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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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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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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69
글자수 :
1,220,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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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0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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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드워프 왕 (2)

DUMMY

“시시껄렁한 질문이군. 그게 무슨 상관이지?”


“아니, 전혀 시시껄렁하지 않지. 그렇지 않아? 그게 너의 전부일 텐데.”


하스트의 말에 나이트가 움찔한다.


“이게 나의 전부라고?”


“당연하지. 애초에 그렇게 갑작스럽게 힘의 증폭이 이루어질 리 없잖아? 다른 놈들은 속았을지 모르겠지만, 날 속일 수는 없어. 너의 힘은 온전히 너의 것이 아니야. 그 녀석의 힘을 빌리고 있잖아?”


“그럼 역시?”


예언의 아이들의 시선이 나이트의 갑옷에 박힌다.


“그래. 저번에 만났을 때부터 어느 정도 눈치는 챘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알겠군.”


하스트의 말에 예언의 아이들은 더욱 나이트를 경계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이트 본인에게 향하는 경계가 아니다. 나이트의 갑옷에게 향하는 경계다.


“저건 파괴자다.”


예언의 아이들의 대적자가 이곳에 있었다.


‘왕국을 무시하지 않길 잘했군. 위험을 그대로 놔둘 뻔했어.’


고원과 습지대에 생긴 일 때문에 시작한 감도 있지만, 왕국의 일에 개입한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스트라 때문이었다. 시미는 구하기 전까지 같이 있는지 몰랐으니까.


‘만약 거기서 이놈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토인 부부를 구한 것은 아주 옳은 일이었다. 거기서 나이트와 만나지 않았더라면, 하스트는 왕국의 일을 나중으로 미뤘을 것이다. 아니, 최후의 파괴자를 쓰러뜨린 후 아예 신경도 안 썼을 확률도 있다.


“흠··· 너희들은 이것의 정체에 대해 잘 아는 모양이군.”


“흥! 우리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을걸?”


“크하하하! 그도 그렇군!”


“맞아요! 그건 위험한 거라고요!”


엘르와 퇴기, 그리고 시미는 각자 자신감 있게 나이트를 향해 외쳤다. 그들은 모두 적어도 한번 이상은 파괴자와 마주쳤던 아이들이다.


반면 스트라는 침묵을 지켰다. 스트라는 파괴자를 본 적이 없다.


“생각해보니 이 녀석, 자기 힘도 아닌데 그렇게 패악질을 부린 거야?”


“그 말은 그냥 넘기기 힘들군. 엘프.”


“사실인데 뭐가 넘기기 힘들다는 거야?”


“네 말대로라면 맨주먹으로 싸우는 놈들 말고 자기 힘인 게 어디 있지?”


“뭐?”


“넌 내가 이 갑옷을 이용하는 것을 보고 내 힘이 아니라고 했지. 그렇다면 너는? 네가 활을 사용하고, 검을 사용하는 것은 네 힘이냐?”


“그게 무슨 소리야?”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이 뭐라고 생각하나? 바로 도구를 사용하는 능숙함이다. 10년, 20년의 세월 동안 철을 두드렸던 대장장이가 있다. 그에게 망치가 없다면, 넌 대장장이 보고 능력이 없다고 할 건가? 망치가 없으면 무기를 만들지 못하니까?”


“그건···”


“궁수에게 활이 없다면? 검사에게 검이 없다면? 그들 모두가 능력이 없는 건가? 그들의 실력은 도구가 없을 때가 기준이 되는 건가? 아니지.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지. 모든 사람의 실력은 도구가 갖춰져 있을 때를 기준으로 말한다. 나 또한 그렇다. 파괴자라 했나? 마음에 드는 이름이군. 난 이 갑옷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뿐이다.”


“크하하하! 맞는 말이다! 인정하겠다!”


“야, 덩치!”


하스트가 손을 들어 엘르를 제지한다.


“잠시 말이 옆으로 샜네. 내 질문에 대답해주겠어?”


“그렇지. 내가 이걸 어디서 구했냐고 물었었지.”


하스트는 나이트의 대답에 집중했다.


그가 그냥 전투에 돌입하지 않고, 이렇게 집요하게 묻는 이유는, 혹시라도 파괴자가 더 있을까 봐 걱정되서였다. 세계 어디를 뒤져도 나타나지 않던 파괴자가 갑자기 나타났다. 그 확실한 이유를 찾아야 했다.


“주웠다.”


“... 뭐?”


“주웠다 했다.”


“주웠다고? 그 말을 믿으라는 거야? 파괴자가 길가에 굴러다니고 있었다고?”


“그렇다. 하지만 하나는 잘못된 말이군. 길가는 아니었지.”


“그럼?”


“예전에 화염산에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었지.”


스트라는 자기도 생각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큰 지진이었지. 마을은 혼란에 빠졌다. 아무리 우리가 불을 다룬다고 해도, 화염산의 화염이 밖으로 터져 나오기라도 하면 모두가 끝이니까. 그래서 다수의 사람들이 화염산에 파견되었다. 화염산을 진정시키기 위해. 물론 산에 비하면 인간들의 힘이란 미약하기 짝이 없지만, 뭐라도 해야 했지.”


“설마?”


“그래. 그때 그 장소에 나도 파견되었었다. 난 누구보다 빠르게 정상으로 올라갔지. 분화구에 단서가 있을 것 같았거든. 거기서 주웠다. 분화구에서 기어 나오고 있는 인간 형상의 쇳덩어리를.”


“기어 나오고 있었다고? 파괴자가?”


하스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확실히 전설의 시대에 화염산에 떨어진 파괴자가 있긴 했다. 하지만 당연히 그 후에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기에 당연히 파괴된 줄 알았다.


화염산은 화염의 정수. 당연히 파괴자가 멀쩡했다면, 봉인도 되어있지 않았을 테니 훨씬 일찍 깨어났어야 했다.


더욱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어떻게 활동을 재개한 파괴자가 이토록 얌전히 있냐는 거였다.


정상적이었더라면, 고원과 습지대를 유린한 것은 드워프 왕국이 아니라 파괴자였을 것이다.


“나도 놀랐다. 전투할 각오도 했지. 그러나 그 이후에 이 놈은 날 보더니 갑자기 정지하더군. 용암에 노출돼서 무언가 잘못된 건지, 아니면 애초에 망가져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그걸 주워왔다고?”


“그래.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그리고 잊지 않았겠지? 난 대장장이 일에도 능하지만, 세공에도 능하지. 다른 많은 것들도 마찬가지. 그렇기에 개조했다. 개조는 아주 성공적이었지.”


“그러니까, 넌 지금 파괴자를 네 입맛에 맞게 개조해서 갑옷으로 만들었다는 거냐? 어처구니가 없군.”


하스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차분하게 정보를 정리했다. 왜 나이트가 갑자기 힘을 얻었는지 알았다. 그리고 왜 아무도 몰랐는지도. 나이트의 갑옷도 나이트가 만들어낸 갑옷이라 생각했겠지.


‘역시 파괴자, 좋은 일이라고는 하나도 만들어내지 않는군.’


하스트는 주변을 살폈다. 모두가 어이없어하는 표정이다. 단 한 명, 스트라만 제외하고.


그의 얼굴에는 원망이 서려있다.


‘저거 때문에!’


“질문은 끝인가?”


“그래. 끝이다. 그나저나 꽤나 성실하게 답변했네?”


“후후후. 아무래도 나도 들떴던 모양이야.”


“들떴다고?”


“그래, 예언의 아이들을 한 자리에서 모두 화형 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쁘다.”


“흥! 우리도 너와 파괴자를 묶음으로 처리할 수 있어서 기분 좋거든?”


“마음이 맞는구나, 엘프. 그럼 누가 그 기쁨을 차지할 수 있을지 보자!”


나이트의 자연력이 치솟는다. 이번에는 하스트도 힘을 끌어모았다.


“모두들 흡수를 조심해!”


하스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왕성에 들어오기 전에 하스트가 이미 말해주었다. 나이트의 정체는 파괴자일 수도 있다고. 그렇기에 지금까지 파괴자를 상대하며 얻었던 지식들을 다시 점검했다.


특히 시미와 스트라는 직접적으로 싸워본 적이 없기에 더욱 당부했다.


파괴자는 가장 작은 기체조차 기본적으로 오거에 육박하는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특징이자, 가장 위험한 특징은 흡수능력이다.


육체의 보호가 없다면 아무리 큰 자연력이라도, 정령조차 순식간에 흡수해버릴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 흡수한 자연력을 동력으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다. 기본적으로 철저하게 근접전에 특화된 능력들이다.


물론 저번 도깨비 마을의 경우처럼 술법을 사용하는 파괴자도 있긴 하다.


‘그놈은 특별하다. 두 개나 있을 리 없어. 무엇보다 저건 파괴자가 깨어난 게 아니다. 파괴자의 힘을 온전히 빌릴 수는 없을 거야.’


그렇다면 흡수능력만 조심하면 된다. 아무래도 영물을 이긴 비밀도 그것 때문인 것 같으니까.


하스트는 낙관적이었다. 이미 자신들은 적에 대해 알고 있다. 패배할 이유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


무엇보다 술법과 흡수능력을 동시에 쓸 수는 없다. 자신의 술법을 그대로 흡수하는 경우를 바라는 게 아니라면.


점점 고조되는 나이트의 자연력도 그다지 긴장되지 않았다. 나이트의 자연력에는 한계가 있다. 다룰 수 있는 화염에는 한계가 있다.


“모두들 준비해.”


이제 슬슬 공격해 올 것이다. 나이트의 원래 실력을 감안하면, 아무리 무리해도 이 정도 자연력이 그의 최대치일 게 분명하다.


하스트는 이미 나이트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 뒤의 힘인 파괴자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하스트의 유일한 오답이었다.


‘뭐···’


고오오!”


‘뭐야?’


고오오오오!


“아직도 화염이라고?”


나이트가 끌어올리는 힘이 사라지지 않는다. 점점 커진다. 그런데 그 속성이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이트의 화염이다. 파괴자의 능력은 보이지 않았다.


“한 가지 착각하고 있는 게 있구나, 하스트.”


나이트가 씩 웃는다.


“내 힘이 온전히 이 갑옷의 덕이라고 누가 그랬지?”


“젠장! 모두 피해!”


순간, 폭발적으로 나이트의 술법이 펼쳐진다. 어마어마한 화염이 퍼진다.


파괴자의 흡수능력에 대응하기 위한 술법을 준비 중이던 일행들은 하스트의 외침에 이미 재빨리 술법을 취소하고 뒤로 물러나고 있는 상태였다. 지금 술법으로는 저 화염에 당할 수 없다.


그리고 전해지는 열기에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크하하하! 그래, 도망가라! 예언의 아이들아! 너희의 한심함을 나에게 뽐내봐라!”


그러나 안심도 잠시, 화염의 행렬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나이트를 기준으로 전후좌우상하. 모든 곳으로 화염이 뻗치고 있는데도, 화염은 계속해서 터를 넓히고 있다.


“이거 어디까지 커지는 거야!?”


“생각하지 마! 지금은 우선 달려!”


나이트에게 눈을 떼지 않기 위해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지만, 점점 확장 속도가 빨라지는 화염에 예언의 아이들은 뒤를 돌아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엄청나게 거대한 화염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이 화염이 어디까지 커지려고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화염 너머에 있는 나이트의 힘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행은 올라온 계단까지 몰리게 되었다.


“계단으로 내려갈 시간은 없어! 퇴기!”


“알았다!”


저 퇴기조차 웃음으로 때우지 못할 만큼 압도적인 열기가 등 뒤를 잠식하고 있다.


퇴기의 힘에 의해 왕성의 벽이 억지로 뚫린다.


“뛰어내려!”


일행은 왕성의 밖을 향해 크게 도약했다. 높이가 꽤나 높지만, 그렇다고 불에 타 죽는 것을 감안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아직도 화염이 커지고 있다.


“엘르!”


하스트가 부르기도 전에 엘르는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엘르는 어떻게든 대피하기 위해 일행을 바람으로 날려 보냈다.


하지만 힘들었다. 너무나 거대한 화염에 바람이 빨려 들어간다. 엘르 혼자만의 힘으로는 절대 이 난관을 벗어날 수 없었다.


화르륵!


그리고 모두의 앞에 새로운 화염이 발생한다. 스트라의 불이었다.


스트라는 어떻게든 나이트의 화염을 상쇄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주 조금이지만, 분명히 효과는 있었다.


“잘했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엘르와 하스트가 힘을 합쳐 일행을 날려 보낸다. 일행은 근처의 지붕 위로 떨어졌다.


탁. 탁.


하스트와 엘르는 바람을 이용해 안전하게 지붕 위에 착지했다. 스트라는 하스트에 의해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었다.


쾅!


퇴기의 몸무게까지 챙기기에는 버거웠기에, 퇴기는 그대로 지붕을 박살내고 집안으로 떨어져 내렸다. 시미는 어느새 퇴기의 어깨 위에서 엘르의 어깨로 갈아탄 상태였다.


“꺄아아아!”


집 안에서는 갑작스러운 재난에 누군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크하하하! 미안하군! 내가 나중에 고쳐주겠다! 지금은 바쁜 일이 있어서 실례 하마!”


역시 도깨비. 멀쩡한 웃음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나온다.


“하스트,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엘르의 질문에 하스트는 어떠한 답도 할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치솟은 거대한 화염은 높이가 100미터는 될 것 같았다. 그 넓이만 해도 왕성 전체를 잡아먹을 정도다.


눈 앞에서 왕성이 불타고 있다.


무엇보다 황당한 것은.


“이게 그놈의 힘이라고?”


느껴지는 자연력은 온전히 나이트만의 것이다. 파괴자의 개입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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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공성전 (2) 19.09.07 16 0 14쪽
170 공성전 (1) 19.09.06 22 0 13쪽
169 격돌, 스트라 대 유키 (4) 19.09.06 20 0 12쪽
168 격돌, 스트라 대 유키 (3) 19.09.05 18 0 12쪽
167 격돌, 스트라 대 유키 (2) 19.09.05 14 0 14쪽
166 격돌, 스트라 대 유키 (1) 19.09.04 21 0 11쪽
165 격돌, 소토 대 묘원 (5) 19.09.04 19 1 14쪽
164 격돌, 소토 대 묘원 (4) 19.09.03 19 1 12쪽
163 격돌, 소토 대 묘원 (3) 19.09.03 2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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