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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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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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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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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작성
24.01.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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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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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불완전 (7)

DUMMY


“크··· 하······.”


최현민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자신의 복부를 꿰뚫은 비늘 덮인 손이 보였다.

카룬의 것이었다.


“쿨럭!”


‘공간 이동은······?’


그는 카룬의 팔을 움켜쥐며 고개를 돌렸다.

주은서와 허우진, 그리고 이서준과 김윤을 둘러싸는 황금빛 마력.

공간 이동 스킬은 발동됐다.


‘다행이다.’


그들은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들은 말이다.

그러나 최현민은 아니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그는 안 되지.”


카룬이 관통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손바닥에서 황금빛 마력이 찬란하게 빛나며 김윤 주위로 흘러 들어갔다.

그에게 시전된 공간 이동을 취소하는 것이었다.


“아, 안 돼······.”


최현민이 카룬의 팔을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러나 그가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래도 네 목숨값으로 다른 이들을 살려주마.”


모든 것은 카룬의 의지대로 이루어질 뿐이었다.


화아아악!


주은서와 허우진, 그리고 이서준을 휘감은 빛이 더욱이 발광했다.

공간 이동이 발동된 것이었다.


그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인데, 그를 제외한 다른 이들만 돌아갔다.

또다시 그를 구하지 못하는 것일까.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크으윽······!”


최현민이 복부에 박힌 손을 뽑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냈다.

그러나 뽑히지 않았다.

그저 그것이 품고 있는 황금빛 마력이 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그를 휘감을 뿐이었다.


카룬이 낮게 읊조렸다.


“끝이다.”


그러자 최현민을 휘감던 마력이 그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내 그를 배에 뚫린 구멍으로 먼 곳부터 빛의 가루로 만들기 시작했다.


“아, 아으윽······! 아, 안 돼!”


최현민이 어떻게든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악했다.

하지만 바닥을 통해 그를 지탱해주던 발이 사라졌다.

팔을 붙잡던 손이 사라졌다.


“아······.”


다리가 사라지고 팔이 사라졌다.

구하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 것이 없다.

구하기 위해 뻗어야 하는 것이 없다.

그는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나아가기를 선택했음에도.

목숨을 걸었음에도.

그저 이렇게 빛가루로 화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볼 수밖에 없었던 이가 있었다.


“완전해진 기분은 어떠한가?”


카룬이 최현민을 꿰뚫었던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곳에 응축된 마력이 충격파가 되어 한 곳을 향해 쏘아졌다.


“길을 만드는 자.”


콰과과광!


충격파가 무언가와 충돌하며 상쇄되었다.

그것은 방대한 힘을 가진 카룬조차 위협을 느낄만한 힘이었다.

꿈틀거리는 새카만 어둠.

그것은 황금빛 마력을 지워내며 자신의 영역을 넓혔다.


“카··· 룬······!”


김윤이 깨어난 것이었다.



***



온통 새하얀 공간, 그러나 그가 알던 아공간이 아닌 곳.

김윤은 그러한 곳에서 새까만 채찍에 속박된 채로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그의 육신 자체가 온 것은 아니었다.

그의 육신은 카룬의 방에 있으니 말이다.

이곳에 있는 것은 그저 정신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이 채찍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것은 그의 정신에 타격을 주는 힘을 지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그는 그것에 속박된 채, 그것이 보여주는 화면을 볼 수밖에 없었다.


주은서와 허우진이 당하고, 최현민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그는 또다시 잃었다.

지켜야 함에도 지키지 못했다.


또다시 반복되는 트라우마.


“받아들여라. 그리고 깨우쳐라.”


최현민의 죽음이 과거 가족의 죽음과 겹쳐 보였다.

그러자 그의 머릿속이 뒤죽박죽 뒤섞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기억이 순식간에 그의 머릿속을 휘저었다.

마치 주마등처럼.


“길을 만드는 자란 그것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



새카만 어둠이 전신을 휘감았다.

채찍이 내뿜던 기운과 동일한 종류의 것이었다.

그것은 김윤의 트라우마를 통해 피어난 부정적인 감정의 그것이었다.


그의 고유 스킬, 기억.

그것은 기억을 다룬다.

그리고 그 기억에는 감정 또한 담기는 법.

그렇기에 지금 이 어둠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것이 있기에 그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욱씬.


머리가 깨질 것만 같은 두통이 피어났다.

무언가가 머릿속으로 마구잡이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정보, 길을 만드는 자가 각성할 때 얻게 되는 세계의 비밀의 일부.

그가 진정으로 각성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런··· 거였나······.”


김윤이 머릿속을 파고 든 내용 중 일부를 읽어내고는 중얼거렸다.


그가 읽은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길을 만드는 자가 어떻게 탄생하는가.

또한 어째서 존재하는가.

그리고 마석 대재해는 왜 일어났는가.


“마석 대재해······.”


그것은 길을 만드는 자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마석 대재해를 통해 일어나는 수많은 감정적 충격.

그날을 통해 그것을 얻고, 그것을 적합한 마력 패턴을 지닌 이에게 다시금 재현한다.


그것이 길을 만드는 자를 만드는 방식.

성공하면 단 넷뿐인 길을 만드는 자.

실패하면 정신이 망가진 폐인.


“길을 만드는 자를 만들기 위해 그 짓을 벌이는 거라고?”

“그래, 강한 정신력을 가진 자를 선별하기 위해서지. 수많은 감정, 그것에서 피어나는 충격.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품고 이겨낼 존재. 그렇기에 각 세상의 지성체가 선택받는다.”


카룬이 김윤의 상태를 살폈다.

느껴지는 기운이 이전과 달랐다.

확실히 완전해졌다.


“내 선택이 맞았구나.”

“닥쳐.”


김윤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는 지금 카룬과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야 그의 가족과 같던 최현민을 죽인 이가 카룬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그가 보일 수 있는 태도는 오직 반감.

그리고 증오를 담은 공격뿐이었다.


김윤은 마력을 일으켜 쏘아냈다.

그의 손바닥에서 쏟아지는 번개의 채찍.

그것은 그의 몸 주위에 있는 어둠을 휘감으며 쏘아졌다.

푸른 번개가 새카맣게 물들며 증오를 표출했다.


카룬은 황금빛 마력을 회오리로 변환해 전방에 쏘아냈다.

새카만 번개와 황금빛 회오리가 충돌했다.


“너의 세계를 위한 선택이었다. 네놈도 이제는 깨달았을 텐데? 불완전한 상태로 존재했다면 이 세계가 어떻게 됐을지. 길을 만드는 자는 완전히 존재해야 한다.”


카룬의 말이 맞았다.

길을 만드는 자는 완전해야만 했다.

그리고 넷으로 쪼개진 그들은 다시 하나로 뭉쳐 협력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멸망해 가는 세계를 그나마 살릴 수 있었다.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때 백민호가 함께 하자 한 거였나?’


그는 그보다 먼저 각성한 존재.

그렇기에 그런 말을 했던 것이었다.

길을 만드는 자는 그런 존재였으니 말이다.


“마력이 보이는 세계. 그것은 곧 시험에 든 세계다. 이 세계는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가. 그리고 길을 만드는 자는 그것을 증명하는 존재지.”

“고작 네 명의 인간으로 그걸 증명한다고? 셀 수도 없는 숫자의 인간이 널리고 널렸는데?”

“그래, 불합리하지. 나 역시 그 마음을 알고 있다. 나도 길을 만드는 자였으니.”

“뭐······?”

“네가 각성한 지금은 전할 수 있다.”


카룬이 마력으로 물든 손가락을 뻗었다.


“나는 실패한 길을 만드는 자다.”

“당신이 길을 만드는 자라고······?”

“그래, 나는 나의 세계에서 길을 만드는 자였지. 그렇기에 나 역시 의심을 품었다.”


그가 손가락을 회수하고 두 팔을 펼쳤다.


“왜 이딴 짓을 해야 하지? 그리고 왜 내가 그 존재로 선택받은 거지?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데? 대체 왜!”


그가 고개를 푹 숙였다.


“내 세계가 멸망해야 했지?”


그리고 다시금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의 두 눈동자에는 증오가 차올라 있었다.

그러나 이내 사라졌다.

그가 광기가 뒤섞인 미소를 지었기 때문이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멸망으로 끝이었으면 오히려 다행이었지. 내 세계는 멸망했지만 나는 이곳에 있다. 나의 동족들도. 그리고 이렇게 깨어난 것도 처음이 아니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 지 알겠나?”


김윤은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실패한 세계가 지금 네 세계에 강림한 마석 던전이 되는 거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지. 네 세계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나?”


카룬이 마력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그건··· 책?”


그것은 하나의 책이었다.


“그래, 이야기. 동화, 소설, 만화, 영상물. 그 어떠한 것으로도 남게 된 이야기. 그리고 그것은 누군가의 머릿속에 퍼뜩 떠오른다. 그런데 그게 그저 떠오른 게 아니라면? 실제 존재했던 이야기였다면?”


카룬이 웃음을 터트렸다.


“크흐흐흐. 그것은 모든 세계를 이루는 존재, 마력을 통해 전해진 실패한 세계들의 이야기였다.”


카룬의 이야기와 함께 펼쳐지는 책.

그것은 김윤도 아주 잘 아는 내용의 이야기였다.

그야 그가 어렸을 때 접했던 무수한 동화의 이야기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용을 처치한 용사의 이야기.


또한 그것은 그가 최근 기억의 힘을 통해 읽어낸 것이기도 했다.


“그 이야기가 다른 세계에 넘어오며 그 세계의 마력에 따라 변질됐을 뿐. 결국 그것은 모두 실존했던 다른 세계, 실패한 수많은 세계의 이야기였다. 너희가 그간 소비했던 이야기는 모두 실화였다는 거지. 그리고 그것은 나의 세계 또한 마찬가지다.”


카룬이 목소리를 낮췄다.


“실패했으니까.”


김윤은 그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침묵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이야기로 남는 것은 상관 없다. 오히려 좋은 일이지. 우리의 고군분투를 누군가는 기억해준다는 것이니. 하지만 마석 던전은 별개의 이야기다.”


카룬이 김윤을 바라보았다.


“이 만들어진 세계는 우리의 의식을 빼앗고, 다른 세계를 성장시키는 도구로서 존재하니까. 다른 세계의 실패를 전함으로 다음 세계를 성공시킨다는 듯이.”

“의식을 빼앗는다고?”

“그래, 네가 만난 수많은 몬스터들이 그랬듯이. 이 세계는 우리의 의식을 빼앗고, 몸을 강탈한다. 너희에게 더 큰 시련을 주기 위한 용도로 말이야. 너희가 보스 몬스터라 부르는 존재도 예외는 아니다. 네가 만난 마석 던전의 놈들 중 일부도 그랬을 텐데?”


김윤은 그 말에 그가 맞선던 실바 크라켄을 떠올렸다.


“보스 몬스터라 불리는 이들은 길을 만드는 자들이었던 존재. 그렇기에 정신력을 통해 버티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나 역시도.”


카룬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이 머무는 방을 살폈다.


“내가 왜 이곳에 있는 동족들을 포탈 바깥으로 내보냈는지 아나? 포탈을 통해 그 세계의 지성체가 내부로 접하는 순간, 평소보다 강한 힘이 이곳에 사는 존재에게 관여하기 때문이다. 마치 수많은 이야기에 존재하는 평범한 던전처럼, 정해진 움직임을 따르는 존재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그래, 이건 모두를 위한 선택이었다.”


카룬이 몸을 돌렸다.


“그래, 나의 세계를 위한 선택이다. 그러니까 김윤, 계약을 이행하라.”


그리고 손가락을 뻗어 마력을 일으켰다.

그러자 김윤의 전신에서 황금빛 마력이 일어났다.


“나의 세계를 끝으로 이끄는 길을 새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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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탐색대 (1) 24.01.17 78 2 11쪽
100 귀환 (2) 24.01.16 69 2 12쪽
99 귀환 (1) 24.01.12 6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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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실패한 세계 (1) 24.01.10 6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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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불완전 (6) 24.01.05 6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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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용살검 (3) 23.12.15 60 2 11쪽
81 용살검 (2) 23.12.09 57 2 12쪽
80 용살검 (1) 23.12.08 5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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