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붉은쥐 님의 서재입니다.

내 살림살이가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적자생
작품등록일 :
2021.07.26 21:39
최근연재일 :
2021.08.26 19:0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3,485
추천수 :
121
글자수 :
188,122

작성
21.08.11 19:00
조회
57
추천
2
글자
12쪽

17.

DUMMY

“주인. 이 녀석 강하다.”

“그래보여.”

하긴 약한 게 이상하긴 하지.

‘하지만 이정도라면···’

“링크, 다림판.”

빠르게 합류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링크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지원군의 현재 상태가 반영됩니다.]

[싱크로율: 74%]

‘다행이다.’

본래라면 B급에 닿지 못할 정도의 싱크로율.

링크의 레벨이 증가함에 따라 버프까지 반영되었다.

그말은 즉슨.

“흐아아아아!”

육체능력만으로 B급 헌터를 넘어섰다는 것.

휘릭!

호기롭게 달려들어 손을 뻗었지만.

턱.

갑작스레 솟아난 나무 줄기에 허무하게 막혔다.

‘···역시.’

고작 B급의 힘으론 다가가지도 못하는건가?

“이보게들! 저 녀석의 약점은 불꽃일세!”

뒤에서 어르신이 그렇게 소리질렀지만 그다지 도움이 돠는 조언은 아니었다.

‘불이 없는데요?’

촥! 촤락!

본신이 다림판과 싸우는 틈에 어떻기든 다가서려 했으나 번번히 나무줄기에 막혔다.

“파리같은 놈이 어딜.”

단순히 막는 것을 넘어 등까지 짓쳐들어온 나무줄기는 뱀처럼 품속을 파고들었다.

“끄아아악!”

다행히 독 같은 건 없어보였지만 단단히 잡혔다.

꾸욱.

“크억!”

점점 조여드는 느낌.

“주인!!!”

다림판이 당장이라도 구해주러 올 기세였지만 그럴 순 없었다.

“어딜 가려고?”

퍽!

“큭···”

“저런 놈을 주인으로 모시는거냐?”

“주인을 모욕하지마라!”

“글쎄. 너무 약해서 우리 주인이랑 비교되잖아?”

“이 새끼가!”

턱. 턱탁텁!

다림판이 분노에 차 날린 공격들이 하나하나 파훼됐다.

냉정하게 판단해서 수호자는 다림판보다 강하다.

‘신체능력은 다림판과 동등 혹은 약간 강한 정도. 거기에 B급 헌터까진 가볍게 갖고노는 나무줄기까지.’

이대로면 필패. 대책이 필요했다.

링크는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포탑 설치.’

설치할 포탑은 화염의 포탑.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다양한 포탑이 해금되었다.

‘살상력이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

설치 위치는 다림판과 수호자를 둘러싼 상태로 팔각형. 개수도 8개.

‘이게 내 마나의 한계다.’

지잉.

“쥐새끼 같은 놈이?!”

화르르르륵!

팔방에서 쏟아져나오는 화염의 범람.

“끄아아아아악!!!”

고작해야 C급 헌터의 화염마법 수준임에도 녀석은 고통어린 비명을 질렀다.

“다림판! 지금이야!”

“흐아!”

의미모를 기합성을 지르며 망설임없이 수호자에게 달려든 다림판은 곧장 조먹을 날렸다.

“허억···흐억···”

털썩!

불꽃에 힘을 못쓰고 허우적대던 수호자는 그대로 다림판에게 두들겨 맞다가 쓰러졌다.

“···쓰러뜨렸나?”

어르신이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촤락. 촤라라락.

불꽃을 가르며 나무줄기가 포탑과 그 둘을 완전히 감싸안았다.

바깥에 남은 불꽃은 나무를 태웠지만 화력이 부족했다.

퍼억! 콰직!

“끄악!”

쿵! 쿵! 쿵! 쿵!

“쿨럭! 쿨럭!”

“다림판!”

화륵!

‘안돼···불꽃 때문에 나도 다가설 수 없어.’

어떻게···어떻게 해야하지?

그 순간. 머릿속을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레벨 10이 되었을 때 들려온 메세지.

[지원군 슬롯이 추가되었습니다.]

꿀꺽.

나는 홀린듯이 중얼거렸다.

“···지원군 소환.”

소환할 지원군은.

“가스레인지.”

***

다림판이 거칠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젠장!”

수호자가 줄기로 불꽃을 감싸 불꽃을 꺼뜨렸다.

그 이후부턴 손조차 써볼 수 없었다.

수호자는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맹공을 퍼부어댔다.

“으아아아아아!!!”

겨우 반격을 가해도.

텁. 퍼억! 퍼억!

막고선 다시 뻗어들어오는 수호자의 주먹을 막아야했다.

그렇게 몇 합을 나누다가도 갑작스레 찔러오는 나무줄기들에 찔렸다.

아프다. 금강불괴 덕에 상처는 나지 않았으나 위로 타격이 쌓였다.

혈겁흑풍으로 베이지도 않았다.

“이래서야 네가 금강불괴 같잖아.”

“···이봐.”

“왜 부르지?”

“네 한심한 주인을 버리고 우리와 함께 하지 않겠나?”

“···무슨 개소리를 하는거냐.”

“네 주인. 너무 약하잖아? 우리의 주인은 위대하신 분이다. 너 정도면 동료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 주인이 약하다고?”

“그럼 강한가? 저 바깥의 불꽃조차도 뚫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이 강하디고?”

“물론.”

후우···

몸속에 남은 잔열을 끌어올렸다.

주인을 지킨다. 그것이 나의 근원.

‘그러나 주인이 약하기 때문이 아니다.’

“주인은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다. 나는 주인의 힘. 주인의 능력. 네놈을 쓰러뜨려 증명한다.”

“어리석구나.”

“누가 어리석은지는 두고볼 일이다.”

저벅. 저벅. 저벅.

다시 한번, 접전이 일어나기 직전.

“대단한데, 오빠?”

“응?”

“그런 오글거리는 말을 현실에서 할 줄이야.”

“너는···”

“누군지 모르잖아?”

씨익.

그렇게 미소지은 붉은 장발의 여성이 눈 앞까지 걸어왔다.

‘이 목소리는···’

누군지 알 것 같았다.

“···가스레인지.”

“오, 기억하네?”

이 껄렁거리는 말투를 잊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주방을 지날때마다 소리치던 성질 더러운···

“어? 실례되는 생각하고 있는거 아니지?”

독심술을 쓴듯한 그녀의 말에 무심코 중얼거렸다.

“대단하네.”

“어? 그거 무슨 의미야? 응?”

퓩! 팅!

“크윽···”

“어 뭐야. 쟤?”

“감동의 재회는 거기까지다.”

잠시 상황을 지켜보던 수호자가 나무줄기를 움직였다.

퓩!

쏜살같이 날아오는 나무줄기.

“느려.”

화륵.

나무줄기의 끝에서 시작된 불씨가 나무줄기를 태웠다.

“이 벌레같은 놈이!!”

수호자는 분노하며 줄기를 줄기로 감싸 불길을 잡아보려했으나.

화륵! 화르르르륵!!

“내 불꽃을 쉽게 끄려고 했어?”

“크아아아악!”

“내 불꽃은 절대로 꺼지지 않는답니다~”

“끄아아아아악!!!”

***

“···수호자를 이렇게나 쉽게?”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가스레인지라고 해봤자 강화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 아닌가.

‘다림판에게 불꽃을 쏴서 강화나 해달라고 했었지.’

그러나 은빛 갑옷을 입은 붉은 장발의 여성은 웃으며 말했다.

“저딴 나무토막은 나 혼자서도 해치울 수 있겠는데?”

도무지 믿기 힘든 말이었지만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갑옷과는 어울리지 않는 알루미늄 배트를 휘두르자 그렇게도 단단해 보이던 나무줄기가 그대로 뚫렸으니까.

그 구멍으로 들어가며 그녀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계속 그렇게 찌질하게 있으면 버리는 수가 있어.”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녀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나무 줄기 사이에서 무릎 꿇은 수호자.

그리고 그 앞에서 알루미늄 방망이를 겨누고 있는 은빛 갑옷의 기사.

비상식적이면서도 어쩐지 아름다운 그 광경에 절로 감탄이 니왔다.

“이···벌레들이···!”

수호자는 발악하며 달려들었으나.

퍽!

“끄아아아아악!!!”

가볍게 휘두른 배트에 몸을 꼬면서 고통스러워했다.

“흥. 나무토막 따위가 까불어.”

“···치욕스럽구나.”

“그럼 어쩔건데?”

쿡. 쿡.

“나의 주인이시여.”

쿠구구구궁···

“뭐···뭐야?”

심상치 않다.

맑던 하늘에 새까만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제게 당신의 눈물을···그대의 영광을···!”

쏴아아아아아아!

“하···그래봤자 내 불꽃은···”

불꽃이 사그라들었다.

“어···어어···어?”

가스레인지의 당황스런 외침이 들린 뒤.

“주인의 모습을 투영한 나는···”

한 마리의 목룡이 눈을 떴다.

“무적이다.”

“어어···? 뭐야, 나 최단기 퇴물이야?”

“문답무용.”

“아니···물어본거 아닌데.”

“죽어라.”

쿠구구구궁···

거구를 움직여 날아오른 목룡이 아래로 뛰어들었다.

“어···어어어?”

틀렸다. 상성관계가 사라진 가스레인지는 수호자를 이겨낼 수 없다.

“가스레인지! 할 수 있는 최대 화력으로 다림판한테 쏟아내!”

“어어?”

“빨리!”

“알았어!”

화르르륵! 화르르륵!!!

[현재 마력변환장치에 제한이 걸려있습니다.]

[마력변환장치의 제한을 해제하시겠습니까?]

가스레인지의 현재 화력은 내 마력과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상식적으로 본다면 마력이 간당간당한 지금 제한을 해제하는 건 미친 짓이나 다름없겠지만···

“해제.”

여기까지 온거 몸을 사릴거 뭐 있나.

화륵. 화륵.

새빨간 불꽃이 청염으로 변했다.

청염은 다시 한번 극도로 압축되었고 그 불꽃은 다시 한번 타올랐다.

몇 번의 압축과 확대가 끝난 후의 가스레인지의 불꽃은.

“아름다워.”

찬란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화려하게 빛났다.

한참을 떨어져있음에도 느껴지는 깅대한 열기를 머금은 하나의 빛.

“지···진짜 던진다?”

끄덕.

빛과 다림판을 번갈아보며 살짝 망설이던 가스레인지는 눈을 감고 빛을 날렸다.

“크윽···끄아아아악!”

빛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림판에게 스며들었다.

이내 모든 빛을 삼킨 다림판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목룡을 향해 기수식을 취했다.

“투룡멸영식.”

뒤쪽 땅이 패이고 구름이 일렁일 정도의 압도적인 기운.

“승천.”

쿵.

그 어떤 충격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으며 화려한 시각효과가 펼쳐지지도 않았다.

톡.

목룡의 머리와 다림판의 주먹이 맞닿았다.

그곳에 있는 것은 아주 당연한 하나의 사실일 뿐이었다.

그러나···

스윽. 툭.

다림판이 팔을 내렸을때, 목룡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과수원의 주인이 경탄합니다.]

[도전자들이 보인 용의 자질에 흡족해합니다.]

[기꺼이 자신의 보물을 내놓습니다.]

“···.아. 아아아···아.”

쾅!

어르신이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쾅! 쾅!

눈물을 흘리며.

쾅! 쾅! 쾅!

계속해서.

자신의 삶이 담긴 보랏빛 꽃을 바라보며 거세게 머리를 박았다.

떨리는 눈빛으로 보면 안 될 것을 보듯이.

은밀히 꽃을 엿봤다.

스윽.

[혹신매룡화가 당신을 받아들입니다.]

[퀘스트: 절벽 위의 꽃이 일부 클리어되었습니다.]

[꽃을 삼켜 퀘스트를 완료하십시오.]

“이게 바로 절벽 위의 꽃···혹신매룡화.”

마나와는 조금 다른 느낌.

‘···그때 느낀, 근원력에 가까운 느낌이다.’

이것을 취한다면 엄청난 힘을 얻을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섰다.

씨익.

다행이다.

혹신매룡화가 시시한 꽃 한 송이 따위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어르신?”

“자네가 그 꽃을 얻게 돼서 다행이야.”

“어르신.”

스윽.

“무슨 말씀이세요.”

혹신매룡화를 어르신의 눈 앞에 놓았다.

“이건 어르신의 몫입니다.”

“하···하지만···”

“전 그저 마지막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 지분을 따지자면 당연히 그 꽃은 어르신의 것입니다.”

이것은 한 사람의 삶에 대한 경의다.

아니. 아니다.

“그리고···아들분을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그···그건···.그건 거짓말이었어. 내 아들은···이미 30년 전에···”

“그런건···알고 있습니다.”

이 꽃은 두 사람의 인생에 경의다.

혹신매룡화에 대해 처음으로 알아낸, [희생]의 시련을 통과한 이와. 그 뒤를 이어 그 끝을 바라본 이에 대한 존경이다.

“내 인생의 끝이 자네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면···난 그걸로 만족하네.”

“거짓말.”

“뭐···뭐라고?”

“어차피 어르신이 그 꽃을 취하지 않으신다면 전 이대로 게이트를 나갈 겁니다.”

“또또 호구짓하냐?”

가스레인지가 퉁명스레 태클을 걸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방금 한 말은 진심이었으니까.

그제서야 어르신은 눈물을 쏟으며 꽃을 붙잡았다.

“···고맙네. 정말로···정말로 고맙네.”

주륵. 주르륵.

똑. 토도독. 톡.

꽃 위로 어르신의 눈물이 방울져 떨어지자 알림이 울렸다.

[혹신매룡화에 자애가 깃듭니다.]

“뭐?”

꽃의 뿌리가 붉게 빛났다.

[혹신매룡화가 열매를 맺습니다.]

보랏빛 꽃의 아래로 맺힌 탐스러운 붉은 열매.

당황한 얼굴을 하면서도 홀린듯 열매를 쓰다듬은 어르신이 고개를 들어 말했다.

“젊은이. 아니, 수임아. 부디 받아다오.”

“제 이름은 어떻게···아니, 그것보다 받으라니요?”

“내가 한 평생 찾아다니던 것은 열매가 아니라 꽃일세. 당연히 열매는 자네가 받아야하지 않겠나?”

“어르신···.”

“꽃에서 이어진 열매. 내 삶의 끝에서 자네의 삶이 시작되길.”

웃으며 건네준 그 열매를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감사합니다.”

[열매를 삼켜 퀘스트를 완료하십시오.]

망설일 필요가 있을까?

눈을 감고 열매를 먹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살림살이가 이상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 32. 21.08.26 18 2 12쪽
32 31. 21.08.25 20 1 12쪽
31 30. 21.08.24 26 2 12쪽
30 29. 21.08.23 28 1 12쪽
29 28. 21.08.22 35 2 13쪽
28 27. 21.08.21 31 2 12쪽
27 26. 21.08.20 32 1 12쪽
26 25. 21.08.19 32 2 12쪽
25 24. 21.08.18 33 2 12쪽
24 23. 21.08.17 36 2 12쪽
23 22. 21.08.16 40 2 12쪽
22 21. 21.08.15 51 3 14쪽
21 20. 21.08.14 53 2 13쪽
20 19. 21.08.13 48 1 11쪽
19 18. 21.08.12 53 2 12쪽
» 17. 21.08.11 58 2 12쪽
17 16. 21.08.10 55 2 13쪽
16 15. 21.08.09 62 2 13쪽
15 14. 21.08.08 68 2 13쪽
14 13. 21.08.07 70 2 12쪽
13 12. 21.08.06 76 2 13쪽
12 11. 21.08.05 93 3 15쪽
11 10. 21.08.04 98 3 12쪽
10 9. 21.08.03 115 3 14쪽
9 8. 21.08.02 125 4 17쪽
8 7. 21.08.01 136 4 14쪽
7 6. 21.07.31 140 4 14쪽
6 5. 21.07.30 172 5 13쪽
5 4. 21.07.29 214 4 17쪽
4 3. 21.07.28 297 8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