갸웃거린 냉장고가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냉기가 약한 것 같은데···”

[‘냉장고'가 제한 해제를 권유합니다!]

[마력변환장치의 제한을 해제하시겠습니까?]

그래, 한 번 죽어보자.

“해제.”

울컥!

입에서 핏물이 쏟아져나왔다.

마나회로의 뿌리까지 뽑힐듯한 엄청난 압박감이 밀려왔다.

‘다중 링크에 투룡지체임에도 이 정도라니···’

그렇다면 냉장고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고통보다 앞서는 기대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 완성됐다!”

환하게 웃는 냉장고의 눈 앞에는 아주 작은 얼음 한 조각이 띄워져 있었다.

‘고작?’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래, 저 얼음 한 조각이 엄청난 힘을 응축해둔 냉기의 집합체일거다.’

“발사!”

퓽!

장난스레 말한 냉장고의 한 마디에 얼음이 날아갔다.

‘엄청난 속도다.’

쩌저저저저저적!

얼음 조각이 지나가는 경로마다 물이 새하얗게 얼어붙었다.

‘하지만···’

안된다. 이 정도로는 택도 없어.

현재 장복덕은 어딘가에 핵을 숨긴 상태. 그걸 찾아내려면 고작 한 줄기 얼음으론 안된다.

‘···역시 안되는건가.’’

까득.

실망감이 들려던 찰나.

“열려라!”

쩌억!

공간이 열렸다.

“···역시.”

공간계 능력까지 갖고 있을 줄 알았다.

‘좋아. 이러면 도망정도는 칠 수 있···응?”

공간의 속은 비어있지 않았다.

“자! 다 나가!”

아까 발사한 그 얼음.

꿀꺽.

그 얼음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

폭포가 떨어지는듯한 굉음이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아···아아.”

그 굉음이 가라앉았을 때는 이미 근처의 모든 물이 얼어붙은 뒤였다.

그 믿을 수 없는 풍경에 얼떨떨하는 와중, 냉장고가 뒤돌아 손을 뻗었다.

“주인님, 여기요!”

“아, 어어.”

뭣도 모르고 받아든 것은 성인 남성의 손에 꽉 찰 정도의 구슬이었다.

“···이건?”

「내놔.」

“···장복덕?”

아니, 이걸 장복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얼어붙었음에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는 빙룡이 이곳을 오시하고 있었다.

“이제 저것만 부수면 끝이에요. 힘의 원천은 이거 같으니까.”

“그래?”

끄덕.

“움직이지도 않는 걸 부수는거야 쉽지.”

화륵.

“어?”

훅.

불꽃이 나오지 않는다.

‘몸에도 아무런 힘이···’

안돼. 제일 중요한 순간에···이렇게···

“끝날 수는···없···”

[다중 링크가 종료됩니다.]

털썩!

“야아!”

익숙한 목소리를 끝으로, 시야가 암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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