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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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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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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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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1.2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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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WGRS - 제 4장(3)

DUMMY

"도착했습니다."

어느새 멈춰선 차. 운전 기사가 친절히 입을 연다. 나는 벌컥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이게 뭐냐? 아직 공사 중인 건물이었다. 철골로 만들어진 뼈대가 시멘트 벽 사이사이로 보였다. 여기서 녀석이 기다리고 있단 말인가?

운전 기사가 탄 차는 부르릉 소리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문득 건물의 입구에 서있던 험상궂은 인상의 우락부락한 남자가 날 보더니 터벅터벅 다가왔다.

"너냐?"

단순 유쾌한 질문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따라와라."

녀석을 따라갔다.

건물 안쪽으로 들어서니 앙상한 철골들이 더욱 확연히 눈에 들어왔다. 왠지 툭치면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다. 뭐, 정말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건축 자재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이 현재 건축 중인 건물인 모양이다. 나는 남자를 따라가며 이곳저곳을 살폈다. 창문에 맞출 유리며 시멘트 포대며 벽돌 더미들이며 여러 가지 물건들이 자릴 잡고 있었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현수막 뭉치(?)와 공사 중이라는 안내판이었다. 거기엔 [리치 그룹] 이라는 단어가 버젓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저 그룹의 정체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바가 아니기에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여긴 리치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곳인가? 리조트 건설? 그런 건가.

내가 그런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남자는 낡은 나무 문 앞까지 날 데려와서는 "어이, 여기다. 어서 들어가."라고 다그치며 내 몸을 잡아 끌었다. 반사적으로 손을 움직여 문을 열었다.

"여어, 이제야 오셨구만. 유진호."

나는 보았다. 창문 없는 창의 틀에 기대어 서있는 교복 차림의(저 교복은?!) 허우대가 긴 한 남자를. 밝은 햇살을 받고 있었기에 얼굴엔 그림자가 져있었지만…

"자, 이 몸을 골탕먹인 죄값은 톡톡히 받아야지?"

아,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위협조로 내게 말하는 저 제리로 추정되는 남자나 그 옆에 서있는 인물들도. 그저 매우 겁에 질린 얼굴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아리야만이 시야에 내비쳤다. 손은 묶여있었고 입은 봉해져 있었다. 독하구만.

"이런 짓을 한 것이…"

"엉?"

"이런 짓을 한 것이 너냐?"

진심으로 화가 났다. 이렇게 화를 내본 적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나는 엄청 진지하게 화를 내고 있었다. 제리는(아마 제리겠지) 그런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어깨를 으쓱하며 피식 웃었다.

"그래서, 어쩔래?"

자신만만하구만.

"제리. 저 녀석은 나한테 맡겨. 설마 살아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음? 나는 고개를 들었다. 약간 의외라는 목소리로 말하는 녀석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아아아앗!!!!!!! 저 놈은 케인이다! 나를 보건실 행으로 만든 장본인! 저 녀석이 왜 여기있지? 그리고 그 옆엔 더욱 놀랍게도 카인이 복잡한 심정이 담긴 얼굴로 서있었다. 입이 딱 벌어졌다. 분명 진래가 처리했다고 했는데? 뭐가 어떻게 된거냐?

허겁지겁 허둥대는 사이에 케인은 입을 열었다.

"적당히 벤게 실수였어. 그 뚱땡이 녀석이 방해만 안했으면 확실히 처리했는데."

뚱땡이?

"그래. 보아하니 네 친구였나? 안경 쓰고 한심하게 생긴 녀석 말이다."

김민현을 말하는 건가. 그나저나 한심하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화가났다. 그 녀석에 대해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냐.

"한심한 녀석을 한심하다고 할 뿐이야."

"닥쳐!"

나는 소리쳤다. 나중에 고맙다는 말 한 마디라도 꼭 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건방진 표정을 짓고 있는 케인을 쳐다보았다. 만약 녀석이 그 방해라 불릴만한 짓을 하지 않았다면 난 정말 죽었을지도 모른다. 어쨋든 고맙다!

"아무튼 넌 오늘 여기서 죽는 줄 알아라."

징그럽게도 자신의 칼을 혀로 핥으며 당당하게 말했다. 섬뜩하다. 그때 제리가 그를 제지했다. 솔직히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무런 무기도 없는 상태였거든, 에드워드 녀석만 믿고 있던 터라.

"할 이야기는 하고 죽여야지."

그렇게 말하고는 뚜벅뚜벅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이 교복이 뭔지 아냐?"

교복은 교복이지 뭐냐? 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옷은 내가 '다니려고 했던' 강철 고등학교의 교복이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눈치구먼. 아니, 모르면 말이 안 되지."

제리는 피식 코웃음을 쳤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침묵만을 지켰다.

"네가 계획적으로 꾸미고 나와 갈 학교를 바꿔치기한 것 아니냐?"

계획적이라니? 말도 안 된다.

"그렇다면 신문은 봤겠군. 알고 있나?"

"보긴 봤다. 하지만 그건 우연으로 본거였어. 그리고 아무런 의도된 계획은 없었다고 미리 밝히마."

"헛소리마. 믿을 것 같냐? 넌 애초에…"

"읍, 으읍!"

제리의 말을 중간에 끊고 들려온 신음은 아리야의 것이었다. 아리야는 묶여있던 의자에서 몸을 움직이려고 들썩였다. 그걸 돌아본 제리는 히죽 웃더니 옆에 서있던 카인에게 지시했다.

"이봐. 그 여자를 풀어줘."

카인은 아무 말 없이 아리야의 입을 막고 있던 재갈을 풀고 줄도 잘라주었다. 몸이 해방된 아리야는 벌떡 일어나더니 성큼성큼 겁도 없이 제리에게 다가가 따졌다.

"헛소리 하지마. 넌 지금 헛소릴 하고 있어!"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는 아니었다. 꽤나 연약한 목소리였다. 표정은 아닌 척 용쓰고 있었지만 목소린 떨리고 있었고 몸도 파들파들 미동이 있는게 내 눈에 포착됐다. 이 녀석, 괜히 무리하고 있다. 아깐 그렇게나 겁먹은 얼굴로 묶여 있던 녀석이.

"닥치고 있어."

앗, 제리 녀석이 아리야의 뺨을 착 때렸다. 매마른 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졌고 힘없이 쓰러진 사람은 아리야였다. 빨개진 뺨을 감싸쥐고 제리를 올려다본다. 제리는 사악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애초에… 아니, 원래 넌 이렇게 될 운명이었지만 바로 저 녀석 때문에 단지 순위가 바뀌었을 뿐이야. 다음엔 널 죽여주마."

무슨 소리지? 혹시 날 가리키면서 말하는게 죽일 순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냐?

나는 뿌득 이를 갈았다. 하지만 달리 할 수 있는 짓이 없었다. 이봐이봐, 에드워드 왜 이렇게 늦는 거냐? 정말 죽일 것 같단 말이다. 내 앞에 서있는 악마 같은 녀석은.

훌쩍훌쩍, 아리야가 울기 시작했다. 하긴, 나도 겁에 질려 몸이 떨리는 수준인데 열 세살 여자애가 이런 상황에 제대로 버티고 있을 수 있을가. 안쓰러울 따름이었다. 제리는 짜증난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아리야를 발로 차기 시작했다. 무슨…!

"하하하하하하, 이 계집애가 이제야 눈물을 질질 짜는군. 그래, 그렇게 울어야 재밌지!"

한참을 발길질을 하던 녀석. 아리야는 너무 아픈 나머지 바닥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었다. 우는 소린 멈추지 않았다. 비명처럼 울며 괴로운듯 신음한다. 마음 같아선 제리 녀석에게 주먹을 날려주고 싶었다.

"자, 이제 이쪽 이야기로 넘어와 볼까. 뭐, 좋아. 계획된 게 아니라 치자. 내가 너그럽게 봐주지. 그런데, 왜 그랬냐는 거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날 그딴 깡촌 학교로 가게 만든 네놈은 뭐냔 말이다!"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치는 제리. 나는 꿀꺽 침을 삼켰다. 악의 화신 같은 녀석이다.

"너 때문에 내 3년을 쓸데없이 그 학교에 바치게 생겼잖아. 이 자식아. 너 같은 녀석 때문에 이 몸이 고생하게 생겼다고!"

이 녀석, 말하는 걸 가만히 듣자니, 정말로 이기적인 놈이다. 이런 녀석들이 꼭 부모 빽 믿고 군대 안 가려고 버틴다.

"아, 이제 생각해보니 그때 부딪친 녀석이 너였구나. 하하, 정말 몰랐네."

나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부딪쳤다고? 언제? 어디서? 6W 1H로 설명해다오. 하지만 곧 내 머릿속에선 뇌리에 선명히 스치는 기억의 조각이 떠올랐다. 그때였었군. 그때 부딪친 짜증나는 놈이 저 녀석이었어.

처음부터 설명하자면 길기에 적당히 말하겠다. 제작년인가? 고등학생이 되기 전이다. 학교 배정 서류를 받고 돌아가던 길에 한 남자와 강하게 부딪치고 말았다. 남자 쪽에서 워낙 심하게 욕을 해대며 잘난척을 하는 바람에 상대도 안하고 곧바로 돌아왔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일이 꼬일 줄이야… 옆에 서있던 검은 양복들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제리였던 모양이다. 성격을 대조해봐도 그럭저럭 일치한다. 아이고, 이런 빌어쳐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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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빌어쳐먹을... 은색의마법님한테 배운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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