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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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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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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3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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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20,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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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1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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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드워프 왕 (4)

DUMMY

“그게 무슨 말이야?”


“... 나이트는 애초에 그는 애초에 이 정도의 경지에 올랐었다는 거야. 그저 힘이 모이는 속도가 그것을 따라가지 못했을 뿐.”


“그럼 저 녀석은 이미 이 정도의 자연력을 다룰 수 있었다는 거야? 단지 그 기반이 되는 본인의 힘이 없었을 뿐이라고?”


“그래. 놀랍게도 놈은, 고작 20대의 나이에 역대 드워프들 중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에 도달해 있던 거야.”


“후후후. 정답이다.”


나이트의 웃음에 주변의 짐승들도 따라 울부짖었다. 놀랍게도, 불로 이루어진 짐승들이 소리를 내고 있다.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일행이 더욱 긴장했다. 지금 나이트의 불기둥만으로도 벅차다. 그런데 저 짐승들이 달려든다면,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


‘솔직히 이 정도면 영물급도 아니야. 거의 정령에 근접한 불의 지배력이야.’


천재. 이보다 이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존재가 없을 것 같은, 압도적인 강함이 상대에게 있다.


“젠장, 천재라는 것들은 짜증 나는군. 이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라니.”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뭐?”


나이트는 하스트에게 말했다. 지금만큼은 그의 눈에 담겨있는 것은 경멸이나 증오가 아니다. 동질감이다.


“너뿐이었다.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사람은. 촌장도, 그 외 내로라하는 강자들도 나와 눈높이가 맞지 않았지. 나와 같은 시야를 가진 사람, 그것은 오직 너뿐이었다. 그래서 난 한때, 너에게 친밀감을 느꼈다. 너와 함께하고도 싶었지.”


그것은 과거형이었다. 나이트의 눈에서 동질감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러나 그 망할 예언은 그것을 부정했지. 너와 함께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저놈이라고 말이야. 참으로 어이없지 않나? 세상 모든 것을 내다본다는 예언자가, 누가 예언의 아이에 걸맞은 남자인지도 예언하지 못하다니. 세상 모든 것을 안다는 현자가, 누가 강자인지도 알아낼 수 없다니!”


나이트의 억양이 강해진다. 그와 함께 사자의 갈기와 산양의 뿔도 같이 커진다.


“하등한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 지난 세월들을 보냈다! 그런 노망난 늙은이의 헛소리를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멍청한 작자들에게 놀아났었다! 저런 멍청이가 아닌 내가 예언의 아이였다면, 난 지금까지와 비교도 안 되는 성장을 했을 거다!”


나이트에게서 느껴지는 자연력이 한층 더 커진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지! 놈들은 날 교육시키지 않았다!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지! 오히려 내가 저 멍청이의 앞날에 방해될 거라고 음해하던 자들도 있었다! 나는 분노했다! 그들을 심판하고도 싶었지! 그러나 나보다 경지도 낮은 놈들이, 정작 나보다 강하다는 모순에 울분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모욕적인 나날들이었다!”


화염의 사자와 산양이 대지에 내려선다.


“내가 세계를 부수고 있다고? 내가 세계를 망치고 있다고? 웃기는 소리! 내 걸음은 세계를 정상으로 돌리고 있는 거다, 하스트! 거짓에 놀아난 것들을 제정신으로 돌려놓는 거다!”


사자와 산양이 일행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다.


“오늘 세상은 정상화가 될 거다! 거짓의 일각인 예언의 아이들은 오늘 죽는다! 예언자도 마찬가지다! 예언자가 오늘 찾아오지 않아도 상관없다! 내가 그를 찾아낼 것이다!”


“조심해!”


사자와 산양이 일행에게 달려든다.


“크하하하! 우리 마을 근처에도 산양이 있었지! 그렇지만 여기 산양은 좀 특이하군!”


퇴기가 산양의 앞을 가로막고, 돌벽을 세웠다.


쾅!


그리고 뚫렸다.


“음?”


이번에는 퇴기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설마 산양이 돌벽을 부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퇴기는 산양의 큰 뿔에 받히더니, 튕겨 날아갔다.


“뭣?”


그리고 그 광경에 모두가 놀란다. 퇴기가 산양의 힘에 밀렸다는 것 때문이 아니다. 산양이 벽을 부수고 퇴기를 밀었다는 그 자체에 놀랐다.


“화염이 물리력을 발휘한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화염에는 질량이 없다. 무언가를 밀친다는 그 행위 자체가 용납되지 않는다.


놀라는 와중에도 사자의 앞발이 엘르를 노린다. 엘르는 깜짝 놀라며 발톱을 피했다. 발톱에 스친 땅이 큰 상처를 남기며 갈라진다.


갈라진 땅 위로 화염이 치솟는다.


“화염은 속임수인 줄 알았는데?”


그저 화염의 형상만 띈 게 아니다. 열기도 그대로다.


펑!


스트라가 술법으로 사자를 공격한다. 술법에 사자의 눈이 불타오른다.


“잘했어, 스트라!”


사자의 추격을 피해낸 엘르가 스트라를 칭찬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쉽지 않았다.


화르륵.


명중한 술법에 잠시 고개를 돌린 사자였지만, 다시 정면을 바라본 머리에는 어떠한 상처도 없다.


“화염이 소용없다면!”


시미가 사자의 눈을 향해 수압포를 발사한다.


하지만 사자가 가만히 당하고 있지는 않는다. 사자는 발톱으로 수압포를 갈라버렸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화염이라면-”


물 때문에 화력이 약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전혀 이상이 없다. 수증기도 열기에 순식간에 흩어진다.


일행은 당황하며, 피하기 바빴다.


“뭐 저딴 게 다 있어? 거의 정령이잖아!”


퇴기는 자신에게 붙은 산양과 싸우기 바빴다. 자신의 심장을 노리는 산양의 뿔을 잡고 버티는 중이었다.


치익!


그러나 돌 갑옷 안쪽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린다. 돌 갑옷의 자연력을 뚫고 열기가 돌을 달구기 시작한 것이다.


“흡!”


퇴기가 숨을 멈추더니, 허리에 힘을 주어 산양의 힘을 이용해 뒤로 날려버린다. 집채만한 산양이 허공을 날고 있다.


“크하하하! 아무리 정령에 가까운 몸이라고 해도, 실체가 있다면 충격에 타격을 받겠지!”


웃고 있지만, 마냥 좋은 상황은 아니었기에, 돌 갑옷을 교체한다.


그런데 기대하고 있던, 산양이 대지에 꽂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화르륵!


산양이 화염으로 변하더니, 허공에서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 어느새 다시 우뚝 선 모습으로 퇴기를 노려본다. 타격이라고는 전혀 없는 모습이다.


“크하하하! 정말 웃음밖에 안 나오는군!”


퇴기는 다시 산양에 맞서려고 준비했다. 아직 낫지 않은 몸은 계속 고통을 호소하며 위험을 알려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다.


퓩!


그러나 그 결심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펑!


무언가가 산양의 머리를 뚫더니, 그대로 안에서 폭발했다.


산양이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그대로 화염이 꺼진다.


퇴기는 뒤를 돌아보았다. 누가 산양을 죽였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강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못 죽일 정도는 아니야.”


하스트였다.


“크크크. 역시 하스트, 대단하군. 어떻게 보면 정령과 같을 텐데, 그것을 그리 쉽게 처리하다니.”


나이트는 하스트를 칭찬했다.


“하. 정령과 같다고? 비교할 걸 비교해라. 겨우 이 정도로 정령을 논하는 건 큰 실례다. 아무리 대단해 보여도 결국은 술법. 힘을 흐트러뜨리기만 하면 자연히 사라지기 마련이지.”


하스트를 일행에게 크게 소리쳤다.


“자연력의 크기가 대단해 보일지 몰라도, 사람들과 다르게 자연력이 온몸에 퍼져있는 것들이다! 방어 술법을 사용하는 촌장들 정도는 아니야! 방어력은 힘에 비해 형편없다! 자잘한 공격은 필요 없어! 힘을 집중해서 일격에 쓰러뜨려!”


“크크크. 잠깐 본 것만으로 그 정도까지 알아냈나? 역시 대단하군.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울까?”


불타고 있는 왕성의 1층에서 화염의 짐승들이 더 걸어 나온다.


“확실히 하스트가 아니라도, 내 간부들을 처리한 너희라면, 몇 마리 정도는 쉽게 처리할 수 있겠지. 그러나 몇십 마리라면? 그래도 처리할 수 있나 볼까?”


순식간에 왕성 앞을 짐승들이 가득 메운다. 단순히 모여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열기가 느껴질 정도다.


‘이건··· 힘들겠군.’


하스트마저 후퇴를 고려할 정도였다.


‘너무 많아. 무엇보다 저 녀석은 자연력을 파괴자가 계속해서 공급해주고 있다. 회복 속도가 너무나 달라.’


술법을 사용하는 것에 필요한 정신력까지는 회복시킬 수 없겠지만, 지금 나이트의 여유를 보아, 아무리 못해도 100마리 이상까지는 짐승들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서히 다가오는 짐승들에 일행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래, 좋은 모습이다. 도망가라! 고개를 숙여라! 그것이 너희가 할 수 있는 전부다! 가서 예언자를 데리고 와라! 그에게 누가 이 세계 최강인지 똑똑히 알려주겠다!”


“... 풋.”


나이트는 움찔했다. 하스트가 비웃었기 때문이다.


“뭐가 우습지?”


이 상황에서 웃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하스트는 평소처럼 장난스러운 느낌이 아니다.


“그럼 우습지. 세계 최강이라고? 겨우 그 정도 힘으로?”


“겨우?”


“그래. 겨우. 네가 천재라는 것도, 예언의 아이들보다 강하다는 것도 뭐라고는 안 하겠어. 화염을 이렇게까지 다룰 수 있는 것도 역대 어떤 드워프들도 해내지 못한 위업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세계 최강을 논하는 것은 무리다.”


“예언자가 나보다 강하다는 건가?”


“우리 스승님? 당연하지. 왕성 하나 태워먹었다고 우쭐하나 본데. 우리 스승님은 그 정도가 아니야.”


“후, 후후후. 그럼 어느 정도지? 이보다 큰 화염을 다룰 수 있다는 거냐?”


“에이, 설마.”


“역시-”


“겨우 그 정도겠냐? 전설도 못 들었어? 내 스승님의 화염은-”


하스트가 씩 웃으며 말을 잇는다.


“이 왕국 전체를 불사를 수 있다. 그래도 네가 이길 것 같아?”


“... 훗. 농담도 지나치군. 허세 부리지 마라, 하스트. 그렇게 말하면 내가 항복이라도 할 줄 알았나?”


“어라, 요거 안 통하네.”


“건방진! 지금 당장 불살라주마!”


나이트의 지시에 짐승들이 달려든다. 하늘에서도 불기둥이 쏟아진다. 마치 세계가 끝날 것 같은 모습이다.


“으, 으아아···”


일행은 넋을 잃었지만, 재빨리 뒤로 후퇴했다. 아무리 그래도 저것들과 정면에서 부딪히면 죽은 목숨이다.


“야! 너 왜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


“일을 복잡하게 하다니. 그럼 원래는 시원시원했어?”


“아니, 그건 아니지만, 거짓말까지 하면서 저렇게 적극적으로 나오게 할 필요는 없잖아!”


“난 거짓말한 적 없는데?”


“뭐?”


“그리고 저 녀석이 최강이라는 것에 비웃은 것도 사실이야. 비록 몇 안 되지만, 분명 저놈보다 강한 인간은 있어. 그중 한 명이 우리 스승님이라는 것도 사실이고.”


“크하하하! 저런 재앙 같은 인간보다 강한 녀석이 또 있다니! 누군지 정말 보고 싶군!”


“머지않아 보게 될 거야. 아무튼 오늘은 작전상 후퇴해야겠어. 예상과는 너무 다르게 상황이 흐르고 있어.”


“하스트. 그러면 성문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나, 지금 대피하고 있는 사람들은? 죽거나 다시 잡힐 텐데?”


“스트라···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어. 적의 술법은 우리보다 더 완성되어 있어. 전면전에서는 힘들어. 내일이라도 급습해서-”


일행에게 후퇴를 종용하는 하스트는 그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예상과 다른 일이 하나 더 생겼기 때문이다.




“하스트 녀석. 멍청한 선택을 하는군. 설마 내가 이렇게 힘을 쏟으면 자연력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 건가? 아쉽게도 그럴 일은 없다.”


하지만 나이트는 방심하지 않았다. 천하의 하스트, 저런 것조차 작전의 일부일 수도 있다. 이렇게 방심하게 만들고 어디선가 예언자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성문 쪽은 어떻게 되었지?”


예언자만 신경 쓰느라 전쟁에 관심을 끊었던 그는, 잠시의 여유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그가 성문으로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쾅!


소리가 들린다. 성문 밖에서 나는 소리다. 이 먼 거리에서도 들릴만큼 거대한 소리다.


“뭐지?”


나이트는 긴장했다.


“뭐가 다가오고 있는 거냐?”


성문 밖에서 엄청난 자연력이 느껴진다. 그러나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뿐. 그게 무슨 자연력인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나이트는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예언자! 역시 오고 있었군!”


하지만 깜짝 놀랐다. 설마 진짜로 이런 대단한 자연력을 다룰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단순히 노망난 늙은이는 아닌 모양이군! 좋다! 예언자, 너를 전설에 걸맞은 인물이라 인정하겠다! 그리고 오늘로 그 전설은 끝이다!”


나이트는 흥분했다. 드디어 자신의 대적자를 목도할 순간이 찾아왔다.


이제 곧 성벽 위를 날아 예언자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쾅!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다. 기다리던 상대는 성문을 넘어오지 않았다.


성문을 날려버리고 들어왔다. 그렇다. 날려버렸다. 저 거대한 성문이 통째로 허공에 떠있다.


쿠웅!


엄청난 무게의 성문이 추락하자, 주변의 집들까지 들썩일 정도로 대지가 흔들린다. 몇몇 집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아무리 지맥의 공급이 끊겼다고 해도, 성문에는 충분한 자연력이 있었을 텐데? 그걸 저렇게 쉽게 뚫었다고?”


나이트는 성벽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자욱한 먼지 사이로 무언가가 달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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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공성전 (3) 19.09.07 15 0 14쪽
171 공성전 (2) 19.09.07 16 0 14쪽
170 공성전 (1) 19.09.06 21 0 13쪽
169 격돌, 스트라 대 유키 (4) 19.09.06 20 0 12쪽
168 격돌, 스트라 대 유키 (3) 19.09.05 17 0 12쪽
167 격돌, 스트라 대 유키 (2) 19.09.05 14 0 14쪽
166 격돌, 스트라 대 유키 (1) 19.09.04 21 0 11쪽
165 격돌, 소토 대 묘원 (5) 19.09.04 18 1 14쪽
164 격돌, 소토 대 묘원 (4) 19.09.03 19 1 12쪽
163 격돌, 소토 대 묘원 (3) 19.09.03 2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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