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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쥐 님의 서재입니다.

내 살림살이가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적자생
작품등록일 :
2021.07.26 21:39
최근연재일 :
2021.08.26 19:0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3,505
추천수 :
121
글자수 :
188,122

작성
21.08.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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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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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6.

DUMMY

후우우웅!

바람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처음에는 급히 아지트로 들어갈까 생각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주인! 그만하고 들어와! 주인이 죽는 꼴은 못본다고!!!”

떨어지는 순간 느낀 게 있었으니까.

“···아니.”

“뭐?”

“이게 정답이었어.”

“그게 무슨 소리야?”

다림판에게 대꾸하지 않고 마나장벽을 둘렀다.

‘역시나···’

군더더기 없이 마나장벽이 쳐졌다.

풍덩!

그대로 물 속으로 들어갔다.

‘아니.’

물이 아니다. 오히려 물이었다면 마나장벽이 그대로 깨졌을터.

‘마나. 그것도 고도로 압축된 마나다.’

정말 물처럼 느껴질 정도로 농밀한 마나 속을 파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촤악!

"푸하!"

예상대로 새로운 광경이 펼쳐져있었다.

방금 있던 곳과는 다른 느낌의 들판이.

가장 큰 차이라면 방금 있던 곳은 위쪽이 안개로 막혀있었지만 여긴 붉은 빛의 하늘이란 점 정도.

“이···이게 무슨···."

다림판의 당황한 목소리에 미소지으며 답했다.

“여기야.”

“뭐가?”

“진짜 용의 안식처.”

지금까지 봐온 모든 것은 지하에 불과했던거다.

“절벽 ‘위'의 꽃. 하지만 그 꽃 중에 위까지 연결된건 없었어.”

마나가 제대로 흐르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동굴로 들어선 순간 공간이 뒤집힌거야.”

일종의 환각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제 말이 맞죠?”

스윽.

“어르신?”

[통찰의 시련을 통과하셨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그래.”

언젠가부터 옆에 서있던 어르신이 답했다.

“그걸 위해서 일부러 떨구신거군요.”

“그렇게 생각하나?”

“예.”

시련을 통과하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아래로 떨궈버린 것이다.

그러나 어르신은 고개를 저었다.

“너무 믿고 싶은대로 믿는것 아닌가?”

[?????의 꽃잎이 주어집니다.]

“젊은이. 내가 거짓말한게 있다네.”

잠깐만.

‘보상이 꽃잎이라고?’

시련 하나를 통과했는데 주어지는 게 고작 꽃잎이라면.

'꽃은 어디있는거지?'

[?????의 꽃잎 9/10]

[꽃잎을 얻은 ?????가 잔영을 드러냅니다.]

[?????가 시련을 내립니다.]

[시련의 통과자들에게 기회가 주어집니다.]

[과수원의 파수꾼이 깨어납니다.]

알림이 울림과 동시에 어르신이 말을 이었다.

“꽃은 하나뿐이야.”

“그게 무슨···”

“맵 랜덤 이동.”

툭.

어르신이 가볍게 밀쳤다.

슈슉.

익숙한 느낌.

‘이거···공간 이동?’

설마 어르신이 공간계 각성자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공간계 각성자가 왜 이런 곳에서 채집꾼이나 하는거지?

의문을 채 떠올리지 못한 상태로.

슈우우웅!

“또 떨어진다고?!”

다시 떨어졌다.

“주인!”

***

‘과수원의 파수꾼···광철이 이후 처음인가.’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도전한 횟수는 8회.

이번이 9번째다.

뭣도 모르고 도전했을때도 있었다.

꽤 강한 동료가 있었을 때도 있었으며 믿을만한 동료가 있었을때도 있었다.

그러나 강한 동료는 믿을 수 없었고 믿을만한 동료는 강하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의지해선 안된다.”

[미르]조차 포기한 한 송이의 꽃에 인생을 걸었다.

“내가 알아낸 건 9번째 시련까지가 전부···”

설령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절벽 위의 꽃을 찾는 이들은 사라져버렸다.

마지막 기회였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마지막 기회.

그그극···

벌써 9번째 보는 몬스터.

“여전히 무섭군.”

추정 등급 A급의 몬스터.

과수원의 파수꾼.

나무줄기가 얽혀서 완성된, 5미터는 넘을듯한 거대한 덩치는 경외심이 느껴질 정도였다.

“너만 넘는다면···다시 볼 수 있겠지.”

30년이 넘은 세월동안 ‘용의 안식처'에서 살다시피 한 그도 단 2번만 볼 수 있었던 ‘진짜 절벽 위의 꽃'을.

그 누구도 얻어가지 못한 꽃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다.

“필드-큐브.”

쿵. 쿠쿠쿵.

아무것도 없던 평지에 벽이 솟아났다.

천장이 생겼으며 바닥은 움직였다.

그의 능력은 맵 제작자.

30년의 세월 간 게이트의 모든 길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줬다.

그간 모은 모든 장비와 지식을 총동원했다.

이번 전투는 그의 모든 것을 건 최후의 전투.

“마지막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건 전투가 시작됐다.

***

“주인. 이번에는 진짜 죽을뻔했어.”

“그러게, 제때 소환해서 다행이지. 어떻게 아래에 불구덩이가 있냐?”

하마터면 불구덩이에 몸을 던질 뻔했다.

“여긴 대체 어디지?”

방향감각이 사라진지 오래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주인.”

“그래.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

다림판이 있으면 적어도 의문사하진 않겠지.

“후우···어?”

쿠웅!

“이게 무슨 소리이이이?!”

슈우우우욱.

갑자기 바닥이 사라졌다.

“으아아악!”

“주인!!!”

다림판이 손을 뻗었으나..

“안닿아!”

급한대로 마나장벽을 운용했으나.

풀썩!

“뭐야?!”

바닥이 푹신했다.

“침대?”

게이트 속에 침대가 있다고?

급히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 바위가 매쓰럽게 깎여 있었다.

‘책상에 옷장까지?’

공간의 구석구석에서 생활감이 묻어나왔다.

“주인. 누가 살던 곳 같은데?”

“그러게.”

책상에 가니 각종 노트가 쌓여있었다.

“응? 이게 뭐야.”

노트 아래에는 거대한 지도가 2장 있었다.

펄럭!

“지도?”

‘용의 안식처'의 지도였다.

이렇게 상세하게 만드는데 얼마의 시간이 들어갔을지 짐작도 안갈 정도로 상세한 게이트의 지도.

‘용의 안식처가 비교적 작은 게이트긴 해도···어지긴한 도시 정도는 넘을텐데?’

곳곳에 빨갛게 표시된 지역이 눈에 띄었다.

‘그럼 다른 지도는?’

펄럭!

“여긴 어디지?”

정육면체로 된 공간의 중앙이 텅 비어있었다.

“주인. 알파벳을 한번 봐라.”

“알파벳?”

“저쪽 공간이 이쪽에도 표시돼있어.”

“그러게?”

그렇다는건···

“무슨 의미지?”

방금 들려온 굉음과 관련이 있는걸까?

“주인, 이 방의 주인이 누군지 알 것 같아.”

“나도.”

노트를 펼치자마자 첫 페이지에 나온 것은 한 학생과 어르신의 사진이었다.

“언제적에 찍은거지?”

사진 속 어르신의 나이는 고작해야 아저씨 정도로 보였다.

“주인. 이거 아무래도···”

“응, 어르신의 일기야.”

“주인. 여기도 있어.”

벽면 한구석에 노트가 가득하게 쌓여있었다.

“···이걸 다 읽어보면 나가는 법도 알 수 있을것 같은데.”

“이걸 다 읽는다고? 차라리 지도만 들고 몸으로 부딪히는게 빠를거 같은데?”

“잠깐만.”

이건 또 뭐야?

“과수원의 파수꾼 공략?”

과수원의 파수꾼이라면 시스템이 말했던 그건가?

촤라라라락!

“오.”

공략이 아주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어르신이 과수원의 파수꾼이랑 싸우고 있다?’

이미 한번 패배한 이는 다음 꽃잎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나를 이용한거고···

“이 정도로 상세하면 어르신이 게이트를 클리어할 때까지 기다리면 될 것 같은데?”

게이트가 클리어되면 자동으로 나가지니까.

근데 이 공략 꽤 재밌다.

대충 계획을 세운게 이 정도라니. 글솜씨가 있으신 것 같은데.

“이 공간의 함정을 위로 불러오고. 음.”

이미 8번째 공략에서 성공한 방식이다?

“그럼 어째서?”

어째서 꽃을 취하지 않으신거지?

소설을 보는 것 같은 기분으로 공략을 끝까지 훑은 순간.

“···다림판.”

“왜 그러지, 주인?”

“빨리 뛰어!”

지도를 들고 방을 뛰쳐나왔다.

“어르신···이대로면 죽어!”

***

산성액이 눈을 껍질을 녹이고 독화살에 맞아 썩어문드러졌다.

창이 등을 꿰뚫었으며 용암에 반신이 사라졌다.

수많은 함정에 의해 제대로 기능하는 것은 고작 한쪽 팔 뿐.

“하아···하아···”

그러나 늙어버린 육체로는 한 팔조차 이길 수 없었다.

“왜지···?”

분명 계산은 완벽했다.

실제로 과수원의 파수꾼은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이제 저 팔을 잘라서 줄기만 빼내면 되는데. 어째서일까.

“왜 불꽃이 없는거지?”

줄기를 감싼 껍질을 모두 태워버릴 불꽃이 본래 장소에 없었다.

있을 법한 공간을 모두 불러왔으나 불씨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끝인가.”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꽃을 보고 싶다는 것 자체가 과분한 욕심이었던거다.

수많은 채집꾼이 몰려들었던 이곳에서 최후의 채집꾼으로 죽을 수 있는 것 또한 영광이 아닌가.

아쉬운 것은 하나.

“속여서 미안하네 젊은이.”

이런 허무한 끝을 위해 한 사람을 속인 것이 뭇내 미안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웃으며 눈 감은 순간.

“혈겁흑풍!”

휘이이잉!

서걱! 서거거걱!

바람이 불었다.

“아···아아···”

“괜찮으십니까?”

빛을 등지고 선 한 젊은이가 그곳에 있었다.

***

‘제때 도착해서 다행이다.’

과수원의 파수꾼이 어르신을 뭉개기 전에 막아냈다.

‘어르신의 공략 마지막 단계가 하필이면 다림판이 삼킨 불꽃이었다니.’

“그대로 조각내버려!”

“젊은이···”

“괜찮으십니까?”

“난···난 괜찮지만 어째서 도와준거지?”

“어르신이 절 이용하시긴 했지만···고작 밀쳤다고 죽게 둘수는 없지 않습니까?”

‘용의 안식처’ 자체가 공간에 비해 함정이 많은 게이트가 아니었기에 불꽃 위로 딸어진건 말 그대로 우연이었다.

‘어르신이 왜 꽃에 집착하는지도 알 것 같으니까.’

“빨리 잡고 꽃보러가죠.”

씨익.

“오···오오···”

어르신은 아무말하지 않고 주저앉아 다림판을 바라볼 뿐이었다.

다행히 눈치없이 다림판이 누군지를 묻지는 않으셨다.

다림판이야 뭐.

‘명령할 필요도 없지.’

파수꾼이 열심히 오른손을 휘저었으나 의미없었다.

휘익! 샥!

몸쪽으로 파고들며 가뿐하게 피한 다림판은 그대로 뛰어서 파수꾼의 등에 붙었다.

스윽...빠악!

그대로 팔꿈치로 파수꾼의 어깨를 찍은 다림판은 다시 내려와 빠르게 파수꾼을 분해시켰다.

파수꾼은 온힘을 다해 주먹을 휘둘렀고.

휘익! 퍽!

다림판 또한 똑같이 주먹을 휘둘러 맞부딪혔다.

쿠웅!

흙먼지가 일어남과 동시.

퍼퍼퍼퍼펑!

파수꾼의 오른팔이 터져나갔다.

[과수원의 파수꾼을 쓰러뜨리셨습니다.]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후우···”

레벨업. 정말 오랜만에 보는 문구다.

곧장 경험치 카드를 사용해 다림판도 강화를 해주고 허리를 쑥 폈다.

끝이다.

드디어 그 잘난 꽃을 볼 수 있다.

“어르신!”

응? 어디 가셨지?

“아아···”

어르신은 터져니간 파수꾼의 오른팔을 잡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줄기가···터졌어.”

“예?”

“그러고보니 자네는 몰랐겠군. 꽃을 틔우려면 피수꾼의 팔에서 줄기를 빼야 한다는 걸.”

생각해보니 그 누구도 파수꾼민 잡으면 꽃이 생긴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꽃은···”

“다시는···볼 수 없겠지.”

“왜 미리 말씀하시지 않은거죠?”

“그런걸 신경쓰다가 목숨이 위험할수도 있으니까.”

“···저는 괜찮지만 어르신은···”

“아니. 괜찮네. 괜찮아.”

씨익.

“이곳까지 도달한 것만으로도 과분한 행운이었어.”

“어르신.”

진실되었기에 슬픈 미소.

어르신의 눈에는 그 어떤 원망도 후회도 깃들어있지 않았다.

“나는 이 게이트의 모든 진실을 파헤쳤네. 하나의 세계를 파악해냈다는 것 자체로 가치있는 삶 아니었는가.”

마지막 시련은 알 수 없겠지만.

어르신의 혼잣말이 답하듯, 알림창이 떠올랐다.

[모든 시련이 완료되었습니다.]

“···말도 안돼.”

‘분명 한번의 시련을 통과한 사람은 다른 시련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어르신 또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계셨다.

[희생]

[지혜]

[인내]

[신뢰]

[지배]

[인도]

[고결]

[용기]

[통찰]

[무욕]

[10개의 꽃잎이 모두 모였습니다.]

[꽃잎을 얻은 혹신매룡화가 본신을 드러냅니다.]

[혹신매룡화가 최후의 시련을 내립니다.]

찬란한 빛이 허공에서 나타나며 주변이 처음의 들판으로 변했다.

그 빛은 이내 꽃의 형태로 변했다.

절벽에 붙어있던 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아름다움.

‘어르신이 어째서 찾아다녔는지 이해될 정도야.’

그 정도로 욕망을 자극하는 우아한 모습이었다.

슈욱.

꽃이 모습을 감추며 알림이 울렸다.

[과수원의 수호자가 깨어납니다.]

쿠쿵···

꽃이 사라진 자리에서 수많은 줄기가 솟아났다.

얽히고 섥힌 끝에 줄기가 만들어낸 형태는···

“사람?”

과수원의 파수꾼보다 훨씬 사람에 가까운 모습.

“어찌 미물이 용의 것을 탐하려 드는가.”

심지어는 말까지 했다.

“확실히 최후의 시련은 다르네.”

하지만 이쪽은 불꽃을 잔뜩 삼킨 다림판이···

쩌억! 그그극···

“크윽···”

순식간에 다림판이 뒤로 물러섰다.

꿀꺽.

현재의 다림판은 최소 A급 헌터 수준.

그런 다림판이 한방에 저정도로 밀렸다는건...

‘A급 이상.'

그것도 A급 최상위. 혹은···

“너도 덤빌테냐?”

S급 수준.

꿀꺽.

과수원의 수호자가 이쪽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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