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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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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36,817
추천수 :
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1.0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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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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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WGRS - 제 1장(1)

DUMMY

나는 옷을 챙겨 입고 현관을 나섰다.

"다녀오겠습니다."

천천히 인사를 뱉어내자 어머니는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다녀와라."

문을 열고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왠 검은 벤츠에 검은 양복에 검은 선글라스를 쓴 듬직한 체격의 남자가 서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사채업자나 그러한 부류와 우리 집은 절대 관련 되지 않았으므로 유추해낼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고 그냥 우연히 집 앞에 주차한 부자인 모양이다 하며 그 앞을 지나치려 했다. 그런데 그 남자가 턱 내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유진호 씨··· 맞으시죠?"

깜짝 놀란 나는 얼떨결에 대답을 했다.

"예? 네에···."

그러자 그 남자는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리 대단치 않은 가정 형편으로 우리 학교에 입학 지원을 한 건 대단합니다. 훌륭해요."

"예에?"

이 남자가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영문을 몰라 당황해하며 뒤로 물러섰다.

"저는 앞으로 당신을 책임지게 될 기사 김대범이라고 합니다. 타시죠."

김대범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내게 타라는 뉘앙스를 내보이며 정중한 자세를 취하였다.

갑자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몰라 집을 돌아보았다.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가족들과는 상관 없는 일인가?

"다, 당신 도대체 누구야?"

다짜고짜 차에 타라니? 그것도 검은 벤츠에? 아무리 봐도 수상했다.

"말했잖습니까. 기사라구요. 이 차가 안 보이나요?"

기사? 택시 기사나 뭐 그런 거? 그게 무슨 상관이지?

"왜 그러십니까? 모르셨나요? 새삼스레 난리를 피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만."

뭐? 무슨 소릴까. 알 수가 없었다. 이 의문을 입 밖으로 옮기자 남자는 하하 웃었다. 왜 웃는 걸까.

"놀랐다면 죄송합니다. 하긴, 모르셨을 수도 있겠군요."

김대범은 가끔 이런 경우도 있다며 껄껄대었다.

"뭐, 어쨋든 차에 타시죠. 결코 수상한 건 아닙니다."

나는 한참동안 김대범이라는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는 아무런 적의가 없는 눈빛으로 내 시선에 응수하였다. 음, 뭔가 범죄의 의도는 그렇게 내보이지 않는다. 그런 내 상태를 알아챘는지 김대범은 타이밍 좋게 입을 열었다.

"걱정마십쇼. 자세한 사항은 가면서 이야기할테니 차에 타시죠."

그, 그럼 타볼까.

그다지 이상한 낌새가 없다고 생각한 나는 '정말로' 별 생각 없이 차에 탔다. 정확히 말하면 '타고 말았다'지만. 별 일 없겠지 뭐.

이윽고 차에 시동이 걸렸다. 출발하는건가, 하고 흠칫 놀랐다. 이 사람은 과연 어떤 이야길 할까. 혹시 당신은 복권에 당첨됐으니 이제부터 벼락부자입니다? 는 아닐텐데··· 이 남자가 할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겠다.

"저희 리치 스쿨에선 당신 같은 평범한 지원자들의 형편을 해아려 이렇게 차로 태워다 드리는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이해가 안 됩니다. 그거 학교 이름인가요?

"뭔가 착오가 있으신 듯 한데 어쨋든 당신은 앞으로 리치 스쿨에 다녀야 할 겁니다. 그리고 리치 스쿨을 모르시다니, 어지간히 세상 눈이 어두우시군요."

보자보자 하니 이 남자가 웃기는 소릴 해댄다. 이래뵈도 아침 신문도 꼬박꼬박 읽고 세상 사에 관심을 가지는 편이라고.

잔잔한 차의 운행 소리가 귀를 울리는 가운데 김대범은 불만이 가득한 내 표정을 거울을 통해 보고는 크큭 웃었다. 꼭 비웃는 것 같아 기분이 더욱 나빴다.

"그러면서 모른다니, 재미있군요. 뭐, 대충 설명하자면 당신은 귀재들이 넘쳐나는 학교에 다니게 될거란 말입니다. 자신이 지원서를 접수하고도 계속 설명해달라니 제가 난감하군요."

창문으로 스쳐 지나가는 배경들. 그것들이 왠지 흐릿해져가는 기분이다. 내가 지원한 학교는 분명 '철벽 고등학교'라는 시원찮은 이름을 가진 학교다. 그런데 그 첫 등교일에 왠 벤츠를 탄 양복 남자에게 납치(?)를 당했다. 그리고서 들은 이야기가 위와 같다. 마치 누군가 장난치는 기분이다. 이해가 안 된다.

뭐, 새삼스레 이게 무슨 일일까 따지는 것도 이상하였다. 애초에 이 차에 타질 말든가 했으면 변명 거리라도 있지만 말이다. 남자의 언변에 넘어간 내 잘못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내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연신 웃기만 했다. 그 모습에 약간 화가 났다.

"리치 스쿨에 다니는 학생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엄청난 부자들입니다. 각자 자가용이니 전차니 여러 가지 것들을 타고 오며 재력을 뽐냅니다. 거기선 곧 그게 미덕이니까요. 거기선 걸어서 등교하는 것 자체가 수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을 이렇게 차로 태워다드리는 겁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지금 저 남자가 나를 차로 태우고 가는 의도를 이해했다. 그러니까 부자들의 사치에 밀리지 않도록 나도 이렇게 해 주는 거다, 이 말이지? 그렇지?

"그렇습니다. 이해가 빠르시군요."

남자는 핸들을 꺽으며 말했다.

"곧 도착합니다. 처음 리치 스쿨의 자태에 대부분의 서민들이 기가 질리곤 하죠."

우리 집 형편이 서민 수준이란 것은 인정하므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분했다. 기가 질린다니. 얼마나 대단하단 거지?

"뭐, 그렇지 않는 자들도 있긴 합니다."

누구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자존심이라도 있는 녀석들인가?

"그 학교의 존재를 부정하는 자들이죠. 그들은 극빈층, 가지지 못한 자들입니다."

뭐냐. 그저 단순한 잘난척이었나. 하나도 안 웃기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팔짱을 꼈다. 그 순간 부웅, 하는 매끄럽게 멈춰서는 바퀴 소리와 함께 차가 정지했다.

"도착했습니다. 안내는 기다리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전 여기까지입니다."

나는 남자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듣지 못 했다. 왜냐하면 정말로 리치 스쿨의 자태에 기가 눌려버렸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있던 생각들이 다 날아갈 정도였다. 남자는 그것을 예상했다는 듯 비웃음이 섞인 미소를 지은 채 익숙한 움직임으로 날 차 밖으로 인도했다. 겨우 다리를 움직여 땅에 내딛었다. 돌로 높게 쌓인 교문엔 정교하게 장식된 석상이 배치되어있고 아름다운 문양으로 조각되어 있는 고딕 양식체의 성 같은 시계탑 학교. 이걸 짓는데 과연 얼마나 들었을까. 별 뜻 없이 건축비 계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계산이 안 된다. 으음, 어쨋든 많이 들었겠지.

그러다가 문득, 차 소리가 뒤에서 들리길래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이미 검은 벤츠의 검은 양복 사나이는 사라진 뒤였다. 빨리도 사라진다.

그렇게 별 의미 없는 생각을 하며 거대한 시계탑 같은 학교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아래로 잔디가 너른하게 깔린 넓은 공터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끝없이란 표현을 쓴 이유는 진짜 넓다는 거였다. 웬만한 축구 경기장보다 커 보이는데?

공터에는 복장에 구속이 없는 듯 사복 차림의 남녀들이 각자 여유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비싸 보이는 옷에 비싸 보이는 태도에 비싸 보이는 물건들을 가지고 있었으며 현실에선 존재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던 집사나 메이드까지 눈에 띠었다. 여기가 정녕 서울 한복판의 학교가 맞는 것이냐? 입이 절로 벌어진다.

도대체 이곳은 어디일까 하는 번뇌에 흽싸인 채 근처에 있던 나무 옆 벤치에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다리 힘이 다 빠졌다. 그런데 곳곳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 밑으로 딸려 있는 벤치들 역시 예사롭지가 않았다. 재질이 보통 놀이터의 벤치 같지가 않았는데 퍼뜩 든 생각에 벤치를 살펴보니 유명 가구 메이커가 적혀 있었다. 즉, 이 나무 벤치는 고급이란 거지. 한국에 널려 있는 소나무나 참나무가 아니란 소리다.

"가지가지 하는 구만. 여기가 학교냐? 그나저나 안내원이 있다더니 어딨는 거야?"

투덜대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날 화들짝 놀라게 한 목소리가 있었다.

"여긴 학교 맞아."

철렁이라는 표현을 절실히 실감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대부분이 양복이나 드레스 차림이었던 거에 비해 이 녀석은 특이하게도 흰 면바지에 셔츠 차림이었다. 얄미운 건 잘 생겼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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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드는 생각인데 내가 쓰는 글은 언제나 뉴웨이브에 온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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