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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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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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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20,287

작성
19.09.1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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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새로운? 아군 (4)

DUMMY

“대단하군. 설마 이렇게까지 강할 줄이야.”


건물의 잔해 위를 걷고 있는 나이트의 손에 검이 들려있다. 아니, 그건 들려있다고 말하기 힘든 형태다.


“갑옷이 변형을?”


자연철로 만든 갑옷이 나이트의 손 위로 날카롭게 이어져있다.


그와 동시에, 살아남아있던 짐승들이 모두 화염으로 돌아간다. 그 모두가 나이트에게 흡수된다.


“흠···”


걸어오는 나이트의 모습이 아까와는 다르다. 폭발적으로 뿜어지던 그의 자연력이 갑옷으로 갈무리되더니,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화륵!


반대로 검에는 화염이 점점 더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네 녀석이 하스트의 비밀 무기인 것은 분명하다. 하스트의 자신감은 아마도 너 때문이겠지. 확실히 너라면 하스트가 내 술법을 보고도 비웃은 게 이해가 간다.”


나이트는 카를에게 서서히 걸어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하스트는 전혀 상상도 못 한 나이트의 모습에 어리둥절했다.


술법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제작이나 개조 능력도 이해할 수 있다. 나이트의 천재성이라면, 그 누가 교육하지 않더라도 그저 보기만 해도 그 원리들을 모두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불의 술법과 제작기술은 드워프 마을 어디를 가더라도 흔히 볼 수 있으니까.


“근데 검이라고?”


하지만 검은 다르다. 애초에 드워프 마을에서 검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설사 쓰는 사람이 있었다고 해도, 나이트의 영감을 자극할 만큼 대단한 실력을 가진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하스트가 스트라를 바라보았다.


“왜 창도 아니고 검을 사용하지?”


그러나 스트라도 나이트의 검에 어리둥절한 상태다.


어떤 전투라도, 거리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선점해야 할 중요 사항이다. 같은 실력을 가진 사람끼리 싸우면, 주먹은 무기를 든 자를 이기지 못하고, 무기를 든 자는 원거리에서 활을 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거의 대다수의 술사가 원거리 술법에 집중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근접 술법을 사용하는 경우는, 원거리 술법이 어지간히 맞지 않는다던가, 아니면 신체 강화에 유능한 사람뿐이다.


하지만 나이트는 아니다. 그의 천재성이라면 모두를 해낼 수 있다. 그리고 잠깐이지만, 분명히 봤을 것이다. 카를이 싸우는 방식은 오로지 치고박는 것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도 원거리에서 싸우지 않고 카를의 장기인 근거리로 제 발로 들어가는 짓은 지나가는 개도 알 수 있는 멍청한 짓거리다.


그리고 여기서 더 이상한 것은 그가 검을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누가 뭐라 해도, 원거리 교전이 아니라 백병전이라고 해도, 결국은 사정거리가 긴 사람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그렇기에 많은 드워프 전사들이 창을 사용한다. 이건 비단 드워프만이 아니다. 어느 마을에서도 최고의 근거리 무기는 창이다.


짧은 무기를 사용한다면, 차라리 파괴력이 큰 망치나 도끼를 사용하기 마련이다.


검은 생각보다 다루기 쉬운 무기가 아니다. 그걸 나이트가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나이트가 검을 들고 카를에게 다가가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


“즉, 검에 자신이 있다?”


카를의 강대함을 여기 있는 누구보다 잘 아는 하스트다. 카를의 상태가 심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안정화되어있는 상태. 전투만 끝나면 어떻게든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카를이 나타난 후에는 카를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마음을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지금은 불안하다.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그가 다른 어떤 것보다 검에 소질이 있었다.”


본보기로 삼을 대상조차 없는 이곳에서, 홀로 익힌 검만으로도, 아까까지 펼치던 대단한 불의 술법들을 제치고 장기로 내세울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한 소질.


“그리고 한 가지는···”


그에게 남모를 검술 스승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가정.


하지만 드워프 마을에는 검술 스승이 없었다. 그리고 나이트는 드워프 마을 밖에 나간 적이 없다. 도저히 배움을 요청할 스승이라고는 없다.


“혹시 그 도마뱀 아저씨한테 배운 거 아냐?”


엘르의 말에 하스트는 잠시 고개를 치켜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검의 모양이 달라.”


제대로 된 검술이라면 저마다 각자의 검 모양에 특화되어 있다. 도구에게 형태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크하하하! 확실히 그렇군! 스승을 넘어서 자기 자신만의 검술을 완성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생각하기도 싫군.”


나이트와 러프터는 나이트가 습지를 침략한 후에야 만났다. 힘이 아니라 기술에서, 평생을 검술을 갈고닦은 러프터를 그 단시간에 뛰어넘었다는 것은 아무리 그래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전투는 더욱 힘들어진다. 그러나 하스트의 걱정은 그게 아니었다.


‘설마 저 파괴자의 주인이 그놈은 아니겠지···?’


그것이야말로 가장 최악의 가정. 만약 나이트의 검술 스승이 그가 생각하는 그 자라면, 아무리 카를이어도 힘들어진다.


‘그 검술을 여기서 또 보기는 싫어.’


“모두 전투를 준비해.”


“뭐? 하지만 솔직히 우리가 끼어들기 힘든 싸움인데?”


“그래도 해야 돼. 다행히 카를은 달리 술법을 사용하고 있는 게 아니야. 우리의 술법이 카를을 직접 타격하지 않는 한, 크게 방해되지 않겠지. 그리고 끼어드는 게 아니야.”


그 말에 일행은 각자의 술법을 은밀히 준비했다.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멀리 날아갔던 나이트는 걷고 걸어 드디어 카를의 앞에 섰다. 그 사이에 나이트의 모습이 많이 변했다.


우선 갑옷이 확대됐다. 드워프인 나이트의 눈높이가 어느새 카를의 바로 밑까지 다가올 정도다.


갑옷의 크기만이 아니라 체형도 바뀌었다. 나이트의 모습은 드워프가 아니라 남부인의 것이었다. 얼굴도 어느새 투구 안으로 숨었다.


“뭐야?”


카를은 나이트의 모습에 의구심을 표했다.


‘아무리 드워프라 팔다리가 짧아도 그렇지, 익숙하지 않은 체형으로 싸우겠다고?’


드워프의 모습은 완벽하게 사라졌다. 모르고 봤더라면 도시 사람이 여기 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판금 갑옷까지 입으니, 꼭 근위대장 같네.’


“너 뭐 하자는-”


“지금이다!”


카를이 나이트에게 묻기도 전에 예언의 아이들에게서 막 완성된 술법이 쏘아진다.


하스트는 생각했다. 검을 사용하는 것에 불안함을 느꼈다. 그렇다면 검을 사용하기 전에 쓰러뜨린다.


‘비록 타격은 미미하더라도, 넌 허점을 보일 거다!’


아주 조그마한 허점이라도, 카를의 앞이라면 치명적이다. 단 일격만이라도 허용했다가는 회생 불가능이다.


예언의 아이들이 쏘아낸 5가지 술법은 각자 다른 길로 나이트에게 다가간다. 하나하나가 위협적이기 그지없다.


그러나 하스트의 생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콰쾅!


“어딜 가는 거야?!”


“크하하하! 설마 내가 이런 실수를 할 줄이야!”


“왜 내 술법이?”


엘르의 술법을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퇴기의 술법은 목적지에 도달하지도 못하고 땅으로 사라졌다. 스트라의 술법은 반대편에 있던 시미의 술법에 부딪혔다.


오직 하스트의 술법만이 나이트에게 도달했지만, 그조차 나이트는 대수롭지 않게 맞아주었다.


모두가 당황하는 와중에 오직 시미만이 입을 뗀다.


“설마 쐐기를?”


“크크크. 자연력에 민감한 소인족답게 느끼긴 했나 보군.”


나이트의 말대로 술법이 완성되기 직전 시미는 느꼈다. 무언가 술법으로 들어오는 감각을 말이다.


나이트의 자연력이 은밀하게 다가와 모두의 술법에 침투했다. 그리고 작은 오차를 만들어냈다.


“술법이란 예민한 것이지.”


나이트의 말에 하스트는 주먹을 쥘 수밖에 없었다. 나이트의 신경은 오직 카를에게로 향해있다. 언제든 카를과 맞붙을 수 있게, 그런데, 그런 상태인데도 예언의 아이들 모두의 술법을 방해했다.


‘이 정도면 신경을 조금만 더 써도 얘들 술법을 완성도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거잖아?’


오직 하스트만이 정상적인 술법을 완성했다.


예언의 아이들은 굉장히 난감해졌다. 나이트와 설마 수준 차이가 이렇게 나는지 몰랐다.


무엇보다 만약 완성했다고 생각하고 사용한 술법에 어떤 이상이 있을지 모른다. 나이트를 공격하기 위한 술법이 카를에게 날아갈 수도 있다.


고작 한 번의 방해로, 나이트는 예언의 아이들 대부분의 간섭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기다리게 했군.”


“뒤에 미안하다는 말은 어디 갔지?”


카를은 나이트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기다리기 싫었지만···’


원래는 추락하는 나이트를 날려버리고, 그가 멀쩡하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달려가서 쓰러뜨리려 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아무리 안정화되었다고 해도, 카를은 정령화하기 직전이다.


‘너무 갑자기 격하게 움직였나?’


그렇기에 갑자기 들끓는 자연력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만약 나이트가 빨리 달려와서, 혹은 멀리서 술법을 날려왔다면 대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빨리 끝내야겠어.’


원래도 시간을 길게 끌 생각은 없었지만, 지금은 그 이상으로 빠른 결말을 바랐다. 다행히 그나마 잠잠해진 자연력이 그에게 행동을 허락했다.


“미안하지 않다. 대신 바로 시작-”


급습. 카를은 쏜살같이 나이트의 품에 파고들었다. 그 기세로 나이트의 팔을 노린다. 상대의 공격수단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속셈이었다.


“가소롭군.”


나이트는 카를의 앞에 선 순간부터 카를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카를의 입장에서는 급습이라 할만했지만, 나이트는 이미 준비가 되어있었다.


나이트는 팔을 내려 카를의 일격을 피한다. 허공을 가르는 카를의 주먹. 나이트는 카를의 비어있는 겨드랑이를 노리며 그대로 검을 올려 벤다.


카를이 한발 앞으로 간격을 좁히더니 그대로 몸에 가려져 있던 왼손으로 나이트의 손을 잡는다. 그대로 팔꿈치로 나이트의 머리를 노린다.


손이 잡혀 공격수단을 잃은 나이트는 머리를 숙여 팔꿈치를 피한다. 일어서는 추진력으로 자신의 오른손을 잡고 있는 카를의 손을 자신의 왼손으로 일격을 시도한다. 성공. 자신의 공격수단을 빼내는 데 성공한다.


‘내가 잡고 있는 손을 풀었다고?’


카를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아까의 불기둥이나 짐승들보다 지금이 훨씬 위협적이다. 원래부터 술사가 아니라 백병전에 능한 사람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이 자식...’


나이트 또한 카를에 대한 평가를 수정했다.


상대의 속도나 실력은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공방에 의해 그건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실력은 원래 생각하고 있던 대로다. 카를의 움직임은 신묘한 이치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대응하기 까다로울 정도로 독특한 움직임도 아니다. 신체능력만 믿고 설치는 젊은 짐승들과 비슷하다.


그저 그 신체능력이 너무나 강력할 뿐이다. 파괴자라고 불리는 이 갑옷에 모든 자연력을 집중하고 있는 자신과 비슷할 정도로.


갑옷의 자연력을 이용해 술법을 발휘하던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검의 화염만 제외하면, 힘을 집중하고 있을 뿐, 별다른 술법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


이는 엘르가 말했던 갑옷에 의존한다는 말과 비슷했다. 술사의 힘을 발휘했던 나이트는 도구의 힘으로 자신의 능력을 살렸던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도구를 잘 다루는 사람이었다.


이 미묘한 차이로 인해, 사실상 지금 나이트는 자신의 자존심을 버린 상태였다.


‘방심하면 안 돼.’


그리고 그 이유는, 본인의 술법만으로는 카를에게 이길 수 없다는 냉철한 판단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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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새로운? 아군 (2) 19.09.12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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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드워프 왕 (3) 19.09.11 23 0 14쪽
176 드워프 왕 (2) 19.09.10 26 0 13쪽
175 드워프 왕 (1) 19.09.10 20 0 13쪽
174 공성전 (5) 19.09.09 18 0 13쪽
173 공성전 (4) 19.09.09 20 0 16쪽
172 공성전 (3) 19.09.07 16 0 14쪽
171 공성전 (2) 19.09.07 16 0 14쪽
170 공성전 (1) 19.09.06 22 0 13쪽
169 격돌, 스트라 대 유키 (4) 19.09.06 20 0 12쪽
168 격돌, 스트라 대 유키 (3) 19.09.05 18 0 12쪽
167 격돌, 스트라 대 유키 (2) 19.09.05 14 0 14쪽
166 격돌, 스트라 대 유키 (1) 19.09.04 21 0 11쪽
165 격돌, 소토 대 묘원 (5) 19.09.04 19 1 14쪽
164 격돌, 소토 대 묘원 (4) 19.09.03 19 1 12쪽
163 격돌, 소토 대 묘원 (3) 19.09.03 2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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