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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쥐 님의 서재입니다.

내 살림살이가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적자생
작품등록일 :
2021.07.26 21:39
최근연재일 :
2021.08.26 19:0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3,487
추천수 :
121
글자수 :
188,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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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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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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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4.

DUMMY

치솟는 연기 아래 살짝 보이는 불꽃.

‘···설마?’

전투가 일어났다. 그것은 확실했다.

걱정되는 것은 하나. 가스레인지의 안전.

'마나가 더이상 빠져나가지 않는다.'

이건 전투에서 승리했거나...

'더 이상 능력을 쓰지 못할 정도로 패배했거나.'

...가스레인지가 위험하다.

홀린듯이 외쳤다.

“소환-가스레인지!”

털푸덕!

“커헉!”

눈 앞으로 소환된 가스레인지의 상태는 처참했다.

타박상, 자상. 심지어는 관통상까지. 상처를 전시라도 한듯한 몸상태.

“쿨럭! 켁!”

커다란 핏덩어리를 토해내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그 시선은 허공을 직시하고 있었다.

“하아···어···디에?”

두려움이 섞인 눈으로 연신 뭔가를 찾던 가스레인지에게 다가갔다.

두리번거리다가 눈을 마주치고 나서야 가스레인지는 조금이나마 차분해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그렇구나.”

그러면서 몸을 일으켰으나.

휘청!

“끄윽···”

다리를 다친듯 덜덜 떨다가 바닥에 엎어져버렸다.

“움직일 필요없어.”

스윽.

“말해봐. 대체 무슨 일이 있던거야?”

“도망가. 빨리.”

“뭐?”

그개 무슨 소리인가.

그 순간, 가스레인지의 눈이 커졌다.

“뒤!”

차캉!

등 뒤에는 다림판이 서있었다.

“후우···주인. 도망치긴 틀린것 같은데?”

“오, 그걸 빠져나왔네?”

장복덕과 마주한 채로.

팽팽한 긴장감 속, 장복덕은 귀를 파며 가스레인지를 가리켰다.

“거기 아가씨 좀 주지 않을래?”

여유롭다 못해 능멸 당하는 기분마저 느껴지는 태도에 열이 뻗쳤다.

으득.

“장복덕···”

“왜 부르시지이?'

더 열받는건 이길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

‘아까와는 기세부터가 다르다.’

지금 이곳은 항구. 그것도 바다와 직접 맞닿은 장소.

이곳에서 '해왕'을 이기는건 불가능하다.

‘어떻게든 장소를 옮겨야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눈알을 굴리고 있을때, 그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 맞아!”

그와 동시에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츠츠츠···

바다에서 들려오는 울리는 듯한 소리가.

“니네 여기 발 디딘 순간 끝난 싸움인거 알지?”

콰아아아아!!!

장복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닷물이 치솟았다.

“안돼!”

탁!

바닷물이 덮쳐오기 전, 몸을 빼려 틈새로 달려들었으나.

콰악!

“커헉!”

콰당!

순식간에 날아든 물대포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자자, 벌써 뻗으면 안되지!”

신이라도 된냥 허공에 뜬 장복덕이 두 팔을 뻗었다.

촤아악! 촤악!

돔 형태의 장벽에서 수많은 물줄기들이 뻗어나왔다.

'하나하나가 엄청난 수압을 가진 물대포.'

피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나 가스레인지와 차재명은 더더욱.'

그렇다면 답은 하나.

“포탑 설치!”

설치할 포탑은 자동화 철갑 포탑.

스륵.

철갑이 모두를 덮었다.

쾅! 쾅! 쾅! 쾅!

고작 물대포임에도 철판이 우그러들었다.

‘이대로면 오래는 못 버틴다.’

포탑을 몇 번 더 설치해 시간을 끌 순 있으나 소용없는 짓.

‘지원군은 아무도 없다.'

차재명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스레인지는···

‘저 상태로 싸우는건 무리다.’

“저와 다림판이 나가서 싸우겠습니다. 차재명씨는 가스레인지를 치료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차재명은 선뜻 고개를 끄덕였으나 가스레인지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러다가 죽어. 못이긴다고.”

나도 안다. 하지만...

“어차피 이대로면 다 죽어.”

아니, 나와 가스레인지는 죽이진 않겠지

‘죽는 것보다 끔찍한 일을 당할뿐.’

스윽.

철갑 포탑 안에서 나가 모습을 들어내자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그래, 그래야 재밌지!!!”

광기 어린 미소를 지은 장복덕이 거칠게 팔을 휘둘렀다.

촤아아악!

“다림판.”

“어.”

탁!

“링크-다림판.”

[싱크로율: 62%]

다림판의 신체를 링크함과 동시에 마나회로를 확장했다.

‘역시 마나가 담겨있다.’

물줄기가 많은 대신 경로가 단순하다.

‘비록 6할 정도지만 피하는 것 정도는 충분하다.’

까딱. 슈욱!

스윽! 촤악!

고개를 꺾고 점프하는 정도의 간단한 동작으로 물줄기를 피해냈다.

“으아아아아!!!”

카앙! 카앙!

탐색기가 없는 다림판은 몸으로 때우며 달렸다.

장벽 자체는 그리 넓지 않았기에 빠르게 장복덕의 근처까지 향했으나.

“여긴 어떻게 올라올거지?”

천장에 달라붙은 장복덕은 여전히 여유로운 웃음을 내비쳤다.

‘닿지 못할거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아니다.

“포탑 설치.”

스륵.

발 아래로 포탑이 세워졌다.

“포탑 설치.”

그 위로 다시 포탑이 세워졌다.

“포탑 설치.”

점점 위로 다가가는 모습에 장복덕도 당황한 얼굴이었다.

“젠장, 게임계 특성이었나!”

한껏 표정을 구긴 장복덕은 물줄기를 포탑에 집중했다.

[빙결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빙결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빙결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하하! 그럼 그렇지!”

단번에 부숴진 포탑을 보고나서야 장복덕은 웃음을 되찾았지만.

“포탑 설치.”

그의 판단은 틀렸다.

쩌저적!

“이···게 무슨···”

위로 올라가는건 눈속임.

진짜는 장벽을 얼려 발판을 만들고 그곳에 포탑을 설치하는것.

초근접에서 뿜어진 냉기에 일순간 몸이 얼어붙은 장복덕은 그제서야 눈깔을 굴렸지만.

“흐아아아압!”

이미 다림판은 포탑을 밟고 뛰어오른 뒤였다.

쩌억! 콰창!

장복덕의 육체의 절반이 순식간에 터져나갔다.

‘정확하게는 장복덕을 이루던 마나의 덩어리를 부순거지만···’

아마 장복덕의 약점은 그곳이 맞을거다.

‘죽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유효타가 들어갔을지가 관건이니까.

그 순간.

다림판과 함께 추락하던 장복덕의 남은 반신이 빛났다.

차라락.

깨져나간 얼음조각이 다시 뭉쳐 구의 형태를 이뤘다.

구는 다시 물로 이뤄진 육체를 만들어냈고.

“아아.”

그 육체, 장복덕은 이전과 다를바 없이 입을 열었다.

“죽을 뻔 했다.”

'...저렇게나 멀쩡하다고?'

한방에 끝내지 않으면 방법이 없는건가?

"벌레 같은 놈들이 감히!"

텁.

웃음기는 온데간데 없어진 장복덕이 떨어지던 다림판을 붙잡았다.

다림판은 그대로 공중에 고정됐다.

“젠장···”

잡는 것을 넘어, 삼켰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단단히 안은 장복덕이 싸늘하게 중얼거렸다.

“죽어.”

촤라라라락!

장벽이 크게 요동치더니 엄청난 양의 물을 뱉어냈다.

꾸득. 꽈드득.

도저히 물에서 나는 소리라곤 믿기지 않는 굉음.

촤아아아아아

장벽을 고정하던 마나를 전부 때려박아 벽이 흘러내렸다.

그 결과 완성된 것은 수십개의 새파란 구슬.

“안돼···”

물의 탄환이 쏘아져나갔다.

퓩. 퓨퓨퓨퓨퓩!

압축된 마나 앞에서 금강불괴는 무색했다.

“흥.”

촤락. 쿠웅!

“다림판!”

떨어진 다림판에게 달려갔다.

“···세상에.”

가까이서 보니 더욱 처참했다.

구슬 크기로 뚫린 구멍에선 피가 솟구쳤고 관절은 덜렁거렸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그 구슬이 아직도 주변을 떠다니고 있다는 것.

“넌 죽이면 안되지만···절반 정도는 날아가도 괜찮겠지.”

스륵. 카득! 콰드득! 카작!

구슬이 뭉쳐 야구공만한 크기가 되었다.

“아···아아.”

이대로 끝인가?

슈우우우욱!

죽음이 다가온다. 빠르지만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온···다?’

카가가가가각!

오지 않았다.

“주저앉아서 뭐해!”

가스레인지의 호통이 들려왔다.

그그그그극···

“이거···못 버텨!”

키잉!

간신히 마나구를 흘린 가스레인지가 다시 소리쳤다.

“도망쳐.”

장벽이 사라진 지금이 기회다. 그런 눈빛이었다.

“하지만···”

카가가가가각! 키잉!

“빨리!”

“너는?”

“네가 소환해주면 되잖아? 최악의 경우 완전히 부숴진다고 해도.”

씨익.

가스레인지가 미소지었다.

“누가 고쳐주겠지.”

“하지만 저녀석은 널···”

“야.”

가스레인지의 눈동자는 전혀 떨리지 않았다.

두려움이나 걱정 같은건 한 점도 없는 굳은 눈동자를 가진 그녀가 말했다.

“믿어.”

키기기기긱!

가스레인지의 방망이가 다시 마나구를 걷어냈다.

아까보다도 힘겨운 모습. 더욱 흔들리는 팔.

‘그럴만하다. 차재명은 할러가 아니니까.”

치유 아이템을 몇 개 쓴, 응급처치에 불과하다.

‘지금 도망치면 가스레인지는 완전히 부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탁!

사물로 변한 다림판을 들고선 곧장 등을 돌려 달렸다.

‘그건 가스레인지의 몫이다.’

나는 가스레인지를 믿는다. 그리고 가스레인지가 맡긴 일을 한다.

그 뿐이다.

타다다다닥!

“여자를 버리고 도망을 치다니. 쓰레기구나!”

적의 말 따윈 듣지 않는다.

슈웅!

“어딜 가려고?!”

키기기기기긱!

뒤에서 들리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고 장벽이 있던 곳을 지나치니 차재명이 보였다.

“차재명씨?”

언제 빠져나왔는지 그가 손짓을 하고 있었다.

“이쪽으로 가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며 차재명은 미로처럼 쌓인 컨테이너 사이로 뛰어들었다.

‘좋아.’

“가스레인지씨는 어떻게 됐죠?”

“버텨본다고 했습니다.”

이대로 유유히 빠져나가면 된다.

“수임씨가 찾으시는 분은 어디에 있는지 파악했으니 다음을 노립시다.”

벌써 위치까지 파악하다니. 역시 차재명이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지금 아저씨를 구하는건 무리다. 이게 최선이겠지.

달리다보니 어느새 흙바닥이 되어있었다.

“이곳 정도면 장복덕도 힘을 쓰기 힘들겁니다.”

그런가.

“소환-가스레인지.”

꿇어앉은 모습으로 소환된 가스레인지가 중얼거렸다.

“···안돼.”

안된다고?

‘그게 무슨···’

“이 쥐새끼 같은 놈들.”

차분해진 말투 탓에 일순간 낯선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장복덕.”

지긋지긋하기 짝이 없는 상판떼기가 다시 나타났다.

“또 내 껄 뺏어가네?”

콰직! 촤악!

처억.

“가스레인지···!”

순식간에 가스레인지를 빼앗겼다.

장복덕은 가스레인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힘조절하느라 꽤 애먹었다니까.”

촤악!

그의 팔이 낫의 형상으로 변했다.

“생각해보면 이 년도 팔다리는 필요없는데 말이지.”

턱.

가스레인지의 오른쪽 팔에 낫을 가져다 댄 장복덕이 가스레인지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스걱.

떨그렁!

장복덕의 가벼운 손길에 가스레인지의 방망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머리카락을 잡혀 강제적으로 고개를 든 가스레인지가 중얼거렸다.

“···난 괜찮아. 가.”

피투성이가 된 몸과는 어울리지 않는 총기 넘치는 눈동자.

‘저녀석···진심이다.’

하지만···

“역시 난 안되겠네.”

날 위해 몸을 바치는 동료를 믿고 망설임 없이 도망을 쳤다면 진작에 벗어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어차피 이 녀석들은 도깨비니까. 그 육체는 한낱 허상에 불과하니까 그래도 괜찮았겠지.

‘하지만 참을 수가 없다.’

동료들을 유린 당하도록 놔뒀다는 사실 자체를 참을 수가 없었다.

끄득.

“링크-가스레인지.”

[링크-다림판이 해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다중링크-다림판, 가스레인지]

[싱크로율: 78%]

저벅. 저벅.

장복덕의 바로 앞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응?”

처억.

가스레인지의 방망이를 쥐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방망이는 들고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아런걸 들고 싸웠다니 대단하지 않아?,

눈 앞에서 말을 걸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한 장복덕이 눈을 크게 떴다.

“이 새끼가?!”

그가 곧장 팔을 창의 형태로 바꿔 찔렀으나.

치이이이이이이익!

[싱크로율: 84%]

그의 팔은 순식간에 증발했다.

비록 곧장 수복했으나 이 정도면 싸워볼만하다.

“이놈이!!!”

거칠게 달려드는 장복덕의 공격을 가뿐하게 피해냈다.

치이이이익!

공격은 통하지 않지만 괜찮다.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니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장복덕의 전투센스는 S급 헌터라기엔 상당히 비루했다.

“어차피 시간을 끌면 너만 죽는다! 난! 바다를! 지배! 한다고!!!”

“정말 그럴까?”

이대로 장기전으로 간다면 나만 죽는다는 그의 말이.

[싱크로율: 99%]

어쩐지 와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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