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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oMeNon 님의 서재입니다.

검은 비늘 연맹 : 디온 내전사 episode1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SanToMeNon
작품등록일 :
2019.04.01 12:41
최근연재일 :
2019.04.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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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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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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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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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5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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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강철의 발견 (3)

DUMMY

누조의 말대로 꺼내진 세텔야르실의 칼날은 더 이상 냉기를 내뿜지 않고 가만히 있었고, 다르카는 먼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목숨의 위협은 피했지만, 강철을 만들어낸 냉기가 아쉬웠는지 다르카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아마도 자네의 피에서 생명력을 뽑아다 냉기로 만들었던 모양이우다.”

“쓸모가 많았운데 ...”

“돌의 냉기보다는 자네 목숨이 더 쓸모가 많지 않겠우까?”


누조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린 다르카는 그가 만들어낸 두 개의 막대를 보고는 그것에 만족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날 이후 크라테를 위한 망치질 소리는 새로운 강철 검들을 위한 망치질 소리로 바뀌었다.


“작은 놈은 나를 위한 것이우까?”

“제법 뻔뻔해졌우다?”

“자네만 하겠우까?”


한편 동굴 밖의 천막에 있던 크라켄은 그의 손에 들려있는 서신을 읽다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천막 안으로 들어오며 크라테는 서신을 앞에 둔 형의 모습을 보고는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그자의 서신이우까? 뭐 하러 그런 자의 도움을 받겠다고 ...”

“너가 부족장의 책임감을 몰라서 하는 소리이우다.”

“책임감? 나는 예전에도 말했지만 남의 것을 빼앗아 우리 배를 채우는 게 책임감이라고 생각하지 않우다.”

“그러면 굶어 죽기라도 하자는 말이우까?”

“굶어 죽으나 싸우다 죽으나 죽는 건 매한가지 아니우까?”

“네 놈은 말리콘으로써 ...”

“그 놈의 명예, 명예, 명예. 형의 쓸데없는 충성심에 암살자로 한번 붙잡히고 나니, 명예 그거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더구로.”


크라켄은 자신 때문에 전쟁 포로가 되었던 크라테의 과거를 떠올리며, 그의 동생에게 더 이상 말을 붙이지 않았다.

대신 천막으로 가까워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아슈르 전사가 들어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다르카에게 문제가 생겼우까? 또 농땡이를 피는 것이우까?”

“망치질 소리는 계속 들리요다. 헌데, 뭔가 이상하요다.”

“대장장이가 무기만 잘 만들고 있으면 됐지, 뭐가 또 이상하다는 것이우까?”

“그것이 ... 뭐라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우요나, 제가 귀가 좋은 편이요다.”

“됐고, 어서 본론이나 말하우.”

“쇠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 같은 것 같우요다. 칼도 부위에 따라 망치 소리가 다르게 들리우는데 며칠째 한 개만 붙잡고 두드리는 것 같은 ...”

“크라테, 가보우.”

“야, 야 ...”


크라켄의 말에 크라테는 귀찮다는 듯이 일어서서 귀가 좋다는 전사와 함께 동굴 안으로 향했다.

그 시각 다르카와 누조의 강철 검은 아직 날도 다 잡히지 않은, 그저 목검 수준의 모습이었다.

망치질 사이로 두 개의 발걸음소리를 느낀 누조가 다르카에게 잠시 멈춰보라는 손짓을 보냈다.

저녁 식사시간도 아닌데 여럿의 발자국 소리를 들은 다르카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이르우다 ...”

“내가 시간을 좀 끌어보우까?”

“끌어서 되는 시간이 아닌 것 같우만.”


가까워져 오는 발걸음 소리에 다르카는 강철 단검을 누조에게 건네고는 자신은 긴 강철 검과 함께 몸을 숨겼다.

크라테와 전사가 보이지 않는 다르카와 누조를 찾아 동굴 안을 돌아보았을 때, 다르카가 튀어나와 크라테의 뒤통수를 갈겼다.



“으아아악!”

“뭐, 뭐하는 짓이우 ... “



당황하는 전사의 가슴팍을 막대와 다름없는 검으로 올려 친 다르카는 이제는 이판사판이라는 표정으로 누조와 함께 동굴 밖으로 향했다.

천막에 있던 크라켄은 동굴 속에서 울려 나오는 동생의 비명소리에 칼을 들고 천막을 나왔다.

이미 많은 수의 전사들이 크라테의 비명소리에 동굴 앞으로 모여들어있었고, 크라테는 전사들에게 동굴 안으로 들어가라며 윽박을 질렀다.

부족장의 호통에 다섯 명의 전사들이 칼을 뽑고 동굴 안으로 달려들어갔고, 이내 다르카와 마주쳤다.


다르카는 쇠칼을 든 아슈르 전사를 그의 강철 검을 그대로 내리쳤고 전사의 칼이 보기 좋게 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누조는 자신의 강철 단검을 내려보며, 자신도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을 얻었는지 합세하였다.

다르카와 누조의 강철 앞에 아슈르 전사들의 칼과 방패는 엿가락 마냥 휘어져 상대가 되지 않았다.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은 다르카가 동굴 밖의 빛을 쫓아 뛰어나가려 할 때, 누조가 달려들어 다르카를 막았다.


“조심하우!”


누조와 함께 쓰러진 다르카의 머리위로 크라켄과 그의 전사들이 쏜 화살이 날아가 동굴 입구 곳곳에 박혔다.

곧바로 일어선 다르카와 누조는 그들을 포위한 아슈르 전사들의 틈으로 달려들어가 강철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다르카는 천막들 한 켠에 보이는 말을 향해 길을 뚫어갔고, 누조는 그런 다르카의 뒤에서 단검을 휘둘러 전사들이 오지 못하게 했다.

다르카가 가까스로 말을 타고 누조를 데리러 말을 몰았을 때, 아슈르 전사들이 쏜 화살이 누조의 몸에 박혀 들어갔다.


“누조! 내 손을 잡으시우!”

“나는 틀렸우다. 먼저 가시우!”

“부인이랑 딸이 기다린다 안하였우까?”


다르카는 자신을 두고 가라는 누조의 목덜미를 잡아채고는 말을 달렸고, 원췌 왜소한 체구던 누조는 그대로 질질 끌려갔다.

누조는 옷깃을 잡고 있는 다르카를 올려보며 천천히 눈을 감고 그의 손에 쥐고 있던 단검을 떨구었다.


며칠 뒤, 여름이 성큼 다가온 봄의 끝자락. 당갈 부족의 마을.

다르카와 함께 말을 타고 온 누조를 그의 부인 니르본이 말에 끌어내리고는 곧바로 치료하기 시작했다.

한편, 당갈 부족의 마을에서 다르카를 기다리던 조긴은 다르카가 왔다는 사실에 곧장 누조의 집으로 달려갔다.

강철 검을 든 채, 달려오는 조긴을 향해 웃음 지은 다르카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조긴은 다르카를 따라 웃었다.


“역대 최고의 지각이구로.”

“불타는 밤을 보내느라 늦었우다.”

“역시 자네는 내가 호위해야하우다. 츠키가 걱정이 많이 하고 있을 거우다.”

“얘기 했우까?”

“당연히 너가 없어졌는데, 이틀에 한 통씩 서신 보냈지.”

“하 ... 돌아가는 길에 우린 또 납치될 거우다.”


다르카와 조긴이 누조의 집 앞에서 만담을 하는 사이, 누조의 부인 니르본이 다르카를 찾아 나왔다.

급하게 누조를 내리느라 이제서야 제대로 니르본을 마주한 다르카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살짝 정신을 놓았다.


“감사하요다. 박힌 화살도 그대로 두어서 심한 출혈을 막았수요다.”

“아, 뭐, 그 ... 워낙 정신 없이 다, 달려오느라 ...”

“원래부터 허약한 체질이라 깨어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우만, 남편을 대신해서 감사하다 인사 드리러 왔수요다.”

“아, 괘, 괜찮수요다.”

“이쪽 호위 전사분께 이야기 들었우요다. 바쁘실 텐데 이만 저도 남편 병수발을 위해 들어가 보겠수요다.”

“아, 야. 야, 들어가시요다.”


니르본과 그녀를 따라 나온 레시아가 누조의 곁으로 돌아가고 멍하니 그 뒷모습을 보던 다르카를 조긴이 툭툭 쳤다.


“너가 납치된 것보다 너가 여성 앞에서 긴장한 게 더 놀라우다.”

“저 아이 ... 크면 엄청 예뻐질 것 같우다 ...”

“하하, 미친놈 아니우까? 레시아 저 아이, 이제 일곱 살이우다.”

“내가 장인 어른을 살렸우요다.”


다르카의 멍한 말에 조긴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고, 다음날 아침 조긴의 말을 타고 둘은 가이노 부족의 마을로 향했다.

여름이 되어 다르카와 조긴이 가이노 부족의 마을 입구에 다 달았을 때, 그곳에는 아주 익숙한 사람이 서있었다.

다르카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그를 기다리던 자르문 츠키는 다르카가 말에서 내리는 것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말에서 내린 다르카는 다리를 쩔뚝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가 빤히 얼굴을 쳐다보며 말을 건넸다.


“내가 살아 돌아온 게 그렇게 슬픈 일이우까?”

“수확제 준비를 내가 혼자 다 할까 봐 울었우다.”

“그건 달라질 문제가 아닌 것 같우다.”


그사이 마구간에 말을 넣고 돌아온 조긴이 다르카와 츠키에게 다가와 물었고, 츠키는 의술사에게 먼저 가야 한다고 대답했다.


“자, 이제 돌아왔으니 어떻게 차라도 한 잔?”

“의술사에게 먼저 가우.”

“아니우다.”


하지만 무언가 다른 생각이 있다는 듯 다르카는 츠키의 말을 단칼에 거절했다.


“다리 저는 것 아니우까? 가서 치료라도 ...”

“싫우. 봄이 다가도록 동굴 속에서 돼지 사료나 먹다가 왔우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딱 두 가지우다. 몽갈이네 돼지구이랑 또 하나는 ...”

“어휴 ... 안 들어도 알겠우다. 그러다 뼈 삭 ...”

“순은.”


여자가 필요하다 할 줄 알고 진절머리를 치던 츠키는 순은이라는 다르카의 말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순은?”

“우선은 돼지고기 먼저, 시장으로 가우.”


다르카의 귀환 소식에 스탄 오베른이 그를 찾아 시장으로 찾아왔고, 다르카, 츠키, 조긴이 앉아있는 평상에 앉았다.


“다르카, 무사히 돌아왔구로! 의술사는 안 봐도 괜찮은 거우까?”

“괜찮수요다.”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부족장 다르카를 위해 시장 상인 다브 몽갈은 잘 익힌 돼지 구이를 한 가득 썰어 내왔다.


“하하, 역시 몽갈이구로. 아발(아버지)을 닮아 손이 크우다!”

“아달(삼촌) 껀 안시켰우욘데? 장난이요다.”


식사를 하며 다르카의 호위무사 조긴은 세텔야르실의 칼날이 다르카의 목에 없음을 알아차렸으나 따로 입 밖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한 가득 쌓여있던 돼지고기가 어느새 그 밑바닥을 드러낼 즈음, 다르카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오베른에게 물었다.


“아달(삼촌), 철보다 강한 철이라고 들어보았우요까?”

“철이면 철이지 철보다 강한 철은 또 무슨 말이우까?”

“흠 ... 아니요다.”

“혹시 다르호가 말레안에게 주었다던 물결치는 쇠 말이우까?”


오베른은 생전에 다르호가 언뜻 이야기했던 말레안의 푸른 칼, 다이나실을 떠올리며 됐다던 다르카에게 되물었다.

많은 사람들이 말레안과 그의 푸른 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였으나 어디까지고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미화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 지 오래였다.


“아니우다. 그냥 말장난 한번 해본 것이우다.”

“너답지 않게 싱겁구로.”

“자 이제 원하던 고기도 양껏 먹었우니, 슬슬 일어나우까?”


아슈르 크라켄은 당갈 누조가 흘리고 간 강철 단검으로 자신의 칼을 내리쳤고, 무력하게 휘어버린 그의 칼을 보았다.

다르카가 내려치며 머리를 다친 그의 동생 크라테는 반신불수의 상태가 되어 천막 한 켠에 앉아있었다.

고개를 젖히고 혀를 내민 채,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크라테의 침을 닦아주며, 크라켄은 다르카와 누조에 대한 분노에 불타올랐다.

잠시 후 그의 막사로 들어온 아슈르 전사의 손에는 한 통의 서신이 들려있었고, 그것을 낚아챈 크라켄은 서신의 내용을 살폈다.


“그분에게서 온 서신인 것 같수요만, 무슨 내용이우까?”

“쓸데 없는 내용이우다. 우리 부족의 식량은 어떠하우까?”

“지난 난리통에 죽은 전사들로 인해 입이 줄어, 여름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수요다. 허나 건기가 오기 전에 ...”

“됐우다. 서신을 가지고 온 이는 밖에 있우까?”

“야, 곧바로 돌아가려는 것 같수욘데, 기다리라 전달하요까?”

“야, 내 서신을 갖고 돌아가라 하우.”


크라켄은 즉시 책상 위에 종이를 깔고는 빠르게 서신을 적었고, ‘그분’의 서신 전달자를 멈춰 세운 전사가 다시 돌아왔다.

크라켄은 서신을 말아 전사에게 건네주고는 동생 크라테 옆에 나란히 앉아 다시 그를 보살피기 시작했다.


한편, 가이노 부족으로 돌아온 이후 다르카는 한동안 자신의 개인 대장간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오르단 다락이 죽으며 시작된 여름의 덥고 습한 장대비 속에서 다르카는 강철을 다시 구현해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하온의 쇳조각과 발라크 숲의 참나무 숯까지 썼는데 ... 왜 안되는 거우까 ...”


다르카는 시마칸 초원에서 만들어온 강철 검을 바라보며, 연이은 실패에 머리를 감싸 쥐었다.

다르카의 책상 위 책에는 그 동안 다르카가 시도한 여러 종류의 재료들과 그 조합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그런 그의 등 뒤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고 동굴 속에서 발자국 소리에 긴장하던 버릇 탓에 다르카는 눈을 살짝 감았다.

하지만 당연히 익숙한 그 발자국이 츠키의 것임을 깨달은 다르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츠키에게 말했다.


“츠키, 순은은 언제 준비되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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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강철의 발견 (9) 19.04.18 42 0 15쪽
36 강철의 발견 (8) 19.04.17 89 0 15쪽
35 강철의 발견 (7) 19.04.17 51 0 14쪽
34 강철의 발견 (6) 19.04.16 48 0 15쪽
33 강철의 발견 (5) 19.04.16 70 0 15쪽
32 강철의 발견 (4) 19.04.15 44 0 14쪽
» 강철의 발견 (3) 19.04.15 42 0 13쪽
30 강철의 발견 (2) 19.04.14 94 0 14쪽
29 강철의 발견 (1) 19.04.14 63 0 13쪽
28 appendix 2. 19.04.13 68 0 15쪽
27 늑대의 두 아들 (13) 19.04.12 50 0 17쪽
26 늑대의 두 아들 (12) 19.04.12 45 0 14쪽
25 늑대의 두 아들 (11) 19.04.11 54 0 14쪽
24 늑대의 두 아들 (10) 19.04.11 56 1 14쪽
23 늑대의 두 아들 (9) 19.04.10 68 1 13쪽
22 늑대의 두 아들 (8) 19.04.10 41 1 15쪽
21 늑대의 두 아들 (7) 19.04.09 67 1 13쪽
20 늑대의 두 아들 (6) 19.04.09 99 1 14쪽
19 늑대의 두 아들 (5) 19.04.08 50 1 14쪽
18 늑대의 두 아들 (4) 19.04.08 31 1 14쪽
17 늑대의 두 아들 (3) 19.04.07 39 1 13쪽
16 늑대의 두 아들 (2) 19.04.07 31 1 13쪽
15 늑대의 두 아들 (1) 19.04.06 60 1 13쪽
14 appendix 1. 19.04.06 43 1 14쪽
13 첫 번째 수호자 (12) 19.04.05 31 1 14쪽
12 첫 번째 수호자 (11) 19.04.05 37 1 13쪽
11 첫 번째 수호자 (10) 19.04.04 31 1 16쪽
10 첫 번째 수호자 (9) 19.04.04 33 1 13쪽
9 첫 번째 수호자 (8) 19.04.03 3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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