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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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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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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19
추천수 :
269
글자수 :
1,220,287

작성
19.09.0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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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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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격돌, 소토 대 묘원 (4)

DUMMY

그 사이에 땅으로 무사히 내려온 무루올리가 다시 라피에게 달려든다.


‘저 소인은 이미 술법을 사용했어요. 그렇다면 아직 술법을 가지고 있는 토끼 쪽을!’


무루올리는 시미보다 라피의 화력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누구 마음대로!”


그러나 이번에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어느새 다가온 라슈가 옆에서 무루올리를 걷어찼기 때문이다. 무루올리는 방어 하느라 자세가 흐트러졌다.


“잘했어요, 라슈!”


무루올리는 기뻐하는 시미를 보며 한마디 툭 내뱉는다.


“모였다고 달라지는 건-”


“있지!”


달라지는 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하스트에게 배운 술법이다!”


자세를 정비하던 무루올리도, 달려오던 쿠이크도 그 말에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달려든다.


“그 이름만으로 술법이 완성되나요?! 당신은 이미 두 번이나-”


“흥! 예언의 아이는 특별하거든!”


“이럴 수가?”


쿠이크는 시미에게서 힘의 집중을 느꼈다. 아까와 같다. 저건 지금 실시간으로 술법을 완성하고 있는 게 아니다. 미리 술법을 완성해놓은 거다.


“말도 안 돼요! 술법을 준비하는 건 한 번밖에 보지 못했는데요?!”


믿기지 않는 광경에 무루올리가 기겁한다. 강자들이 많은 이 드워프 왕국에서도, 2개의 술법을 동시에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런데 지금 시미는 그 이상의 행동을 하고 있다.


“3개를 동시에 완성했다고?”


눈 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이니, 믿지 않을 수도 없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를 완성한 건 아닐 거예요! 분명 아까와 똑같은 물기둥이 분명해요!”


아무리 대단해도 3개의 술법이 모두 다른 형태 일리 없다.


“그 대단한 천재인 하스트조차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어요! 하물며 당신이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어요!”


분명히 같은 술법을 완성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쿠이크와 무루올리는 느끼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온다. 그렇기에 동시에 달려들었다. 그 앞을 라슈가 막아선다.


“저리 비-”


그리고 쿠이크의 외침을 끊듯 시미가 외친다.


“해방!”


라슈는 눈 앞에서 달려들던 두 사람이 사라졌음을 알았다. 사납게 달려들던 두 사람 대신 눈 앞에 벽이 생겨났다.


“파도!”


사람 키보다 높은 물의 벽이 사납게 출렁거린다.


“이건? 러프터 형씨의?”


“우풉!”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헤엄을 쳤지만, 그것보다 빠르게 파도가 두 사람을 밀어버린다.


“푸핫!”


어찌나 파도가 거센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헉헉!”


쿠이크와 무루올리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시미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지만, 우선 시간은 벌었다.


“아고··· 힘들어···”


안 그래도 수분이 적은 이곳에서 너무 큰 술법을 사용했다. 비록 밀어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술법이지만, 그것만으로 시미는 자연력의 거의 대부분을 소진했다.


“누나, 괜찮아요?”


라슈는 걱정스럽게 시미를 바라봤다. 시미가 힘들어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한 가지 더 있다.


파도에 휩쓸려 다니는 적들에게 큰 상처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호흡곤란으로 죽는다는 경우도 없을 것이다. 라슈 본인이 화염에 휩싸였을 때처럼, 바람을 다루는 자들은 자력으로 공기를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니까.


“우리 이길 수 있을까요?”


그런데 자신을 강화시켜줬던 시미가 이렇게 힘들어하니, 저들이 다시 달려오면 어떻게 이겨야 할지 눈 앞이 깜깜해졌다.


“후~ 다 방법이 있죠.”


시미의 자신감 있는 말에 라슈와 라피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우선 둘이 껴안으세요.”


“네?”


“언니?”


갑작스러운 제안에 둘이 당황한다.


“아니, 그것보다는 다른 방법이 좋겠네요. 라피, 술법을 손으로 옮겨놓으세요. 라슈도요.”


둘은 시미의 말을 충실히 이행했다.


시미는 생각에 잠겼다.


처음에 라슈를 도울 때만 해도, 라슈의 술법이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다. 본인의 자연력과 약간 다른 속성으로 변환하고 있었으니까. 즉, 불필요한 공정이 하나가 더 있었다는 거다.


시미는 그것을 바로 잡으며 라슈의 술법에 힘을 보태고, 속성을 다시 바로잡아주었다. 라슈에게 가장 알맞은 형태로.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있던 이 술법 덕분에 라슈는 두 사람과 싸우면서도 쉽게 밀리지 않았다.


그리고 라피 또한 불필요한 공정이 하나가 더 있었다. 시미는 그 술법에 왜 그 공정이 필요한지 몰랐다. 화력이 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남의 술법에 가타부타하는 것도 그랬고, 자신이 모르는 어떠한 것 때문에 그 공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놔두었다.


그 공정 또한 속성 변환이었다.


시미는 눈을 감으며 주위의 자연력을 파악했다.


지맥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자연력. 그리고 광장에서 멀어지고 있는 두 가지의 바람. 주변을 가득 채운 불의 자연력. 그리고 다른 자연력보다 작은 바람과 불.


현재의 상황으로만 봤을 때는 특별할 것이 없는 자연력들이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라슈의 술법과 라피의 술법.’


둘은 바람과 불이라는 속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흡사했다.


시미는 눈을 뜨고 두 사람을 보며 밝게 웃었다.


“후후후. 두 사람은 천생연분이에요.”


라슈와 라피는 시미가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라피. 손을 내밀어요. 라슈도요.”


둘은 손에 옮겨둔 술법 때문에 움찔했지만, 시미의 안심하라는 말에 둘은 손을 맞잡았다.


그 순간. 둘의 술법에 담긴 자연력이 서로 충돌한다.


“앗, 뜨!”


“따가워···”


“놓지 마세요!”


라슈는 갑작스러운 열기에, 라피는 손에서 팽창하는 바람 때문에 손을 떼려 했지만, 시미의 말에 다시 굳게 손을 맞잡았다.


시미는 라피의 몸을 디딤대 삼아 폴짝 뛰어, 두 사람의 손 위에 앉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집중했다.


우웅!


그러자 기묘한 공명음이 울려 퍼진다.


“이건?”


라슈와 라피의 술법에 담긴 자연력이 아주 조금 변화한다. 그렇다. 아주 조금이다.


“언니, 모습이?”


라슈와 라피의 눈에 시미의 모습이 비친다. 겉으로 보기에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자연력은 무엇보다 크게 변화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바람처럼, 어떻게 보면 불처럼. 분명히 물의 자연력을 가지고 있어야 할 시미의 자연력이, 라슈와 라피가 명확하게 느낄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한다.


둘의 손에 있던 술법의 자연력이 시미의 안에서 만난다. 그리고 두 속성은 전혀 거리낄 것이 없다는 것처럼 자연스레 합쳐졌다.


시미를 통해, 둘의 자연력이 연결된다.


시미는 그 상태로 자연력을 라슈에게 넘겨주고, 길을 끊었다.


“후우···”


그러나 한 번 연결이 된 둘의 길은 시미의 도움 없이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불가능했어도, 이 둘이라면 가능하다.


‘불필요한 공정이 아니었어.’


이제는 알겠다. 둘의 술법이 공통적으로 가진, 그 공정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이제는 알겠다. 왜 라슈가 라피의 술법에 직격 당했어도 멀쩡했는지.


이제는 알겠다. 왜 이 둘에게서 친근함이 느껴졌는지.


‘배려심.’


서로를 위하는 마음. 그것이 현 상황을 만들어냈다.


둘은 술법의 속성을 변환했다. 자신에게 최적화되어있지 않을 텐데도. 그리고 변화된 속성은, 최대한 상대편에게 맞추어준 속성이었다.


한없이 바람에 가까운 불.


한없이 불에 가까운 바람.


정작 적과 교전할 때는 아무 쓸모도 없는 변화. 그러나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다.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있을까 봐.’


그것은 방금과 같은 상황이다.


혹시라도 화염구에 라슈가 맞을까 봐. 맞아도 안전할 수 있도록.


혹시라도 라피가 쏜 화염구의 경로에 자신이 끼어들까 봐. 직격 당해도 라피가 안심할 수 있도록.


서로를 돕거나 보살펴주려 한 둘의 진심. 그 갸륵한 마음이 둘의 자연력을 거의 같게 만들었다.


한쪽만 그런 마음을 먹었다면 절대 길을 연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왜 친근한가 했더니, 나와 비슷한 능력이 얘네들한테도 있었던 거야.’


소인족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인 동화 능력. 자신의 속성을 남과 같게, 혹은 다른 속성을 자신과 같게 하는 것. 다른 소인족은 이 둘 중 단방향인 한 가지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예언의 아이인 시미는 양방향으로 재능을 타고났다.


그렇기에 상대의 힘을 이용하거나, 자신의 힘을 상대에게 줄 수만 있는 다른 소인족과 다르게, 시미는 상대의 힘과 자신의 힘을 합쳐서 이용하는 게 가능하다.


‘하스트가 말하길, 두 개의 호수를 합치는 힘.’


“둘 모두. 이 감각을 기억하세요.”


둘의 능력이 동화 능력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라슈와 라피는 비록 한정적이지만, 결과적으로 시미와 동일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만 기억해도 둘은 더 큰 위협도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부부는 일심동체. 지금 라슈와 라피는 그 말에 한 없이 어울리는 사람들이 되었다.


라슈와 라피는 마치 상대가 자신을 감싸 안고 있는 듯한 감각에 전율하고 있다. 정말 지금이라면 누가 상대라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좋은 상대가 돌아왔다. 파도에 휩쓸렸던 쿠이크와 무루올리가 다시 광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젠장. 이거 완전 놀림당한 기분이야.”


“그러게요. 다치진 않았지만,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어요.”


쿠이크와 무루올리를 발견한 라슈와 라피는 전투태세를 갖추며 손을 떼었다.


“어, 잠깐-”


시미는 손을 떼면 안 된다고 말하려 했지만, 손을 떼었어도 연결되어 있는 둘의 길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손을 잡고 있을 때보다 약해졌지만.’


그래도 계속 연결되어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 둘의 자연력이 그만큼 서로를 원한다는 증거다.


안심이다. 이 정도면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라피. 술법을 사용한다기보다, 라슈에게 자연력만 보낸다는 생각을 하세요. 그것만으로도 라슈에게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둘이 너무 멀리 떨어지지 말고요.”


“네, 언니.”


라피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대답했다. 쫑긋 세워진 귀가 그녀의 마음을 대변했다.


“그럼 난 하스트에게 받은 이걸 꽂을게요.”


시미는 라피의 주머니에 있던 단봉을 꺼내더니, 그대로 광장 중앙으로 터덜터덜 이동했다.


쿠이크와 무루올리는 시미를 보고, 그것이 중요한 거라는 걸 알았다.


“우리를 무시하는 건가?”


“우린 아직 안 죽었어요! 그런 걸 가만히 놔두지-”


“아니. 놔둬야 할걸요?”


시미를 향해 달려드는 둘의 앞을 라슈가 막는다.


“멍청한 놈. 약해져서 아까 나와 1:1로도 못 이겼던 주제에 우리 둘을 상대하겠다고?”


“아내와 그렇게 가까우면 술법의 경로에 방해만 될 텐데, 아까처럼 실패한 합동 술법이라도 사용하시려나 봐요?”


비웃으며 다가오는 쿠이크와 무루올리를 보며, 라슈는 마주 웃어주었다. 그리고 라피가 대답했다.


“그래요. 합동 술법이에요.”


그 말과 함께 라슈가 앞으로 뛰어나간다. 라피도 그 뒤를 따른다.


“뭐야? 같이 달려든다고?”


“술사 주제에 육탄전을 하겠다니! 그 선택을 후회하게 해 드리죠!”


“걱정 마세요. 아줌마 아저씨들의 상대는 바로 나니까.”


라슈가 공격한다.


“엇?”


지금까지 계속 방어적으로 나오던 라슈의 공격에 쿠이크가 당황하며 막는다.


쾅!


“컥!”


쿠이크는 팔을 통해서 전달되는 숨 막히는 충격에 잠시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까보다 명백히 강력해진 타격이다.


쿠이크가 공격당하는 순간, 빈틈을 포착한 무루올리가 라슈의 옆구리로 손톱을 내지른다.


하지만 어느새 자세를 바로잡은 라슈를 보고 깜짝 놀란다.


‘아까보다 빠르잖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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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공성전 (2) 19.09.07 16 0 14쪽
170 공성전 (1) 19.09.06 22 0 13쪽
169 격돌, 스트라 대 유키 (4) 19.09.06 20 0 12쪽
168 격돌, 스트라 대 유키 (3) 19.09.05 18 0 12쪽
167 격돌, 스트라 대 유키 (2) 19.09.05 14 0 14쪽
166 격돌, 스트라 대 유키 (1) 19.09.04 21 0 11쪽
165 격돌, 소토 대 묘원 (5) 19.09.04 19 1 14쪽
» 격돌, 소토 대 묘원 (4) 19.09.03 20 1 12쪽
163 격돌, 소토 대 묘원 (3) 19.09.03 2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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