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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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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조회수 :
18,276
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작성
23.12.27 20:0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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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개척 (4)

DUMMY



‘내가 나누어졌다고?’


“그게 무슨 소리죠?”

“말 그대로다. 각성했기 때문인가 지금은 보인다. 너는 나누어졌다.”


카룬이 중얼거렸다.


“놈의 짓인가? 아니, 놈은 그것을 바라지 않을 텐데······. 애초······.”“카룬?”

“흠······.”


카룬이 황금빛 눈동자에 김윤을 담았다.


“아니다. 일단은 해결 방안을 찾는 게 우선이겠군. 이대로면 너는 힘을 제대로 사용하기는커녕, 세계의 진실조차 알지 못할 것이다. 혹시 짐작 가는 게 있나? 네가 나누어진 계기와 같은 것 말이다.”


김윤이 고개를 저었다.


“나누어졌다는 것부터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요.”

“길을 만드는 자는 필연적으로 트라우마를 지니게 된다. 어떤 식으로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방식을 통해 각성을 겪게 되지.”


카룬이 거대한 손가락을 뻗었다.


“하지만 네놈에게는 트라우마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억지로 만들어진 지금의 것이 대충 그 명색을 유지하고 있군. 애초에 너는 자신의 죽음이 트라우마가 아니었다.”


그가 다시 손가락을 회수했다.


“그동안 트라우마가 보이지 않아. 놈이 가렸다고 생각했다만, 그렇기에 가장 기본인 죽음이 트라우마일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네놈의 길이 아니었군.”

“트라우마······.”


김윤은 자신의 가슴팍에 손을 올렸다.

그가 말한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것과 동시에 나누어진 자신을 점검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는 무언가를 떠올렸다.


‘설마 그때······?’


그리고 동시에 전신에서 느껴지는 탈력감.

이곳에 옮겨짐을 통해 잠시 잊고 있던 통증과 피로가 그를 한 번에 덮쳤다.


“으윽······.”


겨우 그를 지탱하던, 후들거리는 다리가 무너졌다.

동시에 겨우 붙잡고 있던 의식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


그의 몸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쓰러졌다.



***



“섬광 쪽은 그럼 전부 정리됐겠군.”


아름을 빠져나온 백민호.

그가 자신의 뒤를 잇따르는 이기한에게 말했다.


“남은 백화의 이들은 섬광에서 머물라고 전해라. 정리도 해두라고 하고.”

“알겠습니다.”


이기한이 백민호의 명령에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인 세뇌로 조종하는 이지우에게 명령을 내렸다.

공간을 찢으라는 명령이었다.


그러자 그녀가 마력을 움직여 허공을 찢어냈다.

섬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럼 명령만 전하고 바로 오겠습니다.”

“그래.”


그가 찢어진 공간을 비집고 들어섰다.

이어 이지우 역시 그를 뒤따랐다.

거리가 멀어지면 세뇌가 풀리기 때문이었다.


이기한과 이지우를 보낸 백민호.

그는 홀로 새하얀 공간에 남아 그곳을 바라보았다.


“첫 번째 개척의 길은 만들었다.”


그의 두 눈동자가 푸르게 타올랐다.

고유 스킬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백민호의 고유 스킬, 시간의 눈.

그는 두 눈에 마력을 담는 것으로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의 한도는 그가 소모한 마력에 따라 다르며, 그중 미래는 그가 관여하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했다.


길을 만드는 자, 그 중에서도 비트는 자인 그가 지닌 능력.

그는 그것으로 미래를 보고 그것을 바꾸고 있었다.

단 하나의 길, 자신의 완전한 생존이라는 길을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아직인가.”


그의 눈동자가 더욱 푸른 빛을 토해냈다.

그가 마력을 한껏 불어넣고 있다는 증거였다.

더욱 먼 미래를 보기 위한 마력.

그러나 그것으로 본 미래는 아직 바뀌지 않았다.


너무 먼 미래이기 때문일까.

거대한 변화를 일으켰음에도 그가 본 미래가 변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두 눈에서 격통을 느끼며 마력을 거두었다.


“비튼다.”


미래를 비튼다.

애초에 그것을 위한 개척이었다.

그것을 위해 택한 길이었다.

그것만이 자신이 살 수 있는 길이니 말이다.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그는 물론 세계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멸망을 맞이할 것이다.

그것이 그가 본 미래.

그렇기에 그는 다른 길을 만들기를 택했다.


‘개척.’


새로운 길, 새로운 운명.

그는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다.


“다른 놈들처럼은 되지 않아.”


그의 눈동자가 다시금 푸른 빛을 머금었다.



***



아름에서 일어난 연이은 사건이 끝났다.

그러나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지도자는 없으며, 백민호가 만든 길은 지구가 바로 이어져 있었고, 도시 곳곳에 생긴 포탈에선 언제 몬스터가 쏟아질지 모르는 공포가 도시를 집어삼켰다.

시민들이 공포에 먹혀 도시의 체제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것을 보여주는 가장 큰 예시가 바로 시청을 둘러싼 시민들의 모습이었다.


며칠 째 시청을 둘러싸며 포탈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달라고 외치는 그들.

이미 캠프의 이들이 결계를 쳤다고 전했으나 그것으로 가라앉을 불안이 아니었다.

그야 살던 곳 바로 옆에 의문의 포탈이, 그것도 마석과 함께 나타났으니 말이다.

아무리 리터너가 아니라도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는 다 아는 것이었다.


“문제가 많군요.”


시청에 있는 회의실.

그곳에는 각 길드의 수장, 캠프의 리더.

그리고 정부측 상위의 리터너들이 모여 있었다.


정부 측 리터너 최희연이 입을 열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그녀가 손가락을 두 개 뻗어 지금 가진 커다란 문제의 수를 나타냈다.


“첫째는 당연하게도 마석 던전입니다. 백민호가 지구에서 아공간으로 옮겨둔 마석 던전들이죠. 원래라면 몬스터가 꾸준히 나오던 던전이지만 이상하게도 지금은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곳이 우리의 본진이라는 걸 알고 전쟁을 준비하는 것일 수도 있잖습니까.”


그녀의 말을 끊고 한 남자가 발언했다.

자신의 능력으로 인해 털이 모조리 타버려 민머리는 물론, 눈썹조차 없는 것이 특징인 남자.

플레임의 길드장, 우상훈이었다.


“맞는 말입니다만. 아직 제 말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말에 우상훈이 눈썹이 있어야 할 장소를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가 반박하기 위해 입을 벌리는 순간이었습니다.


“현재 제가 하는 말은 정부의 입장, 그리고 아름의 2대 길드를 대변하는 말입니다. 혹시 정부, 아름의 2대 길드가 맘에 들지 않으시는 겁니까? 그게 아니면 그저 플레임 길드는 태클을 거는 게 일상인 겁니까?”

“그만.”


그녀의 쏘아붙임에 회귀의 길드장, 조호주가 입을 열었다.


“싸우자고 모인 게 아닐 텐데. 네 말대로 네가 우리의 대변자라면 감정은 치워둬라. 그리고 우상훈이었나. 너 역시 지금은 하나로 뭉쳐야 할 시기다. 일일이 시비를 걸지 마라.”

“그,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싸우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조호주가 살기를 쏟아냈다.


“······일단 첫 번째 문제는 넘어가겠습니다. 현재 임시로 조치를 해두었으니 말이죠. 그럼 다음으로 두 번째 문제는 당연하게도 지도자의 문제입니다. 아름을 통제하고 다시 관리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과거의 시장처럼 말이죠.”


박건영이 집권한 이후, 시청에 있던 관직자들은 모조리 목숨을 잃었다.

그중 일부는 살아남아 지하로 향했다지만 그저 일부.

그들만으로는 이 커다란 도시를 모조리 관리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가장 큰 문제는 지도자가 없는 것이었다.

도시의 각종 문제에 대한 결단을 내리고 책임을 질 사람이 필요했다.


“역시 정부 측에서 맡는 게 맞지 않을까요.”


후드를 깊게 눌러쓴 여자, 사수의 길드장 김우정이 말했다.


“흑호의 길드장은 현재 의식불명, 가장 큰 공적을 세웠다는 길잡이의 김윤은 행방불명. 회귀는 지도자를 할 마음이 없어보이고.”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조호주를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한 곳에서 멈췄다.


“그렇다면 남는 곳은 정부 뿐이죠.”


그곳은 바로 신민우가 있는 곳이었다.

붕대로 전신을 둘둘 감은 그.

아직 고문의 상처가 완전히 낫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동안은 전투 참여도 불가능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아니,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가 자신의 다리를 붙잡았다.

다리만이 아니다.


박건영이 하는 고문에 당했던 그.

그는 각종 치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낫지 못했다.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한쪽 손.

잃어버린 한쪽 눈.

그는 이제 전선에서 활동할 수 없는 몸이었다.


‘다리는 회복이 가능하다만.’


눈과 손은 돌아오지 않는다.

제대로 된 전투를 이어나가기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치에 어울리는 것 또한 아닙니다.”

“하지만 가장 곁에서 지켜보아 잘 알고 있으며,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기는 하죠.”


김우정이 자신의 마스크를 더욱 위로 올렸다.


“그동안 지하의 모두를 이끌었던 리더십도 있지 않은가요? 그리고 저는 시장 역시 어느 정도 무력은 필요하다고 여기거든요. 그게 딱 맞아떨어지는 게 그쪽이라고 생각하고요. 다들 그렇지 않은가요?”


그녀가 주변을 쭉 살폈다.

따로 반박하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두 번째 문제는 해결이군요.”


최희연이 신민우를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다시 첫 번째로 문제로 돌아가는군요.”

“마석 던전.”

“일단 앞서 말한대로 임시로 조치를 해둔 상황이에요.”


최희연이 이유진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캠프의 리더, 이유진이 입을 열었다.


“일단은 캠프의 스킬로 결계를 쳐둔 상황이에요. 당장 몬스터가 나와도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예요.”


그녀의 말에 최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와 연결된 길도 마찬가지죠.”

“네, 아름에서 나오는 인간의 마력이 지구로 닿지 않게 조치해뒀어요.”

“덕분에 한 시름 놨습니다.”

“뭘요.”


이유진이 미소를 지었다.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던 조호주가 입을 열었다.


“마석 던전이 문제라. 그럼 지구로 향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가 주변을 살폈다.


“어차피 마석 던전의 다수가 아공간으로 온 상황. 그럼 지구에 돌아다니는 보잘 것 없는 몬스터만 박멸하고 그 자리를 되찾으면 되는 거다. 간단한 문제 아닌가? 어째서 이 아공간에 갇혀있으려 하는 거지?”


신민우가 답했다.


“······아직 지구에 뭐가 더 있는 지 확인된 게 없지 않습니까.”

“마, 맞아요. 8년이나 지났다고요. 그동안 뭐가 더 생겼을지 알고······.”

“우리가 확인한 건 서울의 일부에 불과하지 않나요?”

“그럼 평생 이곳에 갇혀 살겠다는 거냐? 아니, 나는 돌아갈 거다.”


그가 책상을 쾅 치며 몸을 일으켰다.


“이 지긋지긋한 하얀 공간을 떠나서 지구로.”


그가 말을 이었다.


“놈이 학살을 통해 이런 짓을 했다는 게 마음에 들진 않지만. 놈의 말은 옳다. 지구가 확인되지 않아? 그럼 아공간은 확인됐나? 말해봐라 정부. 그동안 길잡이를 통해 아공간을 수색시킨 것을 다 알고 있다. 뭔가 알아냈나? 확인됐나?”

“······없습니다.”

“결국 어디로 가든 똑같다. 우리는 지금 새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뜻이지. 그리고 그중 가장 확률이 높은 곳이 현재 지구다. 우리가 살던 곳이기에 잘 알고, 마석 던전이 옮겨진 지금. 지금이 아니면 언제가 적기지?”


그가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우리는 지구로 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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