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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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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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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73
추천수 :
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1.0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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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WGRS - 제 2장(2)

DUMMY

"하아... 어디로 가야 케이크 만드는 녀석이 있을까나?"

남은 건 케이크 만들기. 그러다가 문득 이 불행의 원흉이기도 한 녀석이 떠올랐다. 아직 얼굴은 모르지만 나와 몸을 부딪혀 이 문 안으로 들어가게 만든 녀석. 분명 그 녀석이 들고 있던 상자엔 케이크 재료라고 써있었다.

"훗."

씨익 웃었다. 어쩔 수 없지. 일단 그 녀석 부터 잡아야겠다.

목표가 생기자, 내 발걸음엔 힘이 들어갔다. 일단 요리 실습실이나 식당 등을 뒤져봐야겠다. 나는 재빨리 움직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에드워드가 제일 먼저 알려준 곳인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전히 무언가를 사려는 녀석들이 무질서하게 늘어서있다. 언제 와봐도 복잡할 것 같다. 나는 서둘로 뚱보 녀석이라는 전제 조건 하에 녀석을 찾아다녔지만 뚱보가 한 두명이어야지? 이런 제기랄.

한 명씩 붙잡아다가 뭐하는 녀석이냐고 물었지만 신통찮은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점점 지쳐갔지만 난 그럴 때마다 진래를 떠올렸다. 오, 그 무서운 대마여신. 어떤 의미론 아리야보다 무섭다. 좋아, 얼른 찾자.

나는 식당은 없다고 판단하고 길을 물어물어 가정 실습실이란 곳에 도착했다. 여기에도 없으면 어쩌지?

불안감이 실이 느껴졌지만 실습실에 들어서자마자 딱 눈에 띄는 녀석이 있었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 쉴 수 있었다. 약간 통통한 몸집에 안경을 쓴 녀석이 실습 탁자에 앉아서 무언가에 골몰하고 있는 모습.

"어이, 너."

이미 볼장 다 본 기분이었던 난 아무렇게나 그 녀석을 부르며 다가갔다.

"어, 어어? 어…."

날 보는 얼굴이 못 볼 걸 본듯 하고 말을 심하게 더듬는 게 이 녀석일 것 같은 느낌이 팍 꽃이는데? 이제까지 이런 반응을 보인 녀석은 없었거든.

"너냐?"

그 녀석의 어깨에 턱 손을 올려놓으며 나는 눈을 부라렸다.

"흐익."

맞군. 그럼…

"시, 실수야! 실수였어! 그건 실수였다구!"

잘못한 줄은 아는군 그래. 나는 녀석과 눈을 딱 마주치며 말했다.

"네 덕분에 그 악마들의 방에 들어가게 됐고 지금 하는 바보 짓도 그것 덕분이지. 알고나 있는 거냐? 앙?"

이마에 핏줄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정말 바보라고 할 수 있는 미젠다 녀석에 애로틱 누님에, 속은 악마인 천사에, 건방진 꼬맹이까지! 좀 더 뉘우치는 표정을 지어라!!!

"미, 미안해! 나, 난 그때 상자를 옮기느라 널 보지 못하고 그만…"

벌벌 떨며 비는 녀석. 어지간히 미안하긴 한가 보다. 암, 그래야지. 이 정돈 되야 내가 위로된다.

"하지만 그런 줄 알면 바로 사과하러 와야 되는 거 아냐?"

"그, 그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울먹인다. 흐음… 왠지 불쌍한데?

"나는 그 방 근처에 있는 것도 정말 기겁한 정도라 도망치고 한참이 지나고서야 내가 누군가를 넘어트렸다는 걸 알았어. 정말이야!"

"알겠어. 알았다고."

고개를 들며 손을 흔들자 녀석은 어둠 속에서 빛이라도 본 얼굴로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정말이야? 용서해주는 거지?"

"그래. 단, 조건이 있어."

나는 정말 이 학교 학생들은 아리야를 두려워하는구나,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날 도와주는 조건."

"에...?"

녀석은 얼빠진 목소릴 냈다.







"내 이름은 김민현이야. 앞으로 잘 부탁해."

유치한 자기 소개 후 김민현은 빙긋 웃으며 손을 내민다. 나는 무시하면 무안해 할까봐 그 손을 잡아주었다.

"확실히 좀 알려다오."

"좋아. 맡겨만 줘."

김민현은 입맛을 다시는 표정을 지으며 소매를 걷어부쳤다. 그리고 조리 기구와 재료들을 앞으로 가져오며 말했다.

"팬케이크 만드는 법, 전수해 주면 되는 거지?"

"몇 번을 말하는 거냐? 그렇다니까."

보다시피 나는 이 녀석에게 내 사정을 설명하고 팬케이크 만드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요리를 무척이나 잘할 것 같은 필이 딱 꽂여서 한 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민현은 눈을 반짝이며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나야 좋았다.

곧이어 김민현의 만드는 법 설명이 부가된 작업이 시작되었다. 밀가루 반죽부터 설탕, 올리고당 등의 조미료가 들어가는 것까지. 그리고 마지막엔 후라이팬에 구워내는 걸로 마무릴 하며 내게 완성된 팬케이크를 내밀었다. 생각보다 금방 만들어진다.

"맛을 봐도 좋아. 맛은 내가 보장해."

네가 보장하면 별로 못 믿겠는데.

"그런 소리 하지 말고 먹어봐."

나는 꺼림칙한 얼굴로 조금 떼어 입 안에 넣었다. 사 먹는 것보다 못하면 어쩌지. 진래의 그 무서운 얼굴이 교차하였다.

"음?"

어… 꽤 달콤하네. 방금 생각은 그저 기우였나.

넣자마자 사르르 녹으며 사라지는 달콤한 맛. 한 번 더 먹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 정도다.

"헤헤, 좀 달게 했는데 네 입 맛에도 맞나 보구나?"

기쁜 듯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뭐, 맛은 통과다.

"좋아. 이걸로 하지. 만드는 법, 다시 한 번 설명해줘. 하나 더 만들어야 하니까."

"아, 알겠어."

케이크를 사가는 것이 가장 편한 방법이겠지만 살 돈이 없다. 돈이 있었다면 진작 사갔다.

"가만."

문득 떠오른 생각. 아리야의 입맛은 과연 어떠한가?

"너, 그 마왕 꼬맹이의 입맛이 어떤지 아냐?"

혹시나 하여 물었다.

"당연히 알지. 마왕은 단 걸 좋아해. 그 중에서도 케이크 종류를 좋아하는데 제일 좋아하는 게 네가 주문한 팬케이크야. 음, 그러고 보니 너도 참 고생하는구나."

안쓰러운 얼굴로 날 쳐다본다. 그런 얼굴 하지마라. 내가 더 비참해져.

"하하, 그런가."

김민현은 멋쩍게 웃더니 갑자기 작업하던 손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을 짓고는,

"너도... 서민이지?"

우푹, 살며시 입에 넣었던 팬케이크가 목에 막혀 쿨럭거렸다.

"그, 그게 뭐 어때서?"

이 녀석도 돈 많다고 재려는 건 아니겠지? 나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아니… 뭐라 하려는 건 아니야. 단지…"

단지? 애물단지? …는 내 개그였다.

"나도 그리 유복한 집은 아니라서 말이야. 하하, 동질감이라고 해야 하나. 왠지 느낌이 그래. 이 학교 부자 놈들은 다 허세에 가득차서는 잘난척이 심하거든. 특히 나 같은 녀석들은 업신여기며 따돌린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이렇게 날 직접 찾아와 말을 걸어주는 것도 네가 처음이야. 내 생각으론 넌 결코 그런 녀석이 아닌 것 같아."

뭐?

나는 놀라고 말았다. 나 말고 서민이 더 있었군. 게다가 내 이해와 이렇게 딱 들어맞다니! 기쁘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런지, 너무 들뜬 나머지 녀석의 어깨를 탁 붙잡으며 껴안고 말았다.

"그, 그렇구나! 너도... 서민이었구나!"

좀 오버하는 기분이 들긴 했지만 어쨋든 기뻤다. 무인도에서 다른 생존자를 만난 기분이었다.

"에에?"

김민현은 당황하여 몸을 움찔 떨었다.

"여긴 돈 많은 녀석들에 뒷배경은 모두 괴물들이야."

울고 싶은 기분으로 말했다. 그렇잖아. 아리야와 그 패거릴 보라고. 왠지 모를 거대한 흑막이 뒤에 버티고 있잖아. 도저히 건드리고 싶지 않을 정도다. 아니, 얼굴을 알고 있다는 것도 은근 고통이다.

"괜찮아. 난 그걸 각오하고 여길 온 거니까."

그 말을 시작으로 밝은 표정의 김민현은 주구장창 꿈에 대해 늘어놓기 시작했다.

"난 요리사가 꿈이야. 하지만 왠만한 학교들은 내 꿈을 펼칠 수가 없었어. 그러다가 마침 이 학교에 대해 알게 된 거야. 원하는 꿈은 뭐든 펼칠 수 있어. 돈 많이 드는 이 생활이 힘겹긴 하지만 난 꿈을 키워가며 간간히 버티고 있어."

마침 케이크가 완성된 걸 접시에 올려놓으며 김민현은 기분 좋게 웃어보였다. 나는 내가 만든 것도 접시 위에 올리며 말없이 녀석을 쳐다보았다. 그렇군. 꿈이 있어 여기에 온 건가.

그럼 난 뭐냐? 어처구니 없이, 이유도 모른 채 이곳에 떨어졌다. 애초에 모든 불행의 시작은 이 학교니까. 나는 쩝쩝 입맛을 다시며 완성된 케이크를 들고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맙다. 나중에 볼 일이 있으면 또 찾아오마. 아니, 계속 찾아와야 할 것 같군."

"걱정마. 이제부터 우린 친구야. 얼마든지 가르쳐줄게. 오기만 해."

다시 한 번 고맙군. 나는 척 인사를 건내고 실습실을 나섰다.

"후우…."

끝난건가? 이것만 갖다주면 되겠구만.

그러나! 아리야의 방으로 향하던 중 매정하게 종이 쳤고 나는 그래도 방으로 찾아가 당당하게 문을 열었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이것들이 수업 시간은 참 잘도 지키는 모양이었다. 젠장, 식어도 난 몰라. 탁자 위에 접시를 아무렇게나 놔버렸다.

아무튼 그 후, 나는 수업이 끝난 다음 곧바로 아리야의 방에 갔다. 과연 어떤 반응을 보여올까. 차갑다고 트집잡는 건 아니겠지? 내가 직접 만든 케이크다! 부실할 지 모르지만… 아차차, 복수 겸 소금 넣는 걸 깜빡했군.

약간의 불안감과 아쉬움을 느끼며 벌컥, 문을 열어짖히고 발을 들였다. 악마들의 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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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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