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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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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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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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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1.1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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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WGRS - 제 4장(1)

DUMMY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새하얀 문양 없는 면만이 시야게 가득 찼다. 곧 그 시야가 검게 변하고 말았다.

"아리야. 눈 위에 올리면 어떻게 하니."

나라의 핀잔이 주어지자 아리야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귓전을 때려 갈겼다.

"소, 손이 미끄러졌을 뿐이야."

수건은 이마로 위치를 옮겼다. 차갑다. 서늘한 게 기분은 나쁘지 않다. 아리야와 눈을 마주치자 녀석은 바로 시선을 피하면서 팔짱을 꼈다. 얼굴이 무척 빨간 것이 홍당무 같다.

"고맙다."

내가 말했다. 아리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훗, 나는 피식 웃고는,

"고맙다란 인사는 바로 이럴 때 하는 거다. 알겠냐?"

그러자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여왔다. 쑥쓰럽다는 듯 작은 목소리로 우물댄다.

"이럴 때… 고맙다라는 말을… 하는 거야?"

그런 것쯤은 안다고 화를 내거나 모른 척 할 줄 알았는데 예상 외였다. 학습 부족이냐? 물론 그 소릴 입 밖엔 내지 않았다. 나는 몸이 아파서 이마에 손을 얹는 동작도 취하지 못한 채 한숨을 쉬었다.

"잘하는 건 공부 뿐이었냐?"

정말로 공부를 잘하는진 의문이지만 말이다. 크하하하하… 우웁…

"지금 잘났다고 조잘대는 입이 이 입이냐?"

아리야는 내 입술을 손으로 꽉 붙잡고 호령한다. 어이, 아프단 말이다. 아니 그것보단 내 몰골이 더 웃길 것 같아 허둥댔다. 창피하다고!

"아, 아오태부우."

방금 내가 내뱉은 말이다. 해석하면 잘못했어요다. 그만 놔라.

"잘못했다는데?"

미젠다가 킥킥거리며 해석해준다. 그걸 알아듣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아리야는 후우, 한숨을 내쉰 다음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었다. 아야야.

"어쨋든 빨리 낫기나 해. 이대로 언제까지 계속 누워있으려고?"

음, 그것도 문제긴 문제다. 말 안해도 빨리 나을 거니까 걱정마라.

"그래. 빨리 나아라. 우린 이만 가볼게."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는 미젠다를 따라 모두들 몸을 일으켰다.

"??"

갑자기 펠리컨처럼 입을 내밀고 뒤를 돌아보는 아리야 때문에 나는 미쳐 돌아가는 이들에게 인사를 건내지 못했다.





내가 입은 상처에 대해 별로 실감이 가지 않을 것 같아 말하겠다. 집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자리에 계속 누워있다면 이해 하겠는지? 집에선 당연히 난리가 났다. 뭔 호들갑을 그렇게 떠냐고 묻고 싶었지만 가족의 걱정이야 당연한 거니 뭐.

그리고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이런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걸 들킨 건 이쯤이었다. 어머니는,

"아니 어찌된 것이 요즘에 도시락을 싸가야 되는 학교가 왠걸 싶었는데 이런 거대한 학교에 다니고 있던 거니?"

라며 어찌나 볶아대던지 보건실 선생이 넌지시 화제를 돌리지 않았다면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잔소릴 들었어야 했다. 화제 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시락… 그래, 난 이제까의 점심은 모두 도시락으로 해치웠다. 그것은 꽤나 대단한 물건이다. 하긴, 요즘 세상에 도시락이냐. 내가 창피할 정도였는데. 하지만 어쩌겠는가? 점심 값이 상상을 초월하던걸 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조심스레 보자기에 싼 도시락을 책마냥 들고 김민현에게 가야 했다. 그 녀석은 도시락은 전혀 신경 안쓰거든. 오히려 자기도 처음엔 도시락을 싸왔다는 위로의 말까지 해주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떻게 먹고 있는가? 녀석이 직접 만들어 먹는다. 그래, 가끔 부족한 반찬을 조달 받기도 한다.

아무튼 정말 하고 싶은 말은 꽤나 오랫동안 보건실 신세를 졌다는 것이다. 거의 일주일을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으니 말 다했지. 정신을 잃고 있던 시각까지 합하면 약간의 반올림으로 15일 간 누워있었다는 말이 된다. 젠장, 새삼스럽지만 정말 믿기지 않는다. 사람이 이렇게 오래 침대에 누워있어도 되는 거냐. 뭐, 점심은 학교 측의 제공을 받아 혀는 호강을 했지만 말이다. 매번 잊지 않고 찾아와주는 김민현과 아리야와 누님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아, 제대로 말하겠다. 시드때도 없이 농담을 섞어 장난을 치는 미젠다나 아픈 내 몸에 엉겨붙는 나라나 가끔 간단한 간식 거릴 사가지고 찾아오는 진래나 언제나 같은 얼굴로 화만 내는 아리야나 내 입을 즐겁게 해주는 김민현이나 모두, 고맙다. 그런데 에드워드 너는 왜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거냐?

그렇게 나는 퇴원할 날만을 기다리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에 이제까지 있던 여러가지 캥기는 일들을 거의 잊어버렸다. 게다가 그것들이 뭔지 떠올리며 가다듬기도 전에 사건이 터져버렸다.

이제 몸도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여 상체를 일으키고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데,

"진호 군! 여기 있나요?"

척 보기에도 다급해 보이는 얼굴로 보건실 안으로 쳐들어온 진래.

"왜 그러세요? 진래 씨."

조용히 묻자 진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했다.

"아리야가 사라졌어요!"

순간 나는 에?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녀석이 사라지다니? 진래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한 번 치고는 토해내듯 입을 움직였다.

"납치당한 거라구요! 납치!"

납치?

나는 잠시 납치란 단어의 의미에 대해 골몰히 생각한 뒤 눈을 깜빡였다.

"크, 큰일이네요."

몸만 괜찮았다면 벌떡 일어났겠지만 지금은 몸이 완전치 못하다.

"큰일이라구요. 어쩌면 그렇게 태평할 수 있나요?"

태평하다뇨. 심각하다면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난데없이 그런 소릴 하면 오히려 당황스러워요.

내 말에 진래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하긴, 진호 군에겐 뭐가뭔지 잘 모르겠네요."

목소리가 약간 나에게 실망하고 있는 듯이 느끼는 건 내 착각인가.

"그럼 정말 진호 군에게 필요한 용건을 말하겠으니 잘 들어요."

나에게 필요한 용건?

"네. 이걸 드릴게요."

진래는 주머니에서 작은 카세트 테이프를 꺼냈다. 요즘은 보기 힘든 물건이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뭔가요?"

"뭐긴요. 테이프죠. 진호 군이 알아서 틀어보세요. 거기엔 아리야를 납치한 진범의 목소리가 담겨있어요. 우린 이미 들었구요. 잘 듣고 알아서 판단하세요."

화가 난듯한 얼굴의 진래는 테이프를 던지듯이 나에게 주고는 휙 몸을 돌려 가버렸다.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아리야가 사라졌다는 말을 들었는데 왜 이런 담담한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아리야는 여러가지로 나를 위해준 녀석이다. 이렇게 누워있는 동안에도 녀석 치곤 빠짐없이 찾아왔으며 가끔 간호까지 해주었으니 말이다. 뭐, 형편없는 막무가내 간호였지만.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이나 감정은 이미 모두 사라진 뒤다. 이제는 성격만 어찌 하면 그럭저럭 봐줄만 한 녀석이라고 생각이 되기에 여러가지로 고민을 하는 중이다.

어쨋든 이 테이프를 들어봐야겠다. 여기에 아리야를 납치한 진범이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담겨있다니.

때마침 보건 선생이 타이밍 좋게 들어왔다.

"일어나셨군요. 몸은 괜찮으신지요?"

빙긋이 웃으며 말하는 선생에게 나는 소리치듯 말했다.

"카세트 좀 갖다주세요!"

"아, 네."

약간 놀란 얼굴로 대답한다. 나는 그제야 내가 지금 다급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 처음 아리야가 납치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땐 어이가 없어서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다. 나도 잘 이해가 안 가는 반응이었다. 당장 놀라야 하거늘 멍하니 있었으니 말이다.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허둥댔다고 변명하고 싶다. 뭐, 그건 그렇게 크게 관계가 없다.

중요한 건,

"이 테이프다."

입으로 소릴 내며 보건 선생이 가져다 준 카세트에 테이프를 꽂아넣었다.

치지직- 하는 작은 기계음 뒤 울리는 목소리. 변조된 목소리다.

"유진호란 녀석에게 말하겠다."

난데없이 나한테 뭘 말하고 싶은 거냐.

"지금 내가 아리야를 데리고 있다. 만나고 싶다면 내가 지정하는 장소에 나와라. 마중 나가 있는 녀석이 있을 것이다."

으음….

"잘만하면 아주 좋은 걸 볼 수도 있다."

뭘 보여주겠다는 거지.

"난 널 용서할 수 없다. 널 저주한다. 빌어먹을 자식."

욕설을 퍼부어댄다. 궁금하군, 이 녀석 정체가. 나중에 알면 주먹 한 방 먹여줄테다.

"장소는 철쇄 공원 입구. 시각은 4월 20일. 오후 6시, 혼자 와라. 안 오면 아리야의 목숨은 없다."

헛소릴 하는군, 개자식이.

건방진 기계 목소린 계속 말했다.

"행여나 허튼 짓 하지 말길 바란다. 인질이 있으니까 말이야. 크크큭."

교활하게 웃는 것이 참 밉살맞았다. 마지막 말은 아마 진래를 포함한 이 테이프의 내용을 알고 있는 녀석에게 하는 경고일 것이리라. 그것도 아리야를 아끼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나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언젠간 있겠지? 이놈의 한숨을 안 쉴 날이.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 내 상황에서 아리야를 구하러 갈 수 있을까, 이다. 근 일주일 동안 움직이지도 못하며 음식만 받아먹기만 몸이다. 통증은 많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지만 잘 움직여 줄진 의문이고.

문득 그때 한 남자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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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4장! 드디어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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