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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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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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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37
추천수 :
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1.08 20:43
조회
462
추천
3
글자
8쪽

WGRS - 제 2장(4)

DUMMY

"어서오십시오. 유진호 씨."

등교길, 검은 양복 형씨가 반갑게 인사하며 날 맞는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벤츠가 유난히 빛나보인다. 그리고 다짜고짜 질문해보았다.

"당신, 리치 그룹 소속이죠?"

"당연한 걸 묻는군요."

그러더니 그는 손뼉을 탁 치면서 나에게 차에 타라고 권하였다.

"월급도 짭잘하지요."

아, 그러신가요. 나는 차 문이 쾅 닫히는 소릴 들으며 등받이에 편안히 등을 기댔다. 이왕 누리는 카 서비스. 실컷 누려주자.

"리치 스쿨, 첫 날 생활은 어떠셨는지요?"

기분이 좋은지 콧노랠 부르며 대화를 건다.

"아, 말도 마세요. 장난 아니었어요. 사람을 잘못 만나서 말이에요. 케이크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두 교시마다 한 번씩 갖다줘야된다니까요. 게다가 잡일은 어찌나 시켜대던지, 등골이 빠질 것 같아요."

"음, 그렇군요. 고생이시네요."

알면 좀 도와주구려... 라고 호소하고 싶었지만 나는 잠자코 흔들리는 전경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넌지시 말했다.

"처음엔 뭔가 했어요. 그런데… 정말 전 그 학교에 계속 다녀야 되는 건가요?"

김대범은 흐음, 운전 중 위험하게 한 손으로 턱을 쓰다듬는다.

"당신은 이제껏 제가 맡아온 사람들과 사뭇 다르군요. 예… 계속 다녀야 합니다. 결코 몰래 카메라 같은 것이 아니에요."

역시 환각이나 꿈, 착각이나 이벤트 같은 건 아니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참혹한 현실이란 이런 건가 보다. 나는 작게 신음을 내뱉으며 운전 중인 김대범의 뒤통수로 시선을 옮겼다.

"제 뒤통수, 잘 생겼죠?"

난데없이 헛소릴 해댄다. 나는 거울에 비친 김대범의 선글라스 낀 얼굴과 눈을 마주치며 재차 한숨을 쉬었다.

"잘 생겼네요."

"감사합니다."

미젠다는 바보 1호. 이 녀석은 2호다. 나는 문제학생을 둔 선생의 기분을 만끽하며 저 멀리서 보이는 거대한 리치 스쿨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약간의 두려움을 담고서 영화 감상 기분 차 지켜봐야 했다.

곧 학교에 도착한 나는 김대범 씨의 인사를 받으며 교문을 통과했고 여전히 넓은 이 공터의 정체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며 이곳저곳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즐기고 있는 인간들을 돌아보았다. 저 먼 어딘가에서 맑은 바람이 불어온다. 삭막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선 맞기 힘든 바람이다.

"여."

우연일까, 에드워드와 만났다. 그와 처음 만났던 곳인 고급 벤치 근처였는데 여길 자주 오는 모양이다.

"소식은 들었다. 엄청 고생한다며?"

에드워드는 하얀 이를 드러내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다만 잘 아네."

"뭐, 그렇지. 난 언제나 귀를 열어둔다고."

녀석이 의자에 털썩 앉으며 말한다. 정보통이로군. 하긴, 그 말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그런데 넌 여기서 뭐하는 거냐?"

난 등교 중이다만 항상 이렇게 나오는 건가? 에드워드는 먼 곳을 쳐다보는 시선을 취하였다.

"또 한 명 전학온다. 그 사람 안내를 맡게 됐어."

"여기 안내원이라도 되는 거냐."

그렇게 한 마디 내뱉고는 학교를 돌아보았다. 꼭대기 쪽에 있는 시계의 시곗바늘이 8시 반을 향해 마라톤을 거의 끝내가고 있었다. 이런, 잘못하다간 늦겠군.

"맞아. 이 학교에선 원래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하기로 한 거야. 뭐, 선도부라고 해야 할까? 하는 일은 전혀 다르지만 말이야."

알았다. 너 참 대단해. 나는 으스대는 녀석의 꼬락서니를 보기가 싫어 척, 인사로 손을 가볍게 흔들고 몸을 돌렸다. 뚜벅뚜벅 걷는데 뒤에서 녀석의 목소리가 하늘 위를 떠가는 구름처럼 멀거니 들려왔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와라."

거 고맙군. 뒤에서 문득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 에드워드가 안내하기로 한 녀석인가 보다. 보나마나 어디 부자 녀석이겠지. 에드워드도 참 자청해서 고생한다.

잠시 후, 아리야의 자유 방에 도착했다. 벌컥, 문을 열었다.

"어서 와! 제자."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뺨에 반창고만 붙이면 진짜 어울릴텐데 굳이 그러지 않는 미젠다가 제일 먼저 반긴다. 나는 예정되있었다는 듯 깊게 한숨을 내쉬며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어머, 우리 진호. 잘못하다간 지각이었어. 뭐, 그 점이 매력적이야♡"

흐악, 이 누님은 질리지도 않나 내 팔에 매달려 그 부드러운 감촉을 전해주신다. 거부할 수 없는 감촉. 하지만 마냥 좋다고 받아들이다간 큰일 날 것 같다. 나는 나라에게도 대충 인사를 건내고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점술집도 아니고 중간 길목엔 커튼이 쳐져있어서 거치적거린다.

"어, 음…."

아리야는 언짢은 얼굴로 손목에 차여 있는 시계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노려본다.

"뭐냐?"

나는 아리야의 그 건방진 말투를 따라하며 말했다. 아리야는 찌릿, 미간을 찌푸리더니,

"지금 8시 30분 3초를 방금 지났어."

그게 뭐 어때서?

"바보냐? 이해가 안 되? 넌 지각이라는 거야."

기가 찬다!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온다. 설마 지금 이게 지각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정답. 지각이야. 29분 59초 까지가 허용선이야. 그것도 방에 들어온 걸론 안 되. 내 앞으로 와야 지각이 아닌거야."

어이, 어이. 칸트가 화를 낼 것이다.

"아니지. 오히려 칭찬할걸?"

큭, 이 꼬맹이가 정말로 장난하는구만.

아리야는 내 얼굴이 어떤 표정을 하든 관계 없다는 낯으로 손을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

"벌로 기본 팬케이크에 추가로 딸기 생크림 케이크도 만들어와."

마음 같아선 벌컥 화를 내며 탁자를 뒤집어 버리고 싶었지만 태양빛 미소를 짓고 있는 진래가 가만히 옆에 서서 날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난 그녀만 보면 이제 공포를 느끼는 바였다. 그래도 따질 건 따지자는 내 신조를 굽힐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이대로 순순히 응하면 왠지 당하기만 하는 것 같았다.

"너무 예민하게 따지는 거 아니냐?"

나는 팔짱을 끼며 입을 비죽였고 바로 아리야의 표정이 험악해지는 것이 보였다. 어이, 아리야. 그러다가 애늙은이 된다. 조심하는 게 좋아.

"이게 어째서 예민한 건가요? 진호 군."

흐익, 아, 알겠슴다. 잔말 않고 가겠습니다!

진래가 한 마디 하자 바로 쫄아버렸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그만큼 그녀는 내겐 공포였다. 화가 나면 정말 웃는 얼굴로 칼을 든 채 쫓아올 것 같은 살벌한 기분이다. 나중에 트라우마가 되는 게 아닌 가 모르겠다.

"다, 다녀오겠습니다!"

"아리야를 덮친 벌은 크답니다!"

"진래. 그게 무슨 소리야!"

"어머나, 부인하시는 건가요?"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소리를 뒤로 한 채 나는 문을 나섰다. 하아… 오늘도 중노동 하겠구만. 생크림 케이크라니?

"그럼, 오늘도 수고하라고! 제자."

미젠다가 손을 흔들며 배웅해주었지만 기운이 상승하진 않았다. 왠지 피곤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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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이 늘어지는 주인공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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