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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쥐 님의 서재입니다.

내 살림살이가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적자생
작품등록일 :
2021.07.26 21:39
최근연재일 :
2021.08.26 19:0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3,517
추천수 :
121
글자수 :
188,122

작성
21.08.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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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2.

DUMMY

가게의 창고로 향하니 거대한 상자가 있었다.

“오···돈 좀 쓰셨나봐요?”

“무리 좀 했지.”

“뭐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 양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말하며 거대한 상자를 열었다.

“응?”

“왜?”

이거 뭔데.

“아저씨. 와봐요.”

“왜 그러는데.”

스윽.

“이게 뭐야?”

상자를 들여다본 아저씨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아닌거죠?”

상자 속에는 돌멩이만 깔려있을 뿐이었다.

“아니면 이거 마석이에요?”

마석은 초록빛을 띄고 이건 아무리 봐도 자갈이지만···

‘에이 거짓말.’

믿고 싶지 않았다.

“잠깐.”

심각한 표정을 지은 아저씨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 도착한거 까봤거든? 이게 뭐냐?”

“제대로 왔으면 내가 전화를 했겠냐?”

“자갈밭인데”

“넌 모르는 일이라고? 야 배송기사 정보 보내줘봐.”

뚝.

“후우우우우···”

“아저씨.”

“잠깐.”

얼굴을 찡그린 아저씨가 창고 밖으로 나갔다.

약간의 실랑이가 오간 뒤.

“아니 내가 지금 돈을 달라는게 아니잖아!!”

“콱 그냥!”

“아니···내 말은···”

“지금 뭐하자는건데? 엉?!”

이후 몇 번의 욕설이 오간 후 이저씨가 창고 문을 열며 들어왔다.

아직 분이 안풀린듯 머리를 쓰다듬던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안되겠다.”

“네?”

“배송기사가 빼돌린 모양이다. 잠적했대.”

“그럼 어떡해요?”

“모르겠다. 본인들이 피해액은 다 보상해준다는데···지금 돈이 중요한게 아니라고.”

돈 주고도 못 사는 것들인데.

그렇게 말한 아저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그럼 전 어떡하죠?”

체념의 미소를 지은 아저씨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포기하자.”

“아뇨, 그래도 이길 방법이···”

“수임아.”

“네?”

“확실하지 않은 것에 걸지마라.”

“...”

“다림판이 교류전을 이긴다고 해도 문제야. 류화곤 그 녀석. 완전히 꺾지 못한다면 보복을 하러 올 게 뻔하니까.”

“잠깐만요. 교류전을 포기해도 찾아올 수 있는거 아닌가요?

“협회 근처랑 집 근처는 달라.”

아니, 협회 근처가 더 안전해야 되는거 아냐?

‘게다가 집 근처에서 이미 습격 당했는데?’

안전한거 맞아?

앞뒤가 안맞는 말에 의문이 생겼지만 아저씨가 선수를 쳤다.

“넌 일단 집에 가라.”

“아저씨는요?”

“정없기는. 나야 뭐 가게도 보고. 뭐라도 찾아봐야지.”

“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역시 포기해야 하나.

계단을 오르면서 연신 생각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다림판.”

“왜 그러지 주인?”

“뭐 방법 없을까?”

“···일단 흡수할만한 물건을 찾아보는 수 밖에.”

“역시 그것 뿐인가.”

음? 뭐야.

집에 오니 우편이 와있었다.

“설마···”

쫙!

“벌써 왔네.”

반전은 없었다.

교류전에 참가하라는, 협박에 가까운 제의.

‘평소에는 뭣같이 느리더니 이럴때만 잽싸네.’

별 내용도 없는 편지를 빠르게 훑은 순간.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뭐야.”

퀘스트가 또 생겼다고?

[퀘스트: 교류전]

[교류전에서 승리하십시오.]

[보상: 경험치, 전용 장비 제작권]

[실패시: ‘다림판'의 근원력 상실]

“하.”

“왜 그러지, 주인?”

“그러게···왜 그러냐 자꾸.”

왜 온세상이 나서서 날 다구리 까는건데.

‘일단 퀘스트가 뜬 이상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무조건 이겨야 한다.’

여론이고 헌터 라이센스고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근원력을 얼마나 가져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림판의 목숨을 가지고 시험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림판.”

“이번엔 또 뭐지, 주인?”

“강화권을 아끼고자시고 할 게 아니야. 빨리 최대한 괜찮은걸로 찾아보자.”

다림판은 잠시 말이 없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과연. 퀘스트가 생겼나보군.”

“이야기가 빨라서 좋네.”

발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흡수 시간까지 생각하면 최대한 빠르게 찾아야한다. 거기에 약점을 보호할만한···방어구 쪽 아이템을 찾으면 괜찮을지도.’

근원력만큼은 안된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긴다.’

이를테면···

까득.

‘녀석의 팔다리를 미리 잘라놓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주인. 눈빛이 무서운데.”

“···.신경 쓸 필요없어.”

벌컥!

“응?”

선객이 있었다.

“왜 또 왔어?”

아저씨는 제끼고.

“어? 또 보네요?”

목 언저리까지 오는 푸른 단발.

날카로운 눈매.

책상 위에 얹어진, 방독면의 아랫부분을 닮은 장비.

무엇보다도.

‘매화검.’

꿀꺽.

매화검을 흡수하면 어떨까.

생각하던 방어구는 아니지만 명색이 A급 아이템이다.

‘거기에 매화검수를 대표하는 아이템.’

일반 사물도 도깨비가 생기는데 저런 유명한 이야기를 지닌 아이템이라면 뭐가 달라도 다르지 않을까?

‘헬파이어 날아올 때 무지성 강화를 했어야 했는데···’

아니.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저 매화검을 낚아채서 강화를 해버리면···

콕콕.

‘내가 배 째겠다는데 어쩔건데?’

“···주인?”

“아.”

다림판의 속삭임에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어차피 저 아이템. 제대로 흡수 못해. 위험 부담도 크고. 포기해.”

“너 어떻게 알았어?”

“칼만 보면서 침을 흘리는데 모를 수가 있어?”

내가 그 정도였나?

“저기···”

“네? 네!”

그녀가 검을 슬쩍 들어보이며 말했다.

“검. 보실래요?”

“아, 아뇨! 괜찮습니다.”

“한참을 보시길래···”

“아뇨. 그 검의 약간 그 뭐냐. 그···마력이 있네요. 매화검의 기능인가싶기도 하고.”

그래. 매화검 자체 기능임이 틀림없다.

매료를 통한 시선 강탈 같은···

“그런거 없는데.”

“아.”

그냥 내가 쓰레기인거구나.

약간의 침묵이 이어지···려던 찰나.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내가 언제 소개시켜줬었나?”

“네?”

갑자기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시네.

“아, 아냐? 난 또 친해보이길래.”

“이게요?”

지금도 엄청 어색한데?

그러나 그녀는 뭔가 집히는 게 있다는 듯 갑자기 외쳤다.

“아! 수임이 그 수임이었구나!”

“예?”

뭔데. 왜 나만 모르는건데.

“거봐. 시아는 아는데 왜 넌 모르냐.”

“시아···?”

시아. 시아. 시아.

“아아···”

“알아?”

“모르겠는데요?”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그런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내 조카야. 이름은 시아고. 너랑 동갑일걸? 친하게 지내.”

“아니. 그럼 모르는 게 당연한거 아니에요?”

지금까지 가족 얘기 한번도 안했으면서.

“가족 얘기 나올때마다 말 돌려놓고 이제와서 가족이라고 누구 데려오면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저는 백수임씨 아는데. 삼촌이 맨날 사진 보여···”

“쉿.

“아. 또 술 취해서 보여줬죠?”

내가 그런거 하지 말라니까, 참.

“네.”

“하하하하하!”

“웃음으로 무마하지 말고요.”

“그것보다 왜 돌아왔냐?”

아 맞아.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뭐라도 좋으니까 강화 좀 하려고요.”

“응? 정말 할거냐?”

“···.해야죠. 퀘스트까지 떴는데.”

“아아···게임형 특성의 폐해네.”

“안 말려요?”

“퀘스트 떴다며.”

“아니···”

그래도 걱정을 좀 해주시면 어디 덧납니까?

“농담이고. 안 그래도 승낙하라고 하려 했어. 쐐 괜찮은 걸 찾았거든.”

“오, 뭔데요?”

씨익.

“강화가 안되면 장비빨로 가야지.”

‘아저씨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자신 있는건데.’

“내가 보니까 다림판이 육체에 비해 공격력이 약해.”

맞는 말이긴 했다.

무기라곤 단단한 주먹이 다였으니까.

“그래서 준비해놨지.”

철컥!

아저씨가 한 쌍의 검은 권갑을 올려두었다.

팔꿈치 언저리까지 닿을 정도의 길이를 가진 권갑.

손날 부근부터 팔뚝을 따라 칼날이 달려있는, 위협적인 비주얼이었다.

뭐야. 어디서 나온거야?

“한 번 확인해봐라.”

[혈겁흑풍]

[타격을 충격으로 치환]

[스킬: 칼바람 사용 가능]

[스킬: 혈겁흑풍 사용 가능]

[저주: 피의 갈망]

“이거 저주템이잖아요.”

“저주템이라 C급 아이템인데 실질적으론 B급. 위력만 따지면 거의 A급에도 비빌 수 있을걸?”

“특수 기능 스킬이 2개나 딸려있으니까 당연히 좋긴 하겠죠.”

그 좋은 아이템을 C급 따리로 만들 정도의 저주가 얼마나 끔찍할 것인가.

“확실히 피의 갈망은 무서운 저주지. 주기적으로 신선한 피를 묻히지 않으면 권갑 내에 있는 철가시가 자라서 팔을 찌르니까. 심지어는 그 가시가 팔을 고정해서 나중에는 벗을수도 없고. 거기에 점점 착용자의 정신을 갉아먹다가 마구잡이 살인마로 만들어버리는 무시무시한 아이템이야. 이거 아마 협회 지정 마장비일걸?”

협회가 공인한 마장비.

한마디로 강하고 위험한 아이템을 추리고 추려서 등록해둔거다.

금지 아이템은 아니지만 시장에 풀리면 무조건 협회가 회수한다.

수집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그걸···

“왜 이걸 아저씨가 갖고 있어요?”

“···어쩌다보니까?”

“아니 그리고 이런 위험한 걸 왜.”

“다림판 팔 봐봐.”

스윽.

다림판은 시아와 놀고 있었다.

“철가시가 꽂히겠냐?”

“꽂힐수도 있죠.”

“인꽂혀. 내가 봤을 때 저거 팔 강도는 이미 A급이야. 그리고 이거 A급 헌터 피부는 못 뚫더라.”

“예?”

그걸 어떻게 아는건데요?

“꽂히면 어때. 이미 팔도 검정색인데.”

“색깔이 중요해요?”

“아니면 이걸로 강화하던가.”

“아!”

그럼 되네.

“근데 이거 원한이 많이 서린 아이템이라서 조심하고. 뭐 너 알아 서 잘 하겠지.”

“아저씨 아까부터 좀 대충대충 아니에요?”

“···가라.”

“예?”

“얼른 집이나 들어가! 빨리! 그거면 교류전 충분하니까! 시아 너도!”

“예?”

“아이템 맡겨줄테니까 들어가!”

“네, 네···”

덜컥.

쫓겨났다.

“왜 저러시지?”

“···.그럴수도 있죠.”

어색하게 웃은 시아가 말을 이었다.

“삼촌 말 들어서 손해 볼 일은 없으니까 그냥 듣죠.”

“예?”

“만나서 반가웠고 안녕히 들어가보세요.”

꾸벅.

고개 숙인 그녀는 이내 후다닥 딜려갔다.

“뭐지. 트루먼숀가?”

“우리도 가지, 주인.”

“넌 또 왜?”

“···안 좋은 예감이 든다.”

“불안하게 왜 이래.”

다들 이러니까 덩달아 불안해진다.

“그래. 집이나 가자.”

별일 없겠지.

***

“대장 잡으면 쫄따구들 안 올줄 알았는데.”

마른 세수를 한 구원중이 주먹을 쥐었다.

“대낮부터 이러는건 반칙이잖아.”

당분간은 바쁘겠네. 그렇게 중얼거린 구원중이 가게 셔터를 내렸다.

***

“역시. 소식이 없군.”

드곳에만 가면 하나같이 연락이 끊긴다.

인망이 좋은지 협회의 영향력을 미치기도 힘들었다.

이제서야 기사 하나를 매수했지만 타격은 없으리라.

고개를 흔든 손현범이 고개를 돌렸다.

“준비는 좀 했나?”

소파에 몸을 묻은 류화곤이 병나발을 불며 답했다.

“물론이지.”

“이번에 잘만하면 방송에 헛소리를 지껄인 것 정도는 눈 감아주마.”

꿀꺽꿀꺽.

“프하! 뻥은 작작 까고.”

“뭐?”

“어차피 이번이 마지막인거 알아.”

그러니까.

“마지막에는 화끈하게 가야지. 흐흐흐···”

풀린 눈으로 하는 믿기지 않는 소리.

그러나 손현범은 비웃지 않았다.

“확실히. 임판다라는 녀석은 살아남기 힘들겠군.”

알 수 있었다.

저 풀린 눈 속에서 보이는 것은 퇴물 방송인 류화곤이 아닌, 10년 전 총명했던 유망주의 눈빛이라는 것을.

“이번 교류전. 역시 백수임과 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군.”

류화곤이란 망나니에게 그가 처음으로 느낀 동정이었다.

***

“주인.”

“왜?”

“찾았다.”

“응?”

“시아가 힌트를 줬어. 그래서 생각을 해봤는데.”

다림판이 물건 하나를 가져왔다.

“이걸로 날 강화해줘. 주인.”

그 물건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확실히 이거라면···딱이긴 하네.”

그동안 떠올리지 못한 이유도 이해가 갔고.

‘혈겁흑풍···그냥 강화로 쓰기는 그랬는데 잘됐어.’

'그 물건'을 다림판에게 가져다댄 뒤, 망설임 없이 외쳤다.

“강화!”

[대성공 확정 강화권이 소모됩니다.]

[지원군 ‘다림판’이 강화되었습니다!]

[상성치-최고]

[완전한 흡수!]

[특성-금강불괴가 일부 강화됩니다!]

[지원군 ‘다림판'-레벨업!]

[지원군 ‘다림판'-레벨업!]

[지원군 ‘다림판'-레벨업!]

[!지원군은 지휘관의 레벨을 넘을 수 없습니다!]

[경험치 카드로 전환됩니다.]

[인벤토리에 저장됩니다.]

[흡수율: 2%]

“된건가?”

배를 만지작거리는 다림판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

“무슨 소리하는건가, 주인?”

씨익.

“네가 패배하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이제 류화곤한테는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었다.

지금의 다림판은 금강불괴 그 자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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