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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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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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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65
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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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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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되찾는 일 (1)

DUMMY

아름의 시청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지하.

그곳에서 박건영이 누군가를 고문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작은 신음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마치 인형을 고문하는 듯한 기분.

그러나 그것은 확실하게 살아있었다.

그야 이렇게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으니 말이다.


“이래도 말하지 않는 다라······. 자네 상당한 독종이로군?”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내는 박건영.

그의 황금빛 눈동자에 피투성이가 된 누군가의 모습이 담겼다.


“형님과 똑같아. 하지만 그러다 죽으면 전부 무슨 소용인가?”


그의 비늘로 뒤덮인 손이 그자의 턱을 붙잡아 들어 올렸다.

피투성이가 된 남자, 그의 정체는 신민우였다.


며칠 전, 백민호가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잡아 온 것이었다.

박건영은 그날을 떠올렸다.


“약속대로 잡아 왔으니 알죠?”


백민호가 잡아 온 신민우를 바닥에 내던졌다.


“신민우로군. 자네의 친구를 이렇게 잡아 오다니 그 정보가 그렇게 중요한가 보군?”

“글쎄요. 그건 비밀이라?”

“그런데 내가 부탁한 것 지하의 박멸 아니었나?”

“이놈이 걔네를 이끌고 있는 것 같던데 심문이라도 하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그 지하에선 다 잡긴 어려워서 말이죠. 마력이 짙어서 숨도 쉬기 어렵달까. 그러니 이 정도면 충분한 거 같은데.”


박건영이 신민우에게 손을 뻗으려 하자 백민호가 그것을 낚아챘다.


“정보부터.”


그의 전신에서 마력이 쏟아져나왔다.

그러자 그것에 대응하듯 박건영 역시 자신의 힘을 쏟아냈다.


마력과 생명력이 뒤엉키며 시청을 뒤흔들었다.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 가지 않아 멎었다.

박건영이 미소를 지으며 힘을 거두었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알겠네. 그래, 그래. 알려주지.”


박건영이 자신의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붉은 비늘로 뒤덮인 손이 셔츠의 카라를 당겼다.


“공간과 관련된 계열의 고유 스킬이랬나? 그런 능력이라면 하나 알고 있는 게 있네. 섬광이라는 도시에 있는 한 여자라네. 아공간과 인벤토리, 그리고 지구 등 각종 공간에 관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더군. 이름이 이지우라고 했던가?”

“그렇군요.”


백민호 역시 마력을 거두었다.


“알겠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

“네.”


그리고 곧장 몸을 돌렸다.

필요한 정보를 얻었기에 이제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능력은 왜 찾는 건가?”

“비밀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백민호가 고개를 슬쩍 돌렸다.

그의 시선이 박건영의 발밑에 있는 신민우를 향했다.


다시 현재, 박건영은 날카로운 손톱으로 신민우의 뺨을 긁어냈다.


“흐음······. 자네의 벗은 무엇을 위해 공간과 관련된 힘을 찾는 것일까······. 자신의 평안함을 찾는다는 이가 말일세. 그자가 그에게 평화라도 가져다주는가?”


손톱이 지나간 자리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안 그런가?”


반복되는 박건영의 질문.

그러나 그것에 대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사나운 눈빛만이 그를 반길 뿐이었다.


“······즐겁나?”


신민우가 처음으로 박건영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이곳에 붙잡힌 이후 처음이었다.


“음? 드디어 말할 마음이 생겼나? 그나저나 질문인가. 즐겁다라······. 어떤 게 말인가? 형님을 죽인 것? 이 젊어진 육체? 아니면 용인이 된 것? 그것도 아니면 이 도시를 나의 것으로 만든 것?”


박건영이 미소를 지었다.

웃음을 터트렸다.


“모두 즐거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군. 하하하!”


그가 갑작스레 웃음을 뚝 그친 채 신민우를 바라보았다.


“그걸 위해 지금까지 인내한 것이니.”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뭐,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즐거움을 상기시켜 이만 봐주는 걸세. 하하하.”


그리고 어둠이 가득한 방안에 신민우를 홀로 두고 빠져나갔다.



***



아름 도시 지하에 있는 대피소.

마력 폭포가 쏟아지는 시간이면, 그 마력을 이용해 위치를 이동시킬 수 있어 적룡의 기사단이 아직도 찾지 못한 곳.


그곳에서는 지금 한창 다툼이 일어나고 있었다.

외부인이 침입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내부에 있는 인원들끼리의 다툼이었다.


며칠 전부터 일어난 다툼.


“아직 안 죽었을 거야. 구하러 가야지!”


이유는 간단했다.

임시였으나 그들을 이끌던 신민우가 잡혀갔기 때문이었다.


이 대피소는 마력을 사용해 생계를 유지하던 리터너들이 모인 곳.

그렇기게 당연하게도 그 리터너들은 소속이 모두 달랐다.

아름에 있던 수많은 리터너가 모인 곳이니 말이다.


그중 정부 측 이들은 당연하게도 신민우의 구출을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반면 다른 길드의 소속이던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지금 기회에 이곳을 통솔할 권한을 빼앗자,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그들의 전력은 현재, 적룡의 기사단에게 밀리는 상황.

그렇기에 매번 소수의 전력을 이용해 치고빠지는 식의 전투를 하고 있었다.


“우리의 주요 전력은 모두 아공간 바깥에 있어요. 지금 이 병력으로 시청으로 향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요.”

“그렇다고 지금까지 우리를 이끌어 주던 사람을 버리겠다는 겁니까? 아, 어차피 자기네 길드가 아니라 상관이 없나?”


싸움이 점차 격해지기 시작했다.

이러다 서로 금방이라도 마력을 일으킬 것만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왜 자기들끼리 싸우고 난리래요.”


그리고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길잡이, 정부의 소속도 길드의 소속도 아닌 이들.

주은서가 그들이 다투는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그, 그러게.”


그녀의 그런 말에 공감하는 최현민.

그는 고개를 슬쩍 돌려 자신의 옆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길잡이도 정부도 길드도 아닌.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가 존재했다.

마력을 무력으로써 다룬다고 모두 정부나 길드의 소속은 아니다.

그가 바로 그 증거였다.


풍신 노호수, 전 리터너이자 마력 랭크 A.

모종의 사유로 리터너를 그만두고 용병과 같이 의뢰를 받아 생계를 유지하던 이였다.


그 모종의 사유란 제1차 지구재건 원정 당시 마석 던전의 공략을 방해받은 사건.

그는 그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여러 의뢰를 해나가며 그날의 자취를 쫓고 있었다.

그날의 정황상 그것은 정부의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다.

그가 의뢰를 해나가며 얻은 정보, 그것 역시 정부가 범인이라고 지목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것은 정부의 짓이 아니었다.

그가 받았던 정보는 모두 조작된 것.

모든 것은 지금 그가 상대하고 있는 이들이 꾸민 짓이었다.


노호수가 다투는 이들을 바라보며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과거 미르였던 이들, 적룡의 기사단.

그리고 그들을 만들어 낸 박건영.

그들이 원흉이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이곳에 있었다.

그를 쓰러뜨려 과거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말이다.


“멍청한 놈들.”


그렇기에 같은 뜻을 품은 이들에게 합류했건만, 지금 저 모습을 보라.

그는 분노가 치솟았다.


그의 전신에서 폭풍이 일었다.

그의 이명과 딱 어울리는 마력의 형태.

그것은 금방이라도 충돌할 것 같은 이들을 휘감아 감옥에 가두었다.

바람으로 이루어진 거친 감옥이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싸울 거지? 지금 너희들끼리 분열할 땐가.”


노호수가 날아올라 그들 한가운데로 내려앉았다.


“힘을 합쳐야 살아남을지도, 아름을 되찾을지도, 복수를 해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가 바람의 감옥을 살폈다.


“이게 현 리터너의 상황인가? 이럴 거면 진작에 다 죽었어도 상관없었겠군. 어차피 이런 놈들로는 아름을 되찾지 못할 테니.”

“그게 무슨······!”


바람의 감옥에 갇혀있던 리터너 중 몇몇이 반박했다.


“그럼 어쩌겠다고! 구하러 가서 다 죽겠다고?!”

“그래! 고작 한 명을 구하려다 다 죽는다고!”

“그 한 명이 우릴 구하고 이끈 사람이란 걸 잊은 거냐!”


노호수가 혀를 찼다.


“쯧, 이런 놈들을 위해 그런 놈이 희생하다니. 이 모습을 본다면 후회하겠군. 우리가 가진 직업에 담긴 뜻을 잊지마라 멍청한 놈들아.”

“······직업에 담긴 뜻?”

“그래, 우리는 리터너. 되찾는 자다.”


노호수가 바람의 감옥을 거두었다.


“언제는 우리가 가능해 보이는 일을 했나?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시도한다. 그리고 잃은 것을 되찾는다. 그게 리터너다. 그렇기에 되찾는다.”


그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외쳤다.


“준비는 진작에 끝났다-!!”


그러자 대피소에 있는 모든 시선이 그를 향했다.


“어차피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숨어만 있을 거지?! 이건 기회다. 너희들을 이끌던 신민우가 준 기회! 그는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더 준비할 시간을 준 것뿐.”

“하, 하지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여기나? 적룡의 기사단은 점차 늘어나고 우리는 줄어든다. 식량은 물론 체력, 그리고 병력까지. 우리가 이기려면 지금 말고는 없다. 아니면 평생 이런 지하에서 살아갈 건가?”


그가 숨을 한 번 고른 후 다시금 말을 내뱉었다.


“지금 이것이 우리의 전력이다. 정부 측 너희들은 신민우가 구하고 싶겠지. 구해라, 되찾아라. 다른 길드 놈들은 아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나? 너희의 길드를 되찾고 싶지 않나? 그럼 되찾아라. 그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니까.”


되찾는 것, 그것이 리터너가 하늘 일.

그것이 리터너의 뜻.

그렇기에 그는 되찾을 것이다.

그는 리터너를 관뒀음에도 리터너였으니 말이다.


“준비해라. 아니, 알아서 해라. 너희가 가든 안 가든 나는 출발할 것이다. 나는 리터너이니까.”


노호수가 몸에 바람을 휘감았다.

그리고 자취를 감추었다.


분란을 잠재운 그의 발언.

그러나 그것은 다른 웅성거림을 낳았다.


그와 함께해 아름을 되찾을 것인가.

아니면 이곳에 남아 구차하게 삶을 연명할 것인가.

그리고 대부분은 전자를 택했다.


그야 그들은 리터너였으니까.

그것이 어떠한 이유였든 그들은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아니, 그것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과거의 삶을 되찾아야 한다.

이렇게 구차하게 살아갈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래,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이렇게 지하에서 평생 바퀴벌레처럼 살 수는 없어.”


리터너들이 하나둘 결의를 다졌다.


“맞아. 우리는 되찾는 자들이잖아? 아름으로, 지구로 돌아가야지.”

“나는 복수할거야. 우리를 배신한 놈들한테.”


길잡이의 이들이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괜히 유명한 사람이 아니네요. 안 그래요?”

“그, 그러게. 푸, 풍신······.”


최현민이 그가 했던 말을 상기했다.


“우, 우리는 어떡할까?”

“어떡하긴 어떡해요. 우리도 가야죠. 그래야 사장님을 찾을 수 있지 않겠어요?”

“그, 그건 그래. 이런 지하에선 사장님을 찾을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가서 준비해요. 아, 우진이 오빠는요?”

“그, 글쎄.”


최현민이 고개를 돌려 대피소에 있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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