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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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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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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379
추천수 :
269
글자수 :
1,220,287

작성
19.09.12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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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새로운? 아군 (2)

DUMMY

때는, 한창 드워프 왕국을 무너뜨릴 작전을 짤 때였다.


“그러니까, 넌 반군을 도와줘. 네가 있다면, 혹시라도 간부들 중 몇 명이 성문에 투입되더라도 안심이야.”


“그건 상관없지만, 사람 상대하는 것은 조금 껄끄러운데.”


“사람이라고 취급 안 해도 괜찮아. 어차피 왕의 편에서 살인을 자행하던 사람들이야.”


“하지만 그들 전부가 왕이란 놈의 생각에 동조한 게 아니잖아? 어쩔 수 없이 왕국에 있는 사람도 많을 텐데.”


“그렇다고 죄를 짓는 게 올바른 것은 아니지. 피해자는 한두 명이 아니야.”


“그런가?”


하스트는 갈팡질팡하는 카를을 보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 네가 불편하면, 하다못해 길을 막는 강자들만이라도 치워줘. 그들만 없어도 전쟁은 비등해질 테니까. 앞에서 시간을 끄는 사이에 우리가 왕을 치는 게 목적이니, 그렇게만 해도 충분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서 몇 명을 추려서 공격하라고? 죽이기도 그러니 힘 조절도 해야 하는데. 귀찮네.”


“힘 조절은 걱정하지 마. 그중에서는 도깨비만큼 튼튼한 사람도 있으니까.”


“크하하하! 그건 틀린 말이군, 하스트! 카를에게는 우리 마을의 장사들조차 상대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그가 저번 사건 때문에 몸이 조금 힘들어졌다한들, 그가 힘 조절을 하지 않아도 될 상대가 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하긴.”


일행은 도깨비 마을에서의 일을 생각해냈다. 시미와 스트라는 동감하지 못하는 이야기였지만.


“아무튼 그렇게 해줘. 솔직히 네가 날뛰는 것만 해도 상대에게는 공포일 테니까. 공격도 안 통하는데 어쩔 거야? 우선은 원거리 교전만 하는 게 목적이니까, 앞에서 화살받이라도 되어주던지.”


“우와. 사람을 그런 취급하다니, 너무하다.”


“내 입장에서는 네 말도 안 되는 육체가 더 너무하다고 생각되는데.”


‘그리고 그 생각을 적군도 느꼈으면 좋겠다.’


“아무튼 나머지는 아까 이야기 했던대로 다들 움직여줘. 그럼 우선 쉬자.”


“그래. 듣던 중 반가운 소리야. 계속 이야기만 들었더니 머리에 쥐가 나겠어.”


“넌 복잡할 것도 없잖아···”


일행은 투닥거리면서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아무도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전쟁이 내일이다. 잘 수 있을 리 없다.


무엇보다 예언의 아이들이 상대해야 할 사람들은 그 한 명 한 명이 촌장들 중에서도 강자에 속하는 사람. 분명히 치열한 전투가 될 것이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런저런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크어어어!”


퇴기는 빼고. 나 자고 있다고 광고하는 것 같은 우렁참이다.


“아우!”


결국 시끄러운 소리에 견디지 못한 엘르가 바람으로 소리를 차단해버렸다. 엘르의 행동에, 일행은 다시 생각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중에는 카를도 있었다.


‘여기를 마무리하면, 그놈만 남은 건가.’


카를은 이 여행의 끝이 보이는 듯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네. 정말 단서라고는 조금도 없었는데. 하스트를 만나고, 엘프 마을에 들리고. 자연력을 다루는 놈들과 싸우고. 별에 별 상황을 다 겪었어. 도시를 떠날 때만 해도 생각도 못했는데.’


지금까지 만났던 여러 존재들이 생각난다.


‘도깨비 마을의 촌장님, 나에게 도전했던 사람들, 엘프 마을 사람들, 휴라고 하는 꼬마 정령, 호수의 주인, 고요의 평원 마을의 경비대장님, 근위대장과 코네, 그리고 교관.’


카를은 차례차례 생각나는 사람들에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곤란하게 하고, 또 이 여행에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근처를 둘러본다. 예언의 아이들. 과정은 다를지언정, 파괴자라는 목표는 같은 동료들.


‘가족들에게 소개해줄 날이 기대되네. 깜짝 놀라겠지.’


그 한 명 한 명이 남부에서는 전설로만 전해지는 인종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보기에는 시미가 가장 인기 많을 것 같은데. 아, 거기에는 이미 소인족들이 있다고 했지?’


그렇다면 역시 강한 퇴기가 인기 많을 것 같다. 도깨비의 전투술은 보통이 아니니까.


‘엘르는 솔직히 말만 엘프지, 혼혈이라 우리랑 다를 것도 없고. 우선 말랐고. 스트라는··· 쟤 그래도 드워프니까, 대장장이 일은 할 줄 알겠지?’


나중에 마을로 끌고 가서 부려먹을 생각에 흐뭇해진다. 계속 마을 밖에서 살아서, 마을일을 못한 게 있으니 이렇게라도 풀어야겠다.


‘내가 도운 것도 있으니까, 이런 게 상부상조지.’


카를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다행이야. 마을이 안 망해서.’


너무나 안심이다. 그 날 이후로 마음이 편한 날이 없었다. 모든 것을 잃고, 목표를 향해서 움직이기만 하는 나날이었다. 이런 목표라도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싶던 나날이었다.


‘정말 다행이야. 우리 가족이 살아있어서.’


카를은 오늘만큼 기분 좋은 날이 없다고 생각했다.


텅 비어있던 마음이 채워지는 것 같은 감각. 내일이 기다려지는 희망. 지금까지 헛일을 한 게 아니라는 충실함이 깃든다.


그게 문제였다.


우웅!


“큭!?”


“뭐, 뭐야?”


카를의 육체가 진동한다. 난데없는 강력한 자연력의 움직임에 일행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번에는 하스트가 아니더라도, 자연력을 감지하기 위해 집중하지 않아도 보인다.


카를의 자연력이 그의 안에서 휘몰아치고 있다.


“이건? 설마 도깨비 마을 때 같은? 하지만 억지로 자연력을 불어넣지도 않았는데?”


엘르가 카를의 상태를 보고 기겁한다. 분명히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너무나 갑작스럽게 발작했다.


하스트는 이미 카를에게 붙어서 그를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하스트, 어떻지?”


퇴기가 하스트에게 묻는다. 심상치 않다는 것은 딱 보아도 알 수 있지만, 얼마만큼 큰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상태가 심각하다면 다시 그 술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뻔하다. 카를은 구할 수 있어도, 예언의 아이들은 그 후유증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될 것이다.


그 며칠의 유예는, 적들을 속이고 체력을 낭비하게 만들었던 거짓말이, 적들의 준비를 완벽하게 만드는 독이 될 것이다. 그 상태에서 전쟁을 시도했다가는 전멸할 것이 분명하다.


“확실히 그때와는 달라, 주위의 자연력을 폭발적으로 빨아들이거나 그런 건 아니야.”


“그렇다면 괜찮은 거야?”


“... 그런데 카를의 자연력이 너무 활성화되었어. 자연력이 활동하기 편하게 육체를 헤집어놓고 있어. 이대로면 큰일 날 거야. 저번 위험은 자연화하며 폭발하는 거였지만, 이번은 정령화의 위험이야. 워낙 순도 높은 자연력이니, 주위에 피해를 주지는 않겠지만...”


카를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은 똑같다. 정령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라면 완전히 사라진다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지금의 카를은 사라진다.


“그나마 도깨비 마을 때보다는 자연력이 적어져서 이 정도네. 지금 당장 정령화 하지는 않을 거야.”


“후··· 후··· 확실히 그때는 엄청 고통스러웠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네. 몸이 움직여지기 편한 것도 있고. 설마 내장이 비어 가고 있나?”


“이 상황에서도 농담이 나오냐? 단순히 육체를 지탱하고 보조하고 있던 지금까지도 굉장히 강한 힘을 낼 수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자연력이 전면으로 나오기 시작했어.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후의 너의 힘은, 나조차 가늠이 되지 않아. 자연력이 잠들어있던 지금까지와는 달라. 너의 정말 약한 힘에, 누군가가 죽음에 이를 수 있어. 네가 가장 두려워하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그건, 싫은데. 어떻게 할 수 없어?”


“우선, 넌 이번 전쟁에서 빠져. 만약 진짜 저번처럼 힘 조절을 못하면, 아군까지 죽일 수 있어. 드워프 왕국은 불의 자연력도 많아. 여기서 네가 불의 자연력을 흡수라도 했다가는 사태가 더 악화될 거야.”


“사람과 싸우지 않아도 되는 건 안심이지만, 내가 없어도 괜찮겠어?”


“괜찮아. 그 정도로 우린 약하지 않으니까. 네가 없어도 이길 수는 있어.”


하스트는 주위 예언의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다들 내 설명 잘 들어. 우선 우리가 힘을 합친다. 술법을 만들어서 카를이 있는 이 동굴만이라도 자연력의 공백을 만들어야 해.”


“저번에 썼던 그거? 나 그거 쓰고 한동안 멀미를 안고 살았는데. 전쟁 못하는 거 아냐?”


“크하하하! 나도 내가 두 동강이 나는 줄 알았지! 자연력도 굳어버렸고! 그리고 그 상태에서는 아무리 나라도 촌장급의 인물을 이길 수는 없겠지!”


“우선 스트라와 시미도 왔으니, 부담은 줄어들 거야. 술법의 완성도도 높아지고. 술법진을 만들어 간이술식을 펼치는 거니까, 그렇게까지 완벽할 수도 없어. 최대한 카를에게 다른 자연력이 다가가지 못하게 만든다. 그 정도로만 이해해줘.”


“알았...어···”


“알았어, 하스트.”


스트라와 시미의 대답까지 들은 하스트는, 카를의 자연력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토인 부부에게 다가갔다.


“너희는 잠시 밖으로 나가줘. 그리고 혹시라도 술법이 진행되면 이 곳과 옆의 소리를 차단하는 술법이 파괴될 수도 있으니까, 그것 좀 유지해줘.”


라슈와 라피는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하스트는 다시 카를에게 고개를 돌렸다.


“무엇보다, 카를, 이건 네가 노력해줘야 해. 네가 최대한 네 몸의 자연력을 진정시켜야 해. 그 양을 줄이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


‘그래야, 최후의 파괴자와 싸울 수 있어.’


“지금까지도 잘 안 됐는데··· 노력은 해볼게.”


“그래. 그럼 시작하자.”


예언의 아이들이 만든 술법이 카를의 주위를 감싼다. 카를은 그곳에서 계속 기다렸다. 술법진이 카를의 힘을 못 이겨, 파괴되기 전까지.




“어차피 거기 있으나, 여기 있으나 비슷한 거 같아서 나왔지. 그런데 저기 언덕에서 보고 있다 보니, 상황이 나빠진 것 같아서 달려왔지.”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기에 불의 자연력이 얼마나 넘실거리는데! 저놈 때문에 더 그렇단 말이야!”


“어차피 이대로면 전쟁은 안 끝날 것 같던데? 내가 혼자 저기서 쓸쓸히 정령화하는 게 낫냐? 아니면 여기서 그나마 조금 싸워서 전쟁을 끝내는 게 낫냐?”


“그, 그렇게 말하면 할 말 없지만서도···”


“카를.”


“왜?”


“너 저놈과 같이 죽으려고 온 건 아니겠지?”


그 말에 카를이 잠시 움찔한다.


“... 뭐 정 상황이 안 좋아지면 그렇게 되겠지.”


저번처럼 예언의 아이들만 살릴 수 있으면 혼자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은 비슷했다. 그러나 지금은 거기서 한 발자국 더 가있다. 예언의 아이들만 살리면, 그들이 세계를 구한다면, 농경지 마을이 파괴자에게 진짜로 파괴당할 일은 없어진다.


그렇기에 저번과 다르게 마음의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다. 너무나 활성화되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지만, 저번과는 다르게 힘의 제어에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게다가 지금 너희 상태면 내가 없어도 파괴자와 싸울 방법도 있을 것 같으니.”


“보여?”


“희미하게. 지금 이 상태라서 조금은 그런 거에 예민해졌나 봐.”


‘역시 이놈은···’


“누구냐, 네놈은?”


멀리서 나이트의 음성이 들린다. 그것은 카를을 향한 질문이었다.


일행을 추격하던 불의 짐승들도, 카를의 등장과 함께 걸음을 멈추고 경계만 하고 있는 상태다.


카를이 나이트와 눈을 마주친다.


하스트는 생각했다.


‘희대의 천재들이 여기 다 모였군.’


나이트가 자신을 향해 던진 질문에 카를이 답한다.


“너 같은 놈에게 알려줄 이름은 없는데 말이야. 너 되게 나쁜 놈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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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공성전 (2) 19.09.07 15 0 14쪽
170 공성전 (1) 19.09.06 21 0 13쪽
169 격돌, 스트라 대 유키 (4) 19.09.06 19 0 12쪽
168 격돌, 스트라 대 유키 (3) 19.09.05 17 0 12쪽
167 격돌, 스트라 대 유키 (2) 19.09.05 13 0 14쪽
166 격돌, 스트라 대 유키 (1) 19.09.04 20 0 11쪽
165 격돌, 소토 대 묘원 (5) 19.09.04 18 1 14쪽
164 격돌, 소토 대 묘원 (4) 19.09.03 19 1 12쪽
163 격돌, 소토 대 묘원 (3) 19.09.03 2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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