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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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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7
최근연재일 :
2024.09.1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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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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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수 :
343,511

작성
24.05.0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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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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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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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헬게이트 (2)

DUMMY


*


헬게이트(Hell-Gate).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지옥의 문.

어느 날부터 그 원리 모를 기현상이 세계 전역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진실을 말하자면, 헬게이트 개방은 자연재해보다는 인재(人災)에 가까웠다.

헬게이트의 구체적인 물리적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의 공식 발표만 되지 않았을 뿐 학계에서는 이미 이것이 인류의 실수로 인한 재난이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재앙 발생의 그라운드제로는 ‘유라시아 입자물리학연구소(CEARN)’.

초대 총통의 세계 통일 이후에 세워졌던 지상 최대의 물리학 실험실.

거대한 입자가속기와 각종 첨단 설비에 더해 핵입자 물리학과 각종 현대 물리학의 선도적 성과들을 냈던 곳.


명목상으로는 문명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핑계로 지어진 연구소였다.

그러나 그 실체는 인간의 탐심과 아집을 이루려는 욕망 실현의 통로.

CEARN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금기들을 탐하던 바벨탑이었다.

그들은 최초의 빅뱅을 재현하려 하였다.

그 결과물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알지도 못한 채.

나아가 그곳의 과학자들은 ‘차원의 문’을 여는 데 광적인 집착을 보였다.


그들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늘 그렇듯 후회하기 시작할 때는 이미 뒤늦은 법.

CEARN에서 비밀스럽게 펼쳐진 각종 입자 충돌 실험, 가상 빅뱅 실험, 차원 간섭 시도들은 결국 끔찍한 재앙을 낳았다.


최초의 헬게이트는 바로 이 CEARN의 심장부에서 생성되었다.

그것은 엄연한 사고, 의도하지 않았던 흐름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학자들의 호기심 충족이라는 목표는 일부 달성된 셈이었다.

어쨌건 차원의 문이라는 게 실존한다는 게 밝혀졌고 현실에서 열리긴 했으니까.

그러나 그 파생물은 그들이 상상조차 못 했던 끔찍한 것이었다.


헬게이트로부터 발생한 첫째 재앙은 흑색 파동의 확산이었다.

양자 진동하는 작은 점의 형태를 띤 그 문에서 정체불명의 파동이 치솟았다.

소리도, 빛도, 냄새도 아닌, 그야말로 물리적으로 설명 불가인 흑파(黑波).

그것은 반경 수백 미터에서 수 km에 이르기까지 주변 지역을 침식했다.


흑파에 잠식된 지역들 내에서는 이차적 기현상이 범람했다.

사람들이 악몽과 트라우마와 환각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정신의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기괴한 수준의 병리 현상이었다.


그 침식 효과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흑파의 영향을 받은 지역 주민들은 심리와 정신이 불안정한 형태로 뒤틀렸다.

절망, 좌절, 불안, 자살 충동 등 온갖 부정적 감정이 기하급수적으로 범람했다.


재난은 정신적 효과에 국한되지 않았다.

식물들과 동물들은 헬게이트의 영향으로 서서히 생명력을 잃고 메말랐다.

물과 토양은 아무런 오염 물질이 관측되지 않는데도 오염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방사성 붕괴 현상을 방불케 하는 기괴한 물리적인 붕괴 현상.

이 모든 효과가 천천히 해당 지역을 덮었다.


다행인 점은 헬게이트에서 흘러나오는 재난이 모종의 용수철에라도 묶인 듯 일정 범주 이상의 거리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비록 아주 천천히 피해 범위가 확산하긴 했지만, 그 속도는 무제한이 아니었다.

만약에 그렇지 않았다면 지구 전역이 얼마 지나지 않아 사형선고를 받았으리라.


세계 정부 연합체는 이 초자연적 기괴 현상에 제대로 대응치 못했다.

대응의 타이밍을 놓쳤을뿐더러 탁상공론에 빠져 서로 다투고 이익만 찾느라 사실상 문제 해결에 손을 놓았다.

그들은 그저 문제를 덮어놓은 채 자기들의 권익 질서를 유지하는 데 급급했다.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물리 현상과 달리 헬게이트의 효력에는 거리 제한이 있었기에 그들은 무사안일주의에 빠졌다.

그저 CEARN이 있었던 그 지역을 폐쇄하고 그 근방을 버리면 그만이겠지.

그들은 그렇게 방관하고 일을 조기에 해결하지 않았다.


불행 중에 다행인 게 있다면, 다행 중에도 불행이 있는 법.

세계 연합체의 대응이 얼마나 미련했는지는 곧 만천하에 드러났다.

헬게이트에는 바이러스나 세균처럼 증식하는 속성이 있음이 곧 나타났다.


정확히 어떤 규칙과 기전으로 늘어나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세포가 분화되듯 이분법으로 나뉘는 것인지,

아니면 포자를 낳듯 자식 헬게이트를 생성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어떤 빈도로, 어느 주기로, 어떤 경로로, 얼마만큼의 거리 간격으로 증식이 이뤄지는지도 몰랐다.


중요한 건 이러한 기현상에 대한 학문적 호기심의 해소가 아니었다.

헬게이트의 증식이라는 이 ‘엎친 데 덮친 격’의 재앙이 인류 멸종의 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었다.


헬게이트는 수 개월 만에 진원지였던 튀르키예의 페르가몬 시를 벗어났다.

그것은 살아움직이는 능동적 생명체마냥 수를 불리며 증식하였다.

그리고 그 위치를 바꾸어 사람들의 서식지를 향해 다가갔다.


며칠 만에 다섯 개의 헬게이트가 만들어졌다.

그것들은 아프리카, 유럽, 북아시아, 남아시아, 동부아시아로 진격했다.

그 다음으로 바다와 아메리카 대륙에도 새로 만들어진 헬게이트가 당도했다.


그것들은 천천히 수를 불렸다.

지수함수적으로 불어나진 않았지만, 꾸준히 늘긴 했다.

어느 새, 인간 거주 구역의 20% 이상은 헬게이트의 침탈지가 되었다.


그리고 화룡점정은 그 다음 대목이었으니.

가장 큰 재앙은 헬게이트 자체가 아닌, 그 속에서 나온 어떤 존재들이었다.

이번에는 무형의 오염력을 지닌 흑색 파동이 아닌, 딱딱한 실체를 지닌 능동적 운동체들이 나타났다.


-크아아아아악!

-키야야야야아!


어비씨언(Abyssian).

속칭 헬게이트 몬스터, 혹은 줄여서 헬몬스터.

지상의 어떤 생물학적, 물리학적 이론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괴생명체들.

헬게이트의 증식, 확산이 임계치에 이르자 비로소 이들이 그 속에서 튀어나왔다.


세계 각지의 도시들은 범람하는 어비씨언들의 침략에 패닉에 잠겼다.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죽어나갔다.

어비씨언 사태가 벌어진 지 몇달도 지나지 않아 세계 인구의 10분의 1이 죽었다.

피해는 수년간 계속 불어났으며 후일 '해결책'이 등장한 이후로도 완전히 잦아들지는 않았다.

최종적으로는 3분의 1의 세계인구 감축이라는 결과에 이르렀다.


군대는 물리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이 괴물들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들의 공격은 지상에 유효했으나 인간들의 공격은 그들에게 무효화되었다.

절망적인 파멸이 눈앞에 있었다.


모든 사람들은 인류의 미래가 멸망으로 치닫았다고 확신하며 낙심했다.

그리고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된 그 시점.

새로운 희망이 태양처럼 솟아올랐다.


그 희망은 바로 정체불명의 특수 인간 용병들의 등장이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어비씨언 헌터, 줄여서 ‘헌터’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러한 헌터들의 출현과 동시에 독재의 폐해 속에서 패배의 심연에 잠겼던 인류사에도 뜻밖의 방향 전환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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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악몽의 추억 NEW 13시간 전 2 0 14쪽
59 출항 24.09.14 7 0 14쪽
58 진급 24.09.13 7 0 12쪽
57 기대와 불안 24.09.07 9 0 14쪽
56 제안 24.09.03 9 0 15쪽
55 교활한 광전사 (2) 24.08.30 9 0 13쪽
54 교활한 광전사 (1) 24.08.29 8 0 13쪽
53 조우 24.08.25 8 0 17쪽
52 레기온 24.08.22 9 0 16쪽
51 다중심연융합체 24.08.17 9 0 11쪽
50 극강 장벽 24.08.15 10 0 11쪽
49 이변 (2) 24.08.12 8 0 13쪽
48 이변 (1) 24.08.10 9 0 12쪽
47 마무리 단계 24.08.07 9 0 12쪽
46 독립운동가 24.08.04 9 1 12쪽
45 예측력의 한계 24.07.31 10 0 12쪽
44 에일린 (2) 24.07.28 10 0 13쪽
43 에일린 (1) 24.07.25 11 0 11쪽
42 재난 예보 작전 (3) 24.07.22 14 0 13쪽
41 재난 예보 작전 (2) 24.07.17 11 0 13쪽
40 재난 예보 작전 (1) 24.07.17 13 0 12쪽
39 퇴각 24.07.05 15 0 14쪽
38 정부군 대 헌터군 (3) 24.07.02 13 0 15쪽
37 정부군 대 헌터군 (2) 24.06.29 13 0 12쪽
36 정부군 대 헌터군 (1) 24.06.27 13 0 13쪽
35 뒷통수 24.06.24 12 0 12쪽
34 최후 일격 24.06.22 12 0 11쪽
33 지하 던전 6층 24.06.19 12 0 13쪽
32 지하 던전 5층 (3) 24.06.17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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