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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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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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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74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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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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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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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불완전 (6)

DUMMY


최현민, 그는 가족이 있으나 가족이 없는 이였다.

그는 그 가족의 구성원 중에서 존재하지 않는 존재였으니 말이다.

그를 제외한 그 누구도 그를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유명한 정치인의 아들 중 둘째로 태어난 그.

그러나 그는 그 집안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어릴 적부터 더듬던 말.

저조한 성적, 그리고 운동능력.

거기다 소심하며 겁까지 많은 성격.


그 무엇 하나 뛰어나지 못했던 그였다.

그의 형과는 정반대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아버지는 늘 그를 무시했다.

어쩌다 이러한 것이 자신의 아들로 태어났는가 막말을 퍼부었다.


그러한 비난이 반복되던 나날.

어느 날부터 그에게 떨어지는 것은 무관심으로 변했다.

가족 중 그 누구도 그에게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무관심.

그것은 비난보다 무서운 것이었다.


그렇게 그는 가족이 있었으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저 투명 인간으로 그렇게 살아가게 된 것이었다.

멸망의 그날까지 말이다.


마석 대재해 당일, 그의 가족은 그를 버리고 도망쳤다.

버렸다기보다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는 말이 맞았다.

그는 가족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최현민을 버려둔 채 집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도망쳤다.

그가 자고 있는 사이에.


잠에서 깨어난 최현민은 핸드폰에 날아온 재난 문자와 텅 비어버린 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절망했다.

그래도 그는 그들을 가족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아니었다.


그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가족이 그를 버렸다는 좌절감이, 절망이 다리를 휘감았다.


그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일평생을 노력했다.

말을 더듬는 것을 고치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이 되지 않자 모두가 듣기 싫지 않게 입을 다물었다.

학업을 위해 코피를 쏟으며 밤새 공부를 했고, 운동이라도 잘 하기 위해 수많은 운동을 접했다.


가족들이 자신을 인정해주기를 바라며, 받아주기를 바라며 말이다.

그러나 그것을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세상이 멸망해가고 있었다.

푸른 섬광의 비가 쏟아지며 도시를 불태우고 있었다.


가족으로 끝내 받아지지 못한 그.

이대로 죽어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세상은 그가 죽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의 발 밑에 포탈이 생겼고, 그가 아공간으로 옮겨진 것일 테니 말이다.


살아남았다.

그것을 인지하게 된 그는 그 무엇보다 먼저 가족을 찾았다.

그것이 그의 전부였으니 반사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의 가족은 전원 아공간 내에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들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그들이 그를 버렸으니까.


그는 겁쟁이었다.

아니, 겁쟁이가 되었다.

그는 공포를 학습했다.


왜 자신을 버렸냐고 묻지도 못하고, 그들에게 다가가지도 못했다.

그들만이 아니다.

그 이후로 접하는 모든 사람에게 그러했다.

다시 버려질까봐 두려웠다.


그 누구와도 그는 마음을 나눌 수 없었다.

그들도 그를 버릴지 몰랐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도시가 지어질 때도, 도시가 완성된 이후에도 혼자였다.


김윤이 그에게 손을 내밀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름에서 일용직으로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최현민.

그런 그에게 김윤은 자신의 가게에서 일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는 자신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그러나 그는 그에게 그 무엇도 바라지 않았다.


그렇다면 조만간 버리겠구나.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만이 아니다.

가게에 있는 모두가 그러했다.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었다.

버리지 않았다.


겁쟁이인 채로 남아도 괜찮았다.

새로운 세상의 기준이 된 마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괜찮았다.

일을 잘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곳은 그런 곳이었다.


그들은 그에게 가족이 되어주었다.

그에게 친구가 되어주었다.


그래, 그들이야말로 그의 진정한 가족이다.

그가 어떠한 모습이라도 받아줄 그러한 가족.

그가 다시 일어설 용기를 찾을 때까지 보듬어줄 그런 곳.


그렇기에 그들을 지켜야했다.

이제는 겁쟁이를 벗어날 수 있다.

용기를 찾아냈다.


‘그래, 지킨다. 그리고 마주한다.’


그는 이 싸움에서 길잡이의 이들을 지켜낼 것이다.

그리고 도망치던 길을 다시 향할 것이다.

마주할 것이다.


자신을 버린 가족을 마주하고 그는 다시 시작할 것이다.

지금 그를 받아준 길잡이에게 보답할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그는 이 거대한 죽음 앞에 서있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길 위로 올랐다.


끼기긱!


전신이 비명을 질렀다.

몸의 두른 마력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뻗었던 손가락을 회수했다.

그리고 주먹을 꽉 쥐었다.


세계가 멸망한 이후, 단 한 번도 제대로 휘둘러본 적이 없는 주먹.

하지만 그의 몸에는 과거 배웠던 격투기가 새겨져 있다.


그의 가족에게 인정받기 위해 익혔던 그것.

그것을 이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거의 다 잊었지만. 할 수 있다. 아니, 해야 해.’


최현민이 가볍게 스탭을 밟았다.

빠르게 전진하며 가볍게 내질러지는 주먹.

그러나 그것에 담긴 마력은 결단코 가볍지 않았다.


퍼엉! 퍼엉!


주먹이 내질러질 때마다 파공음이 터져 나오며 주변의 공기가 밀려 나갔다.


카룬은 양팔을 들어올려 최현민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가 싸움에 있어 처음으로 취한 방어자세였다.


“얼얼하군.”


그가 팔을 타고 전해지는 통증을 느끼며 씨익 웃었다.


“하나, 견딜 수 있나?”


최현민의 코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그러나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주먹을 휘두른다.

상대의 관심을 자신에게 돌린다.


‘이 준비되고 있는 스킬이 발동되기 전까지······!’


그의 등 뒤에서 작게 소용돌이치는 황금빛 마력.

그것은 하나의 스킬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이곳에 향했을 때 사용했던 스킬.

공간 이동의 스킬이었다.


“으아아아아아-!!”


최현민이 기합을 크게 내지르며 주먹을 휘둘렀다.

허공을 크게 가르는 주먹.


카룬이 고개를 숙여 그의 주먹을 피한 후, 반격을 가했다.

깔끔한 어퍼컷이 최현민의 턱에 틀어박혔다.

그의 몸이 마치 로켓처럼 솟구치며 천장에 처박혔다.


“크학!”


최현민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곧바로 머리를 빼낸 후 공격을 이었다.

낙하하며 내리찍는 발꿈치.

피하면 이어지는 주먹 세례.

그러나 그 무엇도 카룬에게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했다.


아니, 전신을 뒤덮은 마력조차 벗겨내지 못했다.


“그 마력으로 뭐든지 할 수 있을 텐데 하지 않는군. 마치 뭐라도 노리고 있는 것처럼.”


카룬의 황금빛 눈동자가 최현민을 꿰뚫어봤다.

그리고 손을 뻗어 그의 목을 움켜쥔 후, 반대쪽 벽까지 끌고 가 처박았다.


“싸움에 능하지 않구나. 무엇을 노리는 지 티가 난다.”


카룬이 마력을 움직였다.

최현민에게 통제권을 빼앗겼던 마력이었다.

정확히는 그의 등 뒤에서 스킬을 형성하고 있던 마력.

그것이 본래 주인에게 돌아간 것이었다.


“공간 이동을 구성하고 있었나?”


카룬이 빼앗은 마력을 주먹에 휘감아 최현민의 복부에 처박았다.


“크허억······!”


최현민은 통증을 억누르며 반격을 가했다.

그러나 허무하게 가로막힐 뿐이었다.


“격투기 또한 익숙치 않아보이는군.”


카룬이 그의 주먹을 움켜쥐고 그대로 부숴버렸다.


“흐아아아아악-!!”


겪어본 적 없는 고통이 손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그는 비전투원, 그렇기에 이렇게까지 다칠 일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은 그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김윤이, 주은서가, 허우진이 어떠한 것과 싸워왔는지.

어떠한 것을 겪어왔는지.

그렇기에 그는 더더욱 꺾일 수 없었다.


마음을 다 잡는다.

통증 따위 아무렇지 않다.


‘그러니까.’


“다시 내놔.”


최현민이 다시금 고유 스킬 방해 파동을 사용했다.

그것을 이용해 카룬의 마력 사용을 방해.

다시금 통제권을 건드려 마력을 빼앗았다.

방금까지 빼앗던 마력보다 더욱 방대한 마력이 그를 파고들었다.


“크헉!”


그 마력을 견디지 못하고 그는 피를 게워냈다.

다시금 코에서 피가 줄줄 흐르며 그것을 넘어 피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마력이 많다고 전부는 아니다만. 자멸할 셈인가?”

“아, 아니. 너, 너를 주, 죽인다.”


최현민이 방대한 마력에 덜덜 떨며 부러진 손가락을 움직였다.

마력은 뭐든지 가능하다.

그렇다는 것은 상처의 치료도 당연하게 가능할 것이다.


그의 부러진 손가락이 빠른 속도로 재생했다.

그것을 넘어 망가진 내장이 치료되고 부족한 피가 마력으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뿐이었다.


그를 뒤덮은 마력이 다시금 그를 부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부서지고 재생된다.

그의 몸이 끝 없는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네 정신은 물론 육체의 수명이 먼저 바닥날 거다.”


카룬이 혀를 차며 최현민을 벽에서 뽑아내 저 멀리 내던졌다.


“끄으으윽······.”


황금빛으로 빛나며 바닥을 구르는 최현민.

그는 고통을 호소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의 의지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사, 상관 없어.”


그가 다시금 공간 이동을 준비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마력을 응축해 장전했다.


“크아아아아아!”


최현민이 소리를 내지르며 마력이 응축된 손을 내질렀다.

그러자 응축된 마력이 폭발적으로 쏟아져나왔다.

마치 황금빛 파도 같았다.


“의지가 있다고 모든 것이 되는 것은 아니지.”


카룬이 다가오는 황금빛 파도를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것은 마치 기적처럼 쩍하고 갈라졌다.

파도가 카룬을 피해 양옆으로 지나간 것이었다.


“으오오오오!”


또다시 막히는 공격에 절망에 빠질만도 하지만 최현민은 굴하지 않았다.

갈라진 파도 사이로 돌진하는 그.

그는 그대로 마력을 응축해 검을 만들며 크게 휘둘렀다.


파즈즈즉!


마력의 검과 전신을 두른 마력이 충돌하며 스파크를 일으켰다.


“베여라!”


최현민이 피를 왈칵 쏟으며 마력을 더욱 운용했다.


“베여-!!”


검을 휘감은 마력이 더욱 날카로워지며 마력 갑옷을 뚫기 시작했다.


서걱!


그리고 이내 카룬의 팔을 베어버렸다.


“해, 해냈······.”


잘려 나간 단면에서 쏟아지는 선혈.

최현민이 그것을 통해 달성감을 얻기도 전이었다.


그의 전신을 두른 짙은 마력이 서로 연결되었다.

잘려 나간 팔 역시 마찬가지로 그 마력에 둘러져 있었다.

그렇기에 그것도 연결되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복원됐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최현민이 멍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피를 한껏 쏟으며 겨우 베어낸 팔.

그러나 그것은 아무렇지 않게 재생될 뿐이었다.


“아······.”


절망이 다시 그의 발밑에서 자라나는 것만 같았다.


‘아니, 굴하면 안 돼.’


그래도 공간 이동은 준비되지 않았는가.

그가 완성된 스킬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공간 이동을 사용하는 순간이었다.


“보아라. 길을 만드는 자여.”


그가 김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최현민을 향해 쇄도했다.


“그리고 각성해라.”


그의 손이 창처럼 벼려지며 최현민의 복부를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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