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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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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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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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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1.1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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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WGRS - 제 2장(6)

DUMMY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정작 나는 다른 말에 신경을 집중시켰다.

"접근? 하하하."

생각해보면 별로 화낼 일도 아닌데 내 기분이 이렇다 보니 왠지 심각함으로 돌아갔다. 나는 키킥거리며 말했다.

"아니, 접근이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겠군. 이제까지 억지로 잡아두던 사람들이 누군데 그래? 뭐, 잘됐네. 이런데 오기 싫었는데 말이야. 안 오면 되잖아?"

"………."

나라는 어둠 속에서 얼굴을 들어내었다. 무척이나 어두운 얼굴이었다.

"그래.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지. 더 이상 일반인은 관여시키고 싶지 않아."

평소 그녀답지 않게 정말 진지한 목소리였다. 나는 갑자기 어리둥절해져 말문이 막혔다. 이 사람들이 왜 이럴까. 지금에서야 언급하지만 이 방에 처음 들어올 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었다. 아리야도 뭔가 반응이 틀렸다. 뭐, 얼마나 알았다고 건방지게 이런 소리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리야는 화를 낼 때는 - 평소에도 언제나 화난 상태인 것 같다만 - 약간 찡그린 얼굴에 짜증이 담겨 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아니었다. 느낌이 달랐다. 안타까움과 불안감, 공포가 느껴지는 화였다. 약자가 강자에게 내는 반항에 가까운 화라고 해야 할까? 저항이라고 해야 할까?

진래와 미젠다는 말할 것도 없었다. 진래의 미소는 어딘가 무거워보였고 미젠다는 평소의 촐싹(?)거리는 분위기가 없었다. 나는 그저 날 위로차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 나라가 하는 말을 들으니 뭔가 일이 심각하게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나같은 서민 촌닭은 전혀 상관없는 일들이 말이다. 왠지 기분 나쁘군. 너희들끼리의 이야기라 이거지?

나는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지금 나갈게. 나가면 되잖아."

"아, 그렇지만…"

뭔가 뒤엣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벌써 내 몸은 문을 밀고 나가고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빨랐다.

"흐음."

밖으로 나와버린 나는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며 서있다가 고개를 휙휙 내저었다. 정신차리자. 왜 이리 멍하냐? 어쩐지 아쉬움이 느껴져인가.

슬쩍 뒤를 쳐다보았다. 커다란 쇠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약간의 기대심을 걸고 그 문이 열리길 기다렸지만 끝내 열리지 않았다. 아, 바보 같애. 앞으로 정말 저곳에 볼일은 없겠지. 그 건방진 꼬맹이랑도 작별이다. 그러고 보니 복수차 소금 케이크를 맛보여주지 못한 건 나름대로 아쉽군.

이제 어디로 갈까? 이 길고 긴 쉬는 시간 동안 마다 말이다. 어딘가로 가서 시간을 때워야 될 텐데 마땅한 곳이 없다. 에드워드의 반에라도 놀러 가볼까?

……아니다.

나 같은 서민 녀석이 돈 많은 녀석이랑 어울려서 뭣하겠어. 주제넘은 짓이다.

크으, 갑자기 기분이 아까보다 두 배는 더 우울해진 것 같다. 게다가 가슴은 왜 이리 욱신거리는 걸까. 짜증이 난다. 누가 와서 위로라도 해다오.

아, 그렇지. 김민현이라도 만나러 가야겠다. 유일한 서민 친구다. 그라면 충분히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웃어주고 위로해 줄 것이다. 약간 바보 같은 면이 있지만 녀석은 꽤나 믿음직하다.

그래서 곧바로 가정실습실로 향했다. 내키진 않지만 아직 완성하지 못한 케이크나 다 만들어봐야겠다. 이왕 시작한 건 끝을 내야지 않겠냐.




나는 그렇게 발걸음을 돌렸다. 아무것도 모른채….




"자, 잘못했어요!"

실습실에서 새어나오는 심상치 않은 목소리에 몸이 움찔했다. 뭐지?

발소릴 죽이고 다가가 문턱에 기대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안에는 겁에 질린 얼굴의 김민현과 그를 꼭 붙들고 있는 한 남자가 무서운 목소리로 협박을 하고 있었다.

"빨리 바른대로 말하란 말이야! 알고 있잖아!? 아리야란 녀석, 어디 있냐?"

"모, 모른다니까요!"

김민현은 눈물까지 질끔댄다. 나는 학생으로 보이지 않는 복장을 하고 있는 남자의 뒤통수를 쳐다보다가 침을 삼켰다. 저런 질문을 해대는 걸 보니 저 녀석은 아까 그 녀석인가? 하지만 태도는 왠지 영 딴판인데?

남자는 실컷 김민현을 흔들어대며 협박조로 소리치다가 이윽고 말했다.

"어이, 거기 뒤에 있는 녀석은 알고 있냐?"

엥? 깜짝놀랐다. 저 녀석, 내가 여기 있는 걸 알고 있었나?

"빨리 대답해. 뒤에 있는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괴물 같은 놈이다. 나는 저런 감각을 지닌 녀석이 있긴 있었구나, 생각하며 대답했다.

"모, 모르겠는데요."

그러자 남자는 김민현의 멱살을 놓고 뒤통수를 슥슥 긁적이다가 휙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린다.

"하나 같이 다 모른다고 하니… 학교 전체가 짠 것도 아니고."

"???"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고개를 돌린 남자는 꽤나 미남이었다. 그러나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생김새가 똑같았다. 판박이처럼 전 쉬는 시간의 녀석이랑 말이다.

그걸 느꼈는지 남자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뭐야. 내 동생이랑 착각하지 마라. 짜증나니까."

쌍둥이인 모양이다. 세상은 역시 넓었다! 일란성 쌍둥이를 보게 될 줄이야. 그것도 미남이다. 세상을 향해 화를 내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지, 진호야. 이, 이 녀석…"

"닥쳐."

울먹거리는 김민현을 조용히 만든 후 남자는 후,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이 학교에 다닌다고 들었는데.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자꾸 시간이 끌리면 곤란한데."

"아아, 케인 형. 여기 있었구나."

그때 뒤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케인이라고 불린 남자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형이라고 한 걸로 봐선 동생인 듯 한데, 진짜 생긴 것은 똑같았다.

"언제나 내가 말했잖아? 사람들을 괴롭히면 안된다고."

"닥쳐. 니가 뭔데 나한테 함부로 설교냐? 카인. 좀 동생답게 굴면 안 되겠냐? 짜증난다고."

그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보자마자 으르렁대더니 서로 가까이 다가서 붙어서는 이마를 맞대고 말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흥, 형이 그 모양인데 어떻게 내가 동생처럼 굴겠어? 형이야말로 형처럼 굴면 안되겠어?"

"헛소리마. 언제나 넌 그 모양이니까 일도 제대로 해결 못하는거야. 모처럼 내가 너에게도 맡긴 건데 도대체 언제까지 질질 끌고 다닐 생각이야? 위엣 놈들한테 잔소리 먹는 건 나라고. 차라리 이렇게 해야 억지로 부는 놈들이 있지."

"그래도 형. 그러면 안 돼. 뭐든지 폭력으로 해결하려 하면 안 된다고."

"뭐야?"

한동안 그들의 바보 같은 다툼은 계속되었다. 나는 그틈에 김민현에게 다가가 자초지종을 들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얼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언제나 그랬듯 실습실에서 요리 연습을 하는데 난데없이 저 케인이라는 남자가 찾아와 아리야가 어딨냐고 물었고 끝내 대답하지 않았더니 폭력을 휘둘렀다고한다. 자세히 보니 김민현의 뺨과 목에는 울긋불긋한 맞고 눌린 자국이 있었다. 너무하는군. 그래도 끝까지 불지 않은 것은 칭찬해주마.

나는 툭툭 김민현의 어깨를 두드려준 다음 몸을 일으켰다. 지금 사태는 아무래도 한 점에 이어져 있는 듯 하다. 도대체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리야가 위험하다고 생각된다. 내 단순한 착각은 절대 아닐 것이다. 아리야의 분위기도, 나라가 한 말도 저 남자들과 연결하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바보가 아닌 이상 어느정도 이상하다는 건 알아 챌 수 있다.

"쳇. 그럼 누가 먼저 찾나 내기다. 내가 먼저 찾으면 보수금이 모두 내꺼다."

형인 케인이 소리치듯 말하자 동생인 카인은 빙긋 미소 지으며 - 저 미소는 진래랑 겨뤄도 될 듯 한 악마 미소였다 -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저렇게 대놓고 말하면….

"좋아. 형. 누가 이기나 보자고."

그러더니 두 사람은 서로 투닥대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약간 허탈감을 느끼며 옆에 있단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후……."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드워드에게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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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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