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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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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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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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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20,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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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4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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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격돌, 스트라 대 유키 (1)

DUMMY

으드드득.


잔잔하던 주위의 풍경이 바뀐다. 바닥에서 고드름들이 날카롭게 솟아오른다.


주위의 기온은 점점 내려간다. 이제는 스트라의 움직임마저 방해하는 수준이다. 어쩔 수 없이 스트라는 자신에게 화염을 둘렀다.


치이이익!


스트라에게 다가오던 고드름이 화염의 열기에 녹아내린다. 하지만 그와 함께 화염 또한 점점 힘을 잃고 있다.


유키의 냉기에, 주변에 있는 불의 자연력이 스트라에게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


“저희가 따님을 찾아주겠습니다!”


스트라는 힘내서 소리를 질렀다. 그는 유키가 왜 고향이 아닌 드워프 왕국에 적을 두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유키가 잠시 멈칫한다.


“후, 후후후후!”


그러나 그것은 스트라의 설득에 넘어간 것이 아니다.


“하하하하!”


귀기 어린 웃음소리와 함께 주변으로 냉기의 폭풍이 몰아친다.


“큭!”


스트라의 화염이 마치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게 흔들거린다.


“한심하군요! 한심해요! 지금껏 제대로 된 반격도 못하고, 방어만 한 사람이! 입만 나불거릴 줄 아는 건가요!”


유키의 머리가 폭풍에 날리며 위로 치솟는다.


그 모습을 본 스트라는 오싹함을 느꼈다. 이것은 주변의 냉기 탓이 아니다. 그녀의 치켜뜬 눈, 그 안에 담긴 감정 때문이다.


“제 딸을, 미조레를 찾아주겠다고요? 제가 그 말을 어떻게 믿죠? 무엇을 보고 믿어야 하죠? 지금 제 앞에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당신을 믿고? 당장이라도 죽일 수 있는 당신을 믿고? 아니면 나를 현혹하려고 하는 저 빛기둥을 믿고? 그저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당신의 혀를 믿고? 그 어떤 것이 저에게 믿음을 줄 수 있다는 거죠?”


유키가 스트라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화염의 영향권에 들어오는데도, 유키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 어떤 것이 우리 모녀를 왕에게서 지켜줄 수 있다는 거죠?”


스트라는 화염 앞에 있는 유키를 보고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유키가 말한 그 어떤 것에도, 스트라는 자신감 있게 확답할 수 없었다.


콱!


“컥!”


유키는 아무런 말도 없는 스트라에게 다가가서 목을 움켜쥐었다. 화염은 스트라를 지켜주지 못했다.


“왜 저희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거죠? 저희는 그저 설산 밖을 조금 구경하고 싶었을 뿐인데? 왜 사람을 죽여야 하죠? 왜 우리 모녀는 만날 수 없죠? 왜, 왜 이 빌어먹을 왕국에 있어야 하는데!!!”


유키는 있는 힘껏 스트라의 목을 졸라맸다.


“그래, 전부 당신 때문이야! 스트라! 왜 왕을 막지 못했지!? 세계를 구한다는 예언의 아이라면 이런 일쯤은 생기지 말게 했어야 하는 거 아냐!?”


“끅··· 끅···”


여자라고 믿기지 않는 힘에 스트라의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다. 최선을 다해 버둥거려보지만, 벗어나지 못한다.


“왜, 왜 당신은 약한 거야!”


‘이대로는···! 유키 씨, 죄송해요!’


퍽!


스트라는 어쩔 수 없이 유키를 걷어찰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타격이 있었는지, 스트라는 유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컥··· 쿨럭! 헉, 헉.”


모자란 공기를 채워 넣기 위해 거친 숨을 몰아 쉰다. 그럴 때마다 마치 폐를 얼릴 것 같은 차가운 냉기가 몸속을 채운다.


“하, 하하! 꼴에 살고 싶나 보네. 당신이 내버려 둔 이 왕국을 보고도 말이야!”


스트라는 유키가 품은 감정을 알 수 있었다.


‘원망···’


-스트라! 스트라! 우리를 구해줘!


-네가 진정한 예언의 아이라면 지금 그 힘을 보여달란 말이야!


스트라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원망. 그것은 그에게 너무나 익숙한 감정이었다.


“당신만 강했다면! 당신만 그 칭호에 걸맞은 사내였다면! 이딴 왕국은 생기지도 않았을 거야! 왜 당신은 나이트보다 약한 거야!?”


그것은 딸과 생이별한 어머니의 절규였다.


스트라는 그 원망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 본인도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거였으니까.


“딸을 찾아주겠다고? 우리 딸이 어디 있는데?!”


“그건 지금부터-”


“하! 웃기는 소리! 제대로 된 사실 하나 없으면서! 무엇 하나 확실하게 약속할 수 없으면서!”


“죄송해요··· 하지만 무조건 따님을 찾아내-”


“그러면, 그러면 뭐가 달라져? 이 왕국이 있는 한 어디를 가도 안전하지 못해! 우리 모녀는 다시 갈라지겠지... 그래, 차라리··· 차라리 당신을 다시 왕에게 바치고 내 딸을 돌려받겠어!!”


‘이런!’


이번에는 지금까지와 다르다.


스트라는 현재 지역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여기는 이미 유키의 영역. 여기서 싸웠다가는 패배 정도가 아니라 죽음을 면치 못한다.


“하하하! 그래, 역시 거짓말이었어! 당신은 말뿐이었어! 그렇게 도망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면서!”


유키가 스트라를 따라온다. 거리가 벌어지지 않는다.


‘안 돼···’


스트라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어떻게든 그녀를 설득하려 했다.


유키는 다른 간부들과 다르다. 다른 간부들은 각자 왕국에 뜻을 두거나, 최대한 왕국을 이용하기 위해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그녀는 왕국에 잡혀온 것뿐이다.


그렇기에 싸움을 피했다. 말로,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싸우지 않아도 된다. 그녀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도 된다.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스트라는 전력으로 도망가면서 생각했다.


안일했다. 태평한 생각이었다.


그 생각이, 지금의 상황을 낳았다.


다른 광장으로 간 아이들은 모두 역할을 완수했는데, 자신은 지금 도망 다니기 바쁘다. 시간을 끄느라, 자연력도 고갈되기 직전이다.


결국 마지막에는 그녀의 역린까지 건드려서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


‘역시 나는...’


예언의 아이. 세계를 구한다고 하는 전설의 일부분.


‘그 정도의 재목이 아니야···’


하지만 그 명예로운, 살아있는 전설이나 다름없는 그 명칭은, 언제나 스트라에게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그는 언제나 걱정했다. 정말 자신이 해낼 수 있을까? 뭔가 착오가 있던 것은 아닐까?


그 걱정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활발하고 호탕한 성격의 드워프들 사이에서, 소심한 스트라는 별종이었다.


언제나 남에게 다가가기 두려워했으며, 누군가와 마찰이 생기면 무조건 사과하기에 바빴다.


스트라는 뒤에서 따라오는 유키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의 원망 어린 말들, 그 말들에 충격받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많이 들었던 말들이니까.


소심한 성격의 스트라를 믿음직스럽지 못하게 여기는 사람은 그가 어렸을 때부터 많았다.


그가 훌륭한 술사인 것은 사실이나, 마을의 전폭적 지원 아래 커나간 사람이라기에는 애매했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었다.


세상을 구할 예언의 아이는 최강이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혹시 스트라만 예언의 아이 중에서 뒤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그들의 생각을 부추겼다.


다른 마을도 예언의 아이가 그 마을 최강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동년배에서는 최강이다.


마을 간의 교류가 없다 보니, 사람들은 스트라가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지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하스트는 괜찮다고 했지만, 그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이 생겼다.


다른 마을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의심이 발전하지 않았을 테지만, 이 마을에는 그것을 부추기는 다른 존재가 있었다.


바로 나이트. 스트라보다 강한 나이트의 존재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차라리 나이트가 예언의 아이였다면···’


그랬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나이트가 예언의 아이들을 싫어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트는 예언의 아이가 아니었고, 마을의 불안과 같이 성장한 그는 결국 스트라를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스트라는 예언의 아이가 아닙니다! 예언자님이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이 분명해요!


그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은연중에 긍정하는 무리도 많아졌다. 나이가 들면서 나이트와 스트라의 격차가 점점 커졌기 때문이다.


전설의 한 축인 스트라가, 예언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 나이트보다 약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게 나이트를 두둔하는 무리의 입장이었다.


스트라도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나이트의 실력을 보고 더더욱 노력했다. 하지만 좁힐 수 없었다.


결국 20대에 다다르자, 나이트는 마을 역사에 남을 정도의 석학이 되었으며, 그 전투력 또한 특출 난 엄청난 인물이 되어 있었다.


그에 반해, 마을의 전폭적 지원 아래 성장한 스트라는,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정도에 그쳤다.


‘천재와 수재라고 했지···’


나이트는 언제나 스트라를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어느 날 강해진 그는 스트라를 끌어내리고, 자신을 위로 올렸다.


나이트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 거라고 말했다. 예언의 아이가 물리친다는 재앙 따위는 본인에게 맡기라 했다. 예언이 사실이라면, 자신이야말로 진정한 예언의 아이라면서.


그리고 결국은.


-예언 따위는 가짜다! 예언자는 사기꾼에 불과하다! 그는 무엇 하나 올바른 예언을 하지 않았다!


스트라를 부정했던 나이트는, 결국 예언 자체를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모든 마을을 해방하겠다! 예언이라는 현혹에 속고 있는 불쌍한 사람들을 구원하겠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예언에 나오는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예언에 속고 있는 우매한 다른 마을들을 보살핀다. 이것이 전쟁의 명분이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하지만 적어도 몇몇에게는 그것은 예언보다 더 큰 진실로 다가왔다.


스트라 또한 나이트의 추종자들에 의해 감옥으로 끌려갔을 때, 결국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아직도 잘 모르겠어···’


하스트에 의해 구출되고, 나이트의 악에 반발했기에 이 일에 동참했지만, 정말 이 일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하스트에게 재앙의 정체에 대해서 들었다. 나이트보다도 위험한 존재라고. 하지만 오히려 그 말에 스트라는 흔들렸다.


예언이 빗나가고 있다.


예언의 때는 앞으로 몇 년 후였을 것이다. 게다가 재앙 중 두 개는 이미 처리했다니?


무엇보다 가장 크게 다가왔던 것은 카를을 만났을 때였다. 예언의 아이들과 비슷한 연배. 그런데도 예언의 아이들보다 강하다는 그 사람. 그 사람 덕분에 재앙을 처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예언은 도대체 뭐지?’


지금까지 온갖 사람들에게 부정당하고, 자기 자신마저도 부정했다. 그럼에도 계속 노력할 수 있었던 것은, 스트라 본인이 예언의 아이라는 예언 때문이었다.


그것이 이번에 송두리째 파괴되고 있다.


‘그렇게 불확실한 거였다면, 애초에 난···’


지금도 문득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차라리 나이트를 설득해서 내 자리를 넘겨주는 게 낫지 않을까?


빠직!


그리고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스트라의 상념은 끝을 고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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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드워프 왕 (3) 19.09.11 2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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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드워프 왕 (1) 19.09.10 19 0 13쪽
174 공성전 (5) 19.09.09 18 0 13쪽
173 공성전 (4) 19.09.09 19 0 16쪽
172 공성전 (3) 19.09.07 15 0 14쪽
171 공성전 (2) 19.09.07 16 0 14쪽
170 공성전 (1) 19.09.06 21 0 13쪽
169 격돌, 스트라 대 유키 (4) 19.09.06 20 0 12쪽
168 격돌, 스트라 대 유키 (3) 19.09.05 17 0 12쪽
167 격돌, 스트라 대 유키 (2) 19.09.05 14 0 14쪽
» 격돌, 스트라 대 유키 (1) 19.09.04 21 0 11쪽
165 격돌, 소토 대 묘원 (5) 19.09.04 18 1 14쪽
164 격돌, 소토 대 묘원 (4) 19.09.03 19 1 12쪽
163 격돌, 소토 대 묘원 (3) 19.09.03 2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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