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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쥐 님의 서재입니다.

내 살림살이가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적자생
작품등록일 :
2021.07.26 21:39
최근연재일 :
2021.08.26 19:0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3,513
추천수 :
121
글자수 :
188,122

작성
21.07.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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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5.

DUMMY

서울 헌터 등록 시험 당일.

햇살이 따사로운 날.

준비한 아이템을 챙긴 우리는 줄을 서야 했다.

“그···주인?”

“미안하다.”

“현장 접수가 안됐다면 어쩔뻔했어?”

“그랬으면 제때 접수했겠지?”

“말은···”

100% 내 과실이기에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쓸데없는 아이템만 바리바리 싸들길래 그런거 챙기지 말고 시험 접수부터 하리고 몇 번을···”

“미안하다니까. 그래도 생각보다 줄이 길지는 않잖아?”

“그야 다들 미리 접수했을거니까.”

“하하.”

맞는 말이다.

이렇게 아침같이 나와서 뙤약볕을 맞을바엔 다들 집에서 인터넷으로 접수하겠지.

아마 여기 줄 서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지니가다가 한번 참가나 해보려고 접수하는 비전투계 각성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다가 다칠 수도 있는데.’

헌터 등록 시험은 단순하면서도 위험하니까.

“오, 이제 우리 차례···”

슥.

“어?”

접수대에 바로 앞에서 새치기 당했다.

‘뭐 이딴놈이...’

좀 끌어내라고 옆에 있는 관리요원을 봤으나 눈을 피했다.

‘누군데 이러는거지?’

분노보다도 호기심이 생겨났다.

협회에서 관리하는 이곳에서 당당하게 새치기를 하는 미친 놈이 누군지에 대해.

“뭐. 불만있냐?”

아니나 다를까 옆으로 돌아 얼굴을 확인하니 인상을 찡그리며 험하게 말을 뱉었다.

‘어디서 본것 같은데?’

사나운 얼굴에 삼백안. 은근히 단정한 흑발. 거기에 여러 문화가 섞인듯한 특이한 무복.

‘기억이 안나네.’

기억을 떠올리려 얼굴을 찡그리자 그는 방금보다 2배는 더 사나운 표정으로 말했다.

“뭘 야려?”

스윽.

말 뿐 아니라 손까지 올린 순간.

턱.

“죽고싶냐?”

다림판이 붙잡았다.

‘이거 맞나?’

순식간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죽고 싶냐고? 하. 하하하하하하!!!”

챙강!

미친 놈마냥 웃던 녀석이 소태도를 꺼내들자 그제서야 안전요원이 허둥지둥 무기를 꺼냈다.

‘이거 진짜 위험한데.’

이러다가 시험 접수도 못하고 떨어지게 생겼다.

이제 어떡해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멈춰!”

일대의 모두가 순간 굳었다.

‘이건···행동 강제..?’

고개를 돌리자 파란 머리를 양갈래로 묶은 소녀가 엄한 표정을 지으며 서있었다.

‘역시나.’

현재 대한민국 6위 길드 [미르]의 유망주.

초기 등급이 D등급에 마력 적합성과 마나 지배력은 무려 B급에 육박하는 기대주.

민수아.

“정말···건후 오빠도 참. 또 시비 걸었어요?”

아. 그렇구나.

‘손건후.’

야인 손현범의 아들이자 대한민국 7위 길드 [야생]의 유망주.

인격이 파탄났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이정도였나.

“죄송합니다. 폐를 끼쳤습니다.”

반면 민수아는 상당히 예의가 바르다.

“이제 가요. 애초에 접수는 이미 다 했는데 왜 또 하시려고.”

“···놔라.”

“응?”

“어라.”

다림판이 아직도 손건후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저기···놔주시지 않을래요?”

“맞아. 놔줘.”

턱.

그제서야 다림판은 팔을 놓았고 그들도 떠나갔다.

***

민수아는 조심스레 푸념했다.

“현범 아저씨가 따로 부탁할만 했네요.”

움찔!

“가만히 내버려두라고 해.”

“그렇게까지 싫어할···”

다음에 뭐가 올지 알겠다는듯 손건후는 그 말을 끊어버렸다.

“닥쳐.”

“···.”

“흥.”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민수아는 대충 말을 이었다.

“그···주먹은 왜 그러고 있어요?”

“아파서.”

“네?”

“뭐.”

분위기는 더욱 어색해져만 갔다.

***

“주인, 이 장치 좀 불편하지 않아?”

어깨에 착용한 긴급 베리어 장치가 불편한지 궁시렁댔다.

“어쩔 수 없지 뭐.”

우여곡절 끝에 대기실에 들어오니 인상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역시. 많네.”

아이템을 과시라도 하듯이 미리 장착해둔 다양한 각성자들.

평범하게 앉아있는 사람, 의미도 없이 덤벨을 들어올리는 사람까지.

그야말로 수많은 인간군상이 모인 대기실.

한 쪽에 놓인 벤치에 앉아 나름의 작전을 다시금 복기하고 있을때.

“저기···”

“에?”

갑자기 안경에 츄리닝을 입은 동네 장수생 같은 사람이 다가왔다.

“그···혹시 팀원분이신가요?”

“···왜 그러시죠?”

헌터 등록 시험은 엄연한 경쟁이다.

“아뇨, 그냥···제가 이 시험 많이 해봐서 아는데 팀이 없으면 힘들거든요. 저랑 같이 다니시는건..”

“싫은데요.”

“에이, 이래보여도 능력도 꽤 괜찮고···”

“됐습니다.”

헌터 등록 시험은 배틀로얄과 유사한 방식.

넓은 시험용 게이트에 몬스터를 풀어놓고 그 몬스터를 잡아 기여도에 따라 점수를 나눠가지는 방식이었다.

탈락 방식은 3가지.

시간 제한에 걸리거나 기권하는것, 혹은 전투불능 상태가 되는것.

모든 전투는 모니터링 되기에 일일히 수기 작성 방식으로 배점이 이루어진다.

당사자가 원한다면 영상을 받아 이의제기도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개인전이나 팀전도 가능한 방식.

그러나 항상 논란이 있는, 문제의 방식.

규칙상 팀의 구분이 없고 사람을 잡아도 점수를 주는 다분히 악의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 덕에 여건이 되는 사람은 소위 말하는 버스를 돌려 편하게 헌터가 되고 오히려 유망주는 타겟이 되어 사냥 당하기도 한다.

아이템도 소모품 포함 인당 2개 제한. 이래저래 있는 사람이 유리한 시험이다.

‘이런 방식이니 빽없는 사람끼리 뭉치자고 한 뒤 통수를 치는건 전략에도 못 끼는 고전적인 수법이 된거지.’

그 사람도 포기했는지 고개를 젓고선 다른 곳으로 향했다.

“아직도 저런 사람이 있네요.”

“그러니까···어?”

“왜요?”

파란 머리의 그녀가 고개를 까딱이자 순간 소란이 일었다.

“민수아다.”

“민수아?”

“민수아가 참가했다고?”

“그러고보니 아까 손건후도···”

“왜 하필 이번에···”

유망주들은 몬스터를 싹쓸이하거나 사람을 사냥하는 것을 즐긴다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걱정어린 탄식이 대부분이었다.

‘어느정도 사실이겠지만.’

이들에게는 이것이 성과를 보일 기회일 것이다.

애써 침착하게 대응했다.

“어쩐 일로 오신건가요?”

“아뇨 그냥.”

그녀가 오른쪽 어깨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사과하고 싶어서요.”

척.

“괜찮습니다.”

그렇게 말한 다림판은 그녀를 밀어냈다.

“뭐야?”

“민수아를 밀었어.”

“이번에는 탈락하겠네.”

그녀 덕분에 뭘 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흠흠.”

“죄송하네요. 그럼 가볼게요?”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싱긋 웃으며 사과하곤 총총 뛰어나갔다.

“진짜 뭐지.”

이렇게 주목 받으면 시험을 치는데 좋지 않다.

‘차라리 시작할 때까지 나가있는 편이 낫겠는데?’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서 밖으로 나오니 확연히 사람이 적었다.

천천히 화단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일진이 사납네.”

“이러다가 떨어지는건 아니겠지, 주인?”

“떨어지면 뭐. 다음에 또 하면 되지.”

‘왜 장수생이 발생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운도 실력 못지 않게 중요한 시험이니까.

대충 발길 가는대로 걷다가 시계를 보니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있었다.

“슬슬 접수 마감시간이네.”

접수 마감되고 조금 지나면 시험이 시작된다.

그래, 조금만 있으면 몬스터와 싸우는..

퍽!

“아오!”

갑자기 모퉁이에서 누군가 달려와 박았다.

오늘 진짜 왜 이래?

재수가 없는 것도 정도가 있다.

‘불운의 한도는 어디까지일까.’

이제는 화도 안난다.

“아···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후우···

“괜찮습니다.”

그나마 이번 사람은 상식인 같다.

‘좋아해야 하나?”

“어..어디서 본 것 같은데?”

“저를요?”

뭐지? 꼬시는건가?

물론 나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푸른 단발머리의 미녀가 나를?

그럴 일은 없지 않···

“아, 시간! 접수처 어딘지 아세요?”

“저어기.”

“감사합니다!”

주저앉아있던 그녀는 후다닥 일어나 가리킨 방향으로 달려나갔다.

“늦잠이라도 잤나.”

***

헌터 등록 시험은 뭐니뭐니해도 원석 발견이 핵심이다.

미리 점찍은 인재를 빼앗가지 않게 기싸움부터 약간의 주먹다짐까지 발생하는 스카우터의 축제.

그것이 헌터 등록 시험인 것이다.

그리고 여기, [월영]의 (임시)스카우터 차재명이 있었다.

그는···

“아! 늦잠 잤다!!!”

헌터 등록 시험에 지각했다.

“[월영]이라고 하면 들여보내주나?”

순식간에 정장으로 갈아입은 그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

지루한 규칙 설명이 끝나고 마침내 헌터 등록 시험이 시작되었다.

“저게 시험용 게이트.”

‘마에스트로'가 개발한 인공 게이트.

그것을 증명하듯 게이트는 검은 색을 띄고 있었다.

저곳에 들어가는 순간 랜덤으로 전송된다.

단, 신체 일부를 접촉한 사람과는 같은 곳으로 떨어진다.

나는 다림판의 등에 손을 올린 채, 게이트로 진입···하려던 순간.

퍽!

몸이 떠올랐다.

[M@estro에 진입하셨습니다.]

말로만 듣던 인공 게이트 입장알림이 들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은 숲이었다.

“뭐지?”

다림판과 함께 떨어지지 못했다.

“어이 형씨.”

지나치게 건들거리는 목소리.

“너무 미워하진 말아요.”

“이것도 다 전략이니까.”

‘여러명.’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녀석들의 최전방에는 아까의 안경 장수생이 있었다.

“옆에는 친구들이야?”

“네, 그렇죠.”

“내가 네 제안을 거절한게 가슴 아팠나봐?”

“하하하! 아뇨? 처음부터 이러려고 했는데요? 아까는 그냥 먹잇감 탐색? 그런 느낌?”

대화를 하며 대충 보니 녀석들은 모두 근접계 능력자 같았다.

‘그럼 승산이 있다.’

“딱 보니까 법사 같은데. 갑옷도 안 챙겨입고선 뭘 하시려고?”

“포탑 설치.”

설치할 위치는 내 발 아래.

위잉-철컥!

기본 포탑이 설치되었다.

“거기서 때릴 수 있겠어?”

포탑의 데미지와는 상관없이 이 포탑의 높이는 약 4m.

타앙!

“큭..! 이놈이!”

타앙!

“이거 별로 아프지도 않아! 덤벼!”

그 말대로 이 포탑은 겨우 견제용에 가깝다.

끽해야 F급 게이트에서나 먹힐 데미지에 그렇게 빠르지도 않아 피하려면 피할 수 있다.

‘특히 헌터 등록 시험 정도 왔으면 아카데미를 거쳤을 가능성이 높지.’

마력장벽 정도는 구현할거니 포탑의 마력탄은 효용이 없다.

“부숴!”

내구도도 마찬가지로 형편없다.

바 게이지 형식으로 보이는 포탑 내구도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곧 터진다.’

“포탑 설치.”

위치는 포탑과 내 사이.

콰직!

[기본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뭐···뭐야?!”

이 능력은 게임형 특성이다.

“공중에 떠있어?”

상식에 국한되지 않는 것이 게임형 특성의 장점.

근접 무기 뿐인 녀석들은 공중에 떠있는 이 포탑을 잡지 못한다.

“던져!”

“던지자!”

결국 녀석들은 기술이고 뭐고 내던지고 투척을 시작했다.

“그냥 다른 애 잡으면 안됩니까?”

“이러다가 시간 안에 점수 못 채우겠는데?”

“어차피 저녀석 몬스터도 안잡아서 기본점수만 줄텐데 그냥 가죠?”

포탑의 공격을 피하고 떨어진 무기를 주우러 다니느라 지친 녀석들이 안경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안경은 꿋꿋했다.

“어차피 못 내려오면 저 녀석도 탈락입니다!”

위에서 그것을 내려다보니 혀가 내둘러졌다.

“끈질긴 놈들.”

저런 의지를 왜 이런데에 쓰는걸까.

‘그것보다도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이 시험의 시작 위치는 기본적으로 랜덤 배정이지만 어느정도 규칙은 있다.

‘바슷한 시간에 들어갈수록 근처로 배치된다.’

분명 다림판이라면 곧장 뛰어들었을것이다.

포탑을 높게 쌓은 것도 아곳의 위치를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콰직!

‘왔나보네.’

누군가 나가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왔나?”

이 시원한 타격음.

파작!

깔끔한 연격.

다림판이 틀림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아래를 본 순간.

“좆됐다.”

신명나게 양아치를 패거 있는 손건후와 눈이 마주쳤다.

씨익.

붙잡고 있던 양아치를 그대로 던져버린 손건후는 예의 소태도를 꺼내들었다.

그리곤.

스윽.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아무리 녀석들이 내구도를 깎아놨어도 한방에?’

잠깐 그 자세 뭔데.

소태도를 칼집에 꽂아두곤 발검 자세를 취한 손건후의 모습에 뒷골이 섬칫해졌다.

“포탑 설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곧바로 파괴됐지민 괜찮다.

그덕에 무사히 땅에 내려왔으니.

‘마나가 간당간당하긴 한데.’

괜찮겠지.

“어이. 네 옆에 있던 놈은 어디로 갔지?”

소태도를 슬렁슬렁 흔들며 녀석은 사납게 웃었다.

그렇게 물어보면 대답해줄 수 밖에 없잖아.

“임판다씨는.”

콰직!

“네 뒤에 있는데.”

“커헉!”

손건후의 뒤통수에 날라차기를 제대로 박은 다림판이 입을 열었다.

“내가 말했지?”

야차와도 같은 표정으로 짓씹듯이.

“죽고 싶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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