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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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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36,766
추천수 :
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1.17 17:07
조회
295
추천
2
글자
8쪽

WGRS - 제 3장(5)

DUMMY

죽여버리겠어.

"뭐라고?"

죽여버리겠다고!

"다시 말해봐라."

"죽여버리겠다고!!!"

헛? 나는 고개를 들었다. 뭐야? 난 분명 칼에 난도질 당했... 표현이 너무 끔찍하군. 그냥 칼에 베였다고 하자. 아무튼 누가 나한테 이렇게 질문 세례를 한 거냐?

"나다."

눈앞엔 가면을 쓴 한 남자가 서있었다. 가면은 왠 센스인가 했지만 여긴 아무래도 이상했다. 배경은 온통 검은 하늘에 하얀 땅바닥이었고 무엇하나 정상적이지 않았다. 남자의 모습도 왠지… 나같았다. 저 옷은 에드워드가 사 준 옷이다.

"넌… 누군데?"

내가 힘없이 물었다. 가면을 쓴 남자는 킬킬거렸다.

"나? 난 나다."

그거, 개그냐?

"개그일리가 있냐. 난 나라고. 내가 내가 아니면 도대체 누구란 말이냐?"

헷갈리게 말하긴. 그래. 그렇게 말하는 게 맞긴 하지만 뭐하는 녀석이냐고.

"소원이 뭐냐?"

녀석이 난데없이 소원을 물어왔다. 나는 흠칫 당황했지만 방금 분명히 나는 쓰러졌다는 사실과 여긴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 끝에 설렁설렁 넘어가기로 했다.

"내 소원? 글쎄…."

하지만 당장 답이 나오질 않았다. 왜일까? 소원이라면 돈 많이 벌고 잘 먹고 잘 사는 거 아닐까? 그럴려면 좋은 직장을 얻어야 하니까 공부를 열심히 하고…

"멍청한 녀석."

남자는 팔짱을 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할 말이 없었다. 진짜로 마땅한 소원이 없다. 굳이 말하고자 한다면 한도가 없을 것이다.

"네가 여기서 죽으면 곤란한 건 나야. 알겠냐? 죽지 않게 정신 바짝 차려. 꽤나 운이 좋았어. 녀석이 치명타를 날리진 않았거든. 넌 그저 칼에 무수히 베여 과다출혈로 죽어가고 있을 뿐이니까."

그거랑 소원이랑 무슨 상관이냐?

"난 적어도 살려달라고 할 줄 알았다."

이봐….

의미불명이다. 이 녀석, 도대체 정체가 뭐냐? 그런 내 생각에 반하여 녀석은 자신의 정체를 불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소원이란 무엇일까? 소원이란 개념은 뭐지?"

갑자기 무슨 소리야.

"말해봐. 뭘까?"

"소원은 그야, 자신이 제일 바라는 사항을 이루고 싶은 마음 아니겠어?"

책은 좀 읽는 편이라 단어 풀이엔 자신이 있었다. 가면 녀석은 턱을 쓰다듬으며 신음을 흘리더니,

"그럼 한 가지 질문하지. 아까 왜 죽여버리겠다고 말한 거냐? 누굴 죽이겠다고?"

그야 날 칼로 찌른 녀석이지. 만약 총이나 칼에 죽고도 살아있다면 머릿속엔 그 생각 뿐일 거다.

"맞아. 증오와 복수. 그게 죽은 자가 살아있다면 하고 싶은 소리다."

뭘 말하고 싶은 거야?

"별 거 없어. 이야기가 이상한 데로 새기전에 다시 묻지. 소원이 뭐냐?"

이 녀석이 장난하나, 개그하는 거냐?

"너야말로 장난하지마라. 넌 진짜로 칼에 맞고 쓰러졌다. 마지막이다. 소원이 뭐냐?"

윽… 나는 잠시 망설였다. 이게 뭐냐? 꿈이란 건 확실하다. 하지만 꿈이란 걸 확실하게 자각하는 경우도 있었나? 어쨋든, 내가 칼에 맞고 쓰러졌다는 건 진짜다. 똑똑히 기억난다. 그렇다면, 이대로 내가 죽어가고 있다면, 대답은 하나 뿐이다.

"살고싶어!"

"그렇겠지."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그게 끝?

"끝일리가 있냐."

내 시시한 농담에 대답까지 하며 녀석은 내게 다가왔다. 터벅터벅 걸어와서는 내 이마 위에 턱 손을 올렸다. 무슨 짓이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가만히 있기로 했다. 무척 차가운 손이었다.

"침식이란 말은 정말 재밌는 말이야."

뭐라고?




"?!!"

나는 퍼뜩 눈을 떴다. 새하얀 천장이 보인다. 여긴 어디냐?

"정신이 드셨군요."

응? 고개를 움직였다. 걱정스러움이 역력히 드러나는 얼굴이 셋 있었다. 진래와 미젠다와 나라였다. 진래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건지 기억이 나나요?"

기, 기억은 커녕 어떻게 된 건지 아직 이해가 안 되요. 온 몸이 찢어질듯 따끔거리는 걸 뒤늦게 느끼며 말했다. 나는 말을 이었다.

"얼마나 누워있었나요?"

진래는 잠깐 생각하는 눈치를 보이다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그마치 일주일을 누워계셨어요. 과다출혈에 혼수상태라 엄청 위기였어요."

이크크, 그 정도면 확실히 위기다.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어떻게 그런 피투성이로 걸어온거야?"

미젠다가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훌쩍였다. 그렇게 갑자기 울려고 하면 이미지가..!

뭐, 이미지를 지금 따질 때는 아니지. 중요한 건 내가 피투성이로 아리야의 방까지 걸어갔다는 것이다. 난 기억에 없는데, 하나같이 그렇게 말했다.

온 몸에 피를 흥건히 뒤집어쓴 내가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나타나 놀란 얼굴의 아리야 앞에 케이크를 탁 내려놓으며,

"이거나 먹어."

라고 한 마디 내뱉곤 바닥에 쓰러져다는 것. 세계 불가사의에 추가해도 되겠냐? 칼에 처참하게 베인 녀석이 그런 행동을 했다니. 나도 이해할 수가 없다. 내 몸은 정녕 초인이었던 건가.

방금 전까지 꾸고 있던 꿈을 떠올렸다. 이상하다면 분명히 이상한 꿈이다. 따질 게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꿈은 꿈이니까 물고 늘어지진 말자.

어쨋든 난 이렇게 살아났으니 잘 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좀 더 위기감을 느끼며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껴야 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착잡한 걸까. 탁한 진흙탕 같다.

철썩, 차가운 물수건이 내 눈을 때렸다. 갑자기 뭐야.

"이제야 일어났네. 이 멍청이가."

나는 수건을 치워내기 위해 손을 움직였지만 격렬한 고통만이 남을 뿐 손은 꿈쩍도 안했다. 그 고통에 표정이 일그러지자,

"역시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운이 좋았을 뿐이야. 진짜…"

어깨를 부르르 떨며 입술을 깨물던 아리야는 몸을 홱 돌렸다.

"돌아가자."

"하, 하지만…"

"됐어. 우리가 뭐하러 여기 있어야 하는데? 혼자서 들뜨다가 저렇게 된 건데."

"아, 음."

망설이던 세 사람은 나중에 다시 오겠다는 말과 함께 아리야를 따라 나가버렸다. 그래, 가버려. 그런데 여긴 어디지?

"이제야 제가 끼어들게 됐군요. 안녕하세요?"

나는 듣기 좋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머리맡에 흰 가운을 입은 미남이 서있었다. 잠깐만, 왜 내 주변엔 다 미남, 미녀들이야? 나만 뭐되게 생겼네.

"전 여기 보건실을 맡고 있는 선생님입니다만 학생은 엄청난 상처를 입고 오셨더군요."

약간 이상한 녀석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대답했다.

"예. 전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아픈 걸 보니…."

으윽, 하며 말하자 그 보건실 선생은 안경을 꾹 누르고는 인상적인 눈웃음을 지었다.

"왠만한 병원에는 뒤지지 않으니까 편히 쉬다 가세요."

아리야가 아무렇게나 던지는 바람에 엉성하게 놓여있던 물수건을 제대로 이마에 올려준 뒤 그는 어딘가로 가버렸다. 하아... 한숨이 나왔다. 어쩌다가 이런 침대 신세를 지게 된 거냐. 너무 갑작스럽잖아.

상황 파악에 전력을 쏟고 있는 내 대뇌에게 응원의 화이팅을 외치겠다. 힘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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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힘내다오.

꿈속에 나온 녀석은 꽤나 중요한 놈이니... 기억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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