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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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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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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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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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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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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불완전 (4)

DUMMY


김윤은 꿈을 꾸었다.

그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가 트라우마를 마주하기 위해 포탈을 향했을 때 말이다.

그렇다면 그때 그것도 꿈이었던 것일까.


‘아니, 꿈이 아니다.’


이 생생한 느낌, 자각몽도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곳은 현실이었다.

그는 지금 의식이 어딘가로 옮겨진 것이었다.


온통 새하얀 공간.

그곳에서 그는 하나의 어둠과 단 둘이서만 존재했다.


“돌아왔네?”


한동안 들리지 않던 목소리.

그것이 다시금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이 공간에 돌아왔기 때문인가.’


김윤이 새카만 무언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검은 기운을 쏟아내고 있는 그것.

그 아우라로 인해 모습이 가려져 있었으나 집중한다면 볼 수 있었다.


저것은 채찍이었다.

김윤이 기억의 지도라고 이름 붙이고, 다루던 무기.

그의 트라우마가 담긴 무기였다.


“너였구나.”

“그래.”


채찍이 웃음기를 머금으며 답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김윤에게 다가왔다.


“이제야 다시 마주할 마음이 생긴 거야?”

“······나는 마주했어. 그래서 네가 그 모습인 거잖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


채찍이 자신의 몸을 늘려 김윤을 휘감았다.

그러자 그것을 통해 자신의 기억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때? 잊고 있던 게 들어오는 기분은? 넌 마주하지 않았어. 도망쳤을 뿐이지. 내가 그 증거고.”


채찍이 말을 이었다.


“그게 아니면 왜 나를 붙잡았을 때만 그 기억과 감정이 돌아오는 거겠어. 안 그래? 나는 네 능력으로 나누어진 거야.”

“아니야··· 나는······.”


그는 받아들였다.

그 절망적인 감정과 기억을 승화했다.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인 것뿐이다.

그것이 채찍이 되었고, 그것으로 마주할 때마다 떠올릴 수 있게.


“뭐 그래도 그동안 편했잖아.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지를 않으니까. 한편에서는 알고도 있었던 것 같긴 하지만. 크크.”


채찍이 자신의 끝자락을 혓바닥이라도 되는 것처럼 움직여 김윤의 뺨을 핥았다.


“그러니까 그렇게 집착한 거 아니겠어? 그들한테.”


채찍이 자신의 끝자락을 옮겨 허공에 휘저었다.

그러자 그곳이 검게 물들더니 한 공간의 모습을 비추었다.

그곳은 김윤 또한 잘 알고 있는 곳이었다.


마석 던전, 태양의 성지.

골드 리자드맨들이 살아가는 던전이며, 카룬의 땅인 그곳.

그리고 그곳에서도 중심인 카룬의 성이 있는 그곳이었다.


“은··· 서? 현민이? 그리고 우진 씨도······?”


그는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들이 카룬과 싸우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야 그들은 아공간에 있고, 이곳은 지구에 있는 마석 던전이다.

그러니 그들이 이곳에 있을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그들은 지구로 향하지 않는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너를 구하러 왔다더군.”

“뭐?”


그렇다는 것은 지금 저것은 현재의 모습.

당장 저곳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그들을 말려야 했다.


김윤은 자신을 휘감은 채찍을 떨쳐내기 위해 버둥거렸다.

그러나 그것은 끊어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움직임이 격해질수록 뒤엉켜 그를 더욱 옥죌 뿐이었다.


“너는 여기서 나가지 못해.”


채찍이 김윤을 비웃었다.


“‘완전’해질 때까지.”

“완전······?”

“그래, 너도 알잖아? 너는 불완전하다고. 바로 나 때문이지. 네가 만든 나. 네가 네 죄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죄책감을 나누기 위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진 나 때문에.”


채찍의 끝자락에 어둠이 뭉쳤다.

이어 그것은 이내 하나의 형태를 이루었다.

김윤의 얼굴이었다.


“뭐 순수히 너의 힘만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지만.”


채찍에 달린 머리가 고개를 돌려 화면을 바라보았다.


“본래라면 이런 곳에 관여하지 않아. 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시작점은 공평해야 한다고, 그렇기에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하더군. 그래서 이 공간에 나와 네가 있는 거야. 알겠어?”


김윤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그가 한 말을 해석하느라 바빴기 때문이었다.


의문이 가득한 발언.

시작점은 공평하다.

기회를 준다.


김윤은 주변을 살폈다.

여전히 마력의 밀도가 엄청난 공간.


‘이러한 공간을 제공하는 존재이며 기회를 언급한다. 그리고 원래는 관여하지 않던 존재.’


김윤은 카룬과 대적했던, 자신을 잠식했던 의지를 떠올렸다.

감히 저항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절대적인 힘.

그리고 채찍이 말한 내용들.


‘신이라도 되는 건가.’


그게 아니라도 절대적인 존재가 지금 자신에게 관여하고 있는 것이었다.


“길을 만드는 자도 그 존재가 부여한 거냐?”

“글쎄?”

“맞나보군.”


김윤은 다시 생각했다.


‘길을 만드는 자······.’


그는 그 존재이나 완전히 각성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백민호가 아는 사실을, 카룬이 아는 사실을 그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 공간은 내가 그걸 깨닫게 하기 위해 있는 거겠지.’


그의 시선이 다시금 채찍으로 향했다.

그 끝에 달린 얼굴이 생글생글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했던 선택은 틀린 거였나. 저 채찍은 받아들인 게 아니었나.’


그를 휘감은 채찍에서 쏟아지는 검은 기운이 김윤을 파고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에게 절망을 심어주었다.

자신은 실패했다는 무력감과 그러한 자신을 혐오하는 마음이 피어났다.


‘결국 나는 또 도망쳤던 거였나?’



***



마력의 파도에서 떨어져 나온 거대한 물방울.

그것은 카룬의 입장에서는 물방울이었으나 인간인 허우진에게는 아니었다.

웬만한 포탄보다도 거대한 크기.

그의 상반신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크기였으니 말이다.


쩌엉!


거대한 마력의 덩어리가 허우진을 후려쳤다.

그것이 담고 있는 힘이 얼마나 커다란지 주변 공기가 울릴 정도였다.


콰아아앙!


마력에 얻어맞은 허우진이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즉사에 이르렀을 그러한 충격.

그러나 그는 아무런 상처가 존재하지 않았다.


“흐음······. 멀쩡하구나.”


카룬이 황금빛 눈동자를 움직여 주은서를 바라보았다.


“네 짓인가.”


정확히는 그녀의 손바닥에서 타오르는 마력이었다.

카룬의 마력이 직격하는 순간, 그녀가 배제구역을 펼쳐 충격이라는 요소를 배제한 것이었다.


“마력구 크기와 맞닿는 면의 크기로 펼쳐 마력 소모를 최소화. 더군다나 펼치는 타이밍마저 완벽하군.”


카룬이 시선을 이번에는 허우진에게 옮겼다.


“정제된 마력과 검기에 도달하는 수준의 실력. 모두 실력자구나. 그럼 다른 둘도 마찬가지이려나?”


카룬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일대를 뒤덮는 그의 짙은 마력.

결계였다.


“기, 길이······.”


방을 빠져나가 복도를 내달리던 최현민이 당황했다.

분명 앞으로 달렸으나 다시 방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결계인가.”

“그래, 너희는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길을 위한 재료가 되어야 하니 말이야.”


카룬이 다시금 손가락을 뻗었다.

그러자 마력이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어 드릴처럼 쏘아졌다.


콰과과과!


대지를 찢어발기며 최현민을 노리는 마력의 드릴.

주은서는 곧장 그 방향을 향해 배제 구역을 펼쳤다.


“동시에도 펼쳐지나?”


그러나 그것은 카룬의 노림수였다.

동시에 펼쳐지는 카룬의 또다른 공격.

마력이 빛으로 화하며 섬광의 폭격이 주은서를 노렸다.


“큭!”


그녀는 곧장 배제구역을 하나 더 설치했다.

둘 모두 배제하는 요소는 공격.

그렇기에 배제구역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이쪽으로 와요!”


주은서가 의지에 마력을 담아 내던졌다.

그러자 단도가 마력을 머금어 폭발적인 위력을 선보였다.


카룬의 어깨를 파고드는 단도.


카가가가각!


그러나 비늘에 흠집을 낼 뿐, 속살을 베어내지는 못했다.


“쳇.”


그녀는 의지를 도로 회수한 후, 다른 공격 방안을 생각했다.

그사이 그녀의 곁으로 달려온 최현민.

그는 이서준을 품에 안고 기절한 김윤의 곁으로 붙었다.


“거기 가만히 있어요.”


그러자 주은서가 그곳에 배제 구역을 펼친 후, 허우진의 곁으로 다가갔다.


지금 이곳에 전투가 제대로 가능한 인원은 둘.

허우진과 주은서뿐.

그렇기에 둘이서 해결을 해야했다.


“원정대를 보니까 보통 보스 몬스터는 여러 길드가 협력해서 잡지 않나요? 이런 소수가 아니라.”

“그런 편이지.”


허우진이 허공에서 장검을 하나 꺼내들었다.

왼손에는 단도, 오른손에는 장검을 집어든 그.


그사이 카룬은 다시금 공격을 쏘아냈다.

섬광의 소나기가 그들을 향해 쏟아졌다.

마력을 빛으로 바꾸고, 그것을 수많은 병기로 정제해 쏘아낸 것이었다.


주은서는 곧장 배제 구역을 펼쳐 공격을 막아냈다.


퉁!


배제 구역이 공격을 막아낼 때마다 경쾌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그러나 무너질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흐음······.”


카룬이 황금빛 눈동자로 그러한 배제 구역을 바라보았다.


“지속에는 큰 마력이 소모되지 않고, 무언가를 배척할 때에만 마력을 제대로 소모하나 보구나.”


그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것도 막아봐라.”


그리고는 마력으로 섬광의 폭우를 쏟아냈다.

천장에 뚫린 구멍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휘감은 창과 검, 그리고 화살등이 한 치 앞도 볼 수 없이 쏟아졌다.

온 세상이 빛으로 물드는 것만 같았다.


투두두두두둥!


그러나 그것이 내뿜는 따사로운 빛과 달리, 그것이 내뿜는 흉흉함은 사납기 그지 없었다.

그야 배제 구역이 아닌 곳에 떨어진 곳을 보아라.


콰드드득!


그곳은 섬광에 집어 삼켜지며 소멸하고 있었다.


“크으윽······!”


폭우처럼 쏟아지는 공격.

그녀의 고유 스킬, 배제구역은 그 어떠한 공격도 막는 것이 가능하다.

위력과 상관 없이 그 요소를 배제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작은 공격에도 그녀는 같은 마력을 소모해 막아냈다.


즉, 그녀에겐 강한 공격 한 방보다 작은 공격 수십방이 유효하다는 이야기였다.

지금처럼 말이다.


그녀의 마력이 순식간에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너무도 많은 공격이 배제구역에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위험하군.’


이대로라면 배제구역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허우진은 두 검에 마력을 쏟아부었다.

그것은 이내 오라가 되어 검을 날카롭게 벼렸고, 그는 그것을 앞으로 내밀며 배제구역을 뛰쳐나갔다.

쏟아지는 공격을 막아내기 위함이었다.


‘이정도면 오라로도 베어진다.’


그는 각종 강화스킬로 몸을 강화한 후, 검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그것은 하나의 작은 폭풍이었다.

그의 오라로 이루어진 폭풍 말이다.


마력의 검이 지나가며 쏟아지는 섬광을 베어냈다.

그렇게 쪼개진 섬광을 또다시 다가오는 마력의 검이 베어낸다.

그것이 끝없이 반복되었다.


검격의 폭풍이 쏟아지는 섬광의 폭우를 막아섰다.


“흐아아압!”


서걱! 서걱!


그의 검이 회오리치며 빛을 베어냈다.

폭풍이 비를 베어냈다.

그렇게 쏟아지는 폭우를 모조리 베어내는 순간이었다.


카룬과 그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다.

허우진은 그 즉시 마력을 폭발적으로 쏟아냈다.


그의 마력이 검을 휘감았다.

오라의 크기가 평소 다루던 것보다 한참은 커졌다.

마치 카룬이 들법한 검이 되어버린 오라.

그는 그것을 곧장 카룬을 향해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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