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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한 컵 망상 한 수저

현신 무당과 함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parkpd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3.12.03 15:45
최근연재일 :
2024.09.03 00:29
연재수 :
1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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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57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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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7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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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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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74화. 혈족을 찾아 비양도로...

본 콘텐츠는 픽션으로 내용에 등장하는 모든 상황은 가상이며, 브랜드, 단체, 기관, 이름과 상황은 모두 허구입니다. 현실과 단 하나의 연관성도 없음을 밝힙니다.




DUMMY

TV에서 나와 웬디고가 싸웠던 영상과 그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오자, 세아는 뉴스를 집중해 시청했고, 지현은 내가 혼자 섬으로 들어가려 하자, 서둘러 외출준비를 위해 화장실에 들어갔다.


어제 억수 같은 폭우를 쏟아냈던 시커먼 구름은 모두 사라지고, 화창한 햇살만 가득했다.


‘어제의 폭우가 거짓말 같군.’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란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TV에서는 폭우 속에서 내가 웬디고와 싸우는 영상을 연신 방송하고 있었다.


.

.


뉴스를 보고 있던 세아의 입에선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무기가 출현한 그 장소에 있었음에도, 이무기 사진은커녕, 목격도 못 하고, 나와 웬디고가 싸우는 상황에선 지현과 대화하느라 싸우는 영상은 둘째치고 사진도 찍지 못한 자신이 한심했기 때문이었다.


세아는 나를 흘깃 보고는 주먹을 꼭 쥐었다.

영상이나 사진은 없지만, 실물이 자신과 함께 있기에, 기대를 걸어보자는 의지가 담긴 행동 같았다.


지현이 준비하고 나오자, 세아가 준비했다.


‘하아, 어쩐다...’


지현과 세아 두 사람 때문에 근심이 생겨버렸다.


.

.

.


결국 두 사람과 함께, 섬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제 마신 맥주 때문이었을까? 지현과 세아는 결국, 뱃멀미하고 말았다.


‘쯧쯧 도대체 얼마나 마신건지...’


두 사람은 힘겹게 배에서 내려, 비양도 섬에 발을 디뎠다.

섬은 작았지만, 제법 많은 분이 거주하고 있는 듯했다.

카페며, 식당까지...


우린, 우선 혈손을 찾아 섬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한참을 올라도 혈손의 사는 곳을 찾기 힘들었다.

해서, 우린 편의점에서 혈손이 산다는 집 주소를 보여주었다.


점원은 처음에 모른다는 표정을 짓더니 혈손의 이름을 보고는 그가 사는 곳을 일러 주었다.

그래서 다시 산을 오르듯 위를 향해 올랐다.


섬의 가장 높은 곳을 지나, 섬 뒤로 내려가니, 음습한 옛날 집이 나타났다.

깃발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신당을 겸한 무당의 집 같았다.

그런데, 그 깃발들이 내가 알고 있는 깃발들과 달랐다.


삼각형 모양으로 붉은색으로 용 그림이 그려져 있는 노란 깃발과 그 아래로 붉은 깃발, 또 그 아래로 백기, 그 아래로 다시 붉은색 기와 파란색 기가 제일 하단에 있었다.

조선 시대에 지어진 듯한 기와집 마당에 발을 딛고 서서 조심히 외쳤다.


“저, 저기, 실례합니다. 계십니까?”


제법 큰소리를 질렀는데, 집안에선 반응이 없었다.

하여, 몇 번을 반복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아, 아무도 없나?”


당집 마당에서 머뭇거리는 나와 달리 세아는 적극적으로 집주인을 찾기 위해 문을 열어보려 했다.

그때 지현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손기자 잠깐만,”

“네?”


세아가 지현을 바라보자, 지현은 문 한쪽에 붙어 있는 쪽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쪽지를 확인하고 읽어보았다.


내용인즉,


[ 제주 본도에 위령제가 있어, 그곳에 다녀올 예정이니, 용무가 있는 분은 위령제가 열리는 서귀포 월라봉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


지현이 쓰여있는 글을 읽자, 나의 입에선 허탈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아이고.”


나와 두 사람이 뒤돌아보며, 돌아온 길을 다시 넘어갈 생각을 하니, 기운이 빠졌다.


“에휴.”


시계를 보니, 배 시간이 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어떻게, 내려가서 밥이라도 할래?”


내가 지현을 바라보자, 지현은 옅은 미소를 짓고는 소리쳤다.


“해장국!!!”


우린 당집을 뒤로하고, 걸어온 길 위에 박아둔 발자국을 따라 걸었다.

당집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질 때쯤, 당집 지붕 위로 이무기의 머리가 올라왔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

.

.

.



* * * * *



서귀포,


월라봉.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진혼제, 위령제를 지내기 위한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그곳엔, 도지사와 군 관계자, 몇 명의 국회의원, 각 행정구역의 장들이 모여 서로의 근황을 묻듯 담소를 나누고 있고, 신세계 경감과 그의 가족들도 와서 방송국 카메라 앞에 서서 위령제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신세계 경감 동생인 신세연이 대표로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부모로 보이는 이들은 그 주의에서 국회의원 등의 인사들과 안부를 건넸다.


.

.


정우해 대표와 민다연은 위령제를 위해, 제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연아, 준비는 다 됐니?”

“네, 그런데, 참 많은 사람이 왔네요.”

“그렇지? 사안이 사안이니, 관심이 집중된 것도 있겠지.”

“그런데, 현신씨는 괜찮겠죠? 어제 그런 일이 있었으니,”

“흠, 괜찮진 않겠지, 하지만, 너나 나나 예상하던 일 아녔어?”

“그렇긴 하지만, 막상 닥치니, 걱정이네요.”

“걱정 마. 내가 보기엔 나현신씨 누구보다 강해.”

“그럴까요?”

“그런 것 걱정보다 위령제에 집중해. 너의 그런 마음가짐, 오늘 승천하시는 분들께 실례야.”

“네, 네, 그렇네요.”


.

.

.

.


시간이 좀 지나니, 위령제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식순이 끝나고, 본격적인 제를 지내기 시작했다.

민다연이 무녀복 차림으로 살풀이를 시작했다.


.

.

.

.


그녀의 살풀이는 지켜보는 이들의 눈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호소력이 짙게 다가와 억울하게 유명을 달리한 영혼들의 슬픔이 느껴지게 했다.

카메라로 중계하던 이들도 민다연에게 홀린 듯, 그녀의 몸짓과 휘날리는 천조각에 매료되어 입을 다물지 못했다.



* * * * *


비양도.


비양도 번화가라 할 수 있는 제주를 바라보는 선착장이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마을로 와, 식당을 찾다가 만년의 섬이란 간판을 보고 홀린 듯 그 안으로 들어갔다.


난, 상관없었는데, 지현과 세아는 아직도 속이 불편해 보였기에, 매운탕과 죽을 시켰다.

그런데, 그 맛이 형용할 수 없는 일품의 맛이었다.

매운탕에 들어있는 해산물과 생선이 특별하지 않음에도, 국물 맛이 끝내줬다.


보말죽도 일품이었다.


식사를 마친 지현과 세아는 세상에 다시 태어난 듯 기운을 차렸고, 그 기세로 바다가 바로 보이는 약간의 언덕에 자리한 카페에 들러 시원하게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즐겼다.

창밖으로 보이는 제주의 풍경이 색다른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우리 셋은 아무런 말 없이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즐겼다.

모처럼 만에 즐기는 마음의 평화와 휴식이었다.

천세가 내게 말을 걸기 전까지 말이다.


“어이, 현신. 평화를 즐기는 건 좋은데, 이곳에서 이무기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걸 알아?”


이무기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천세의 말에,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뭐, 뭐야?”


나의 외침에 카페안 사람들은 물론이고, 지현과 세아가 나를 쳐다 보았다.


“오빠! 뭐야! 창피하게, 왜 그래. 앉아. 빨리.”


지현이 얼굴을 붉히며, 나의 옷자락을 잡아끌었다.

그 모습에, 주변을 보니, 모두의 시선이 내게 향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부끄러웠지만, 마치 통화를 하는 듯이 걸음을 옮기며, 횡설수설 떠들었다.


“그, 그래서, 뭐, 뭐라는데, 있대? 없대.”


내게 쏠렸던 시선들은 하나둘 내게서 시선을 뗐고, 일상적인 카페 분위기로 돌아갔다.

하지만, 난 카페 밖으로 나와 천세와 대화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무기의 기운이라니,”

“아직 멀었구나, 현신, 한심한 놈.”

“엑!!”

“나한테 묻기 전에, 네놈이 좀 찾아보는 건 어때? 네놈은 스스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일 큰 단점이란 말이다.”

“나야,”

“변명은 때려치우고, 지금 네놈의 상태가 어떤지는 네놈이 더 잘 알 것 아니냐! 언제 놈들이 널 덮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단 말이다. 항상 경계하고 준비가 되어 있어야지, 언제까지 내가 알려줘야 한단 말이냐. 이놈아.”

“아, 그건 인정. 미안하다. 천세.”

“알았으면, 빨리 놈의 기운을 찾아!”

“응.”


천세의 다그침에, 정신을 집중해 이무기의 기운을 찾았다.

하지만, 그리 쉽지 않았다.

비양도에는 이무기 기운 외에도 여러 알 수 없는 기운들이 상당히 존재했고, 무엇보다 이무기의 기운을 알 수 없어, 어떤 것이 이무기인지 도통 분간할 수 없었다.


‘아, 미치겠네, 뭐야, 뭔데 이리 많아. 그보다 어떤 것이 이무기야. 미쳐버리겠네.’


,

,


내가 집중해 이무기의 기운을 찾고 있을 때, 지현이 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오빠, 뭐하고 섰어. 속이 안 좋아? 체했어?”


순간, 난 움찔하고, 지현을 바라보았다.


“아, 아니, 아니야. 아무것도. 그냥, 앉아 있으려니, 좀이 쑤셔서. 뭐, 커피는 다 마셨어?”

“응. 배 시간도 다 됐고, 이제 가자.”

“응? 응.”


뒤늦게 나온 세아는 내가 남기고 나온 커피를 테이크아웃하여 챙겨 주었다.


“고마워요. 손기자.”


세아는 가볍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난 지금 상황에 미소 지을 수 없었다.

천세의 말대로 이무기가 이곳 비양도에 있다면, 여기에 있는 모두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다...’



내가 고민할 시간도 없이, 지현은 나를 잡아끌었다.


“배 시간이라고 배 시간, 배 안 타?”

“타, 타. 가자.”


우린 출항을 준비하는 배에 올랐다.


.

.


배에 오르니, 정박해 있는 배의 높이가 상당히 높았다.

순간, 떠오른 생각.


‘배가 출항함과 함께 뛰어내린다면, 지현도 어쩌지 못하겠지?’


난, 여객선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

그러자, 지현과 세아도 날 따라 올라왔다.


‘설마, 이 녀석들 나를 의심하는 건가? 다시 섬으로 들어가려는 나를? 후아... 여자들의 직감이란 정말 무섭군, 무서워.’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사람들 얘기고, 나는 오늘 이례적인 일을 벌일 예정이다.

내가 이 배에서 뛰어내린다면, 또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들에게 있어, 그게 최선일 것이다.


.

.


배가 출항을 알리는 기적이 울리고, 배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출항을 시작하자, 지현이 경계하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리고, 나를 감시하듯 바라보던 시선이 이제, 조금씩 거리를 두는 섬을 향했다.


“참, 이쁜 섬이야. 오빠. 그렇지?”


지현이 나에게 말하는 순간, 난 그 말에 답하지 못했다.

난, 이미 배에서 뛰어 섬으로 향하고 있었다.


.

.


그저 배에서 지현이 외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을 뿐이었다.


“오빠!!!”


.

.

.

.


난, 보기 좋게, 항구 지면에 잘 내려앉았고, 뒤 돌아 멀어지는 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나의 전화기는 요동쳤다.

지현이였다.


‘미안하다. 하지만, 이게 최선이야.’


내가 잠시 항구에서 머뭇거리자, 사람들이 내게로 달려왔다.

아마도 나의 상태가 걱정되어 오는 사람들 같았다.


그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도 뭣하고, 더 이목을 끄는 것도 좋지 않을 듯하여, 서둘러 섬의 반대쪽을 향해 뛰었다.


.

.


비양도 섬 정상에 다다랐을 무렵,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무기의 기운을 모른다면, 가장 강한 기운을 찾으면 될 것 아닌가. 이 섬에서 이무기가 가장 강할테니...’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너무나 간단한 것이었다.


“훗, 난 천재인가?”

“천재 같은 소리 하네. 어서 이무기나 찾아.”

“칫, 알았어.”


이무기 아니, 가장 강한 기운을 찾았다.

그러자, 무당의 집.

당집에서 가장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무당의 선조가 이무기 제를 올렸다더니, 위령이 아니라 환생의 제였나?”


위치를 찾은 난 당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걱정이 있었다.

파령검으론 이무기를 없앨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찾기는 했는데, 이무기를 없애기엔 파령검이 너무나 부족한데...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또 부딪혀 봐야지. 안 그래?”

“그, 그래도. 내가 놈의 성만 돋궈서 미쳐 날뛰면, 저 마을 사람들이 피해당하면 어떡해.”

“그건, 그다음이야. 만약 놈이 식령검을 가지고 있다면, 그럼 어떡할 건데?”

“그렇다면...”

“어차피 싸워야 할 거 아냐. 안 그래? 그리고, 식령검이 없더라도 이무기쯤은 상대해서 이겨야 하는 것 아닌가? 지난번 이무기를 놓친 게 분하지도 않아?”


천세는 슬쩍슬쩍 나의 자존심을 긁었다.

자존심이란 것이 없었던 내가 그 말에 반응하는 것을 보면, 지금은 승부 욕이 조금이지만 생긴 것 같았다.


“그거, 분하지. 내가 조금만 더 힘이 있더라면,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이런 생각과 분함은 있지.”

“그래, 그놈을 이기기 위해, 이놈을 넘어서야 한다는 건 세 살짜리도 알 거다. 그러니, 식령검 따윈 머리에서 지우고, 삼백 년 묵은 사형귀나 이길 생각을 하란 말이다.”


천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놈은 지옥에서 추방된 사형귀다. 그저 잡귀지 않은가. 식령검이 없다 해도, 뱀 한 마리 못 이긴다면, 앞으로 더 강한 놈이 나타났을 때, 아무것도 못 해 보고, 절망할 순 없다. 놈을 이길 수 있을 만한 기술들을 이미지 트레이닝 하자. 결국, 놈은 뱀. 아무리 단단한 비늘을 가졌을지라도, 강하고 예리한 것엔 장사가 없을 터, 해 보자.”


당집을 향하며, 기를 모아 날카롭고 강하게 분산하는 기술을 이미지화했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실체화하여, 발사하니, 숲속 오솔길에 자리한 나무들이 잘리며 쓰러졌다.


“어? 아. 이,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아, 어떡하지?”


길옆에 있던 나무들이 생각보다 상당히 많이 잘려 나갔다.


“도, 돈 벌어서, 이곳에 나, 나무를 심어야겠다. 미치겠네.”


오솔길이었던 길이 순간, 편도 3차선 대로가 되어 버렸다.

그것도 일, 이십 미터가 아닌 백여 미터 정도였다.


“내, 내가 더 위험한 존재일 수도... 빨리 가자.”


.

.


당집에 도착하니, 기다렸다는 듯 이무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 네놈이 그 소문의 놈인가 보구나.”


이무기는 날 보자마자 마치 나를 아는 것처럼 말했다.


“소문? 무슨 헛소문을 말하는 것이냐. 혹시 너도 유튜브 중독자냐? 뭐,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네놈이 이무기냐? 삼백 년 전 제주목사에게 죽은?”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를... 내가 인간 따위에게 죽을 것 같으냐.”

“말은, 결과적으로 죽었잖아. 아마, 대가리가 두 동강 났다지?”

“헛소리 작작 해라. 내가 인간 따위에게 질 리가 없지 않은가. 인간 따위가 뭘 안다고, 이건 신의 영역이다. 너 따위 하찮은 인간이 왈가왈부할 영역이 아니란 말이다.”

“아, 신의 영역, 웃기고 있네, 하찮은 사형귀 주제에.”

“뭐, 뭐? 사형귀? 난 이무기다 멀지 않아 용이 되어 승천하게 될 이무기.”


이무기는 화를 내듯 소릴 지르고 슬그머니, 당집 지붕에서 마당으로 머리를 필두로 내려와 앉았다.

그리고, 나를 내려다보며, 깔보는 듯한 표정으로 혀를 날름거렸다.


“난, 말이야. 너무나 궁금해서 그런데, 너희 이무기들은 왜 용이 되려고 발악하는 건데? 너희는 마계의 존재, 용은 천계의 존재, 서로 섞으려 해도 섞일 수 없는 존재인데, 거기에, 마계의 존재를 천계에서 받아 주지도 않을 텐데, 왜 그렇게나 용이 되려고 하는 건데?”

“그것은 우리의 염원이자, 본능이다. 우리의 세포 하나하나가 용이 되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유 따윈 없다.”

“뭐, 뭐야?”


이무기의 대답에 난 얼탱이가 없었다.


“야, 그게 무슨 개 멍청한 소리야! 이유를 모른다는 거잖아. 그럼 진짜 용이 되어도 너희는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네?”

“닥치거라, 그것이 우리의 숙명이란 것이다.”

“미친, 숙명은 무슨, 니들은 그저 살아갈 명분이 필요했고, 인간을 탐할 목적이 필요한 것이겠지. 미친 뱀 새끼야, 뱀이 어찌 용이 되겠느냐, 더는 유언비어에 속지 말고, 마계로 돌아가는 게 어때?”


이무기는 목에 있는 작은 날개 같은 것을 펼치더니, 화가 난 듯 나를 단번에 먹어 치울 기세로 얼굴을 내게 가까이 가져와 위협하듯 소리쳤다.


“건방진 인간 놈아! 네놈이 놀린 혓바닥의 대가는 네놈의 목숨값으로 치르게 해주마.”


이무기가 상체를 높이 세워 목에 달린 날개를 활짝 펴서 펄럭거리자, 이상한 소리가 울렸고, 주변에서 이상한 행색을 한 좀비와 같은 기괴한 것들이 당집으로 모여들었다.


마치 좀비처럼 움직였지만, 인간 같지는 않았다.

그저, 직립한 유기체 같았다.

해물과도 같았고, 연체동물 같기도 했다.


어쨌든, 직립보행을 하는 생물체 같았다.


“흉하고, 기괴하게 생긴 것이 이무기의 수하들인가? 움직이는 것은 좀비 같지만, 행색은 인간 같지 않으니, 사람은 아닌 듯한데, 어째 묘하게 생겼군.”


이무기가 혀를 날름거리며, 날개를 다시 펄럭이니, 소름 끼치는 고음이 나의 고막을 강타하고, 그 순간, 놈들이 내게로 빠르게 몰려들었다.


수는 많았지만, 강해 보이진 않았다.

아무래도 이무기 놈이 나의 기운을 빼기 위한 전략인 듯했다.


파령검을 꺼내 들고 놈들을 단숨에 격파하자, 이무기가 순간 움찔했다.

아마도, 식령검의 한 몸인 파령검을 보니, 식령검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

.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이무기가 불러낸 잡 졸이 모두 두 동강 나서 쓰러지자, 이무기가 긴장한 듯,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난, 그런 이무기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맞서 째려보았다.


이무기와 나와의 시선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다.

현신무당과함께026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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