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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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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조회수 :
18,269
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작성
23.12.25 20:30
조회
62
추천
2
글자
12쪽

개척 (3)

DUMMY


섬광에 집어삼켜진 김윤이 그대로 대지와 충돌했다.

그러나 의식을 잃지는 않았다.

그정도의 위력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끄으윽······.”


하지만 그는 이 이상 백민호를 쫓지 못했다.

그보다 더 큰 문제가 도래했기 때문이었다.


아공간과 하나로 연결된 지구.

정확히는 아름의 한 측면이 지구와 연결된 것이었다.

아름의 성벽 일대를 뒤덮은 지구의 풍경.

기이한 형태였다.


다른 면에서 보면 그저 평범한 포탈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면에서 본다면 그것은 지구의 모습을 담은, 이어진 땅이었다.

마치 아공간과 지구를 잇는 거대한 문이 생긴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곧 위협을 뜻했다.

지구와 이어졌다는 것은 몬스터들이 이곳으로 넘어올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쿠구구구구구!


아름에 가득한 인간의 마력.

그것을 느낀 몬스터들이 아공간을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모, 몬스터다!”


저 멀리서 일어나는 흙먼지를 발견한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것은 수많은 몬스터의 움직임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저 많은 게 다 넘어온다고? 아름으로?”


그 모습을 바라본 누군가는 좌절했다.


“방어선을 구축해!”


또 누군가는 아름을 지키기 위해 전의를 불태웠다.

연이은 싸움으로 너덜너덜해진 몸을 이끌고 말이다.

그리고 김윤 역시 이쪽에 속했다.


“둘을 부탁할게요.”


백민호의 공격으로 인해 중상을 입은 신윤아와 노호수을 치료 능력자들에게 맡긴 후, 그는 지구와 연결된 문이자 길을 향해 움직였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온몸에 새겨진 상처에서 통증이 피어났다.

바닥을 보이는 마력이 탈력감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곳의 시민들을 죽게 둘 순 없다.

그뿐만 아니다.

저 길이 연결된 곳.

그곳은 방금 전까지 박건영과의 전투를 벌인 곳.

즉, 길잡이의 이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는 그들을 지켜야만 했다.

그 무엇을 바쳐서라도 말이다.


그는 지키는 것에 집착했다.

과거 지키지 못했던 것에 얽매이듯이.

그렇기에 이러한 몸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는 발걸음을 옮겼다.

다리를 움직였다.

그것은 점차 빨라져 걸음에서 뜀박질로 바뀌었다.


시청에서 도심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을 쉼없이 내달렸다.

그 충격에 무릎이 다 부서질 것만 같았으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바닥을 강하게 박차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김윤의 몸이 포탄보다 빠르게 허공을 가르며 길이 열린 곳으로 향했다.

그런 그의 뒤로 전투 가능한 이들이 뒤따랐다.

각 길드의 리터너, 그리고 지구에서 온 캠프의 이들.

그들 역시 각자의 사유로 이곳을 지켜야 했다.


이유진과 신혜성이 숨을 돌리며 김윤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제야 겨우 안전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여길 지키면 그렇게 되겠지 않겠습니까. 우리의 결계를 이용하면 이쪽만 막으면 되는 거니 말이죠.”


신혜성이 마력의 검을 여럿 만들어 주변에 띄웠다.


김윤이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도와주시는 건가요······?”

“그럼요. 앞으로 함께 살아갈 곳이지 않습니까? 망가지게 둘 순 없죠.”

“그리고 우리는 이런 거에 더 익숙하기도 하고요.”


이유진이 김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을 뒤따라온 캠프의 이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들은 익숙하다는 듯이 빠르게 방어선을 구축했다.

이어 원거리 무기들을 준비하며 점차 다가오는 흙먼지를 노려보았다.


“키에에에엑!”


거리를 좁힌 몬스터들의 괴성이 들려왔다.


“사격 개시!”


그러자 수많은 화기가 불을 뿜었다.


앞서 달려오던 수많은 몬스터가 바람 구멍이 뚫린 채로 바닥을 굴렀다.

그것은 곧 뒤따라오는 이들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어 잇따라 충돌을 일으켰다.


서로 뒤엉킨 채 구르는 몬스터들.

그리고 그것을 짓밟고 넘어서려는 몬스터들.


“지금!”


그들의 위로 수많은 폭격이 쏟아졌다.

각종 폭탄과 마력으로 이루어진 스킬의 세례였다.


이어 그것에도 살아남은 몬스터들은 근접 특화인 이들이 처리했다.

전초 기지에 있다 몰려든 이들에게 합류한 박다민이 창을 내질렀다.

근처에 있던 신혜성은 마력이 된 검을 쏘아냈고, 김윤은 지도로 만들어낸 도끼를 휘둘렀다.


타앙! 탕! 쾅! 콰과광!


쏘고 또 쏘아낸다.


서걱! 콰드득!


베고 또 베어낸다.


“크아아악!”


끝이 없는 몬스터의 파도.

그 흉포한 파도에 맞서던 이들이 하나둘 목숨을 잃기 시작했다.


“포기하지 마! 맞서 싸워라!”


그럼에도 그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쏟아지는 몬스터가 모조리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말이다.



***



“처음 보는 개체들이군요. 서울의 남쪽에선 본 적이 없습니다.”


신혜성이 바닥에 가득 쌓인 몬스터의 사체를 살폈다.

동시에 자신의 발밑에 있는 몬스터의 머리에 마력의 검을 박아넣었다.

아름을 습격한 몬스터 웨이브 중 마지막 한 마리였다.


“강북에서도 본 적이 없는 개체입니다.”


헌터즈의 리터너 중 하나 역시 몬스터의 사체를 살폈다.

한강 남쪽은 물론 북쪽, 그리고 서울 내에서 본 적이 없는 몬스터였다.


“서울과 연결된 게 아닌가 보군요.”


이유진이 망가진 총기류를 내버리고는 길을 살폈다.

몬스터가 넘어온 것을 보아하니 이곳은 완벽하게 연결된 길.

그렇기에 넘어가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녀는 아공간과 지구가 연결된 곳을 사뿐히 넘어갔다.

그러자 주변이 온통 지구의 풍경으로 변했다.

확실하게 이어진 것이었다.


“들어오는 것은 물론 나가는 것도 자유롭군요.”


그녀가 도로 아공간으로 들어왔다.


‘안전 확보를 위해 더 확인해보고 싶지만··· 일단 부상자 치료와 결계가 우선.’


곳곳에 사망자는 물론 부상자가 속출한 상황.

그것의 정리가 우선이었다.


마력이 남은 치료 스킬을 지니니 이들은 중상자의 치유를.

결계 설치가 가능한 이들은 이유진과 최지원을 따르며 길 근처에 임시로 결계를 펼쳤다.


“당장은 마력이 없어서 임시에 불과해요.”

“그런데 지구랑 연결된 거면 이곳에 지구의 마력이 흘러들어오는 거 아니야?”


호위 목적으로 그들을 뒤쫓던 박다민은 문뜩 의문이 샘솟았다.


“확실히······.”


이유진은 곧장 마력을 확인했다.

아공간은 마력이 매우 옅던 상황.

그러나 이 근방은 조금 달랐다.

실제로 지구의 마력이 빠르진 않으나 흘러들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느리지만 마력이 흘러들어오고 있네.”

“그럼 결계도 금방 더 좋은 거로 바꿀 수 있겠네.”

“그보다 문제는 이 도시가 어떻게 돌아갈지 인데······.”


그녀가 폐허가 된 주변을 살폈다.

박건영이 일으킨 폭발로 일대가 날아가 폐허가 된 땅.

그 범위가 얼마나 큰 지 아름의 2할 정도가 날아간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도시의 지도자마저 잃은 상황.

그뿐만 아니라 지구와 연결되어 몬스터마저 넘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도시의 상황은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이제 그놈들의 습격은 없을 거 아니에요.”


박다민이 아름 곳곳에 생긴 포탈을 바라보았다.

마석 던전이 있던 땅, 마석 그 자체를 옮겨온 곳이었다.


“저것들이 문제긴 한데······.”


때문에 아름 곳곳에는 마치 지구처럼 푸른 마석이 곳곳에 박혀있었다.


“아직 몬스터가 나오지는 않았어.”


이유진 역시 마석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곁에 있던 캠프의 일원이 물었다.


“그럼 저곳에도 결계를 칩니까?”

“일단은 그래야겠죠. 마력이 있는 사람은 계속 움직입시다.”


그녀가 손뼉을 치며 캠프의 이들을 이끌었다.

그들은 결계를 치고, 아공간의 이들은 뒷수습을 하는 시간이 흘렀다.


몬스터의 사체를 회수하던 신혜성이 의문을 표했다.

그는 결계를 익히지 않아 사체 회수 쪽에 붙어 있었다.


“그런데 김윤 씨는 어디로 갔죠?”


전투 이후로 김윤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혹시 몬스터의 사체 밑에 깔리기라도 한 것일까.

안 그래도 연속된 전투로 상태가 좋지 못해 보이던 그였다.


“그러게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다른 리터너들이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김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말 깔려 죽기라도 한 건······?”


그들이 발밑에 있는 수많은 몬스터의 사체를 바라보았다.



***



“여긴······?”


김윤이 눈부신 햇살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지금 익숙한 장소에 불려와 있었다.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암석 지대.

그리고 그곳에 있는 거대한 바위 성.

마석 던전 중 하나, 골드 리자드맨의 땅인 태양의 성지였다.


“카룬······?”


김윤이 얼굴에 달라붙은 몬스터의 피와 살점을 닦아내며 카룬을 바라보았다.

그가 풍기는 분위기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마치 자신을 휘감던 의문의 의지와 대척했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죽을 뻔 했구나 네놈. 그것도 각성을 한 채로 말이다.”


카룬이 황금빛으로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김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거대한 손가락을 뻗어 그의 심장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의 옷이 갈라지며 심장 부근을 드러냈다.

그곳에는 황금빛 문양이 수놓아져 있었다.


“이건······?”

“네 목숨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나를 위해 너는 죽어서는 안 되니 말이다.”


김윤이 몬스터에게 살해당하기 직전.

이 문양이 그를 이곳으로 강제로 이동시킨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임무를 마친 황금빛 문양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김윤은 그제야 그가 자신에게 총탄을 쏘았던 일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런 게 있었지.’


“하지만 각성은 이루었으니 칭찬해주마.”


카룬이 육중한 몸을 움직였다.

그의 거대한 얼굴이 김윤에게 다가왔다.


“길을 새기는 자여.”


이어 하나의 문장을 내뱉고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제약은 얼추 풀렸구나.”

“길을 새기는 자······?”

“그래, 그것이 네가 선택받은 길이다.”


카룬이 다시 몸을 가져가 등받이에 맡겼다.

그리고 팔을 하나 들어올려 자신의 턱을 괴었다.


“길을 만드는 자는 총 넷이 존재한다. 길을 새기는 자, 잇는 자, 비트는 자, 지우는 자. 그중 너는 새기는 자에 해당한다.”

“새기는 자······.”


김윤이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백민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길을 비틀어라. 길을 이어라.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길을 개척할 것이다.


그 말에 따르면 백민호와 최지원 역시 길을 만드는 자.

그중에서도 비트는 자와 잇는 자일 것이다.


“······길을 만드는 자는 대체 뭐죠? 제약이 풀렸다는 건 설명해주실 수 있는 건가요?”

“깨닫지 못했나? 이상하군. 각성과 동시에 그곳에 다녀오는 게 관례일 텐데······.”


김윤의 질문에 카룬이 턱을 괴던 손으로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그곳?”


그는 확실히 각성했다.

그것은 힘의 변화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나 힘의 변화만 있을 뿐 달라진 것은 없었다.


백민호, 그리고 카룬의 말에 따르면 각성과 동시에 무언가 깨닫는 게 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세계의 구조가 틀어진 건가? 아니, 그건 불가능하다.”


카룬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설마 그날의 의지가?”


그가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김윤을 노려보았다.


“너 나누어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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