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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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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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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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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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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0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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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드워프 왕 (1)

DUMMY

왕성 앞으로 한 여자가 달려온다. 그녀의 하얀 머리카락이 왕성에서 나오는 빛에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내가 1등이네.”


엘르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조용히 기다리며 차분하게 자신을 점검했다.


터벅. 터벅.


그리고 잠시 후,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덩치? 너 몸이 왜 그래?”


어떻게든 허리를 곧게 피며 걸어오고는 있지만, 딱 봐도 정상이 아니다.


“크하하하! 생각보다 더 강한 상대여서 말이다! 그만 죽을 뻔했지 뭔가!”


“그 상태여도 목소리 하나는 우렁차네. 그러다 진짜 죽는 거 아냐?”


“크하하하! 그러면 어쩔 수 없지!”


“꺄아! 귀신!?”


“아니야, 라피. 피 때문에 무섭긴 하지만, 퇴기 형이야.”


“그래요. 진정해요.”


남쪽 길에서 비명과 함께 말소리가 들린다. 토인 부부와 시미였다.


시미가 라슈에게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퇴기에게로 향한다.


“자연력 좀 치워주시겠어요?”


“음?”


퇴기는 자신의 부러진 팔로 다가오는 시미의 말에 무슨 말인지 순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녀가 자신의 상태를 살펴보려고 한다는 것을 이내 깨닫고 그녀의 말대로 해주었다.


시미의 자연력이 퇴기의 부상 부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뼈가 다 부러졌네요, 도깨비 씨. 도대체 무슨 전투를 하신 거예요? 꼭 가만히 얻어맞은 사람 같은 부상이네요.”


“크하하하! 비슷하긴 하다!”


“모두들 무사한가요?”


그리고 서쪽에서 스트라가 합류한다.


“다행이네요. 다들 성공하셔서. 퇴기 씨는 많이 다치셨군요.”


스트라가 일행을 둘러보며 말을 걸었다.


“헤에~”


엘르가 스트라에게 다가간다.


“왜, 왜 그러시죠?”


자신을 둘러보는 엘르를 스트라가 당황스럽게 쳐다본다.


“너 말야.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자신감이 생겼다고 해야 하나? 아닌가? 이제 보통 사람 같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이제 먼저 말도 걸 줄 아네?”


“그, 그 여러 일이 있었다고 할까···”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니 스트라의 목소리가 다시 기어들어간다.


“왜 얘를 괴롭히냐?”


하늘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치켜든다. 하스트였다.


“넌 자연력이 남아돌아? 막 날아오네.”


“시간이 더 중요하지.”


“꼴찌잖아.”


“간부를 제일 먼저 처리한 건 나야.”


“그걸 어떻게 알아?”


“그때만 해도 빛기둥이 하나도 안 올라왔던데. 기다리다가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


엘르와 하스트의 언쟁에 스트라가 상처 받았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왜 얘를 괴롭히냐?”


이번에는 엘르가 하스트를 타박한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하스트. 지금 농담할 때가 아니야. 도깨비 씨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크하하하! 걱정할 것 없다! 충분히 싸울 수 있다!”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하스트는 일행을 둘러봤다. 생각보다 모두 멀쩡한 모습에 안심한다.


“어찌 제일 튼튼한 녀석이 제일 크게 다쳤냐?”


“크하하하! 민망하군!”


“전혀 안 민망한 것 같은데. 나이트를 빨리 처단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시미, 치료할 수 있겠어?”


“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지금 자연력이 다 떨어져서···”


“그거야 예상했지. 자, 선물.”


하스트의 등 뒤에서 자연력 덩어리 4개가 둥둥 뜨며 앞으로 향한다.


“이건?”


스트라가 자연력 덩어리를 건네받으며 놀란다. 자신과 딱 맞는 불의 자연력이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각자의 속성에 맞는 자연력을 건네받았다.


“너희들이 사용하는 속성은 나와 똑같이 맞춘 거니까. 지맥의 자연력을 정제해서 가져왔지. 내가 왜 늦은지 알겠어, 엘르?”


“흐, 흥~ 좋은 선물 가지고 왔네~”


“대답은 그게 끝?”


“... 감사합니다. 잘 쓸 게요.”


“옳지.”


“...”


엘르는 짜증 난 표정을 짓는 와중에도, 기쁜 마음으로 바람의 자연력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너희들이 간부들을 이길 수 있었다고 해도, 자연력의 소모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었겠지. 그걸 흡수한 다음에 정비해. 정제한 거니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


예언의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앞에 있는 자연력을 흡수한다. 퇴기만 빼고.


“도깨비 씨는 이따가 흡수하세요. 제 치료가 끝난 후에.”


“크하하하! 그러도록 하지. 괜히 내 자연력이 방해하면 안 되니까!”


시미는 흡수한 자연력을 자신에게 쉽게 동화시켰다. 그리고 바로 사용한다. 오히려 가지고 온 자연력의 양이 그녀의 최대치보다 많았기에, 조금씩 사용하는 영리함도 보였다.


시미의 자연력이 살을 파고들어 혈액 속으로 스며들어 이동한다.


자연력이 핏줄을 타고 부러진 뼈에 당도한다.


근처의 핏줄과 근육들이 부러진 뼈에 의해 찢어져있다. 뼛조각들도 이리저리 흩어져있다. 갈길을 잃은 혈액들이 핏줄에서 튀어나와 중간중간 고여있다.


시미는 혈액과 자연력을 이용해 뼛조각들을 그러모았다. 남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뼛조각도, 그녀에게는 쉽게 눈에 띄었다.


일행은 시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쉽게 보기 힘든 치료 술법이다.


치료가 완료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휴우··· 우선은 뼛조각들을 붙이는 데에는 성공했어요. 터진 핏줄들도 다시 연결했고요. 하지만 완전한 건 아니니까, 앞으로 주의해 주세요.”


“크하하하! 이거 대단하군! 비록 통증은 있지만, 아까와 달리 움직이기 편해!”


“그러니까, 그렇게 붕붕 휘두르지 말라고요!”


시미의 잔소리를 들으며, 퇴기가 마지막으로 자연력을 정돈한다. 그 모습을 보고 라슈와 라피가 우물쭈물하며 하스트에게 말을 건다.


“형, 저희 자연력은 없나요?”


“응? 아쉽게도 없어. 쟤네와 내 속성이 완벽하게 똑같으니까 그나마 저렇게 사용할 수 있는 거지. 너희는 다르니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저거 내 자연력이야. 내걸 꺼낸 거지.”


“예? 그럼 형은?”


“나야 당연히 다시 채웠지.”


“대단하네요. 저 정도 양을 비운 다음에 다시 채우다니.”


“자연력의 변환이야, 나만큼 익숙한 사람도 없으니까. 워낙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거기에 있는 자연력을 변환해서 사용해야 했으니. 그나저나.”


난데없이 하스트의 눈이 밝게 빛난다. 그러나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그 모습은 전에도 본 적이 있으니까. 비록 전보다 훨씬 밝고, 하스트의 자연력도 더 활발히 움직이고 있지만.


‘근데 이거 카를을 볼 때만 사용하던 거 아냐? 우리 거는 안 이래도 잘 보일 텐데?’


엘르의 생각을 알리 없는 하스트는, 모두를 둘러본 다음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모두들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 지금부터 상대할 놈은 보통이 아니니까. 놈은-”


하스트는 마지막으로 일행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왕성의 꼭대기. 백색의 갑옷과 검은색의 망토, 그리고 붉은색의 머리카락. 그 모두를 가진 자. 드워프 왕 나이트가 옥좌에 앉아 정면을 바라본다.


“왔군.”


그리고 반대편, 통로의 계단을 통해 다양한 머리색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뭔 옥좌가 성 꼭대기에 있냐. 신하들이 힘들어서 오겠어, 이거?”


그중 회색 머리를 가진 하스트는 올라오자마자 너스레를 떨었다.


“오자마자 헛소리를 하는군.”


“네가 생각보다 안 놀라는 거 같아서.”


“아니, 놀랐다. 솔직히 너희들이 그들을 이길 줄은 몰랐다. 칭찬해주지. 게다가 놀라게 할 거면 도깨비의 웃음소리부터 어떻게 했어야겠지.”


“크하하하! 미안하군! 아무래도 왕성 안까지 다 들렸던 모양이다!”


“가까이서 들으니 더 시끄럽군.”


나이트는 퇴기의 웃음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 네가 자랑하는 간부들은 모두 졌다. 그에 비해 우리는 이렇게 한 명도 빠짐없이 여기에 있지. 어때? 항복할래?”


“계속 헛소리를 지껄이는군. 항복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지 않은가?”


“그렇지. 없지.”


웃음기와 함께 농담을 자아내던 하스트의 입가가 내려간다. 눈빛도 어느새 진지하기 그지없다.


“그러기에는 너무 많이 와버렸어, 나이트. 네 말대로야. 우린 너에게 회개를 바라고 온 게 아니야. 모든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라고 널 설득하려고 온 것도 아니지.”


하스트와 나이트의 눈빛이 맹렬하게 부딪힌다.


“우린 널 처단하러 왔다, 드워프 왕이여.”


“그런가, 예언의 아이들. 네 생각도 그러냐, 스트라?”


설마 나이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를 줄 몰랐다는 듯, 스트라가 움찔한다.


“... 그래. 나이트. 우린 널 처단하러 왔어. 이것은 우리가 예언의 아이들이라서가 아니야. 너에게 피해를 입은 자들의 울분들을 대신하러 온 거야.”


“잠시 못 본 사이 꽤나 말솜씨가 좋아졌구나.”


말하는 것과 다르게, 나이트의 눈빛에는 경멸이 가득 찼다.


“다른 아이들과 같이 한다고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는가? 이름값도 못하는 쓰레기 녀석이.”


“...”


“야! 너 말하는 싸가-”


슥.


엘르가 욱하며 나이트를 욕했지만, 스트라는 그런 그녀를 막아섰다. 그리고 자신이 앞으로 나섰다.


나이트는 눈에 이채를 띄었다. 전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다.


“확실히 그래. 난 예언의 아이들이라고 하기에는 모자란 사람이지. 소심하고, 언제나 도망만 다니지. 그 위대한 이름에는 어울리지 않아.”


“잘 아는군.”


“그에 비해 넌 강하지. 게다가 왕위에 올라, 왕국을 건국했어. 나도 옛날이야기에서밖에 듣지 못했지만, 왕이란 백성들을 살피고, 그들을 이끌어가는 존재라고 들었다. 분명 왕이란 위대한 존재겠지.”


“그래. 바로 나를 뜻하는 말이지. 화염산, 늪지대, 고원. 그 모든 곳의 마을을 합병했다. 서로 다른 인종들이 내 왕국 아래 하나가 되었다. 그들은 내 가호 아래에서 세계를 제패할 것이다. 그래, 나야말로 예언의 아이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위대한 존재다.”


“아니야.”


“뭐가 아니라는 거지?”


“그게 전부가 아니야, 나이트. 드워프 왕국은 확실히 짐승들의 위험에서는 멀어졌어. 그러나 그들이 진정 안전할까?”


스트라는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 소리들, 너의 왕국이 만들어낸 소리들. 거기에는 절망과 슬픔밖에 없어. 백성들의 안녕은 어디 있지? 나이트, 난 기회만 된다면 다른 사람에게 예언의 아이를 넘기고 싶다고 생각했어. 넌 강하니까, 만약 그게 이루어졌다면 네가 예언의 아이가 되었겠지.”


모두의 이목이 스트라의 입에 집중된다.


“지금도 그래. 만약 네가 왕에 어울리는 사나이였다면, 난 너에게 대적하지 않았을 거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라졌겠지. 하지만 눈을 떴어. 나와 마찬가지로, 너 또한 허울뿐이라는 것을.”


“무슨 소리냐?”


“이곳은 드워프 왕국이 아니야. 드워프들의 무덤이지.”


스트라는 나이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예언의 아이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너도 왕에 어울리지 않아, 나이트.”


“뭐?”


“넌 왕이 아니야. 넌 그저 학살자일 뿐이야.”


순간, 정적이 흐른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을 깬 것은 나이트의 웃음소리였다.


“큭큭. 후하하하하! 대단하구나, 스트라! 네가 날 똑바로 보며 그딴 망발을 지껄이는 날이 올 줄이야! 정말 잘 들었다! 하하하하하!”


나이트가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은 얼굴로 말한다.


“재밌는 유언이었다. 잘 간직하지.”


콰아아아!


나이트에게서 어마어마한 자연력이 감지된다.


“크하하하! 대단하군! 정말 강한 자연력이야!”


“그러게요. 술법을 펼치지도 않았는데, 본인의 자연력만으로 이 정도 압박감이라니. 숨이 막힐 정도네요.”


“흥! 자연력 크기로 자랑질 할 거면 사람 잘 못 골랐어! 난 그것보다 훨씬 큰 자연력도 봤단 말이야!”


예언의 아이들 또한 자연력을 언제든 술법에 사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끌어올린다.


양측의 자연력이 서로를 깔아뭉개기 위해 넘실거린다.


“싸우기 전에 하나만 묻지.”


“이런 상황에서 질문이라니. 어이가 없군, 하스트.”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질문이니까.”


‘싸움이 끝나면 넌 죽어있을 텐데.’


하스트는 나이트의 갑옷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 갑옷 어디서 났지?”


“꽤 보는 눈이 있군. 꽤 특수한 소재로 만든 거지.”


“특수한 소재라··· 그렇긴 하군. 우리 일행의 무기에도 있긴 하지만.”


모두의 눈이 엘르에게로 향한다. 정확히는 그녀가 들고 있는 검이다.


“확실히 내 갑옷과 같은 재질이군.”


“그래, 우리는 그것을 자연철이라 부르지. 세계 어디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고대의 흔적. 자연력을 저장하며, 자연력에 의해 변형하는, 자연력과 가장 가까운 물질이지. 그리고-”


하스트가 나이트의 갑옷을 바라본다.


“-어떤 존재를 만든 재료다.”


거기에는 더없는 적대감이 넘쳐흐른다.


“다시 묻지, 드워프 왕. 자연철을 어디서 구했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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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드워프 왕 (3) 19.09.11 22 0 14쪽
176 드워프 왕 (2) 19.09.10 26 0 13쪽
» 드워프 왕 (1) 19.09.10 20 0 13쪽
174 공성전 (5) 19.09.09 18 0 13쪽
173 공성전 (4) 19.09.09 20 0 16쪽
172 공성전 (3) 19.09.07 15 0 14쪽
171 공성전 (2) 19.09.07 16 0 14쪽
170 공성전 (1) 19.09.06 21 0 13쪽
169 격돌, 스트라 대 유키 (4) 19.09.06 20 0 12쪽
168 격돌, 스트라 대 유키 (3) 19.09.05 17 0 12쪽
167 격돌, 스트라 대 유키 (2) 19.09.05 14 0 14쪽
166 격돌, 스트라 대 유키 (1) 19.09.04 21 0 11쪽
165 격돌, 소토 대 묘원 (5) 19.09.04 19 1 14쪽
164 격돌, 소토 대 묘원 (4) 19.09.03 19 1 12쪽
163 격돌, 소토 대 묘원 (3) 19.09.03 2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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