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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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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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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71
추천수 :
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1.1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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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WGRS - 제 3장(2)

DUMMY

"여긴 어디야?"

내 몸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아래는 온통 시커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단번에 이건 꿈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별난 꿈도 다있군. 꿈 속에서 꿈이란 걸 알아채는 건 꽤나 힘든데 운이 좋았다. 몸이 움직이질 않는 게 몹시 불쾌했지만 이대로 계속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도 그럭저럭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공을 가르는 바람을 맛보는데 저 멀리서 빛이 보였다. 왠 빛이지?

"어서 와."

빛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냐?

나는 비행을 멈추고 빛이 있는 곳 근처에 멈춰섰다. 몸은 여전히 허공에 둥둥 떠있었다.

"뭐냐?"

내가 말했다. 신기하다. 입이 움직이네.

"침식이라는 말은 정말 재밌는 말이야."

희뿌연 빛조각 속에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대화를 하고 싶은 거냐? 그럼 모습을 드러내라.

"아직은 안 되. 내가 죽어버리거든."

나는 눈살을 꿈틀거렸다. 뭔가 꺼림칙했다. 누구지? 저 빛속의 녀석은. 내 목소릴 참 잘도 따라한다.

"내가 누군지 궁금하다면… 좀 더, 좀 더…!"

"…어나!"

응?

"일어나라고!"

우왓?!

벌떡 허리를 일으키며 괴성을 지르고 말았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돌렸다. 옆에는 내 여동생이 귀찮다는 얼굴로 허리에 손을 짚고 있었다. 뭐하는 거냐?

"뭐하긴. 오빠 깨운거지. 도대체 몇 번을 깨운 건 줄 알아?"

내가 그렇게 일어나지 않은 건가. 온 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꽤나 악몽 분위기였나보다. 몸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걸 보니.

"미안. 잠시 꿈을 꿔서."

이마에 손을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동생은 피식 웃고는 몸을 돌렸다.

"빨리 일어나. 밥 먹어."

"아아."

나는 밥을 먹기 위해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이 가볍게 떨리고 경직된 게 이상했다. 뭐냐? 말 그대로 뭐냐다.

이상한 꿈을 꾼 덕택에 한동안 기분이 착잡했으나 밥을 먹어 배를 채우고 문을 나서 김대범 씨의 무뚝뚝한 얼굴을 보자 변하지 않은 일상에 대한 안도감과 안정감으로 내 기분은 원상태로 돌아갔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미소를 짓는 여유로움까지 보이며 거대한 학교, 리치 스쿨로 향했다. 오늘은 왠지 모든 것이 새로웠다. 기분이 좋아졌다. 상쾌하다.

"좋은 아침."

기분이 좋았던 나머지 인사 까지 건내며 아리야의 방 문을 열어젖혔다. 여제나저제나 미젠다가 툭 튀어나와 맞인사를 건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어서 와락 껴안을 나라에 대비하며 말이다.

"케이크는?"

뭐?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 채 매서운 얼굴로 날 쳐다보는 아리야. 속되게 말하겠다. 아침부터 시비질이냐.

"케이크 말이야. 아직도 멀은 거야? 만들어오라고 한 게 언젠데."

추가 +1(이하 생략) 말이냐. 그건 아직 만드는 중이다. 좀 더 내가 고생하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이봐, 어제 그런 일들이 있었으면 바뀐 태도를 조금이라도 보여야 하는 거 아니냐. 귀염성이 제로로군.

"시끄러워."

아리야는 고개를 팩 돌리며 짜증을 냈다.

"잘난척 하지마. 운이 좋았을 뿐이야."

그, 그건 나도 잘 아는 바이지만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면 곤란하다. 뭐, 이 녀석이 고맙다란 말의 존재 의미를 모른다는 말에 내기를 한다면 모른다에 올인하겠다. 이 점에 대해 모르는 바는 아니라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드는 걸로 마무릴 해야 했다.

"차근차근 만들어 올테니 좀 기다려라. 사람은 말이야, 기다리는 습관도 가져야 한다고. 그리고 추가로 말하자면 고맙다고 말하는 습관도 가져야 한다."

"알 게 뭐야."

알 게 뭐야가 아니다. 나는 지금 너에게 가르치려는 것이다. 고맙게 들으란 말이다.

"아, 몰라 몰라. 보기 싫으니까 저리 가있어."

순간 쿠쿵, 돌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진 줄 알았다. 저런 소릴 듣다니. 내가 평소에 잘못한 거라도 있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런 내 이해를 돕기 위해선지 미젠다가 빠지지 않고 귓속말을 해주었다.

"어제 일로 기분이 안 좋아서 그래. 너에겐 충분히 감사하고 있을 걸?"

저 녀석이 감사할 줄 알면 제가 여기서 당장 춤을 추겠습니다.

"아리야도 그렇게 매마른 녀석은 아니니 걱정 마. 그나저나 차 좀 끓여다 줄래? 이럴 땐 천천히 티 타임을 즐기는 게 정석이거든."

한동안 뜸하다 했는데 잡일을 시키신다. 나는 거부할 의사는 없었지만 귀찮기도 하여 투덜대며 싱크대 앞으로 향했다. 작은 포트 위에 주전자를 올려놓고 레인지 불을 붙였다. 선반 위의 찻가루가 담긴 작은 봉투를 꺼내 주전자에 집어 넣고 잘 저어주었다. 수제라 그런지 이런 식이다. 뭐, 보통 커피나 차나 다를 바가 없다만. 슬슬 이런 절차에 익숙해져가고 있는 나였다.

"차 나왔습니다."

접대식 존대도 이제 숙지한 상태. 조심스럽게 잔을 나눠주었다. 저번처럼 또 흘리면 곤란하니까.

"그럼 이제 슬슬 대비를 해야겠는데."

뜨거운 차를 연신 입에 가져다대던 나라가 입을 열었다. 나는 자리에도 앉지 못하고 일어선 채 그녀를 주목했다. 나라는 잔을 탁 내려놓았다.

"분명 그 자객놈들, 또 올 거야."

깍지 낀 두 손을 턱 밑에 내려놓아 얼굴을 받치고선,

"진호의 이야길 들어보면 그냥 갔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이상하잖아."

그건 그렇다. 죽일 목적으로 왔다면 그냥 갈리가 없는데 그땐 그냥 가버렸다. 용감하다는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말이다. 긴장 빨고 기다리란 것도 아니고.

내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진래가 입술을 움직였다.

"여유를 부린 거겠죠. 우릴 얕본 게 틀림없어요."

분하다는 듯 입술을 깨무는 모습이 그녀 치곤 예상 외의 모습이었다. 좀 더 화를 낼 줄도 아셨군. 연신 고개가 움직여진다. 얕잡아 보인 것에 대해선 전적으로 동의한다. 짜증이 솟구치는군. '살려준'셈이잖아.

"다시 올 때 어떻게 반겨줄까요?"

진래는 잔을 받침대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나는 슬쩍 아리야의 눈치를 살폈다. 아리야는 아무 말도 없었다. 차도 마시고 있지 않았다. 뭐, 심각한 건 알겠다. 도와주고 싶은 기분은 굴뚝이다. 하지만 마땅히…

"함정을 파놓으면 되지 않을까?"

진지하지 못한 채 싱글거리는 미젠다가 의견을 꺼내었다. 그 말에 다들 눈을 감았다 뜨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나만은 눈이 동그랗게 변한 채 입이 벌어진 참이었다.

함정이라? 함정이라면…!

"하아…"

한숨인지 숨을 들이마시는 건지 구별하기 힘든 아리야의 숨쉬기가 막 시작되려는 찰나,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내가 소리쳤다. 그러자 모두가 놀란 얼굴로 날 올려다보았다. 일어서있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을 줄이야. 처음 느껴본다.

"뭔데?"

미젠다의 반신반의 하는 목소리에 나는 자신있게 방금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토해냈다.

그 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일 길게 말을 하였다. 리액션까지 취해가며 설명을 하였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만한 정도였다. 분명히 쌍둥이 자객 형제는 또 왔고 거기에 맞춰 멋지게 막아낸 것도 사실이었다. 결과론적으로 언급하면 말이다. 얼마나 멋지게 막아냈냐 하면 마치 셔츠의 단추를 하나하나 손쉽게 맞춰가는 수준이었고 완벽하다고 자신있게 선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로인해 나에게 어떠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나는 무너져가는 탄광 속에서 금을 캐기 위해 발악하는 광부 마냥 일을 진행해 나갔다. 누가 칭찬 좀 해다오.

그리고 시간은 지나 준비는 끝이 났다. 이야길 어디부터 시작해야 적당할까, 맞다. 자객 형제가 쳐들어온 날부터 설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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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요즘 무지하게 순조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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