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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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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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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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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1.1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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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WGRS - 제 2장(8)

DUMMY

"잠깐!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하냐?"

에드워드가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내 몸을 멈출 생각은 없었다. 얼른 가자! 아리야의 방으로! 헐레벌떡 뛰는 내 다리가 이렇게 빨랐나 하는 생각을 하며 난 올림픽 나온 육상 선수마냥 달렸다. 한참을 달리다가 에드워드는 어째서 아리야에 대해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거지? 하는 의문이 들었고 그 생각에 뒤를 돌아보았지만 에드워드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을땐 아리야의 자유 방의 철문이 점점 커다래지고 있는….

"욱."

너무 급하게 달렸나, 콰당 소리와 함께 문에 부딪치고 말았다. 아고, 코야. 좀 창피한걸?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다. 금방이라도 삼켜져 버릴 것 같은 침묵과 정적만이 허공을 감싸안고 있을 뿐, 개미 한 마리도 다니고 있지 않았다.

얼얼한 코를 잠시 싸메고 있던 나는 급히 문을 열어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

반기는 사람이 없었다. 언제나 '어서 와! 제자.' 라는 말을 건내던 미젠다를 비롯하여 와락 껴안아대던 나라도 없었다.

"누구야?"

저 멀리서 아리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평소와는 톤이 다르다고 느껴지는 건 내 착각인가?

나는 대답할 새도 없이 주위를 살폈다. 아무 이상 없다. 조용하다. 아무도 여길 급습하거나 한 일은 없다. 뭐야. 괜히 나 혼자 들뜬 건가?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은 없는 거지?

터벅터벅 안쪽으로 걸어갔다. 아리야가 자리에 앉아있는 게 보였다. 손에는 책이 들려있었다. 제목을 보니 무슨 SF물이나 판타지 같았다. 왠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야?"

아리야는 피식 웃는 나를 보더니 눈을 흘기며 쏘아붙였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긴 뭐야. 아무 일도 없었냐?"

"………."

침묵으로 일관하던 아리야는 고개를 흔들었다.

"없었어. 도대체가 말야. 그 질문 몇번짼 줄 알아?"

응? 어... 그렇군. 나 말고도 아리야를 걱정한 녀석이 있는 모양이다. 뭐, 굳이 말 안해도 손에 꼽히는 인물들이 있다만.

"내가 만들어주는 케이크, 맛있냐?"

탁자 위에 놓여있는 빈 그릇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가만히 책에 눈을 고정시키고 있던 아리야는 잠자코 있다가 화난 목소리로 대꾸해왔다.

"맛없으면 진작에 버렸어."

너무 까칠한 대답이다. 나는 가볍게 눈을 깜빡였다. 맛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마.

…………………….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잠시 머릿속에 기다란 정체기의 안개가 훑고 지나갔다. 나 혼자서 시간이 몇십년은 지난 것 같았다. 에드워드가 했던 말들을 하나하나 곱씹어 보았다.

그런데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는 소리가 갑작스레 폭탄이 터지듯이 들렸고 나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말없이 소리 난 쪽을 쳐다보던 아리야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아리야의 급긴장한 표정이 지금 들어온 녀석은 결코 이 방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려주었다. 반사적으로 주위를 살폈다. 뭔가 숨을 만한 곳이 없나? 자객이 틀림없다.

"있다."

나는 흘리듯 내뱉고는 아리야의 손목을 낚아 채 잡고 끌었다.

"아, 아얏? 자, 잠깐만."

"잠깐만이고 자시고. 얼른 따라와."

작은 목소리로 중간에 말을 가로채고 바로 앞의 옷장으로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숨을 곳은 여기밖에 없다. 저항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명색이 자객이다. 암살자에게 맨 몸으로 대항해봤자 분명 패배 뿐이다.

덜컥, 옷장으로 보이는 가구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밀어넣긴 뭐해서 내가 먼저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아프다고 버둥대는 아리야를 앞으로 잡아 끌었다. 그리고 살며시, 문을 닫았다. 어둠이 엄습한다. 밖을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문틈 뿐이었다.

"뭐야? 아무도 없잖아?"

한 남자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역시 아까 봤던 그놈들이다. 여길 알아챌까?

"젠장. 카인이 보다 먼저 온 건데 없으면 어쩌잔 거야?"

언행으로 보건대 형인 케인인 것 같았다.

한없이 집중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아리야는 조용했다. 그저 어둠 속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뭔가 엄청 쓸쓸해보였다.

"벌써 낌새를 알아 챈 건가? 방금 까지 여기 있던 것 같은데."

한창을 뒤적거리며 중얼대는 케인. 날카로운 지적이다. 부스럭부스럭 잘도 뒤져댄다.

"케인 형. 여기서 뭐해?"

"우왓. 깜짝이야. 너 언제 왔냐?"

이젠 케인에 이어 카인까지 등장했다. 둘이 섞이니까 잘 모르겠지만 잔뜩 찡그리고 있는 얼굴이 아마 케인일 것이다.

"방금. 보아하니 형도 여기에 목표인 아리야란 여자가 있다는 소릴 들은 모양인데…"

"그래 맞아. 내가 너보다 빨리 왔지. 멍청아."

"무, 무슨 소리야. 결국 목표는 찾아내지 못했잖아. 바보 같이 잘난척하지마. 좀 더 형답게 굴어봐."

"넌 언제나 그런 소리야. 시끄럽다고!"

또 싸운다. 저 형제는 맨날 싸우는 모양이다.

응?

나는 문득 아리야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느꼈다. 무서운 건가?

"왜 날 숨긴거야?"

어이, 목소리가 너무 크다고. 저 녀석들이 싸우고 있어서 망정이지.

"말해. 왜 숨긴거야?"

나는 들킬까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야… 위험하잖아?"

"뭐가?"

"바보냐? 저것들, 널 찾고 있잖아?"

어둠 속이라 아리야의 표정은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눈을 가리고 있는 어둠 만큼이나 무거웠다.

"넌 상관할 바가 아니잖아?"

"그렇게 말하기냐."

"너한테만 이런 말 하는 게 아냐. 전부 그래. 전혀 상관도 없을 텐데…."

이 녀석….

정말 한심한 소릴 해댄다. 자신을 위해주는 사람들을 뭘로 보고 있냔 거다. 어이가 없다. 알고나 있는 거야? 누님들. 아리야는 이렇게 한심한 소리만 해댑니다.

미젠다와 나라, 진래의 얼굴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이젠 더 이상 못참겠어. 차라리 죽는 게 나아."

"이, 이봐…."

아리야는 이젠 훌쩍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울려고 그러냐.

"앙?"

아뿔싸. 한참을 싸우던 케인이 퍼뜩 고개를 들더니 이쪽을 보았다. 나는 눈이 마주칠까 두려워 얼른 시선을 피했다.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정말 커다랗게 울려 머릿속을 흔들었다.

"그러고 보니 여긴 안 살폈군."

케인의 여유만만한 목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난 이제 끝났구나 싶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갑자기 카인이 제지하고 나섰다.

"형. 그러면 못써."

"뭐야?"

"여자의 옷장을 뒤지는 건 실례라고. 신사가 할 짓이 아니야."

"시, 신사?"

나는 감았던 눈을 떴다. 쟤네들은 무슨 대화를 하든 정말 바보스러웠다.

"그래. 형은 야만인인가?"

"헛소리마라. 이 형은 신사다. 너보다 신사다. 알겠냐?"

"인정해. 그러니까 이만 가자. 여기엔 없는 것 같아. 거처는 알아냈으니 다음에 또 오지 뭐."

"음, 알았어."

케인은 마지못해 발걸음을 돌렸다. 뚜벅뚜벅 발소리가 멀어져갔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오늘은 그냥 보내드리죠! 용감한 분."

허걱.

"너, 누구한테 말하는 거냐?"

"응? 아니, 아니야. 혼잣말이야."

"나참…."

이윽고 두 사람의 기척은 완전히 사라졌다. 젠장. 카인이란 녀석. 보통이 아니다. 안에 있던 걸 알고 있었던 건가.

"흑, 흐윽. 히끅."

문득 꼴사납게 우는 소리를 내는 건 아리야였다. 나는 아리야의 어깨 위에 턱 손을 올리며 말했다.

"울지마라."

아리야는 그 손을 탁 쳐내며 화를 냈다.

"누가 운다고 그래?"

쓸데없이 존심 발휘인가. 나도 화를 낼까 했지만 놀려보기로 했다.

"뚝! 뚝 그치세요. 울면 나쁜 어린이."

"닥쳐!"

아얏! 이 꼬맹이가 팔꿈치로 배를 치면 어떻하냐?! 아야앗, 진짜 아프다.

고통에 몸을 움찔했다. 옷장 안은 안 그래도 비좁았으므로 심하게 덜컥거렸고 나는 아리야를 받치느라 중심을 잠기가 몹시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내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리야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아, 왜 울고 그러냐.

"넌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 녀석도 나 때문에 죽은 거야! 그 녀석도…."

그 녀석이 누군지 내가 알 바는 아니다. 음, 누군가 했던 말이 떠오르는데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산 사람이다? 아니, 이거 좀 이상한데? 어쨋든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산 사람은 살아버린 이상 죽은 사람보다 더 힘차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인데 말이다.

"으앗."

잠시 생각을 하는 사이 중심을 잃고 말았다. 자객들이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 겁에 질렸기 때문일까, 계속 옷장에 숨어 있어야 해서 몸이 많이 갑갑했던 모양이다. 아리야는 울면서 몸을 들썩였기 때문에 내 몸은 더욱 세게 흔들렸다. 내가 왜 이렇게 몸이 흔들리냐면 바닥을 지탱하는 것이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옷들이 쌓여서 생긴 발판이었는데 옷들이 얼마나 쌓였는지 마치 젤리를 밟고 있는 기분이었다. 악, 너머진다.

'쿵, 우지직.'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나는 앞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내 앞의 아리야는 분명 더 아프겠지. 그래서인지, 그러한 마음에서인지 내 손이 멋대로 아리야를 와락 껴안아 쿠션 역할을 해주었다. 나는 이렇게 설명하고 싶다. 보호 본능이라고.

여전히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전신에 고통이 엄습하는 걸 느껴야 했다.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아리야를 껴안은 채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어머나, 뭐하세요?"

그런데 초음파처럼 들린 이 목소린 왜 이렇게 타이밍 좋게 나타난 거냐.

"진호 군? 그리고 아리야인가요?"

진래의 약간 당황한 목소리였다. 나는 얼른 벌떡 일어났다.

"아, 안녕하세요."

엉거주춤 인사하였다.

"진호 군. 몸에 붙은 속옷이나 떼어내세요. 많이 민망하군요."

엉? 나는 그제야 몸을 살펴봤고 어깨와 손목, 발목 쪽에 표현하기 민망한 팬티가 걸려있었고… 아니, 여기까지 말하겠다.

"와앗!"

당황한 나머지 얼른 손으로 솎아내어 다 떨어냈다. 후아, 이거 변태로 몰리고도 남는 상황이다.

"아, 아니 저기, 이건 그게… 절대 덮치거나 한 건 아니구요."

말이 이상하게 나온다. 어이,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변명이었다. 그러나 진래는 잠자코 허둥대는 내 모습을 쳐다보다가 후훗 웃었다. 약간 불안하다.

"그렇게 허둥댈 것 없어요. 그런 상황이 아니란 걸 잘 아니까요."

어라라? 에… 가, 감사합니다.

일단 인사를 하였다.

"고마워요. 아리야를 지켜주셨군요."

환하게 미소 짓는 진래. 나는 그 미소가 진짜 진래의 미소라는 것을 깨닫는 데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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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외박을 하게 되어 월요일엔 공백이 생길 것 같아서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음, 아직 분량은 많이 남아 있어서 안심이 되는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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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12 라엘리
    작성일
    09.01.12 00:23
    No. 1

    오오! 히어로! 우리 히어로 주인공은 여자를 나쁜 넘들한테서 구해준 뒤 상으로 발로 사타구니를 맞는 대신 팔꿈치로 배를 맞았습니다! 오오! 자비로운 우리 아리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리자드킹
    작성일
    09.01.16 12:40
    No. 2

    이것도 저것도 모두 아픈 주인공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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