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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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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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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글자수 :
1,220,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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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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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격돌, 스트라 대 유키 (3)

DUMMY

“유키 씨! 정신 차리세요!”


“헉··· 헉··· 여기는 어디지···? 왜 주변이 흰색이 아닌 거야···?”


정신을 제대로 못 차리고 있는 유키를 보고, 스트라는 왜 유키가 이렇게 되었는지 눈치챘다.


‘애초에 무리한 힘이었어!’


유키의 실력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직접 본 것도 있고, 하스트에게 듣기도 했으니까.


하스트는 예언의 아이 중 누가 유키를 상대하더라도,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겪어본 유키의 힘은, 스트라를 압도했다.


스트라는 유키가 지금까지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적어도 이 곳에서는 그 정도의 힘을 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결과 유키는 지금 정수가 무너지기 직전이다. 만약 정수가 무너진다면, 정수를 이루고 있던 자연력들이 제어에서 풀려나 유키의 육체를 파괴할 것이다. 거기다-


‘불의 자연력이···’


주변에 가득 차 있는 불의 자연력이 유키의 빈 공간을 호시탐탐 노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서 불의 자연력이 정수에 다가서면, 유키의 제어에서 벗어난 정수는, 그대로 깨지고 말 것이다.


스트라는 유키를 정신 차리게 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유키 씨! 딸을 찾으셔야죠! 이대로 쓰러지시면 안 돼요!”


“아··· 아··· 내 딸···”


스트라는 유키의 초점이 조금 돌아오는 것을 보고 다시 말했다. 희망이 있다.


“그래요! 미조레를-”


“이 엄마는 이미 돌이킬 수··· 사람을···”


유키의 초점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허공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유키 씨···”


스트라는 상황을 파악했다. 애초에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이렇게까지 힘을 사용하기 힘들다. 인간만이 아니라, 어떠한 생물이라도.


생명의 보호본능은 죽음을 부를 정도로 힘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것이 가능한 경우는 수많은 훈련을 통해 보호본능의 한계를 깨트렸을 때, 그리고.


“삶을 포기했을 때···”


애초에 유키는 이번 싸움에서 끝을 맞이하려 했던 거다.


나이트는 침략전쟁에서 그녀의 힘을 이용했다. 그녀는 수많은 수인들을 얼렸다. 수많은 수인들을 죽였다.


비록 딸을 위해서 한 일이지만, 딸을 만나기 위해 벌인 짓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그녀에게 독이 되었다.


그녀는 살인의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지···”


그나마 삶을 이어나가야 할 이유인 딸은, 왕국에 소속된 이후로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유키는 전쟁 때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왕궁에 있었어야 했다. 딸이 살아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절대 생각하지 말아야 할 생각이지만, 왕의 잔악한 성정을 보았을 때, 이미 딸은 죽고, 자신은 이용만 당하고 있다고.


무엇보다 그녀는 나이트의 힘을 목격했다.


“실망스러웠겠지···”


스트라는 불과 며칠 전에 시미와 함께 왕궁에 끌려갔을 때 유키를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때 그녀는 눈에 띄게 동요했다. 지금은 그 이유를 알겠다.


“유키 씨··· 당신도 희망을 걸었었나요?”


그녀는 생각했을 수도 있다. 예언의 아이들이 왕을 타도할 거라고. 그리고 그때, 마주친 스트라와 시미의 너무나 약한 힘에 희망을 잃었을 것이다.


이대로 왕에게 벗어나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질 것이고, 자신은 살인의 죄를 끝없이 쌓아갈 것이라고.


“미조레··· 엄마는 널··· 면목이···”


마치 잠꼬대처럼 이어지는 말. 중간중간 사라지는 단어에도 불구하고, 절절한 슬픔이 묻어 나온다.


“나 때문이야···”


약하기 때문이다.


“나 때문이야···”


나이트를 막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


입에서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모자간의 상봉도 이루어줄 수 없는 자신이 밉다. 모자가 같이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데도, 그것조차 약속해줄 수 없다.


“스트라···”


“유키 씨···”


잠시 정신을 차린 것인지 유키의 눈이 스트라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스트라는 그것이 너무나 불안했다. 해가 지기 직전에 잠깐 하늘이 밝아지는 것처럼··· 유키도 그러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절 이대로 놔둬주세요··· 절 살리지...”


“그럴 수는-”


“제 마지막 속죄··· 전 평안하게··· 자격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유키는 눈을 감았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불의 자연력은 유키의 정수를 향해 호시탐탐 몸속을 파고들고 있고, 유키의 정수는 지금도 흔들리고 있다.


스트라는 움직일 수 없었다. 유키는 죽음을 택했다. 그것만이 자신에게 허락된 속죄라고.


그런 그녀를 살리는 게 옳은 일일까? 다시 살린다고 해서 그녀가 다시 이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살아난 그녀가 자신을 원망하지 않을까?


“미조레··· 미안···”


“...!”


그녀의 마지막 말에 스트라는 눈을 크게 떴다.


스트라는 두려웠다. 그녀에게 들을 원망이.


스트라는 두려웠다. 혹시나 후에 그녀의 딸을 찾아냈을 때, 그녀의 딸에게서 들을 원망이.


죽게 놔둬도, 살려도 원망을 듣는다.


“유키 씨··· 미안해요···”


스트라는 움직였다.


“제가 선택할 길은 하나밖에 없네요.”


어차피 원망을 듣는다면, 한쪽을 무시해야 한다면.


“더 괴로운 것으로부터···”


스트라는 술법을 준비했다.


“우선은 근처의 자연력을.”


다행히 유키와 대화하며 자연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기에 술법을 펼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완성된 술법은 유키의 근처에 막을 씌웠다.


“좋았어. 불의 자연력이 막혔어. 이 상태라면-”


하지만 이내 깨닫는다. 이 정도로는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는 것을.


근처에 있는 불의 자연력이 눈에 띄게 적어졌는데도, 유키의 정수가 점점 더 흔들린다. 이제 조금 있으면 무너지리라.


“유키 씨는 기절했어··· 그런데 왜 정수가 살아나려고 하지 않지?”


유키가 죽기 위해 정수를 일부러 흔들고 있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정수가 흔들린 것은 정수에서 자연력을 뽑아낼 정도로 무리한 술법의 영향이다.


“하지만 아직 틀은 남아있어.”


그리고 정수는 본모습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만약 적당한 재료만 있다면 자신을 수복할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 어디에···”


스트라는 좌절했다. 주변에 넘치는 불의 자연력 때문에 다른 속성의 자연력은 적다. 하물며 냉기의 자연력은 더하다.


“내가 변환할 수도 없어.”


애초에 냉기의 자연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눈에는 보이지만, 그것으로 어떻게 변환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스트나 시미가 있었다면···!”


그 둘이라면 충분히 변환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스트라는 벌떡 일어났다. 남쪽 광장에 시미가 있다. 그곳으로 유키를 데려갈 수 있다면 살릴 수 있다.


“안 돼···”


하지만 유키의 정수를 다시 살펴본 스트라는, 그것이 허황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유키의 정수는 그 거리를 버티지 못한다.


“호, 혹시 하스트가 준 물건 중에 이럴 때를 대비한 것이 있지 않을까?”


다급하게 품속을 뒤져보지만, 그런 것이 있을 리 없다.


결국 스트라는 마지막 발버둥이라고 생각하고, 남쪽 광장으로 달려가기로 했다. 자신이 감옥에 갇혀있는 사이 마을의 지리가 크게 변했어도 상관없다. 빛기둥이 그 무엇보다 확실하게 인도하고 있으니까.


땡그랑.


스트라가 유키를 들어 올리려고 주머니에서 손을 뺀 그때, 손과 함께 빠져나온 무언가가 떨어진다.


“이건?”


그것은 하스트가 주었던 물건. 광장 정중앙에 꽂아 지맥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단봉.


“혹시?”


스트라는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유키를 안아 들고 광장 정중앙으로 향했다.


“제발···!”


그리고 단봉을 바닥에 꽂는다.


우우웅!


기묘한 공명음이 들리더니, 잠시 후 단봉으로부터 빛이 뿜어진다.


스트라는 마치 소리가 들린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분명히 빛에서 소리가 날 리가 없는데도, 너무나 찬란하게 뻗어 올라가는 빛이 그런 착각을 만들어냈다.


“헛.”


눈길을 빼앗긴 것도 잠시, 스트라는 단봉 위가 아니라, 단봉 아래를 살펴보았다.


‘역시 생각대로야!’


하스트에게 빛이 뿜어져 올라간다고 들었을 때는, 단봉에 있는 자연력이 잠시 빛을 터트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각 광장에 있는 빛기둥을 보고 알았다. 빛기둥은 한 번이 아니라, 계속 유지되고 있다.


‘이건, 이 빛은 지맥의 힘을 이용한 거야!’


단봉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는 제대로 모르겠다. 빛의 자연력이라는 것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알았다.


‘지맥에서 자연력들이 뽑아지고 있어!’


하스트는 말했다. 나이트가 화염산과 주변의 지맥을 이 마을에 가둬서 이용하고 있다고. 그것은 나이트의 수갑 같이 상상도 못 한 물건을 작동시킬 수 있는 근원이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원래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 자연력. 과다한 자연력의 포화는 곧 큰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고 했다.


자연력을 빼앗긴 화염산의 붕괴, 혹은 불의 자연력이 넘치는 왕국이 화염산처럼 변화.


당장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훗날 반드시 일어날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겨우 이 정도로?”


하지만 빛기둥으로 추출되는 자연력이 극히 미미하다. 이 정도로 자연력의 정체를 해소시킬 수는 없다.


그때, 북쪽에서 또 다른 빛기둥이 솟아오른다. 북쪽 광장, 그 너머다.


“저건?”


사전에 전해 듣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누구의 짓인지 알 것 같았다. 주위의 모든 상황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지맥이 움직인다···”


지맥이 북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곳은 투기장이 있던 곳. 하스트가 간 곳이다.


땅 밑에서 흐르는 자연력이 느껴진다. 정체되어 있지 않고, 흐르고 있다. 그 거대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거기에 담긴 자연력의 속성 또한 느껴진다. 가장 많은 속성은 화염과 무속성이지만, 다른 속성 또한 넘치도록 많다.


“냉기의 자연력!”


그리고 스트라가 원하는 자연력도 그곳에 있었다.


“하스트, 미안해!”


스트라는 그 거대한 흐름의 중간을 가로챘다. 멈춰있는, 아니면 평범한 지맥이라면 이런 식으로 가로챌 수 없다. 발견하기도 힘들뿐더러, 아주 깊은 곳에 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가능하다.


나이트는 지맥을 직접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지맥이 지표면에 굉장히 가까워져 있었다.


스트라가 특별한 술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지맥의 힘을 가공하거나, 변환시킬 필요도 없다.


이미 지맥은 움직이고 있다. 중간에 구멍만 내어도 알아서 분출될 정도로.


“우왓!”


정말 조그만 구멍이었다. 그런데도 가공할 자연력이 솟아 나온다.


스트라는 두려웠다. 이 정도 양의 자연력이라면 지맥에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급하게 살펴본 지맥은 전혀 이상이 없다. 이 가공할 자연력에도 불구하고, 지맥의 거대함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스트라는 자신이 살펴본 것보다 지맥이 훨씬 더 거대한 흐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아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위에서 살아가는 것. 그것밖에 없다. 이것을 사용하려고 하는 자는, 분명히 파멸밖에 길이 없을 것이 분명하다.


스트라는 왜 하스트가 나이트를 치는 것보다 지맥의 정상화를 먼저 선택했는지 알았다. 만약 나이트가 이 지맥의 힘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면, 이 왕국은 그대로 끝났을 것이다.


‘아니, 왕국만이 아니라 어쩌면···’


스트라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런 생각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유키를 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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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공성전 (4) 19.09.09 20 0 16쪽
172 공성전 (3) 19.09.07 16 0 14쪽
171 공성전 (2) 19.09.07 16 0 14쪽
170 공성전 (1) 19.09.06 22 0 13쪽
169 격돌, 스트라 대 유키 (4) 19.09.06 20 0 12쪽
» 격돌, 스트라 대 유키 (3) 19.09.05 18 0 12쪽
167 격돌, 스트라 대 유키 (2) 19.09.05 14 0 14쪽
166 격돌, 스트라 대 유키 (1) 19.09.04 21 0 11쪽
165 격돌, 소토 대 묘원 (5) 19.09.04 19 1 14쪽
164 격돌, 소토 대 묘원 (4) 19.09.03 19 1 12쪽
163 격돌, 소토 대 묘원 (3) 19.09.03 2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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