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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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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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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68
추천수 :
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1.2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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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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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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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WGRS - 제 4장(5)

DUMMY

"쳇, 역시 공기총은 이래서 병신 같아."

흰 가운의 남자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빠악,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카인의 얼굴을 찼다. 카인은 힘없이 자리에 쓰러졌다. 나는 그길로 아리야를 데리고 건물 밖으로 나갔다.

건물 밖으로 나가자 에드워드가 서있었고 차가 대기하는 중이었다.

"자, 어서 타라."

"너는 뭐하다가 지금 나타난 거야?"

내가 힘없는 목소리로 묻자 그는 쓸쓸한 얼굴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난 아무래도 좀 치사하고 작은 남자였던 모양이다."

으음….

더 이상 말 않기로 했다. 뭔가 마음의 변화라도 있었나.

차문을 열고 탔다. 기사 아저씨?

"어서오십시오. 진호 씨. 수고하셨습니다. 정말로."

아, 김대범 씨다. 반갑습니다! 진짜 반가워요! 데리러 오셨군요!

"뭐, 그런 셈이지요. 지금 진호 씨의 집으로 가겠습니다."

예? 왜 우리 집으로?

"학교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습니다. 따로 몸을 지낼 곳이 정해지지 않는 한 그곳으로 가야겠습니다."

아아... 이젠 다 상관없어요. 그냥 좀 쉬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동하겠습니다."

네에….

나는 대충 대답하고 아리야를 쳐다보았다. 아리야는 슬쩍 날 올려다고는 바로 시선을 피했다. 온종일 머릿속에 맴돌 것 같은 느낌이다. 뭐가? 아리야의 말이. 분명히 나보고 무서우니 손대지 말라고 했다. 왜? 어째서? 와이?

그래도, 일단 당장 눈앞에 닥친 위기는 해치웠다. 조금 안심하고 한숨 자도 되겠지? 정말 그래도 되는 거지? 지금은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다.

하아… 한숨을 쉬며 나는 눈을 감았다.







"…………으음?"

살며시 눈이 떠졌다. 여긴 어디냐? 아아, 우리 집이었지. 여차저차 해서 그만 집에 와버렸다. 내참, 김대범 씨도 무슨 생각으로 우릴 여기다 바래다 준 건지 잘 이해가 안 된다. 차라리 학교 보건실이 나을 텐데.

"……………."

침대 위에 웅크리고 있는 덩어리... 가 아니라 아리야가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도 여기서 신세를 졌겠군. 너, 빚진거다.

"괜찮냐?"

일단 마땅히 할 말이 없어 그렇게 말했다. 아리야의 얼굴은 햇빛에 그림자가 진 상태라 잘 보이지 않았고 특수 효과로 눈이 부시기까지 했다. 으, 똑바로 쳐다보기가 힘들다.

"……………………."

아리야는 대답없이 길고 긴 침묵만으로 일관했다. 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으나 갑자기 온 몸에 통증이 격류하는 걸 느끼고 작은 비명과 함께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보니 벽에 등을 기대고 앉은 채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어깨를 비롯 팔과 허벅지에 알이 배긴 게 상당히 아팠다. 원인은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수 있었기에 기분이 무척 꺼림칙했다.

"하아, 아프군."

중얼중얼하며 힘겹게 일어났다. 손과 팔뚝엔 붕대가 줄줄이 감겨 있었다. 욱신거리는 것이 아프다고 앵앵거리는 것 같았다. 아마 이 붕대는 여동생이 감아준 듯 하다. 이 붕대는 그 녀석이 자주 쓰곤 하는 거였거든. 그나저나 공기 총이 이렇게 아픈 줄 몰랐다. 만약 진짜 총이었다면 사망이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이 총기 소지 금지 국가라는 것에 철저히 감사하는 순간이었다.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아리야는 여전히 무릎을 꼭 안은 채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뭐야? 남은 기껏 죽을 고비까지 넘겨가며 개고생했단 말이다. 안 그래도 오늘 학교에 가면 에드워드를 비롯, 진래에게 물어볼 게 엄청 많단 말이야. 조금이라도 내 고생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뭐, 별로 기대치는 못되지만.

"아, 오빠! 일어났구나!"

당장 뭘해야 좋을지 망설이는데 왈칵 문이 열리며 여동생이 들어왔다. 음, 이거 재밌는 요소를 발견했다. 동생이랑 아리야는 동갑이라는 사실이다. 어제 나는 밤에 뭘 했는지 잘 기억이 없다. 그냥 비틀거리며 집에 들어와 별 설명도 없이 아리야에게 내 침대를 쓰라고 말한 뒤… 아마 이대로 잤겠지.

내 예상은 대충 맞았는지,

"오빠, 오빠. 있지, 쟤 있잖아. 무지하게 재밌는 애인거 있지? 에헤헤."

바보 같이 웃지 말고 칠칠지 못하게 행동하지 마라. 어제 저 녀석하고 무슨 이야길 했길래 그렇게 좋아하는 거냐?

"오빠는 맨날 그렇게 말하지. 아무튼 어제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을 했어. 아, 오빠 다시 봐야 겠어."

무슨 얘길 했던 건지 약간 궁금해졌다. 하지만 동생은 끝내 그건 말하지 않고 밥 먹으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에휴.

"야. 그래서 어쩔 거냐? 밥이라도 먹을래?"

내가 물었다. 아리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밥은 넘길 생각이로군. 어느정돈 다행이다.

그렇게, 나는 아리야를 옆에 앉힌 채 이상한 눈길을 보내는 동생의 시선과 수상한 어머니의 시선을 동시에 받으며 얼른 밥을 해치웠고 서둘러 문 밖에서 대기 중인 김대범 씨에게 달려나갔다. 그는 우릴 보고는 반갑게 인사를 건냈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내 기분을 더욱 꺼림칙하게 만들었다.

부웅, 하는 잔잔한 찻소리 가운데 아리야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미안해. 내가 어제 그런 말을 해서."

응?

나는 아리야가 한 말에 굉장히 놀랐다. 중요한 것은 바로 전자였다.

"오오, 아리야. 드디어 네가 미안하단 말을 할 줄 알게 되었구…"

"닥치고 내 말 듣기나 해."

예, 알겠습니다. 나는 명치가 욱신거리는 걸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야는 눈을 꼭 감았다 뜨고는 입을 열었다.

"솔직히, 어제 네가 제리를 때리는 모습을 봤을 땐 굉장히 무서웠어. 마치, 다른 사람 같았어. 그래서 그런 말을 했어. 미안해."

어른이 됐구나 아리야. 다른 사람에 미안하다고 할 줄 알면 다 어른이다. 나도 솔직히 그렇게까지 때리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렇게 되어 있었어.

약간 감격스러운 기분을 만끽하며 기분 좋게 창 밖을 쳐다보았다. 움직이는 배경들이 물결 모양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

"제리가 누군지 알아?"

그래도 진지한 질문 정도는 해주자.

"알고 말고. 난 그 녀석이 제일 싫어. 굉장히 악취미 적이고… 무서운 녀석이야."

그 마음, 대충은 알겠다. 나는 진래와의 초기 관계를 생각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저절로 끄덕여지네 아주. 제리에 대해 들어볼까 했지만 아리야는 그럴 마음이 없는지 화제를 돌렸다.

"어제, 하루종일 고민했어. 잠도 제대로 안 자고 말이야."

뭘?

"이, 이말 만은 해야겠지? 으……"

잠시 고민하는 눈치를 보이며 말끝을 흐리던 아리야는, 창피한 듯 시선을 푹 내려버렸다.

"고, 고마워. 구해줘서. 이럴때 고맙다고 하는 거 맞지?"

덕분에 얼굴은 보지 못했다. 나도 잠시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물끄러미 아리야를 쳐다보다가 왁 소리쳤다.

"이야, '고마워'라! 드디어 그 말을 듣는구나."

나는 씨익 웃으며 아리야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줬다. 이제까지의 고생이 싹 씻겨나가는 기분이다. 상쾌하다.

"난 그 말이 제일 듣고 싶었어. 나야말로 고맙다."

별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촌대사였지만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어쨋든 오늘은 감격의 도가니군. 아리야는 이제 건방진 꼬맹이에서 그냥 꼬맹이로 성장했다. 이건 눈부신 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음.

차에서 내린 후 학교로 향하는 나에게 아리야가 한 마디 내던졌던게 기억난다.

"네 여동생. 무척 귀엽고 재밌는 애였어."

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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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십니까? 으윽, 근데 배가 아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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