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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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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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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79
추천수 :
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1.0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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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WGRS - 제 1장(2)

DUMMY

"그래, 학교가 맞지."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여, 여기 학생인가요···?"

초장부터 말을 놓아대는 건방진 놈에게 존칭을 쓰는 건 역시 비위에 거슬리긴 했지만 일단 낮추고 들어가기로 했다. 여기가 어딘지 캐내야겠다.

그러한 나의 눈초리를 느꼈는지 셔츠 바람의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흔들고는,

"맞아. 여기 학생이지. 뭐, 어쨋든 네가 바로 그 유명한 유진호라는 녀석이구나."

내가 유명하다고? 웃기는 녀석이로군. 차비만 준다면 내가 잘 알고 있는 가까운 병원에 저 녀석을 입원시켜주겠다.

"하하하, 정말 재밌어. 그 녀석이 길길이 뛰며 널 저주하더군. 각오해두는 것이 좋아. 그 녀석은 화나면 물불 안가리는 독한 녀석이거든."

더 이상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나는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학교의 정체에 대해선 다른 녀석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훨씬 낫겠어.

"응? 어딜 가는 거야?"

무슨 상관인데? 짜증을 내며 돌아보았다.

"여기 학교 안내가 필요하지 않냐?"

그 소리야 말로 내가 원하던 소리였다. 검은 양복 김대범이 말하던 안내원이 이 녀석이었구나. 나는 재빨리 몸을 돌렸다.

"그래! 안내가 필요해! 여기가 어딘지부터 알려줘."

남자는 크큭 웃고는 말했다.

"여긴 리치 그룹이 운영하는 사립 학교인 리치 스쿨이다. 기초 교육부터 박사 교육까지 모든 것을 가르치는 통합 학교지. 보통 학교랑 같은 거라고 생각하지마. 여기선 덧셈뺄셈 같은 애들 장난은 가르치지도 않아. 외국어 교육을 비롯해 여러가지 고급 교육을 가르치는 학교다."

겉 생김새에 걸맞는 교육 방식이라면 그럴듯도 했다. 이런 학교가 있었구나!

나는 왠지 모를 열등감을 느끼며 이를 갈다가 문득 떠오른 의문이 있어 거침없이 내뱉었다.

"그럼 여긴 진짜로 부자들만 있는 학교란 거야? 너도?"

"그렇지. 따지면 나도 부자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리고 여기 학생들이 다 부자는 아니야. 너처럼 서민이 입학한 경우도 있지."

흠···.

생각에 잠겼다.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었다. 여긴 부자 학교. 돈많은 녀석들이 널린 학교. 거기에 내가 떨어진 거다. 제길슨! 어째서지? 어째서 나는 이런 곳에 온 거냐?

머리를 부여잡고 기억을 더듬는데 - 그러게 차에 타지 말았어야 했다 - 남자가 말을 이었다.

"가끔 서민 신입생들 중에 학교의 마왕을 알아보지 못하고 대들다가 개쪽나는 녀석들이 있지. 넌 그러지 않기를 빌겠어."

그러더니 남자는 후, 한숨을 쉬었다.

"따라와. 안내해주지."

나는 빠른 걸음으로 앞장 서 가는 녀석을 힘들게 따라잡아야 했다.






"너도 알다시피 학교로선 갖출 건 다 갖추고 있어. 운동장, 공터, 강당, 식당, 부 활동을 위한 공간을 비롯, 기본적인 화장실과 교실까지 모두."

공터는 학교가 꼭 갖추어야 할 사항은 아니라고 보지만 난 토를 달지 않고 잠자코 듣기만 했다. 그랬더니 녀석이 느닷없이 자기소개를 하였다.

"소개가 늦었군. 내 이름은 에드워드다. 앞으로 볼 일이 많아질 테니 미리 소개하지."

에드워드···. 에드워드 3세가 떠오른다. 외국물 좀 먹었다 이건가? 나는 녀석과 같이 대리석으로 된 복도를 걸으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앞으로 볼 일은 없다고 생각되는데? 미리 소개하지는 개뿔, 그런 건 진작에 했어야지.

여러가지로 태클 걸 것이 수두룩한 에드워드···는 손짓을 하며 날 재촉했다.

"식당을 소개해주마. 서민에게 이 학교의 상황을 아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거든."

식당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호화판일까?

어느새 이 학교에서 벗어날 생각을 관둔 나는 에드워드를 따라다니며 학교 감상에 여념이 없었다. 구조물들이 확실히 호화로운데다가 하나 같이 고급이었다. 감히 손을 대는 것이 황송할 정도였다.

어쨋든 쉬지 않고 걸었기에 식당이란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뭐랄까, 질서란 게 없달까, 무척 소란스러웠다. 에드워드는 그런 소란스러움의 중심에 있는 진열대의 식품들과 그걸 사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언제나 따분한 여기 학생들은 대부분 먹는 것으로 시간을 때우려 하지. 그렇기에 저런 추한 모습을 보이기도 해."

추한 모습엔 동의한다. 겉으론 서민이네 천박하네 하겠지만 그들도 역시 이런 추태를 보인다. 질서 어쩌구 하는 게 웃기는 정도다. 좀 고소하단 생각을 하며 옅은 미소를 짓자 녀석은 그보다 더 짙은 미소로 무언의 대답을 했다. 뭔가 포스가 느껴졌다.

나는 천천히 진열대의 식품들로 시선을 옮겼다. 과연 어떤 것들...!

가격표를 보고 내 몸은 굳어지고 말았다.

"왜 그래?"

그 모습을 즐기듯 에드워드는 미소를 유지한 채 말했다. 젠장. 뭐야? 저게! 하나 같이 10만원 이상이잖아! 어떻게 저런 폭리를 취할 수가 있어?

내가 화를 내며 항의하자 그가 손가락을 흔들며 빙글거렸다. 재밌어 죽겠다는 얼굴.

"10만원은 껌값이지. 다들 개인 카드를 갖고 있어서 그걸로 계산을 해. 음식들도 싸구려 공장제가 아니라서 값도 비싸지. 우린 먹어도 고급만 먹는다고. 알겠냐? 이해하겠지?"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분했다. 나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칫, 내뱉고는 팔짱을 꼈다. 나중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곳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야겠다. 아니, 그것보단 너희들이 말하는 싸구려 음식들로 거길 채워주지. 낄낄.

나름대로의 재밌는 상상을 하며 즐거워하는데 식당 안을 가득 메우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내 귓전을 때려 갈겼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비켜! 이 천박한 것들아."

엉?

나는 다시 한 번 놀라고 말았다.

"너희 같은 것들은 기어다녀! 같이 숨 쉬는 것도 짜증나니까."

말하는 건 건방지기 짝이 없어 내 신경을 건드리고도 남는 것이었다. 일단 설명을 하자면 서로 아우성인 사람들 맞은편에 두 소녀가 서있었다. 두 소녀 모두 용모가 대단히 아름다웠다. 내가 놀란 주된 이유는 바로 그 용모였다만.

새하얀 눈의 공주 같은 귀엽지만 지조 있어 보이는 외모의 소녀. 눈발 처럼 하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리고 있었다. 염색이냐?

그리고 그 옆에는 단아하고 조신한 어머니 상의 자애로운 외모를 가진 소녀 분도 있었다. 인자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무슨 짓을 저질러도 용서해 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무척 어른스러워 보였다.

"칫, 나타나셨군."

그런데 에드워드의 반응이 이상했다. 기분 나쁜 표정을 짓더니 급히 눈길을 피하며 뒤로 빠지는 것. 나는 영문을 몰라 멀뚱히 있었는데 다른 녀석들도 에드워드처럼 멀찍이 피해 서는 것이었다. 뭐냐? 이 사태는. 너희들이 중세의 농노라도 되는 거냐?

"어이, 어서 너도 비켜. 저 녀석은 내가 처음에 말했던 이 학교의 마왕이라고. 얼마나 사악하냐면···."

그가 미쳐 말을 잇기 전에 마왕이라 불린다는 하얀 머리카락의 소녀가 내게 소리쳤다.

"넌 왜 안 비켜? 정신이 나간 거냐?"

거 보자보자 하니, 꼬맹이 주제에 입이 거칠구만. 아무리 그래도 용서 못 한다.

화가 치민 나는 가만히 있으라는 에드워드의 말을 한 쪽 귓등으로 흘리며 소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소녀는 날 힐끗 올려다 보고는 한 걸음 다가왔다. 전혀 겁나지 않았다. 그나저나 여긴 고등학교다. 아무리 봐도 어려보이는 꼬마 녀석이 버젓이 있다니, 이해할 수 없고, 마음에 안 든다. 꼬꼬마 동산에서 소풍이라도 나온 건가.

"유치원에나 가시지. 여기서 뻣대지 말고."

엄지로 바깥을 가리키며 말했다. 불법 침입이라도 한 거냐?

하지만 난 에드워드의 다급한 얼굴을 보지 못하고 혼자 잘난척한 거였다. 주변에 있던 다른 녀석들의 얼굴이 새파래진 것은 추가 사항이었다만 왜들 그러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눈의 여왕 같은 꼬마 소녀는 멈칫 내 낯을 쳐다보더니 푹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 작은 어깨를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저기, 흔이들 말하는 분노 상태인가? 난 당연한 걸 말했을 뿐인데 뭐 저리 화를 내지?

뭔가 심각한, 동물적 감각으로 거대한 위기 의식을 느끼며 나는 침을 삼켰다. 불안하다.

"내 말 안 들려?"

쎈 척이란 것이 바로 이거였다. 억지로 태연한 척 하며 말했지만 몸은 벌써부터 떨리고 있었다. 왜 이리 떨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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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주인공은 육체와 영혼이 이탈하는 순간을 맞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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