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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oMeNon 님의 서재입니다.

검은 비늘 연맹 : 디온 내전사 episode1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SanToMeNon
작품등록일 :
2019.04.01 12:41
최근연재일 :
2019.04.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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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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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수 :
23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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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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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강철의 발견 (1)

DUMMY

하이란 전쟁 승전 기념식이 열리고 있던 티반 부족의 마을.

하이란 전쟁 이후 2년에 한번씩 열리는 이 행사에 부족장이 되고는 처음 초청된 다르카를 주최자인 티반 오브란이 소개하고 있었다.


“이후 20살이 된 가이노 다르카가 부족장의 자리를 요구하며 스탄 오베른은 임시 부족장의 자리에서 물러나 부족장을 위임하였우요다. 부족장님 여러분은 새로운 가이노의 부족장, 가이노 다르카를 큰 박수로 환영해주시기 바라요다!”


부족장들의 박수소리가 연회장을 가득 메웠으나 연회 시작 무렵 볼일을 보러 간다던 다르카는 아직까지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다르카와 함께 기념식을 찾아와 옆자리에 앉아있던 오베른에게 옆자리의 오르단 다락이 무슨 일이냐는 듯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브란 부족장님의 소개에 감사하요며, 여기 모이신 부족장님 여러분께 인사를 올리요다. 물론 이 얼굴이 스무 살의 얼굴이라 주장하려는 건 아니요다.”


다락이 어떻게든 해야 하지 않겠냐는 눈치를 주자, 나타나지 않는 다르카를 대신하여 오베른이 일어나 오브란의 소개에 화답을 하였다.

이미 수 차례 오베른을 만나보았던 부족장들은 그의 이야기에 가볍게 웃어주었고, 다락의 잘했다는 끄덕임에 오베른은 이야기를 이었다.


“물론 지금도 볼일을 보러 갔지요만, 오브란 족장님의 꼼꼼한 소개와 부족장님 여러분의 뜨거운 박수에 긴장하여 다시 한번 볼일을 보러 갔을 것이요다.”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모르게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은 오베른에게 다락은 수고했다는 듯이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오베른이 임기응변으로 진땀을 빼고 있던 그 시각, 다르카는 티반 부족의 마을 시장 한 켠에 위치한 찻집에 있었다.


“방금 너의 뒷자리에 괜찮은 여자 한 분 앉았우다.”

“괜찮은 거우까?”

“얼굴은 괜찮우고, 몸이 아주 ...”

“그거 젓가락 내놓으시우.”


자신보다 두 살 많은 호위 전사 조긴의 말에 그가 쓰던 나무젓가락을 낚아챈 다르카는 젓가락을 깎아 세공을 시작했다.

그의 빠른 손놀림에 작은 조각칼은 춤을 추듯 움직이며 나무젓가락을 각양각색의 무늬로 수놓았고, 이어 약간의 옥구슬과 물감이 더해졌다.

다르카는 나무젓가락을 이용하여 그 자리에서 직접 만든 머리장식을 건네며, 뒷자리의 여인에게 작업을 걸기 시작했다.


“와, 아기자기한 무늬들에 선명한 색감. 예쁘우다. 그런데 이걸 왜 저한테?”

“혹시 아발(아버지) 있우까?”

“아발(아버지) 없이 태어나는 사람도 있우까?

“내가 당신 아발(아버지)이라면 머리장식 받게 두진 않을 것 같우다.”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것이우까?”

“지금도 아름다운 아늘(딸)이 더 아름다워지면 여러모로 곤란해지지 않겠우까?”


다르카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이 가볍게 웃어 보인 그녀는 다르카가 건네준 머리장식을 그녀의 묶인 변발에 꽂아 넣으며 물었다.


“그 말은 어디서 연습한 것이우까?”

“밤마다 침대에 누워서.”

“오늘 승전 기념식이 있다하운데, 말을 보아하니 ...”

“같이 연습해보지 않겠우까?”

“여자 후리기로 유명한 가이노 다르카, 아니우까?”


자신에게 머리장식을 건넨 사내가 다르카라는 것을 눈치챈 그녀에게 다르카는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최고의 대장장이는 최고가 아닌, 한물간 녀석들을 돌아보지 않는 것이우다.”

“대장장이라면 가서 쇠나 두들기시우지 ...”

“진정한 장인은 재료를 가리지 않는 것이우다.”

“지금 뭐 하는 짓이 ...”


다르카는 그녀의 옆에 앉아 머리를 쓸어 내리다가 이내 그의 손을 그녀의 붉어진 볼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뜨겁게 달구고 이제 곧 두들기려 하우다.”


사흘 뒤 오베른의 잔소리와 함께 부족의 마을로 돌아온 다르카는 뚱한 표정으로 평소처럼 집안에 마련된 개인 대장간에서 풀무질을 하고 있었다.

다르카네 식모이자 어릴 때부터 다르카의 누나 역할을 해주던 자르문 츠키 역시 좋지 않은 표정으로 아침 식사를 들고 찾아왔다.


“두유는 도로 가져가우.”

“중요한 자리였운데, 그렇게 사고를 치면 어떡하구로.”


다르카는 그녀의 잔소리가 듣기 싫다는 듯이 망치를 집어 들고는 달궈진 쇠를 내려쳤다.

츠키는 이미 박자를 알고 있다는 듯이 망치질 소리 사이로 그녀의 말을 집어넣었다.


“오늘, 당갈 부족, 약탕기, 늦었우다.”

“내 마차는 충분히 빠르잖우.”

“부족 마차,

“그리고 약탕기가 중요한 것이우지, 족장인 내가 꼭 가야하우까?”


망치를 집어 던지며 돌아선 다르카의 질문에 츠키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수확제 이야기를 꺼냈다.

수확제 이야기에 골치가 아파진 다르카는 적당히 둘러대며 당갈 부족의 마을로 떠나버리려고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그래서 올 수확제 계획은?”

“그건 가을이잖우까? 봄부터 닦달하기엔 좀 많이 이른 것 같운데?”

“부족원들이 자꾸 물어 보우.”

“작년대로 하면 되지 않우까? 수확제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

“부족장인 너가 작년에 어디서 무얼 했우까?”

“그보다 아잘(누나), 오늘 뭔 일 있우까?”


다르카의 시큰둥한 태도에 츠키는 작년 수확제 일을 꺼내 들며 쉴 틈 없이 공격을 몰아쳤다.

다르카는 츠키의 잔소리를 그만 듣고 싶어서인지, 뭔가 평소와는 달라진 그녀의 분위기를 지적했다.


“오늘이 내 생일이우다.”

“물론, 알고 있었우다.”


알고 있었다는 말과 달리 다르카의 표정은 벌써 그렇게 되었냐는 표정으로 츠키의 생일을 다시 한번 짚고 있었다.

그런 다르카의 표정을 읽은 츠키는 다르카의 옷고름을 묶어주며 빈정대는 투로 말했다.


“이상하우까? 내 생일이 작년과 똑같이 쥐의 대월 마지막 날이라서?”

“내 창고에서 비단이라도 꺼내 새 옷이라도 하나 지어 입우.”

“내 창고가 아니고 부족 창고. 그리고 지금 입고 있는 게 새 옷이우다.”


츠키를 피해 빠르게 마을 광장으로 향한 다르카는 그곳의 마차들 중 약탕기가 놓여있지 않은 마차를 골라 그 뒤 칸에 올랐다.

늦게 도착한 다르카는 자신과 같이 마차를 타고 있는 전사들을 둘러보았고, 그의 마차 옆으로 홀로 말을 탄 조긴이 다가왔다.


“아달(아저씨)도 안계시운데, 오늘은 어쩐 일로 마차가 떠나기 전에 왔우까?”

“아 그러고 보니 오베른 아달(아저씨)이 안보이시우다?”

“하온의 철광산에서 한참 동안 광산이 오지 않아 아침 일찍 확인하러 가셨우다.”

“자 그럼 어서 타시우.”

“이번엔 오베른 아달 대신 내가 먼저 당갈 부족으로 가서 자네의 지각 뒤처리 해야하우다.”


조긴은 보통의 사내들보다 일찍 성인식을 치른 다르카의 민머리를 만지고는 곧바로 말을 달려 당갈 부족의 마을로 향했다.

그로부터 13일 뒤, 아슈르 부족의 화살을 가슴에 맞은 다르카는 동굴 속 모닥불 옆에서 눈을 떴다.

깨어난 다르카는 명치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에 누운 채 주변을 돌아보았고, 동굴 한 켠에서 책을 읽는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다르카는 그를 신경 쓰지 않으며, 손발을 움직여보았고 이내 자유롭지 않은 움직임에 손발이 묶여있다 생각하고는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얼어 붙었우면 가만히 누워있겠우다.”


책을 읽던 남자의 말에 다르카는 고개를 최대한 들어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고, 시퍼렇게 얼어붙은 몸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내, 내 몸에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우까?”

“한 것? 앞으로 무슨 짓을 할 것이우만.”


책을 내려놓은 왜소한 체구의 남자는 천천히 다가와 다르카 옆에 털썩 앉고는 다르카의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뭘 ... 하겠다는 것이우까?”

“지금 가슴에 박힌 돌 조각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냉기가 전신을 얼려가고 있우다.”


아슈르 부족의 습격 당시 날아온 화살이 다르카의 목걸이를 때려 목숨은 구했으나, 세텔야르실의 칼날을 싸고 있던 유리가 깨어졌다.

운이 좋게도 다르카의 목숨을 구해준 세텔야르실의 칼날은 운이 나쁘게도 화살의 충격에 밀려 다르카의 가슴뼈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하루간의 진행 상황을 보았을 때, 이대로 두면 내일 당신의 눈이 떠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망상에 가까운 욕심일 것이우다.”

“설명은 됐고 빨리 어떻게 좀 해보시우!”


사내는 그의 가냘픈 손가락으로 다르카의 꽝꽝 얼은 가슴을 톡톡 치며, 다르카에게 무언가의 잎을 말린 것을 보여주었다.


“지금 보여드린 것은 불나래풀의 잎을 말린 것이운데, 이것을 달여 마시게 되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우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심장 박동이 빨라져 죽을 수도 있우다. 달여 드리우까?”

“나 살리려고 하는 거 아니우까? 먹고 죽는 걸 왜 먹이우까?”

“운이 나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우. 반드시 죽는다는 것은 아니우다.”


다르카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사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얼굴 너머, 동굴 벽에 그려져 있는 하나의 표식을 보게 되었다.

불나래풀을 들고 있던 사내는 다르카의 초점을 따라 고개를 돌려 표식을 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저건 아슈르 부족의 표식이우. 시마칸 초원 한가운데에 저들이 어떻게 이런 지하 동굴을 발견했는지 참으로 놀랍우다.”


다시 눈을 감고 생각에 빠진 다르카를 보며, 사내는 어차피 마시게 될 것이라 여겼는지 불나래풀을 달이기 시작했다.


“시마칸 초원에 산지 근 십 년이 다 되가는데도 이런 곳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우다. 아, 내 소개를 안했구로. 당갈 누조, 당갈 부족의 족장이우다.”

“당갈 누조?”


당갈 누조, 약초술과 의술로 유명한 당갈 부족의 족장이자 정령술의 대가 당갈 인조의 아들.

그런 당갈 누조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내의 말에 다르카는 갑자기 눈을 번뜩 뜨며, 놀란 듯이 물었다.


“야, 당갈의 족장이 왜 여기 있는지 궁금하기야 하시겠우만 ...”

“일단 그거 약부터 주시우.”

“참 그 이름이라는 게 뭔지 신기하지 않우까? 방금 전까지도 불나래풀의 부작용을 그렇게 두려워 하우던 사람이 ... “


당갈 누조는 쓴 웃음을 지으며 달여진 약을 사발에 옮겨 다르카 옆에 다시 앉고는 숟가락으로 약을 떴다.


“일어나 마시기는 힘들테우니, 떠먹여 드리우다. 이 근방에 불나래풀이 많은 게 죽을 운명은 아니었나 보우다.”

“여긴 어디우까?”

“아까 말한 대로 시마칸 초원의 지하 동굴이우다. 대충 시마칸 부족의 마을과 크로나 협곡 중간쯤이 아닐까 싶우다.”


누조가 약을 얼추 다 흘려주었을 무렵, 동굴 속에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와 웅성거림이 점점 가까워지는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조잡한 칼과 방패를 든 아슈르 부족의 전사 몇 명이 다르카와 누조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슈르 부족에 온걸 환영하우다, 가이노 다르카. 나는 아슈르 크라켄, 아슈르 부족의 족장이우.”


누워있는 다르카에게 다가온 한 사내의 말에 누조 역시 놀란 눈으로 다르카를 쳐다보았다.


“말리콘 최고의 대장장이 다르호는 떠났우만, 그의 머리와 손을 고스란히 이어받았을 거우다. 가이노 다르카, 우리를 위해 무기들을 만드시우.”

“그건 좀 힘들겠우다. 보다시피 몸이 이래 ...”



아슈르 크라켄은 누워있는 다르카의 머리를 발로 찼고, 이어 누조의 뺨을 때리고는 소리쳤다.


“인조의 아들이라더니, 몸뿐만 아니라 의술도 병신이었구로! 네 놈이 훔쳐간 우리 아날(여동생)을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갈리우다!”


크라켄에게 맞고는 동굴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은 누조는 크라켄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반박도 하지 않으며 그저 그의 외침을 들었다.


“다르카 이자가 칼과 방패 이백 벌, 화살 2천 발을 만들기 전까진 네놈과 다르카 둘 다 살아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우다!”


크라켄은 주저 앉아 있는 누조의 배를 걷어차고는 그의 전사들을 이끌고 동굴 어디론가 사라졌다.


“자네가 가이노 다르카였우까? 왜 진작 말하지 않았우까? 그렇다면 가슴에 이것이 ...”

“야, 우리 아발(아버지)이 주신 세텔야르실의 칼날이우다.”

“하 ... 이런 우연이 있우까. 안그래도 조만간 우리 부족에 약탕기를 가져다 주기로 하지 않았우까?”

“이제 와서 약탕기가, 칼이, 방패가, 화살이, 다 무슨 소용이우까. 세텔야르실의 칼날이 날 죽일 것이운데.”


다르카의 말에 누조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그가 읽던 책을 주워 들고는 무언가를 찾아 집중해서 읽기 시작했다.

한편 누조가 설명했던 불나래풀의 약효가 돌기 시작했는지 다르카는 그의 눈이 천천히 감기는 것을 느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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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강철의 발견 (9) 19.04.18 42 0 15쪽
36 강철의 발견 (8) 19.04.17 89 0 15쪽
35 강철의 발견 (7) 19.04.17 51 0 14쪽
34 강철의 발견 (6) 19.04.16 48 0 15쪽
33 강철의 발견 (5) 19.04.16 70 0 15쪽
32 강철의 발견 (4) 19.04.15 44 0 14쪽
31 강철의 발견 (3) 19.04.15 42 0 13쪽
30 강철의 발견 (2) 19.04.14 94 0 14쪽
» 강철의 발견 (1) 19.04.14 64 0 13쪽
28 appendix 2. 19.04.13 68 0 15쪽
27 늑대의 두 아들 (13) 19.04.12 50 0 17쪽
26 늑대의 두 아들 (12) 19.04.12 45 0 14쪽
25 늑대의 두 아들 (11) 19.04.11 54 0 14쪽
24 늑대의 두 아들 (10) 19.04.11 56 1 14쪽
23 늑대의 두 아들 (9) 19.04.10 68 1 13쪽
22 늑대의 두 아들 (8) 19.04.10 41 1 15쪽
21 늑대의 두 아들 (7) 19.04.09 67 1 13쪽
20 늑대의 두 아들 (6) 19.04.09 99 1 14쪽
19 늑대의 두 아들 (5) 19.04.08 50 1 14쪽
18 늑대의 두 아들 (4) 19.04.08 31 1 14쪽
17 늑대의 두 아들 (3) 19.04.07 39 1 13쪽
16 늑대의 두 아들 (2) 19.04.07 31 1 13쪽
15 늑대의 두 아들 (1) 19.04.06 60 1 13쪽
14 appendix 1. 19.04.06 43 1 14쪽
13 첫 번째 수호자 (12) 19.04.05 31 1 14쪽
12 첫 번째 수호자 (11) 19.04.05 37 1 13쪽
11 첫 번째 수호자 (10) 19.04.04 31 1 16쪽
10 첫 번째 수호자 (9) 19.04.04 33 1 13쪽
9 첫 번째 수호자 (8) 19.04.03 3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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